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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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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데미안은 트리샤를 그대로 놔두고 도로 머리를 뉘였다· 그다지 달갑지 않은 생일이었고 다행히도 무사히 아침을 맞이하고 생일은 끝났다·

하지만 간밤에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리자 선물 예지몽 얼굴을 모르는 여자· 데미안의 마음은 아침이 되어도 편히 쉬지 못했다·

꿈이 무얼 의미하는지 하나도 해석할 수 없었다· 그 장소를 비롯해서 모든 인물들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감정적으로 혼란스럽지만 노력으로 어쩌할 수 없는 처지라면 차라리 다른 것에 몰입하는 편이 나았다· 생각을 지우는 건 불가능하고 오로지 덮어씌우는 것만 가능했으니까·

데미안은 침대에서 나와 트리샤를 들어 안았다· 방 밖으로 나오니 홀에 말라붙은 핏자국이 보였다· 헌데 지금 데미안의 몸은 핏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다· 트리샤가 밤사이 어떤 고생을 했을지 머릿속에 그려졌다· 스승님도 모자라 다른 여자의 속까지 썩힌 것 같아 마음이 걸렸다·

트리샤를 2층 방에 옮기고 핏자국을 다 청소했다· 그리고 주방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트리샤를 위한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구이와 토마토스튜를 마련했다·  그런 뒤 트리샤의 방에 올라가 식사를 준비했다는 쪽지를 남기고 나왔다· 

미궁 밖으로 나오니 기다렸다는 듯이 실베린의 스티치가 날아들었다·

데미안은 서둘러 편지를 확인했다·

[약속 안 지키는 제자한테는 그런 거 없어· 스승을 놀리려 든 것도 괘씸해· 마킹은 다시 만나기 전까진 안 보여줘·]

실베린의 빈정이 단단히 상한 탓에 무언가를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기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

엘리아스는 주위를 살피고 생활동 뒷길의 그늘진 곳으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빗금이 표시된 도로 블럭을 옆으로 밀었다· 블럭이 들춰진 곳에는 지하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다시금 주변을 살피고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블럭을 원위치로 돌려놨다·

습하고 꿉꿉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적신다·

사다리를 타고 바닥에 닿았다· 그곳엔 지하 수로가 미로처럼 이어져 있었다·

엘리아스는 벽면에 쓰인 암호문을 하나씩 짚어가며 수로를 이동했다· 그렇게 십여분쯤 이동하고 마침내 그녀가 찾던 마석 문 앞에 도달했다·

문에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녀는 암호문을 속삭였다·

“빗물에 쓸린 비밀들은 지하로 모여든다·”

곧이어 마법진이 발광하고 두터운 마석 문이 스르르 움직였다·

그 안에 감춰진 거대한 지하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그 음습한 공간엔 엘리아스 외에도 다른 학생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곳은 바로 이터니아의 비밀스런 일탈 조직인 ‘이터니아의 지하생활자들’의 아지트였다·

루퍼트가 그물침대에 누워서 빈둥거리며 인사를 건넸다·

“일찍 왔네·”

엘리아스는 인사도 없이 벽에 붙은 목표지 앞에 가서 누군가가 임의로 붙인 쪽지를 떼냈다·

“여기 아무거나 마음대로 붙이면 안 된다고 했잖아· 모두가 합의한 게 아니면 붙일 수 없다는 게 규율이라고·”

‘지하생활자들’ 클럽은 본래 이터니아 지하에 숨겨져 있다는 고대 마법 유적을 탐사하기 위해 결성된 조직이었다· 이 목적은 시간이 지나 이곳은 이터니아와 관련된 모든 비밀을 파헤치는 것으로 발전했다·

목표지엔 반 미스엘 사건 거울 유령 지성체 플랜테라 죽음의 예언 편지 수호목의 유령 실베린 가면의 남자 등등 모두가 인정한 미스테리 항목 만이 기재되었다·

엘리아스는 루퍼트가 붙인 쪽지를 다시 확인하고는 눈살을 구겼다·

[시온은 왜 하반신을 드러내고 다니는가·]

“다시는 이딴 거 붙이지 마·”

루퍼트가 너스레를 떨었다·

“왜? 궁금하지 않아? 내 주변 남자애들은 궁금해서 미칠라 그러는데· 직접 물어볼 수도 없어서 더 돌아버릴 지경이고·”

“네 변태적인 취향은 하나도 안 궁금해·”

“일상적인 호기심도 충족해줘야지· 엄숙하고 무거운 주제만 다루니까 이 클럽이 매 해마다 소멸위기를 겪는 거라고·”

지하생활자 클럽은 너무 비밀스럽게 운영되는 나머지 아는 사람이 없어 매년 사라질 위기를 겪었다·

80년 전통의 유서깊은 클럽이 불과 몇 년 전에는 멤버가 졸업예정자 한 명만 남아 그대로 자연 증발할 뻔했었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빅터는 어디있어?”

“빅터는 2번 수로 개별실에서 지금 선배랑 상담 중·”

엘리아스는 메인 홀을 지나 빅터가 있다는 개별실로 이동했다·

그곳엔 전투부 1학년 빅터가 검으로 허수아비를 패고 있었고 그 뒤엔 마법부 3학년 제니아가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전투부 실습에서 우리 미술부 후배는 어땠어?”

빅터는 여전히 목검으로 허수아비를 패며 대답했다·

“싸우지 않았습니다· 그냥 검을 던져서 눈에다 맞추고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공국측 인사가 참관했었다면서 잘보이겠다고 열심히 해도 모자란 판에?”

“실력이 그 수준에 그친다는 걸 아니까 괜히 무리하지 않은 거겠죠·”

제니아가 부정했다·

“데미안 걔 네가 존경하는 헤일리가 고평가한 애야· 미술부 후배라서 특별히 이뻐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칭찬했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본 게 없어서·”

“얼굴만 좀 괜찮다고 이뻐하는 게 아니야· 헤일리는 속이 빈 남자는 왕자님이라도 차는 애거든·”

빅터가 습한 공기 덕에 금방 땀을 뚝뚝 흘리며 답했다·

“음··· 어쩌면 잘 보일 필요가 없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죠· 어제 공국의 사절이 그 데미안과 게일 바리안느를 찾아갔다고 하던데요·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 실베린 교수님 제자라니까 연줄 만들어 두려고 하는 건가· 그럼 호위 임무는 정말 데미안이 가져가려나?”

“그렇겠죠· 그런데 호위 임무가 그렇게 좋은 겁니까?”

“그럼 이미 공녀님은 이미 준최고위 마법사들과 플로랄 토너먼트 우승 경력의 기사가 호위하는데 일개 학생이 뭘 하겠니· 그냥 가서 구경만 하다 공녀랑 같이 여행하고 만찬을 즐기다 오면 되는 건데·”

“제 눈에는 그저 시시한 모임이군요·”

“잘난 후배님은 어째 한 성질 하는 높으신 여자들한테 관심받네· 몸값 더 비싸지기 전에 그냥 우리가 데려오자·”

“우리 해부 대상에 실베린 교수님이 있는데 그 녀석이 좋게 받아들일까요?”

제니아가 흉계를 머금은 수상한 미소를 보였다·

“실베린 교수님의 비밀을 알려면 오히려 그 녀석의 도움이 필수적이야· 거기다 나는 그 사제 관계에 숨겨진 비밀 하나를 알고 있어서···아니다 그건 나중에 알려줄게·”

“···?”

몇 걸음 떨어져서 듣고 있던 엘리아스가 이제야 기회를 잡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기···공녀님과 관련해서 전할 게 있어서 왔는데요·”

그제서야 제니아가 뒤돌아보았다·

“어? 엘리아스 언제 왔어?”

“조금 전에요· 지금 위에는 공녀님 때문에 떠들썩해요· 그거 전해드리려고 온 건데···”

“···왜?”

“공녀님이 호위대를 대동하고 이터니아로 찾아오셨어요· 조금 전에 학장님과 함께 응접실로 가셨는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거라···한동안 떠들썩했어요·”

공녀가 찾아오는 일은 드물긴 하지만 이상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예고도 없이 돌발적으로 방문한 건 의례상 어긋난 행동이었다· 제니아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 그러신 건데?”

“데미안을 만나보겠다고 찾아오셨어요· 걔가 공녀님의 제안을 여러차례 거절했었대요·”

제니아가 놀란듯이 벌떡 일어났다· 

“뭐? 거절? 걔가? 공녀님 지금 아직도 있어?”

“네 데미안이 아직 안 나타나서 대기 중이에요·”

“미친 당장 구경하러 가자· 안내해·”

제니아가 엘리아스를 이끌고 개별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눈득 잊고 있었다는 듯이 뒤돌아서 빅터에게 말했다·

“아 너는 여기 있을 거야?”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그래 빨리 정리하고 와·”

제니아는 먼저 떠났다· 빅터도 수련을 멈추고 문으로 향했다· 그러다 멈추고는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이 목검을 쥔 손을 가만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는 돌연 허수아비를 향해 힘껏 목검을 던졌다· 검이 빠르게 쇄도하다 손잡이가 맥없이 허수아비 어깨에 부딪혀 튕겨나갔다·

“····”

***

데미안은 대연회장 앞에 여러 학생들이 모여 장사진을 이룬 풍경을 보고는 이상하게 여겼다·

대연회장 앞쪽 공터에는 공국의 깃발을 든 기사들과 그 뒤로 줄지어 화려한 마차의 행렬이 펼쳐졌다· 마차 옆에는 스태프를 든 마법사들과 은빛 갑주를 걸친 기사들이 근엄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개중에는 남들도 알만한 이력의 고위 마법사와 기사도 껴 있었는지 그 잘난 이터니아 학생들 마저도 이름을 부르며 수군거렸다·

“진짜 광란의 마법사 알릭시아야·”

“저거 플로랄 토너먼트 우승 뱃지 아니야?”

“재작년 우승자 니엘린 님이잖아 멍청아·”

대동한 이들의 지위로 보나 규모로 보나 이같은 화려한 행차는 오로지 최고위 귀족 만이 가능했다·

데미안이 그 주위에 다가서자 몇몇 이들이 그를 알아보는 것처럼 눈을 흘끔거렸다· 점차 시선이 집중되더니 급기야 데미안의 앞으로 점점 길이 열리기까지 했다·

의아한 눈길을 보내는 데미안에게 공국의 시종 다섯이 황급히 앞으로 달려와서는 고개를 숙였다·

“데미안 학생이 맞으신지요·”

“그렇습니다·”

“드디어 뵙게 되는군요· 비비 가이낙스 공녀님께서 데미안 학생을 직접 만나뵈고 싶어하십니다·”

시종의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같은 일은 분명 교수와의 상의를 거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지만 데미안은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 앞에 나온 시종은 꿈에 나왔던 인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

데미안이 접견실로 들어서자 곧장 한무리의 사람을 마주했다·

화려한 모자를 쓰고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한 여인· 그리고 그 뒤에 일렬로 죽 늘어선 호위 병력들·

모자 때문에 얼굴이 가려졌지만 그녀가 그곳에서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로 비비 가이낙스였다·

그 얼굴선에서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

데미안은 비비의 앞에 성큼성큼 나아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모자에 가려졌던 비비와 얼굴을 마주했다· 

“변방 위젤 출신인 데미안이라 합니다·”

“어딜 공녀님 앞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드는가!”

예법에 어긋난 행동이었지만 데미안은 신하의 호통에도 조금도 기죽지 않았다· 그는 굳건한 모습으로 비비의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보듯 응시할 뿐이었다·

비비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곧이어 정적이 응접실을 집어삼킨다· 비비가 입을 열지 않으니 그 밑의 누구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를 바라보는 비비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마침내 그녀가 말을 건넸다·

“나를 알고 있나?”

“저는 이미 한 번 공녀님을 뵌 적 있습니다· 어젯밤처럼 생생한 기억입니다·”

“음 나는 기억이 안 나는데 어디서 본 거지?”

“꿈결처럼 잠시 스쳐갔을 뿐입니다· 말씀드려도 공녀님은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래 지금처럼 제대로 마주한 게 의미가 있지· 대마법사님의 제자와 대면하게 되다니 감회가 남다르구나·”

“저 또한 공녀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다만 실베린 교수님은 잠시 절 거둬주신 것이며 스승님의 마법적 위상과 제 능력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그 꼬리표가 없다면 전 그저 미천한 고아에 불과합니다·”

그러자 비비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조롱하는 것처럼 한동안 큭큭 웃고는 말했다·

“아아 그렇구나· 하지만 능력이 있다면 대우해주는 것이 내 원칙이며 무능하더라도 역할을 찾아줄 것이니 걱정 말거라· 내겐 대마법사와 연이 깊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단다· 다만 그동안 줄곧 내 앞에서 모습을 감추더니 이제서 모습을 드러내고 내 앞에 무릎꿇은 이유가 궁금하구나·”

데미안은 비비의 얼굴을 다시 뚫어져라 보았다·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눈동자가 점점 확대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공녀님의 호위 임무 제안에 응하기 위해서 입니다·”

비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흠 어째서지? 이터니아에서도 네 차출을 거부했었다· 한데 마음을 바꾼 이유는 무엇이더냐?”

부귀영화에 마음이 동한 것일까· 비비의 미모에 잠시 혹한 것일까· 그게 아니면 영광이니 뭐니 하는 대의명분을 들먹이며 속내를 감출 수도 있었다·

데미안은 다시 비비의 눈을 똑바로 주시했다· 곱상한 외모와 덤덤한 표정과는 다르게 그의 눈빛엔 강렬한 무언가가 서려 있었다· ​

그 눈빛에 서린 감정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애매했다· 슬픔 분노 열의 등과 같은 표현과는 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데미안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비비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답변을 듣고 잠시 숨을 멈췄다·

   그는 대담하기 짝이 없었다·

“그저 머리를 식힐 일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우직하고 흔들림 없는 어조· 비비는 그제서야 그의 눈빛 속에 감춰진 감정의 정체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건 ‘광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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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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