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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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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3

데미안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 같은 난리통을 겪고도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처럼 본래 주어진 일을 수행했다·

시녀나 잡부가 하는 허드렛일을 말이다·

기사들이 한동안 충격에 잠겨 허우적거릴 정도의 전투 능력을 지녔음에도 그는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했다·

자신의 역할에 불만을 꾸준히 표하긴 했지만 불합리해보이는 임무일지언정 주어진 것을 등한시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를 아무도 비난할 수 없었다· 

“스튜 재료입니다·”

데미안은 남은 식재료를 각 조에 배분하는데 전념했다·

일관되게 쭉 미쳐 있었으면 차라리 더 나았을 것이다· 싸움에 굶주린 그 눈빛을 보았기에 호위대의 기사들은 지금 같은 정중하면서 차분한 모습이 도리어 더 불안했다· 

기사들은 모닥불 하나에 네다섯씩 모여 앉아 그날 벌어진 결투에 대해 한마디씩 나눴다·

“소렐 그 얼간이 자식이 아니라 한스나 브뉴웰같은 놈이면 이기고도 남았을 거야·”

“부대장님이나 니엘렌 님한테는 한참 부족하지·”

데미안의 상대 기사가 방심했다느니 상관들에게는 뼈도 못 추릴 것이라느니 하는 소리를 해댔지만 그들도 알고 있었다· 데미안과의 비교 대상에 수뇌부를 갖다 붙이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는 고작 이터니아의 1학년에 불과했으니까·

“이터니아는 각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특출난 애들만 가는 곳이라지·”

   기사들에게 이터니아의 위상도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 자식은 생채기 하나도 없었어· 그 반사신경으로 머저리 같이 발에 걸려 넘어지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

“그 자식 일부러 걸린 거야·”

“그건 너무 갔어· 그냥 방심하다 걸린 거겠지·”

몇몇 호전적인 기사들은 다시 기회가 나면 자신이 데미안에게 대결을 신청할 거라 큰소리 쳤지만 정작 언제 대결을 치를지에 관한 말은 하지 않았다· 누가 이길거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고 베테랑 검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이상 이겨야 본전이고 지면 잃는 게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결투는 호위대가 당초 목표했던 노선을 뒤튼다던가 하는 두드러지는 변화를 불러오지는 못했다· 이기고 지고 싸우고 맞는 건 기사들에겐 일상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모든 게 그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이젠 아무도 데미안을 조롱하거나 얕잡아보지 않았다·

데미안이 근처에 지나가면 중얼거리던 병사들이 조용해졌다· 또 분란을 일으켰다가 나이도 어린 놈한테 봉변을 당할 수도 있었으니 조심해야 했다·

제국 로얄 아카데미 출신 기사들의 정신적 충격은 오래갔지만 그들도 오래지 않아 인정해야만 했다· 이터니아의 애송이라고 막 건드렸다간 큰코 다친다는걸·

***

이른 새벽부터 호위대는 이동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천막을 걷고 물자를 정비하느라 병사들이 어깨에 무언가를 지고 바쁘게 교차한다· 그러던 와중에 데미안이 비비의 직속 보좌관인 제럴드의 앞으로 다가갔다·

데미안은 사무 업무를 보고하는 듯한 감정이 빠진 어조로 말했다·

“저는 공녀님의 옆에 서고 싶습니다·”

“기본적인 절차는 존중해줬으면 좋겠군· 자네 시간표를 바꾸겠다고 교장을 찾아가지는 않는 것처럼 인사 결정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맨윗사람을 찾아갈 수는 없는 거다·”

“전 공녀님을 지키겠다고 했지 공녀님의 귀속물과 고용인들을 지키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공녀님은 병사의 배치에 관해 사사건건 신경쓰시지 않는다· 나 또한 신경쓰지 않고· 병사의 배치는 호위대장의 권한이다· 불만은 그에게 쏟아내도록·”

이게 제럴드가 베풀 수 있는 최선의 호의였다·

“···”

데미안은 말없이 돌아간다·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분명 낮에도 저녁에도 다시 찾아올 것이다·

제럴드는 데미안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사리사욕도 느껴지지 않고 시간에 따라 휘발되는 호승심 따위에 기인한 것 같지도 않았다· 공녀의 옆이 아니어도 명성을 얻기엔 충분한데 이토록 욕심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속내를 파해치기 전까진 알 수 없고 안다 해도 아직 데미안을 중용하기엔 이르다·

공녀의 곁에 서려면 자격이 필요하다· 혹독한 수련과 지옥같은 여정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만 그 옆에 설 수 있다· 더군다나 직속 호위는 비비와 일상사를 공유해야 한다· 공녀와 관련된 기밀사항이 누출되는 걸 무릅쓰고 데미안을 기용할 이유는 없었다·

공녀는 데미안을 위험에 빠트리고 싶어했다· 데미안을 가급적 비비와 안 엮이게 하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제럴드는 공녀를 진심으로 섬기고 존경했지만 그녀의 뒤틀린 일면은 때떄로 마주하기 참 고통스러웠다· 

***

여정은 다시 시작되었다· 대동하는 인원이 많은지라 당초 예상보다 늦게 그레이스 산맥을 벗어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터니아의 영향권이었기에 산적이라던가 마수라던가 하는 위협 없이 평화로웠다· 그리고 오늘 정오 즈음에 공국의 국경에 진입했다· 이제 더는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나는 덜컹거리는 마차에 앉아 침묵했다· 시녀들도 입을 꾹 다물고 있어 어색한 기운이 감돈다·

결투 덕에 나름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같이 마차에 착석한 시녀들이 어제 이후로 날 대하기 어려워한다는 게 문제다· 같은 편과 날을 세운데다 피범벅이 되도록 싸워댔으니 가장 밑바닥 지위에 있는 시녀들은 가까이하기 껄끄러울 수도 있었다· 기껏 친해진게 도로 수포가 된 기분이다·

호위대는 남동쪽으로 향했다·  나는 행선지를 고지받지 못했고 바깥 풍경을 봐도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렇지만 방위만을 따져보면 바르비시아를 거쳐가는 건 확실했다·

마차에서 남는 시간동안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생각했다·

꿈 속 풍경이 어땠는지 머리를 쥐어짰지만 뾰족하게 떠오르는 건 없었다· 위치만 알았다면 언제쯤 예지몽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는지 대략적으로 추론할 수 있었을텐데· 

그 위기의 상황은 당장 내일에 벌어질 수도 있었다· 어쩌면 오늘 밤에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빠른 시일 내에 공녀의 곁에서 활동할 수 있는 지위를 획득해야 한다·

이터니아에서 한 번 대면한 이후로 공녀한테 말은 커녕 접근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호위대 중 역모를 품고 공녀를 배신할 인물들을 추려내야 했다· 그게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

그리고 그들을 밀어내고 내가 공녀의 곁에 있어야 했다·

문제는 니엘렌이라는 공녀의 호위대장이었다·

검으로 공국에서 백 명 안에 든다는 막강한 실력자· 그리고 그도 꿈속에 나타난 추격자 중 한 명이다·

그 남자야 말로 내게 있어서 최대의 위협이 되겠지·

비비의 보좌관이 언급하기론 호위대장은 날 아직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건이 터지기 전에 미리 검을 맞대고 전력을 가늠해 볼 필요가 있었다· 마검을 꺼내지 않을 테니 승산은 없겠지만 검을 맞대서 얻어낼 정보의 가치가 컸다·

냅다 달려가서 한 판 붙자고 해도 무시하지 않을까· 분명 밑에서 계속 치고 올라온다면 가만히 있지 못할 거다·

니엘렌이 날 무시할 수 없도록 하는게 첫번째 목표였다·

***

말을 탄 기수가 우렁차게 소리친다·

“전원 제자리에!”

마차 바퀴의 회전이 서서히 줄어든다·

저녁이 가까워진 시각에 마차가 어느 작은 마을 입구에서 멈춰섰다·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허술한 울타리들· 가옥이라곤 열 개 언저리 쯤 되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러자 나와 같은 마차에 있던 시녀들이 일사분란하게 마차 밖으로 나왔다· 훈련이라도 받은 것처럼·

나는 뒤늦게 마차에서 내렸다·

시녀들은 공녀의 마차 앞에 쪼르르 달려가서 대기했다· 

호위병 하나가 문을 열었지만 공녀는 예상과는 다르게 바로 나오지 않고 뜸을 들였다·

곧이어 다리 하나가 마차문 밖으로 쭉 뻗어 나온다·

새하얗고 긴 다리· 분명 공녀의 것이었다·

뭘하는 건가 싶은 찰나에· 시녀 하나가 구두를 들고 다가가 그녀의 발에 신겨준다·

하수인이 구두를 신겨주고 나서야 그녀는 마차에 내려 직접 흙을 밟았다·

비비가 일렬로 서서 고개를 조아린 시녀들을 보고는 말했다·

“마지막 하나는 어디있지?”

“···?”

“분명 하나 더 있을텐데 그는 어디서 게으름을 피우는거지?”

시녀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한듯이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아 아가씨· 폴리라면 리그베드에 남기로···”

“아니 이터니아에서 온 새 일꾼 말이다·”

곧이어 주변에 경계를 서던 모든 호위병들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그래 호위대에 합류한 이터니아 3학년 선배를 찾는 건 아니겠지· 

곧이어 보좌관 제럴드가 내 이름을 호명했다·

“데미안! 이리로 오도록·”

공녀는 날 시녀들과 동일선상에 취급한 걸 공식적으로 시인한 꼴이다·

나는 차분하게 공녀의 앞에 다가섰다·

“찾으셨습니다· 공녀님·”

“아 그래· 이제야 오는구나· 듣자하니 동료에게 시비가 붙어 패악질을 벌였다고·”

“그건 정당한 결투였습니다·”

“그대에게 주어진 일이 천박하게 주먹질이나 해대는 것이 아닐텐데·”

“···마찬가지로 접시닦이나 식재료 나르기 같은 허드렛일도 제 일이 아니죠·”

“주어진 일에 만족을 못하나보군· 왜지? 조금만 더 가면 마차 안에서 이동하는 걸 감사하게 여길텐데· 내 옆에서 호위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요청한 게 그대인가?”

“그렇습니다·”

“아 내 충성스런 호위대장이 그대를 전투 병력에 넣어선 안 된다고 완강히 주장하더구나· 나는 숙고한 끝에 그 충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대의 안전을 위해서 말이야·”

“···”

“그대는 아직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다· 그러니 중요한 임무를 맡길 수 없다· 하지만 그대의 요청을 받아들여 내 옆에서 일할 방법을 제안하겠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앞으로 내 시녀들과 함께 구두를 대령해 직접 내 발에 신겨라· 아침부터 밤까지 내 두 다리가 일해야 할 상황이면 언제든지· 너의 요청대로 내 아래에서 일하게 해주겠다·”

순간 정적이 흐른다· 굴욕적인 대우· 호위대 기사들은 내가 무슨 돌발 행동을 취할까 긴장한 얼굴로 검을 꽉 쥐었다·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호위대장께서 제 검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스스로 증명해서 자격을 쟁취하겠습니다·”

“네 출신과 능력에 맞는 자리라 생각했는데 유감이구나·”

출신이라· 시녀들이 전부 고아니까 나까지 그 자리에 끼워넣었다는 말일까·

그러던 중 마을 쪽에서 난잡한 소란이 벌어졌다·

“비비 공녀님을 뵙게 해주십시오!”

“저희는 공녀님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호위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공녀를 보겠다 몸을 들이밀었던 것이다·

칼을 목에다 들이대도 그들은 독기가 바짝 올라서 아랑곳 않고 호위벽을 뚫으려 들었다·

비비와의 대화는 그렇게 흐지부지되고 모두의 주의가 그 외부인에게 쏠렸다·

비비가 길을 막고 있는 기사에게 소리쳤다·

“들라 하여라· 무슨 일인지 들어는 보겠다·”

길이 열리고 마을 노인네 몇몇이 공녀의 앞에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몇달을 안 씻은 것인지 악취가 훅 올라왔다·

기사들이 돌발행동을 하면 곧장 베어버릴 듯이 칼끝을 겨눈다·

노인의 자글자글한 얼굴 주름에는 검은 떼가 껴 있었고 앞니가 몇 개 빠진 상태였다· 그냥 거렁뱅이라기보단 오랫동안 기근에 시달린 몰골이다·

제일 연로해 보이는 노인이 대표로 나서서 말했다·

“공녀님 위대하고 지혜로우신 공녀님 저는 이 이름없는 작은 마을의 촌장입니다· 부디 저희를 가엾게 여기소서· 저희는 절망의 끝에서 오직 공녀님만 뵙길 기다려왔습니다·”

그러고는 이마를 땅에 박으며 넙죽 엎드렸다·

비비가 눈살을 구긴다· 이 상황이 썩 불쾌한 모양이었다·

“본래 이 근방엔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들었다· 헌데 그대들은 어찌하여 이 외진 곳에 터전을 잡은 거지?”

“저희는 바르비시아에서 쫓겨난 화전민입니다·”

바르비시아 공국의 영토지만 그 어떤 영주도 통치하지 않는 버려진 땅이다· 그리고 우리 호위대가 거쳐가야할 곳이기도 하고·

“무슨 죄를 지은 것이지?”

“제사장에게 공물을 상납하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그래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지?”

“저희는 농사를 위해 수차례 터전을 옮겼습니다· 이주해도 한두 해는 문제가 없다가 저주라도 받은 건지 갑자기 흉작이 찾아옵니다· 터전을 옮겨도 똑같은 일을 겪습니다· 밭을 개간하고 씨를 뿌리고 아무리 공을 들여도 곡식이 자라지 않습니다· 더는 이주할 수도 없고 기근에 시달려 굶어 죽은 태아의 시체라도 먹어야 할 지경입니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마을로 안내해라· 내가 직접 이곳의 사정을 살펴보겠다·”

노인은 허약한 몸을 덜덜 떨며  일어나 마을 내부로 안내했다·

공녀가 선두로 나서고 그 뒤로 긴 행렬의 호위대가 뒤따랐다·

마을은 역병이라도 돈 것처럼 조용했다· 무너져가는 집 앞에서 한 아낙네가 삐쩍 마른 갓난 아이를 안고 겁에 질린 눈으로 공녀를 바라보았다· 

마을 사람들이 문을 열고 하나씩 밖으로 나온다· 전부 볼살이 말라 얼굴 뼈의 윤곽이 또렷이 보였다· 이들은 심각하게 굶주렸고 어린아이들은 힘이 없는지 울지도 않았다·

챙이 긴 모자를 쓴 탓에 그곳을 둘러보는 공녀의 표정이 어떤지 알 수 없었다·

공녀가 돌연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그리고 그 입에서 예상치 못한 명령이 떨어졌다·

“이곳에 여분의 곡식을 풀어라 당장·”

***

호위대는 마을 어귀에 캠프를 차렸다· 여분의 식량을 푼다 해도 굶주린 이들을 배불리 먹일 수 없었다· 오랜 기간 굶주렸다 한 번에 음식을 쏟아 넣으면 급사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이들은 묽은 죽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그건 만으로도 만족한 얼굴들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몇주는 굶주리지 않을 양의 곡식을 하사받는 덕에 굶어 죽을 위험으로부터 한동안 해방되었다·

예상 외로 공녀에게는 측은지심이 잘 작동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가늠하지 못하는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기라도 한 걸까· 목격자도 많으니 나름 괜찮은 미담이 나올지도 모른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비비는 거기거 멈추지 않았다·

“내 황금잔들을 내오거라!”

그리고 시종 하나가 짐마차에 가서 직사각형의 원목 상자를 가지고 왔다· 뚜껑을 여니 십여 개의 황금 술잔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땅을 버리고 리그베드에서 새 터전을 잡겠다고 약조하면 이 잔들을 수여하겠다·”

황금잔 정도면 리그베드에서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데 차고도 넘쳤다·

촌장의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찍으며 감사를 표했다·

“죽어도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미담을 위한 것이었으면 식량을 푸는 걸로도 충분하다· 버려진 땅의 백성에게 이토록 과할 정도로 베풀 필요는 없었다· 비비는 내 머릿속에 박힌 고지식하고 사치스런 인상과는 다르게 자비롭고 포용력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시녀들도 공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고·

어쩌면 공녀는 나에게만 악랄하게 구는 건지도·

***

깊은 새벽에 나는 잠에서 깼다· 내가 누운 천막 밖에서 낯선이의 발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불침번을 서는 병사의 발소리라기엔 소리가 가볍고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마치 위치를 들키지 않으려는 것처럼·

나는 소리를 죽이고 침소에서 벗어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검을 챙겼다·

천막 밖으로 나오니 어둠 속에서 검은 실루엣이 몸을 낮추고 마을 밖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연유로 이렇게 비밀스럽게 움직이는 것일까·

내 직감이 이건 놓쳐선 안된다고 속삭인다·

나도 기척을 죽이고 그 실루엣을 미행했다·

그 검은 인영은 마을 외곽에 저혼자 우뚝 솟은 고목 앞에 멈췄다·

고목 앞에는 이미 누군가가 대기하고 있었다· 키가 크고 몸집도 다부져 보이는 형상이다·

곧이어 달빛에 은빛 갑옷이 반짝인다· 어딘가 익숙하다·

나는 천천히 거리를 좁혀서 그들의 목소리를 엿들었다· 두 개의 실루엣 중 하나는 내가 알던 시녀였다·

“니엘렌님···그건 혹시····”

니엘렌이라면 호위대의 총지휘관이다· 

“절대로···비밀이다· 공녀의···절대 발설해선 안된다···만약···하면···죽는다·”

중요한 사안이 오고가는 모양인데 내 청력의 한계로 세부사항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시녀랑 총지휘관이 밤중에 만나는 것도 수상하기 짝이 없다·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기 위해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다 돌연 니엘렌이 칼을 뽑아들고 내가 숨어 있는 방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쥐새끼가 기어들어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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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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