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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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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오우··· 정확히 반으로 갈라버렸네·”

조사를 나온 기사들이 동굴 내부에 널브러진 마수의 사체를 보고 발로 툭툭 건드러렸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야?”

마수는 대개 근질이 극도로 단단해서 검을 꽂아도 바위에 박힌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데미안이 베어낸 마수의 사체는 단두대로 자른 것처럼 절단면이 편평했다·

옆에 있는 한 여기사가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알겠나· 그 현장에 있던 리스턴도 모르겠다는데·”

“뭔 소리야· 바로 앞에서 본 리스턴이 그걸 왜 몰라?”

“그 녀석이 그러더군· 빛이 한 번 번쩍 했는데 끝나 있었다고· 자기는 눈부셔서 아무것도 못 봤다네·”

“검기를 다룰 줄 아는 건가?”

“검기 말고 뭐 있겠어?”

“그 나이에?”

“아니면 마법이라던가·”

“검기는 말이 안 되지· 차라리 마법이 더 그럴듯한데·”

“마법으로 어떻게 이렇게 잘라? 톱니바퀴라도 소환했나?”

“그런 마법이 존재하긴 해?”

“없을걸?”

“그보다 저 어린 나이에 검기를 이렇게 다룰 줄 알면····”

더욱 장성하면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이 안 될 정도였다· 당장에 공국에서 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그 파급력은 공국을 물론이거니와 주변국까지도 퍼질 것이다·

내로라하는 기사단과 아카데미도 데미안을 주목하게 될 것이고 가장 중요한 건·

“이거 조만간 플로랄 토너먼트가 발칵 뒤집히겠군·”

***

캠프는 이제 다 정리되었고 다시 떠날 시간이었다· 나는 시녀들과 동선을 공유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공녀와 함께하면서 일과를 훔쳐볼 수 있다·

공녀는 떠나기 전 배웅하러 나온 촌장에게 말했다·

“마수는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촌장이 눈물을 글썽였다· 

“감사합니다· 이 미천한 것들을 살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내 호위병 둘이 그대들과 동행해서 리그베드까지의 이주를 도와줄 것이다·”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촌장이 뒤에 있는 마을 아낙내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기다란 나무잔 하나를 공녀에게 대령했다·

그 잔에는 보라빛의 정체불명의 걸죽한 액체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낙내가 잔뜩 긴장했는지 팔을 덜덜 떤다·

비비가 의문을 표했다·

“이게 무엇인가?”

“저희의 몇 안 남은 작물과 약초들과 대대로 내려오는 진액을 타서 만든 것입니다· 맑은 영혼과 육신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 낡은 나무잔은 내게 참 친숙하다· 어린시절이 떠오르는 물건이다·

없는 형편에 겨우 남은거 긁어 모아서 대접한 것이겠다만 내용물은 좀 거부감이 든다· 무슨 재료가 들었는지도 모르고 이물질이 둥둥 떠다니는 것이 그리 위생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들은 속세와 떨어져 산 탓에 윗사람에게 함부로 음식을 상납해선 안 된다는 걸 모르는 듯 보인다·

그 안에 독이든 뭐든 이상한 걸 탔을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제럴드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공녀님은 아무 약초나 드시지 않는다· 여기가 시장바닥인 줄 아느냐? 치워라·”

“아뇨· 괜찮아요·”

비비는 앞으로 걸어가 그 나무잔을 받아들었다·

“아가씨 기미를 보도록 시녀를 부····”

제럴드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공녀는 그 불쾌감 드는 액체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지켜보던 호위병들과 시녀들이 기겁했다·

밑바닥 출신인 나조차도 안먹고 버릴 것 같은 괴식을 비비는 거리낌 없이 원샷을 해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촌장과 아낙내가 순박하게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비비는 어떻게 그리 쉽게 사람을 덥석 믿는 걸까·

죽음의 공포가 없나· 아니면 죽어도 상관없는 인생이라 생각하는 걸까·

맛이 끔찍했는지 공녀는 눈살을 잔뜩 구길 뿐 다행히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제럴드는 속이 바짝 타는지 표정이 일그러지고 뒤늦게 온 시녀는 안절부절하며 손수건으로 비비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앞뒤 없는 비비의 모습은 제법 인상적이다· 

꿈 속의 일은 정말 역모가 맞을까· 비비 스스로가 죽음을 그리 경계하지 않는데 굳이 수고를 들여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깊게 생각해볼 문제였다·

***

공국의 호위대는 본격적으로 바르비시아를 향해 움직였다·

나는 이제 후열 마차가 아닌 공녀의 마차 바로 옆에서 두 다리로 움직여야 했다· 

공녀는 날 받아들이기가 영 거북했는지 이동하는 내내 마차 창문을 굳게 닫고 내게 말 한마디 던지지 않았다· 나는 보좌관 제럴드와 1번대 대장 펜릴의 지시만을 받았을 뿐이다·

지루한 여정이 이어지고 초저녁 즈음에서 바르비시아 지역 끝자락에 위치한 미드펀스라는 변두리 마을에서 캠프를 차렸다·

일부 여행기가 묘사하길 바르비시아는 늪지에 발이 푹푹 빠지고 수생 마수와 가스를 머금은 안개 거머리와 모기 독사가 가득한 끔찍한 환경이라 했지만 직접 마주한 바르비시아는 상상했던 거와는 전혀 달랐다·

푹푹 빠지는 진흙은 커녕 안개도 없었으며 햇볕은 화창했다· 나비가 날아다니고 마을 담장에 붉은 꽃이 만개해 걸을 때마다 산뜻한 향이 났다· 봄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고장이었다·

아직 초입부라 그런 것인가 아님 내가 지도를 잘못 확인한 건가 하는 마음에 마을 어귀에서 약초를 말리는 한 노인을 붙잡고 물었다·

“바르비시아는 한 달중 절반은 비가 내린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제법 화창하고 아름답군요·”

“건기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땅이라오· ”

정착민들에게 전해듣기론 건기는 지금처럼 화창하고 온난한 환경을 유지하지만 우기가 되면 빗물이 폭탄같이 쏟아지고 책에서 묘사된 그 지옥같은 곳으로 변모한다고 했다·

우기 그 끔찍한 시기가 도래하기까진 아직 한 달 여의 기간이 남아 있었다·

하기야 제정신이라면 우기에 바르비시아를 지나려 하지는 않겠지·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단절된 것 치고는 정착민들도 외부인들을 살갑게 대해준다·

노인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잘 왔소 아주 잘 왔소· 바르비시아 온 지역에 축복이 쏟아지는 신령제를 앞두고 귀한 손님들이 오셨어·”

“···신령제요?”

***

세족에 있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물 길어오기였다·

그냥 물은 안 된다· 평범한 시냇물도 허락되지 않는다· 보기엔 깨끗해 보여도 상류에 혹여나 죽은 야생동물의 사체가 잠겨 있을지도 모르니 지하에서 퍼올린 깨끗하고 정순한 물이어야만 했다·

고작 발을 닦는 건데 왜 까다로운 조건만 고집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에 이어 이를 깜짝 놀라게 만들 정도의 엄청난 사치가 하나 더 있었다·

제럴드가 탁상 위에 은으로 된 수통 하나를 올려놓는다·

“이게 뭡니까?”

“첫번째로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건 질문을 줄이는 거다·”

뉘앙스가 내게 핀잔을 주려는 것이라기보단 노하우를 전수하는 느낌이었다·

“적어도 제가 뭘 다뤄야 하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성도에서 직접 공수해온 성수다· 정순한 물 한 양동이에 세 방울 떨어뜨려 희석하고 그 물로 세족을 하도록·”

“····”

고작 발을 닦는데 성수까지 쓰신다니 내가 본 귀족 중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로 끔찍하게 사치스럽다·

신전에서 지낼 당시에도 성수가 너무 귀해서 중요한 행사에 한 번 성수를 몇 방울 타서 만든 빵한조각 먹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잘 생각해보면 공녀가 그렇게 사치와 과시에 취해 있는 사람인가 하면 그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공녀님의 육신을 닦는 데에는 반드시 성수를 써야 합니까?”

“네 일은 공녀님의 발을 청결하게 닦는 것 하나 뿐이다· 그러니 이 이상 더 알 이유도 없다·”

성수를 써야 하는 피치못할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질문을 줄이라는 것도 어쩌면 이 성수가 공녀의 역린과도 연관이 있어서가 아닐까·

이를테면 대대로 전해저 오는 유전병에 관한 것이라던가·

럭셔리한 취향 같은 게 아니라면· 저주와도 관련된 걸수도 있었다· 비비의 비밀에 점점 다가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충고 감사합니다·”

“····”

제럴드는 본인의 일은 끝났다는 듯 인사도 없이 휙 돌아서서 떠나갔다·

***

공녀의 천막 앞에 누군가가 걸어왔다· 그리고 물이 출렁이는 소리와 함께 데미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족 시중을 들러 왔습니다·”

비비는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 달갑지 않은 시간이었다· 

“들어오거라·”

데미안이 물이 든 양동이를 들고 천막 내부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비비가 앉아 있는 의자 앞에다 양동이를 내려놓았다·

“요구하신대로 성수를 세 방울 넣고 희석했습니다·”

“····”

“발을 내어주십시오·”

천연덕스럽게 시중을 드는 모습을 보니 난데없이 화가 솟구쳤다·

왜 갑자기 세족 시중을 들겠다 한 걸까· 실베린은 제자의 욕구가 기이하게 뒤틀렸다는 건 알고 있을까·

공국의 계승자를 두고 쭈뼛거리거나 조심스러워하는 기색도 없는 꼴이 얄미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는 읽던 책을 번쩍 들어 얼굴을 가렸다·

데미안이 조용히 비비의 발을 씻어주기 시작했다· 구석구석 빠짐없이 씻기는 것이 퍽이나 정성스러웠다· 

그러던 중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수를 쓰는 이유를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성수를 쓰면 특별해지는 기분이 드니까· 다른 이유는 없다·”

“공녀님은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한데 축복받은 사람은 성수가 필요 없습니다· 그게 필요한 사람들은 저주받은 사람들 뿐이죠·”

“주제넘은 설교는 듣고 싶지 않다·”

“···물기를 닦아드리겠습니다· 발을 들어주십쇼·”

데미안이 수건을 꺼내고 대기했다·

비비는 책을 읽는데 정신이 팔린 척하며 발을 올리다 데미안의 얼굴에 일부러 젖은 발바닥을 찍어버렸다·

“····”

데미안의 눈썹이 불쾌한 듯이 살짝 일그러졌다· 감정표현을 좀처럼 하지 않던 남자가 희미하게 싫은 내색을 한 것이었다·

굴욕감을 선사하고 나니 이제 좀 속이 가벼워졌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질문을 던졌다·

“아 네게 궁금한 게 있다·”

“제게 허락된 선에서 성심껏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넌 어떻게 마수를 잡은 거지?”

데미안은 수건으로 발의 물기를 꼼꼼하게 닦아주면서 말했다·

“제 목숨이 위험해지니 베어버렸을 뿐입니다·”

데미안은 물기를 닦고 향유를 묻혀 마사지를 했다·

교활한 놈이다· 복수라도 하듯 미끄러지기 좋게 일부러 발바닥에만 향유를 듬뿍 발라댔다·

“정말 그게 전부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신에게 감사해야 할 재능이로군· 그런 축복을 받으면 어떤 기분이지?”

   데미안은 세족의 마지막 과정까지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묘한 말을 던졌다·

“···저는 신을 증오합니다·”

“····”

말문이 막힌다·

이는 비비의 내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경종을 울리는 것 같았다·

살면서 신을 싫어한다는 말을 얼마나 들어봤을까· 가이낙스 가문은 아카테스 여신을 섬기고 공국 또한 이를 국교로 봉한 데다 성도마저 국토의 일부로 품고 있었다· 그랬던 탓에 자신의 면전에서 그런 불경한 소리를 하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비비조차도 감히 입에 담지 못하는 말·

그런데 그는 아무런 서스럼이 없었다·

그저 스처가듯 한 말이지만 아주 잠깐동안 이 남자의 진실한 내면이 비친 것 같았다·

“아침에 다시 뵙겠습니다·”

데미안은 세족을 마친 뒤 양동이를 들고 천막 밖으로 걸어나갔다·

비비는 멍하니 데미안이 떠나간 자리를 멍 하니 바라보았다·

신을 싫어하게 된 연유가 궁금했다· 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그 비범함을 타고나고도 신을 미워하게 되었을까·

한편으론 그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비비도 신을 증오했다·

아무 이유 없이 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존재하지만  아무 이유없이 신을 증오하는 사람은 없었다· 증오엔 언제나 사연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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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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