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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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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1

공녀는 이터니아의 사람이 아니기에 본격적인 출정식은 리그베드에서 행해진다·

호위 임무라 해서 일개 학생에게 과중한 업무를 지우는 것도 아니다· 그저 교류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행사라 굳이 학생들을 환송할 만큼 수고를 들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떠나는 길은 잠잠했다·

‘놀고먹으면서 인지도까지 쌓는다’는 인식만 가득한 대외 행사였다· 그렇기에 임무에서 아무리 큰 성과를 이뤄도 성적 평가에서 수석급의 평점으로 치환해주는 일도 없었다·

비비 공녀의 호위대와 합류하기 위해 말부터 문짝 바큇살까지 전부 검은색으로 깔맞춤한 마차에 올라탔다·

바퀴가 서서히 구르기 시작할 즈음 귀에 익숙한 새소리가 들렸다·

삐약!

불의 정령이 통통한 몸을 이끌고 힘겹게 마차 창문으로 날아온다· 다리에는 무언가가 매달려 있다·

나는 서둘러 창을 열고 정령의 다리에 묶인 물건을 풀어냈다·

손뜨개로 직접 짜 만든 아담한 양모 주머니다· 그 안에는 납작한 돌을 조각해 만든 부적이 들어 있었다· 리그베드의 골동품점에서 유행하는 행운의 부적이었다· 아무런 효과는 없지만 어떤 의도로 넣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내 정령과 매일 놀아주는 사람이 누군지는 이제 모를 수가 없지· 순환계 실습이 끝나고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는데·

말들이 박차를 가하고 이터니아의 풍경이 빠르게 흐른다· 그리다 문득 멀찍이서 금발 머리의 소녀가 창밖 풍경 안에 들어온다· 어떻게 알고 나왔을까· 그녀는 마차를 보며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 나에겐 트리샤랑 세실 말고 친구가 하나 더 있다·

우리는 아직 친구처럼 지낼 수 없다· 직접 대화할 수도 없지만 가벼운 몸짓 하나가 백마디 말보다 더 깊게 각인된다·

나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

율리시아 공국은 이터니아와 국경이 맞닿아 있기에 그레이스 산맥을 무사히 넘어가기만 하면 하면 공국의 영토에 진입하게 된다· 다만 국경에 손쉽게 진입한다고 이후 여정이 순탄할 거라 착각해선 안 됐다·

이터니아와의 국경 접경지에서 한동안 나아가면 바르비시아 지역이 나온다·

천연 장벽이라 불리는 광활한 습지· 강물은 수시로 범람하고 날씨는 극도로 변덕스럽고 부글부글 끓는 습지에선 독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그나마 멀쩡한 곳은 발이 푹푹 빠져서 몸집이 무거운 플랜테라와 두꺼운 판금 갑주는 무용지물이 될 정도의 극한의 환경을 자랑한다고 들었다·

   더군다나 대부분 농지로 쓰기에도 부적합하고 대규모 물자 보급도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다·

그래서 바르비시아에는 소규모의 자유민들과 부락 만이 있을 뿐 관할하는 영주도 없고 공국의 통치를 아래 놓여있지도 않았다· 실제로 국경 수비대의 거점은 국경이 그어진 곳보다 한참이나 먼 후방에 자리 잡고 있다·

   바르비시아는 오로지 지도상으로만 공국의 영토인 것이다·

“정확히 어디를 거치는지는 알 수 없습니까?”

“자네에겐 권한이 없다· 마차에 얌전히 앉는 게 자네 할 일이다··” 

공녀가 어떤 경로로 이동할 것인지는 공녀의 최측근만이 알 뿐· 나는 그저 대략적인 경유지조차 알지 못했다· 보안 때문인 듯했다· 팍팍한 일정을 고려해 볼 때 최단 경로인 바르비시아 지역을 횡단하는 건 확실했다·

나는 최종 목적지인 공국의 수도 대도시 샤르니안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 눈동자를 내려 그 남서쪽 사흘거리에 있는 성도까지의 가상의 선을 그려냈다·

실베린이 있는 곳· 말을 타고 밤낮없이 달리면 이틀 내외로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만약 이 일이 무사히 끝난다면 내 두번째 여정지가 될 곳이다·

***

리그베드에서의 간단한 출정식이 끝나고 마차 6대 짐수레 2대 쉰 명가량의 호위대를 대동한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공녀와의 계약 당시 나는 호위대 자격을 부여받았지만 실상 받는 대우는 기대와는 달랐다· 호위대는 길게 이어진 마차들 옆에서 말을 타거나 두 발로 이동하는데 나는 마차에 들어가길 명령받았다·

나를 우대해주려는 것인가 싶었지만 잠시 뒤 나와 동승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처지를 파악했다·

내가 탄 4인승 마차에 다섯의 어린 시녀들을 구기듯 밀어 넣는 걸 보면서 말이다· 이들은 일행 중에서 가장 신분이 낮은 이들이었다·

시녀들이 대부분 어리고 몸집이 작아서 망정이지 살집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샌드위치처럼 간신히 숨통만 트인 채로 버텨야 했을 것이다·

몸을 최대한 문에 붙여도 시녀들과 몸을 가까이 맞대 민망해지는 건 피할 길이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어린 시녀 하나가 나와 몸을 붙이고 쭈뼛거렸다·

내가 마차에서 내리려 하자 호위대 기사 하나가 엄령을 내렸다·

“자리를 지키라는 대장님의 명이다· 이동 중에는 임의대로 제 위치를 벗어나선 안 된다·”

이들은 날 호위대의 일원이 아니라 지켜야 할 짐짝 취급을 하는 듯했다·

“공녀님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여러 번 날 불러내고 흔쾌히 내 맹세를 받아주던 사람이 어째서 이런 취급을 하는 것일까·

말단 기사의 대답은 차가웠다·

“자네가 공녀님을 직접 뵐 권한은 없다·”

고작 해봐야 마차 세 대만 건너면 앞으로 가면 볼 수 있는 거리인데 절차를 이유로 들어 내 요청을 잘라냈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내 능력을 조금도 신뢰하지 않았고 아무런 일을 맡기려 들지 않았던 것이다·

텃세라고 보기엔 이번에 호위대에 합류한 이터니아의 한 3학년 선배는 당당히 말을 타고 호위대와 길을 나란히 하고 있었다·

공국의 제안을 여러 차례 거절하고 건방진 태도를 보여 나만 밉상으로 찍힌 것일까·

중요도가 낮은 사람이 탄 후열 마차에는 호위벽이 느슨하고 공녀가 탄 마차는 가장 촘촘하다· 문제는 꿈에서 우릴 추격하던 사람들이 바로 그 공녀의 마차를 호위한다는 것이다·

내가 정신줄을 놓아서 공녀를 납치하는 것이 아니라면 역모와 배반 정도가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다· 공녀를 암살하기 위해 원군 요청을 할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해 공녀를 죽이는 계획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내 추론이다·

꿈속의 상황이 언제 어떤 식으로 실현될지는 전혀 모른다· 어쩌면 전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내 예지몽이 있는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는 단 한 번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상시 대처할 수 있도록 나는 공녀의 마차 옆에 붙어 있어야 했다·

동승한 시녀들이 동료들과 슬쩍 눈빛으로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내가 이 자리를 안 내켜 하니 그들은 더욱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이 상황은 어찌 보면 스스로 자처한 것이니 불평해선 안 된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매 순간 최선의 수를 두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리 동승하게 됐군요· 저 혼자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괘 괜찮아요·”

시녀들이 어색하게 웃는다· 반은 그냥 어색함을 풀기 위한 억지웃음이고 나머지 반은 적당한 호의가 섞인 웃음이다·

그 실낱같은 호의를 나는 놓치지 않았다· 저건 굉장히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거니까·

***

조용하고 지루한 여정은 해가 저물자 잠시 멈췄다·

호위대는 굽이친 그레이스 산맥의 둘레길을 지나 주변의 전경이 훤히 보이는 둔덕에서 캠프를 차렸다·

   다들 저녁 식사 준비에 한창 바빠서 여기저기 모닥불을 피우고 철제 냄비에 물을 끓여댔다·

비비의 직속 보좌관 제럴드가 멀찍이 떨어진 한쪽 막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장 어린 시녀들을 모아둔 허름한 막사였다·

그곳에선 한 남자의 음성과 이에 반응하여 여러 소녀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데미안은 시녀들과 친해지다 못해 한나절 사이에 친구가 된 듯 보였다· 속된 말로 얼굴값 한다는 표현처럼 과묵하고 진중하고 때로는 음울하게까지 비춰지던 그 소년은 지금은 갑자기 돌변해 여색에 눈이 먼 것 같았다·

사람을 잘못 읽어냈던 것일까· 아니면 나름의 계략이 있는 것일까· 소년은 하루만에 다른 부류의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그곳을 지켜보다가 곧장 공녀가 쉬고 있는 천막으로 돌아갔다·

호화로운 캠프에서 비비는 양동이에 발을 쭉 담그고 시녀는 바쁘게 발을 닦고 있었다·

“데미안 군이 자신을 공녀님의 직속 호위로 기용해달라는 요청을 오늘만 네 차례나 올렸습니다·”

공녀는 픽 웃고는 여유롭게 찻잔을 저었다·

“알았어요·”

“공녀님 요청을 묵살해도 괜찮겠습니까?”

“음 지금은 어떤가요· 분에 겨워서 덜덜 떨던가요? 활약할 날을 기다리며 칼을 갈던가요?”

제럴드는 좀 전에 본 풍경을 그대로 전했다·

“단념하고 시녀들과 어울리기로 한 모양입니다· 어찌나 능글맞던지 주변 병사들이 아니꼽게 볼 정도입니다· 마음을 바꾼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 시녀들과 같이 빨래나 접시닦이를 시키세요· 호색한처럼 놀다 계집들처럼 접시닦이 따위의 허드렛일을 도맡게 되었단 소문을 기꺼이 감당할 생각인가 보네요· 무려 대마법사의 제자가 말이죠· 본인의 길을 찾아서 다행이군요·”

“····”

데미안이 눈치도 없는 멍청이라면 시녀들과 어깨를 맞대고 놀면서 임무를 마칠 것이다· 하지만 제럴드가 본 데미안은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다·

공녀는 그냥 넘어가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곧 행동을 취하겠죠· 제 분에 못이겨 일을 벌이도록 놔둬요·”

“알겠습니다·”

독이 든 미끼를 물 때까지 굶기는 계략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기회를 주지 않고 억누르다 보면 결국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벌이거나 위험한 임무도 덥석덥석 물어버리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자처한 일을 온전히 끝내지 못하면 완전히 무너진다·

비비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바르비시아 지역은 마수로 고통받는 백성들이 많다는군요·”

“····”

제럴드는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데미안을 길들일 수 있을까?

실베린은 절대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실베린의 힘을 탐한 수많은 권력자들이 그녀를 회유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결코 길들여지지 않았다·

그런 독한 여자가 직접 받아들인 첫번째 제자다· 수많은 마법사가 탐내는 자리를 쟁취한 소년이 정말 미끼에 물려 질질 끌려다닐까·

***

나는 시녀들과 함께 냇가로 내려가 저녁 요리에 쓸 감자를 씻었다· 이들은 내 또래라 그런지는 몰라도 호위대보다는 태도가 물렁했고 그 덕에 친해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섯 시녀 중 하나인 미샤가 내 물음에 친절하게 대답했다·

“기사들로 편성된 1번대 지휘는 펜릴님 마법사 부대는 2번대는 알릭시아 님이 지휘하셔요· 플로랄 대회 우승자이신 니엘린 님이 이 두 부대를 총괄하고 계시고요·”

얼굴은 이미 다 기억하고 있었다· 곰 같은 근육에 이리 같은 눈매를 한 니엘린이란 중년의 기사는 항상 공녀와 가장 가까운 곳에 맴돌았다·

그리고 그 남자 또한 꿈속에서 추격하던 인물 중 하나였고·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이다·

“니엘린 님은 얼마나 강한 겁니까?”

“공국을 통틀어 검으로는 백 명 안에 꼽힐 정도로 강하셔요· 호위대에선 당연히 가장 강하시고요· 검기도 자유자재로 다뤄서 백 년 먹은 고목도 단칼에 베어내셔요·”

한 국가에서 백 명 안에 들 정도면···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그리고···제국 로얄 아카데미 출신이라 그런지 이터니아에 방문하는 걸 그리 달가워하시지 않으셨어요·”

“출신이 무슨 상관이라도 있습니까?”

“어머 이터니아랑 로얄 아카데미는 라이벌 관계라고 알고 있는데 혹시 틀린 이야기인가요?”

얼핏 들은 것 같기는 하다· 글쎄 이터니아는 별로 신경도 안 쓰는 분위기였다· 로얄 아카데미 쪽은 다르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1학년이라 잘 모릅니다·”

“아 그 그러시겠죠? 그래서 니엘린 님은 이터니아를 조금 꺼림칙하게 보시는 것 같기도 해요· 앗 그러니까···속 좁은 분이란 말이 아니라···”

“저라도 외부인을 덥석 믿고 중용하지는 않을 겁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압니다· 그럼 공녀님은 어떤 성격이십니까?”

시녀가 잠시 머뭇거렸다·

“공녀님께 무례한 언사가 될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물어보는 겁니다·”

“그··· 비비 아가씨는 자비로우세요·”

그냥 빈말이 아닐까 싶었는데 뒤에 이어지는 말을 들어보니 억지로 칭송하는 건 아니었다·

다른 시녀 하나가 이야기를 거들었다·

“맞아요! 명령을 따르고 충성을 증명하면 제 수족처럼 품어주시고 큰 보상을 내려주세요· 저희도 전부 고아에 가족도 없는데 아가씨께서 거둬주셨어요· 공녀님이 아니었으면 저희는 어딘가로 팔려갔을 거예요· 그래서 다들 존경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따르고 있어요· 다만 심기를 거스르거나 불복종하면 절대 잊지 않으셔요· 심지어 십년이 지난 가벼운 헤프닝도 모조리 기억해서 보복하셔서··· 가끔 무서워요·”

“상벌이 명확하시군요·”

좋게 말하면 그렇고 나쁘게 말하면 쪼잔한 거고·

   공국의 제안을 여러 차례 고사하고 건방진 언행까지 겸비했으니 비비 공녀가 날 아니꼽게 여길 이유는 충분했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또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고·​

이 자리에서 더 올라가려면 내 스스로 그 자격을 쟁취하는 것 말고는 없어 보인다·

“아 그것보다···호위대 중에 제국 로얄 아카데미 출신이 더 있습니까?”

***

캠프에 돌아오고서 시녀들은 냇물에 씻은 식재료들을 들고 돌아다니며 배급했다· 나도 시녀들과 함께 움직였기에 바구니를 한 손에 들고 각 조별로 배분하는데 거들었다·

그리고 호위 기사들이 날 어떻게 여기는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날 적대하는 따가운 시선들·

“니미럴 거· 카악- 퉤·”

내가 옆을 지나가면 가래를 싹싹 긁어서 뱉는가 하면·

계집에게 추파를 보내듯 휘파람을 불며 신경을 자극해대는 건 그나마 나았다·

“미샤 이리로 와· 이상한 친구랑 같이 놀지 말고·”

“아 하하 저는 마저 할 일이 있어서요·”

눈독들이던 어린 시녀들에게 내가 접근하니 더 반감이 커진 것일지도 몰랐다·

“나도 여자랑 살 좀 문대고 싶네· 그렇게 하면 이 ‘뜨거운 머리’를 식힐 수 있을 것 같은데·”‘

“푸하하하하!”

뒤에서 대놓고 들으라는 듯이 조롱을 날리고 박장대소를 해댔다·

공녀에게 무례하게 대한 내 모습이 여간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나는 누구도 반기지 않는 인물이 되어 있었다·

나는 일일이 반응하지 않았다· 묵묵히 식량 배급에 집중했다·

“스튜 재료입니다· 물이 끓을 때 넣으시면 됩니다·”

마지막 조에 배급하고 지나가려는 도중 기사 하나가 내 앞에 발을 슬쩍 내밀었다·

마침 잘 됐다 하는 마음으로 그 발애 일부러 걸려주었다·

철퍽!

나는 그대로 크게 고꾸라졌다·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건 물론이거니와 바구니를 놓쳐서 그 안에 있던 당근과 감자 버섯이 쏟아져서 바닥에 굴렀다·

몸은 흙범벅이 되고 이를 본 기사들이 세상을 떠나가라 폭소를 터트렸다·

“아하하하하하!”

“큭큭큭 아하하하하!”

“아하하하! 이거 순 병신이구만!”

웃다가 숨이 넘어가는가 아닐까 싶은 정도로 꺽꺽 웃어댔다·

내 모습을 본 시녀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담담하게 흙을 툭툭 털었다·

그리곤 내 발을 걸었던 기사의 검집을 슬쩍 흘겨보았다· 입을 벌린 황금 사자가 근엄하게 박혀 있다· 제국 아카데미 우등 졸업생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라고 들었다·

아직 웃느라 바쁜 발을 건 기사에게 소리쳤다·

“제국 아카데미의 예법은 이런 식이군요·”

그리고 웃음기가 빠르게 잦아들기 시작했다· 다들 눈이 동그래져서 이쪽을 주시한다·

다들 ‘내가 잘못 들었나?’ 하는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좌중들을 향해 나는 다시금 소리쳤다·

“당당하게 싸울 줄 모르니까 뒤에서 씹고 조롱하는군요· 이게 제국 아카데미만의 예법입니까?”

“뭐 이 새끼야?”

발을 건 기사가 검을 쥐고 벌떡 일어나 내 앞에 다가왔다· 통나무 같은 팔뚝으로 내 어깨를 툭툭 밀쳤다·

“너 지금 뭘 건드리는지 알고 하는 말이냐?”

“불만이 있으면 기사답게 실력으로 말하십쇼· 치졸하게 굴지 말고·”

“무기 가져와 이 새끼야·”

날 비웃던 이들이 전부 살기 가득한 얼굴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이들 중 삼 분의 일은 제국 아카데미 출신이다· 심지어 지휘관까지 포함해서· 뭘 건드리는지 아냐고? 잘 알다마다·

잘못 걸린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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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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