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dont have javascript enabled! Please enable it! Doggone Academy Chapter 149 - English Novel
Switch Mode

Doggone Academy Chapter 149

To access the list of chapters and reading pages, click the link below.

EP.149

   비비는 얼굴에 튄 서리들을 털어냈다· 폭발에 휘말린 천막이 절반쯤 날아가 붕괴되어 있었다·

그녀를 지키겠다 맹세한 호위대 전원이 칼을 빼 들고 비비에게 살기를 내보인다· 일평생 끈끈한 유대를 맺은 이들까지 전부·

절망에 삼켜진 순간 잊고 있었던 마지막 한 명의 기사가 뛰어들었다·

데미안·

이런 운명의 장난이 또 있을까· 그토록 미워하던 여자의 제자가 굳건하게 비비의 앞을 지키고 있었다· 보잘 것 없는 목검을 쥐고서·

뒤에 물러나 있던 니엘렌이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검신에서 서서히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검기를 발현한 것이다·

검기를 따라 땅의 수증기가 서서히 올라온다· 검기가 발현된 것이라면 단단한 마수의 뼈와 등껍질도 베어낼 수 있다·

목검은 조금도 버티지 못하고 버터처럼 두동강 날 게 뻔했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다· 데미안 혼자 니엘렌을 비롯한 이 모든 병사들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비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운명의 장난이 또 있을까· 최후의 순간에 충성을 보인 사람은 십수년 함께한 이가 아닌 만난 지 며칠 안 된 한 소년이라니·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꾹 억눌렀다·

“···이대로 싸우면 죽을 것이다· 너라도 도망치거라·”

니엘렌이 데미안에게 걸어온다· 데미안은 비비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를 맞이했다·

검기를 품은 니엘렌의 검이 데미안에게 쇄도한다· 

비비가 눈을 질끈 감았다· 

캉!

목검과 검기가 서로 맞부딪쳤는데 강철을 맞댄 것처럼 단단한 소리가 퍼졌다·

비비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되는 중이었다· 니엘렌의 일격을 목검 하나 만으로 막아낸 것이다·

여러 차례 검이 부딪치며 불꽃이 튄다·

니엘렌의 일격을 막아낸 건 놀랍지만 그 이상 버티는 건 무리였다·

이들은 일대일 승부를 치르도록 지켜볼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는 호위대 측이 기사도를 버리고 협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후열에 있던 마법사들이 영창을 시작했다·

니엘렌을 막는데 바쁜 데미안에게 화염구까지 추가로 날아들었다·

데미안이 순발력을 발휘해 마법 공격을 쳐내자 니엘렌이 빈틈을 노리고 칼을 쩔러 넣었다· 

이는 왼쪽 갈비뼈 부근의 살갗을 베어냈다· 피가 방울방울 옅게 흩뿌려졌다·

거기에 이어 니엘렌의 부관까지 가세했다· 삼대 일의 상황에 마법공격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데미안은 폭탄 세 개를 작동시키고는 자신의 발밑에 떨어뜨렸다· 그대로 터지면 자폭이나 다름없었는데 일부러 그런 건지 실수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폭탄에 마력이 응축되며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위험···!”

비비가 소리치기 무섭게 데미안이 뒤로 달려와 그녀를 끌어안고 자기 몸으로 서리 폭발을 막아냈다·

순간적으로 겨울의 북풍이 분 것처럼 서리바람이 훅 날아들었다·  폭발에 직격으로 맞아 치명상을 입을 것만 같았던 데미안은 허연 가루를 뒤집어 썼을 뿐 나머지는 멀쩡했다·

니엘렌과 부관들이 폭발에 서리를 뒤집어 쓰고 뒤고 날아간다· 데미안이 비비의 귀에 속삭였다·

“전 죽으러 온 게 아닙니다·”

데미안이 비비의 손목을 붙잡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

이들이 정말 공녀에게 악의를 품고 배반하려던 것이라면 죽어도 마땅하겠지만 순환계의 지배 아래에 놓인 상태이기에 전부 죽이는 건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내 싸움은 더욱 어려워졌다· 차라리 그곳에서 한 번에 결판을 낸다면 어떻게든 끝을 봤겠지만 자리를 피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으니까·

호위대가 곧장 우리를 쫓는다· 

추격이 매섭다· 이제 더는 호위대라 부를 수 없게 변한 기사들은 우리를 그냥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비비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도망치는 와중에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었다·

“어떻게 저들이 이렇게···이렇게나···”

믿고 의지하던 심복들이 하나같이 그녀에게 칼을 들이대니 심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배신이 아닙니다· 저들은 다른 무언가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그 고고하던 공녀가 이리도 서글프게 통곡할 줄은 몰랐다·

이전까지는 율리시아 공국의 공녀였다면 지금은 날것의 인간 비비였다·

그러던 중 오른쪽에서 돌연 얼음 송곳이 날아든다· 어느 틈에 옆까지 추격한 것이다·

나는 바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활활 타는 불의 독수리가 날아들어 내 눈을 쪼아 먹으려 한다· 검으로 내려치니 그대로 사라졌다·

방향을 여러 차례 틀었지만 추격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우리는 포위망을 피해 언덕을 올랐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 틈에 기사들이 코앞까지 추격했다·

꿈속에서 보았던 장면 그대로다· 결국 이렇게 맞이하는구나·

나는 뒤쪽에서 날아드는 마법 공격을 검으로 쳐내며 계속 언덕 위쪽으로 이동했다·

공녀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아무래도 최후를 직감한 모양이다·

언덕을 오르다 우린 벼랑 끝을 맞이하곤 도주를 멈춰야 했다· 그 아래엔 급류가 흐르고 있었다· 뒤에선 기사들이 빠르게 진형을 펼쳐 남은 도주로를 차단했다·

나는 비비를 등지고 호위대를 다시 맞이했다·

그러자 비비가 체념한 어조로 말했다·

“이제 그만하자·”

“···”

“어차피 죽음은 오래전부터 내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게 조금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앞당겨졌을 뿐이다· 나오거라· 그렇게 싸우면 의미 없이 죽을 것이다·”

나는 묵묵부답으로 대치 상태를 이었다·

“승산이 없다· 저들이 원하는 건 나야· 내 목숨 하나면 끝날 일이다· 저 무고한 호위대와 너의 생명을 구한다면 충분히 교환 가치가 있을 거야·”

“싫습니다·”

비비가 결심을 굳히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럼 그럼···· 내가 스스로 뛰어내리겠다·”

비비가 맨발 바람으로 벼랑 끝으로 뛰기 시작했다· 몸을 던지려는 것이다·

“···!”

나는 곧장 몸을 돌려 비비를 따랐다· 

그녀가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진다·

나도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허공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비비를 끌어안고 급류로 추락했다·

***

비비는 기침을 해대며 물을 토해냈다· 입가에 모래가 씹혔다· 

아직 살아 있다· 그 저주받은 운명이 단숨에 목숨을 앗아가지 않고  지옥 같은 지상 위에 남겨둔 것이다·

몸을 천천히 기어 뭍으로 기어 나왔다·

그리고 불현듯 무언가 떠올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열 걸음쯤 옆에서 데미안이 정신을 잃고 누워 있었다· 

비비는 그를 보고 안도했다· 

그의 손목에 이상한 나무의 뿌리가 엮여 있다·

처음엔 헛것을 본 건가 싶었는데 그 나무는 가지를 땅에 꽂고 데미안을 붙들고 물 밖으로 끌어내는 중이었다· 거북이보다 느린 속도로·

비비도 서둘러 데미안의 반대쪽 팔을 붙잡고 물 밖으로 끌어냈다·

그렇게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자 그 나무는 목검의 형태로 변했다·

그녀는 데미안의 몸 위에 올라앉아서 가슴에 귀를 댔다· 심장은 뛴다· 하지만 숨은 쉬지 않았다· 다급해진 마음에 데미안의 뺨을 때렸다· 

등 뒤로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에 묻혀 타격음이 작게 들리자 그녀는 더욱 힘을 실어 때렸다·

“일어나 일어나!”

미동이 없자 기억에 어렴풋이 남은 구명법을 흉내 내 주먹으로 그의 명치를 꾹꾹 눌렀다· 

그렇게 서너차례 누르자 데미안이 눈을 뜨고는 물을 토해냈다·

정작 데미안이 눈을 뜨자 비비는 놀라서 벌떡 일어나 거리를 벌렸다·

데미안이 눈동자를 굴리며 상황 파악을 하고는 누운 상태로 입을 열었다·

“···잘 하셨습니다·”

“내가 죽게 내버려 뒀으면 어쩌면 신의 분노는 사그라들었을지도 모른다· 왜 네 목숨까지 던져가면서 구하려 한 것이지?”

데미안은 자기 할 말을 이었다·

“물에 뛰어든 것도 제 숨통을 열어준 것도 다 잘했습니다·”

“내 말에 대답해라!”

“···그보다 먼저 이 땅의 신은 왜 당신을 원하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내가 신성한 의식을 방해해서겠지· 그리고 난 원래 태어날 때부터 신에게 미움을 받았다· 그러니 이상한 것도 없겠지·”

데미안이 몸을 일으켜서 목검을 챙기고 머리카락의 물기를 쭉 짜내고 뒤로 젖혔다· 그리고 사라진 소지품들을 체크했다· 방금 죽을 뻔한 사람이 늘어지거나 지친 기색 없이 바로 다음 행동을 준비하는 것이 비인간적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그는 여전히 앞을 보고 있었다·

“좋든 싫든 이제는 길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무슨 길이 더 있다는 말이지?”

무슨 희망이 더 있는지 의문이었다· 호위대를 맞서서 이길 수도 없고 이 혹독한 환경에서 단순한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뭘 어쩌겠다는 말인가·

“공녀님은 어차피 죽음을 각오한 몸이니 여기서 한 번 더 도박을 해도 잃을 건 없을 겁니다·”

“···”

데미안이 진흙에 파묻힌 비비의 머리핀을 집어서 그녀에게 건넸다·

“저는 이 땅의 주인과 싸울 겁니다·”

그의 행동에 비비의 마지막 남은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졌다· 자신도 포기한 이 저주받은 몸을 데미안이 꽉 붙잡고 있었다·

이 남자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걸까· 어째서 박대하던 자신을 이토록 구해내려 하는 것일까·

내색 안하려 했지만 속에서 무언가 울컥하고 북받쳐 올라온 탓에 눈을 꾹 감았다·

자신의 저주를 본다고 해도 과연 똑같은 생각일까· 정말 신의 악의를 함께 감당하려는 것일까· 신에게서 저주받은 이 몸뚱이를 마주하면 어떨까· 정 목숨걸고 지켜도 결국  십년을 못 버티고 죽을 것이란 걸 알아도 이처럼 올곧은 마음을 유지할까·

비비는 작정하고 어깨끈을 풀었다· 그리고는 옷을 슥슥 벗어서 골반까지 내렸다· 그녀의 상체는 속옷만 남기고 반라의 상태가 되었다·

삶의 끝자락에 선 그녀는 더 남은 것도 없었고 가릴 것도 없었다·

그녀는 뒤돌아서 저주의 적나라한 실체를 내보였다·

   ​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