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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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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2

성도엔 초대받지 못한 이들은 접근이 불가능한 구역이 있었다·

황궁과 비견될 정도의 호화롭고 넓은 구역을 백 명도 안 되는 소수의 인원만이 이용했기에 그곳은 조용하고 한적했으며 좀처럼 낯선 사람과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현 성녀의 이름을 따서 지은 플렌체 광장에서 실베린과 에르제베트는 가벼운 담화를 나누며 긴 회랑을 지나고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층고 덕분에 황금빛 저녁노을이 회랑을 그대로 관통했다·

실베린의 걸음걸이에 따라 머릿결이 일렁이며 반짝거렸다·

그러던 중 회랑 위로 윙 소리와 함께 스티치가 지나간다· 아주 미세한 소리지만 실베린은 이를 감지하고는 살짝 곁눈질했다· 아닌 척하며 은연중에 신경 쓰고 있었다·

에르제베트가 그 미묘한 행동을 포착하고는 말했다·

“마음은 아직도 이터니아에 있나 보군요·”

실베린이 에르제베트의 시선을 능청스럽게 회피했다·

“···제자가 요즘 연락이 뜸해지다 보니·”

에르제베트가 잔잔하게 웃었다·

“적응기에 놓인 아이들은 온 신경을 주변 환경에 쏟기 마련이에요· 그 아이는 잘 지낼 거예요·”

“···”

“당신이 이리도 심려를 기울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처음 데려왔을 땐 이렇게 정을 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죠·”

그러던 중 회랑의 맞은편에서 한 노인이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

백발의 머리와 수염· 다부진 몸에 팔다리가 곧게 뻗은 덕에 전혀 늙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실베린과 에르제베트를 기다렸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존경을 표했다·

‘하얀 사자’라 불리는 제국의 소드마스터 칼리오스였다· 그는 열 걸음쯤 간격을 두고 멈추어 섰다·

“허허 이 자리에서 우연히 북부의 영웅을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실베린과 에르제베트도 똑같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존경을 표했다· 이들은 구면이었다· 첫 번째는 북부의 전장에서 두 번째는 데미안의 마스터스 클래스 심사에서 만난 적 있었다·

에르제베트가 말했다·

“다시 뵙는군요· 소드마스터 칼리오스님·”

칼리오스는 손사래를 쳤다·

“그 낯간지러운 칭호를 짊어지기엔 이젠 너무 늙었소이다· 조만간 후배에게 자리를 넘기고 후학 양성에 전념할 생각이오· 이 늙은 몸뚱이는 그저 원로 교육자의 자격으로 성도에 초대받은 것이외다·”

에르제베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교육자의 자격으로 초대받은 건 저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허허 그렇겠구려· 마침 나눌 이야기도 있고 한데 잠시 길을 나란히 해도 될는지요·”

에르제베트가 흔쾌히 승낙했다·

“얼마든지요·”

이들은 셋은 나란히 회랑을 나아갔다·

에르제베트가 먼저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

“아직도 제국에서 교직에 몸담고 계실는지요·”

“지금은 손을 뗐소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든 절정의 경지까지 키울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건만 그게 허상이고 내게도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소·”

“저희도 공감하는 이야기입니다·”

“위대한 석공은 조각을 하는 게 아니라 바위 안에 잠든 걸 발굴한다 하였소· 그 말을 절절히 깨우쳤구려· 최고의 작품을 위해선 옥석을 잘 고르는 게 핵심이오· 조약돌의 잠재력을 끌어내 봐야 조약돌이오· 나는 여태껏 조약돌을 키우느라 시간을 허비했소·”

“그 모든 게 무의미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의 넋두리와 실상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칼리오스의 제자 중 일부는 대륙에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뒤를 이을 제자가 없어 만족하지 못할 뿐이었다·

“나도 그리되길 바라겠소· 그보다 이번에 성도에 보기 드문 옥석을 들였다 하지요· 귀하들께선 젤단의 후계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셨는지요·”

실베린이 말했다·

“교단에서 호들갑을 떨 정도로 재밌는 친구가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요·”

칼리오스는 뒷짐을 지고 걸으며 말했다·

“교단에선 그 녀석을 젤단의 후계자로 낙점한 듯하오· 이는 즉 북부 전선을 그 소년과 차기 성녀를 중심으로 재편하겠단 소리겠지요·”

그리고 젤단의 후예를 성장시켜줄 역할은 이번에 소집한 대마법사와 소드마스터들에게 일임될 예정이었다·

“칼리오스 님의 소감은 어떠신지요·”

“이 몸은 이미 교단의 요청을 받고 그 소년과 대면했소· 한 번 검도 맞대보았고· 과연 교단이 발칵 뒤집힐 정도로 탁월했소· 기본기는 빈틈이 없었고 수많은 유파의 검법을 익히고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하기도 했소· 또래들과의 대련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는구려· 제국 로얄 아카데미에서 몸담을 적 거쳐 간 놈 중 가장 뛰어난 잠재력이었소·”

“칼리오스 님이 이 정도로 후한 평가를 하는 건 오랜만이군요·”

“교단이 꼴사나웠던지라 사실 내키지 않았지만 인정해야 했구려·”

에르제베트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흥미롭군요· 칼리오스 님은 마스터스 클래스 심사도 맡아주셨죠· 마침 이 기회에 우리 이터니아가 품은 데미안에 대한 진솔한 평가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칼리오스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는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흠 이 자리에서? 날 곤란하게 하는구려· 있는 그대로 말하겠소· 그 소년은 기본기는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부족하오· 싸우는 방식도 무모하기 짝이 없소· 그뿐만 아니오· 검에 힘을 싣는 방식은 푸줏간 도축업자에게도 못 미치는 수준이오· 임기응변에 과하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요·”

데미안을 직접 키운 스승의 면전에서 악담에 가까운 평을 쏟아냈지만 에르제베트와 실베린은 조금도 불쾌한 기색 없이 싱긋 웃었다·

칼리오스가 한박자 뜸을 들이고 경쾌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이 몸이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경이로운 재능이었소· 일생동안 검을 잡았는데 그대들보다 옥석을 못 찾으니 내 어찌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겠소·”

***

기사들이 원형으로 모여 간이 대련장이 마련되었다· 먹잇감을 노리는 늑대 무리가 어린 양을 포위한 것 같았다·

데미안의 발을 걸었던 남자는 투구를 벗어서 옆에다 휙 던졌다· 볼에서 목까지 수직으로 그어진 흉터가 드러났다· 

그가 손가락으로 흉터 라인을 쓸어내면서 말했다·

“네 얼굴에 이것보다 더 이쁜 자국을 남겨주마· 네 첫 인생 수업의 훈장이라 받아들여라·”

명예를 걸고 싸우는 결투이므로 싸우는 과정 중에 생긴 상처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을 물 수 없었다· 

“···”

데미안은 도발에 응하지 않고 실베린이 주었던 검을 뽑아 손수건으로 검날을 닦았다·

호위대의 기사들은 데미안의 모습을 보며 낄낄 웃어댔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애당초 대결 자체가 한쪽으로 과하게 기울어 있었다·

그는 이제 갓 1학년 첫 학기를 나는 풋내기 중에 풋내기이고 상대는 제국 로얄 아카데미에서 우등 졸업생이자 실전 경험까지 쌓은 호위대 기사다·

제 아무리 대륙 최고의 아카데미에 소속되어 있다고 한들 나이와 경험의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이터니아와 제국 아카데미는 교류전도 치른다· 수많은 경험이 누적된 덕에 제국 아카데미는 더 이상 이터니아를 반석 위에 올리고 추앙하지 않는다· 

제아무리 잘나도 이터니아의 1학년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

세상 물정 모르고 이터니아와 실베린의 뒷배에 기고만장해서 무리한 도발을 던진 것이리라·

호위 기사들은 이 상황을 은연중에 기다리고 있었다· 주군에게 불손하게 행동한 애송이· 더 나아가 기사들이 몸담은 아카데미를 비난하기까지· 이 자리에서 데미안의 편은 없다· 기사들의 세계에선 자신의 주제를 모르고 행동하는 자는 죽음을 맞는다· 이 오만한 청년은 이번 일로 뼈아픈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준비가 끝나고 서로 세 발짝을 남기고 마주섰다· 칼끝이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서 각각 상대의 눈을 바라보았다·

칼자국의 남자는 데미안의 자세를 보고는 속으로 웃었다· 초식부터가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칼자국이 먼저 대치 상태를 깨고 검을 번쩍 들고 달려들었다· 그렇게 결투가 시작되었다·

“크아아압!”

우렁찬 기합과 함께 사선으로 검을 그었다·

캉!

검이 서로 맞닿았다· 

데미안의 검이 살짝 흔들렸다· 실력을 가늠하는 데에 긴 시간은 필요 없다· 검사는 맞대면 바로 느낄 수 있다·

데미안은 힘에서 조금 밀리는 듯 보였다·

“옛 생각이 나는구만· 교류전에서 네 조상 격 되는 선배님도 내가 바닥을 기게 만들었지·”

“···”

“지금이라도 내 가랑이 밑을 거면 용서해주마·”

데미안은 대꾸도 없이 살기가 깃든 눈으로 검을 받아낼 뿐이었다·

칼자국이 맞닿은 검에다 힘을 넣어 데미안을 밀었다· 그는 큰 저항 없이 뒤로 몇걸음 밀려났다· 

자세를 가다듬기도 전에 칼자국이 다시 달려들었다·

“죽어!”

챙! 챙!

데미안이 괴력이 담긴 일격을 연신 막아냈다· 반사신경은 제법 쓸만한 수준이었지만 방어에 급급한 나머지 합이 이뤄질수록 그는 뒤로 조금씩 밀려났다·

“이터니아의 교수는 학생에게 후퇴만 가르치나 보군·”

데미안은 점점 기사들이 서 있는 한계선까지 밀려나기 시작했다· 

구경하는 이들이 그 모습을 보며 야유를 쏟아내고 조롱해댔다·

기세를 보아 별다른 이변도 없이 결판날 것처럼 보였다·

칼자국의 남자는 검을 더 거칠게 휘두르며 박차를 가했다·

챙! 챙! 

불꽃이 튈 정도로 검이 강하게 맞부딪힌다· 

데미안이 일방적인 열세였지만 이렇다 할 만한 결정타는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칼자국의 남자는 이를 꽉 깨물었다· 

분명 구석에 몰아붙였지만 데미안은 그의 공격을 근본도 없는 몸동작으로 모두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한계선을 넘어서까지는 절대 밀려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기사들의 얼굴이 살짝 경직되었다·

“죽어 죽어!”

칼자국의 남자가 목에 핏대가 서도록 힘을 실었다· 검격에 더욱 속도가 붙어 검을 부딪치는 간격이 더욱 좁아졌지만 그는 생채기 하나 입지 않았다·

약이 바싹 오른 상대는 방어라는 선택지를 완전히 던져버리고 허수아비를 패듯 무차별 칼질을 시작했다·

챙! 챙! 챙!

그 전부 맞았다면 다짐육이 될 법한 난도질마저 데미안은 외줄타기를 하듯 한계선을 이동하며 전부 수비했다·

곡예를 펼치는 듯한 신들린 몸놀림이었다·

그 모든 공격이 허공을 가르거나 막혀버리는 수준에 끝나자 남자의 얼굴에서 점차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다·

대결 국면이 서서히 전환되고 있었다· 이제는 그 공격 패턴에 익숙해진 듯한 모습이었다·

데미안의 일방적인 열세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구경꾼들은 결투의 양상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걸 깨닫곤 그대로 얼어붙었다·

데미안은 정수리를 내려찍는 검격을 피하고 상대의 명치를 발바닥으로 걷어찼다·

“쿠헉!”

남자가 침을 토해내며 허리를 숙이고 뒤로 쭉 밀려났다·

구경하던 기사들이 ‘내가 뭘 본 거지’하는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발차기는 이 결투에서 첫번째로 나온 유효타였다·

데미안이 이제는 앞으로 나섰다· 

남자가 명치를 붙잡고 위협하듯 크게 반원을 그리며 칼을 휘둘렀다·

“흐아압!”

그의 맥없는 기합소리만 허공에 울려 퍼졌다·

복통이 조금 풀어지자 남자는 허를 찌르기 위해 정면으로 튀어나왔다·

데미안은 예상했다는 듯이 그의 공격을 한 손에 쥔 검으로 막아서 미끄러지듯 흘렸다· 그리곤 남은 한 손으로 자신의 검집을 잡아서 몽둥이처럼 냅다 휘둘렀다·

빠악!

검집이 사내의 손목을 정확히 강타했다·

“으아아악!”

검이 바닥에 나가떨어지고 남자는 손목을 잡고 바닥을 굴렀다·

그 장면을 본 이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데미안은 바닥에 구르는 남자를 보며 검집을 허리에 꽂고는 손을 툭툭 털었다·

실전이었으면 그 사내의 손목이 잘려 나갔을 것이다· 이미 결판은 난 거나 다름없었다· 

데미안은 말하기도 귀찮은 모양인지 휙 돌아서서 결투장 밖으로 걸어 나섰다·

그러자 칼자국의 남자가 몸을 기어서 떨어진 검을 다시 줍고는 소리쳤다·

“아직 아직 안 끝났어 이 새끼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언가 번쩍하더니 허공을 찢으며 그의 옆에 날아들었다·

캉!

데미안이 쥐고 있던 검이 화살처럼 날아가 바닥에 놓인 투구에 박혔다·

검날이 정확히 투구의 안면부를 관통해있었다·

칼자국의 남자가 일어서다 말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관통된 투구를 가만 주시했다· 어떻게 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었다·

​나가려던 데미안이 작정한 듯이 몸을 돌려 다시 결투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 말 후회하게 될 거다·”

***

 한 병사가 갑옷을 달그락대며 보좌관 제럴드의 천막에 황급히 달려왔다·

“제 제럴드님 일번대 기사 캠프에서의 벌어진 소란을 한 번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럴드가 공국에 보낼 서신을 적으며 대수롭지 않은 듯이 답했다·

“무슨 일이더냐·”

“기사들이 서로 언쟁하다 못참고 결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게 그리 특별한 일이더냐·”

평온한 날이 길어지면 기사들이 간이 대련을 통해 전투 감각을 날카롭게 가다듬고는 했다· 기사들이 으레 하는 일이 그게 결투 아니던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문제가 생겼다 한들 1번대 지휘관 선에서 끝날 일을 왜 굳이 제럴드에게까지 들고오는지 의문이었다· 그는 사후 결과를 보고받으면 되는 위치였다·

“그것이···대마법사 님의 제자와 한 호위 기사와 시비가 붙어서 한바탕 결투를 치르고 있습니다·”

제럴드가 집무를 보다말고 관심을 보였다·

“뭐라고? 1번대 지휘관은 어디에 있느냐·”

“니엘렌 호위대장님과 함께 비비 아가씨의 산책길에 호위에 따라나셨습니다·”

제럴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데미안에겐 큰 악재였다· 검을 다루는 자들은 뭉치면 늑대 무리와도 같이 변한다· 집단에 이익이 되지 않거나 규율을 흐리려고 하면 집단으로 따돌리고 장난삼아 물어 뜯으며 괴롭힌다·

데미안은 그 늑대 무리에서 낙오자로 완전히 찍힌 모양이었다· 제럴드라도 직접 나서서 상황을 중재해야 했다· 호위대를 위해서가 아닌 데미안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외투를 걸쳤다·

“당장 결투가 벌어진 곳으로 안내하도록·”

제럴드는 한 병사의 안내를 따라 1번대 캠프로 향했다· 가지런히 정렬된 천막들과 부글부글 끓는 냄비 주변에 개미 한 마리도 없었다· 멀찍이 어느 한 공터에 기사들이 어지러이 군집해 있었다· 결투가 벌어지는 곳이었다·

헌데 시끌벅적해야 할 그 현장은 찬물을 뿌린 것처럼 조용했다· 그 어떤 야유나 조롱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둔탁한 타격음이 퍼지고 있었다·

퍽 퍽 퍽·

“무슨 일이냐· 전부 나와라!”

제럴드가 크게 호통치자 기사들이 황급히 길을 열었다·

커튼콜이 내린 것처럼 무대가 스르르 나타났다·

그 중심에서 한 남자가 누군가의 위에 올라타서 살벌하게 주먹을 내리꽂고 있었다· 그 옆엔 투구에 박힌 검이 보였고 바닥에 흩뿌려진 피와 붉게 물든 주먹이 보였다·

제럴드는 위에 올라탄 사람을 보곤 눈을 꾹꾹 눌렀다 떴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바로 데미안이 호위대의 기사를 상대로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중이었다·

제럴드가 그의 뒤에 서자 이를 감지한 듯 주먹이 허공에 우뚝 멈췄다· 굳이 뒤를 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겠다는 듯이·

데미안이 마운트를 풀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곤 제럴드에게 신사다운 몸짓으로 인사를 건넸다· 피투성이가 된 몸이라 그 인사는 기괴하게 느껴졌다·

“자네는 이번 일에 대해 내가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저는 호위대의 기사로부터 결투 신청을 받았을 뿐이고 제 명예를 위해 하는 수 없이 싸웠을 뿐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모든 사내들이 증인입니다·”

제럴드가 이를 지켜보던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결투라 그게 사실이더냐? 그 어떤 부정이나 기만이 없는 것이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한 주먹다짐이었다면 기사의 동료들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데미안은 순수한 실력만으로 이 기사를 제압하다 못해 묵사발을 내버렸다는 말이다·

이제 고작 이터니아의 1학년 1학기를 시작한 학생이·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 자리에 모인 기사들도 마찬가지로 생애 겪지 못한 충격에 잠긴 얼굴이다· 고작 소년 하나 때문에 잔뜩 질려버린 것이다·

데미안이 제럴드를 올려다보았다· 아직도 투기가 남은 탓에 그 눈빛은 인간보다는 맹수에 가까웠다·

데미안이 말했다·

“이번 결투로 인하여 호위 인력에 공백이 생겼군요· 더 쓸만한 대체자를 찾아 전력을 보강하셔야겠습니다·”

어조는 진중했지만 그 안에는 빈정거림이 한 스푼 가미되어 있었다· 호위대에 넣어달라는 그의 요청을 일부러 상기시키려는 듯이·

제럴드는 데미안의 은근한 도발을 슬쩍 흘려보냈다·

“보다 확실한 증언을 모아서 소란을 일으킨 둘의 처분을 결정하도록 하겠다· 이 모임은 즉시 해산하고 저 친구는 들것에 실어 치료해주도록·”

상황은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제럴드는 휙 돌아서 자리를 빠져나왔다·

돌아가는 내내 근엄한 얼굴을 유지했지만 천막에 들어서자 안도의 미소가 슬그머니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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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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