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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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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4

복잡한 심경이었다·

꿈이라도 꾸는 것일까·

리자는 대체 누구일까·

고아라고 하지 않았나· 혹시 잃어버린 가족이라도 있는 것일까· 남자의 이름은 아니었다·

잃어버린 여동생 어쩌면 연인일지도 몰랐다·

이런 미치광이 같은 남자도 마음속에 누군가를 담고 사는구나·

데미안은 마치 유령에게 사로잡힌 것처럼 시름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이미 유령에 사로잡혀 있던 탓에 호위대처럼 미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비비는 왜인지 모를 씁쓸함을 뒤로하고 데미안의 옷을 마저 벗겼다·

여전히 몸은 불에 달군 것처럼 뜨겁다· 

수건으로 흠뻑 젖은 땀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데미안은 비비의 발을 닦던 남자였거늘 이제는 비비가 나서서 그의 시중을 든다·

관계의 구도가 완전히 뒤집히게 되었지만 그 어떤 굴욕감도 패배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둘은 재앙과도 같은 해일을 맞이했고 그 파도의 크기보다 작은 감정은 전부 쓸려나간지 오래였다·

비비에게 남은 건 생존에 대한 의지 그리고 이 남자에 대한 믿음 둘 뿐이다·

그녀는 데미안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숙여 데미안의 이마에 입술을 옮겼다·

그렇게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

“···악몽에서 어서 깨어나시길·”

분명 생사를 가르는 위기에 처해 있지만 이 남자는 분명 일어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무너지기 직전의 오두막에서 눈을 떴다· 무너져내린 오두막의 창틀에서 옅은 빛이 들어온다· 초저녁인지 늦은 새벽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나는 우선 상처부터 살폈다· 약재를 덧대서 헝겊으로 상처를 봉합한 흔적이 보인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누군가가 불을 피우고 탕약을 조제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다지 위생적인 환경은 아니었지만··· 여건에 맞게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비비는 내 옆에 새우잠을 자면서 새근새근 코를 곤다· 

내 것과 비비의 겉옷 둘 다 손빨래를 한 것인지 젖은 채로 벽에 걸려 있다· 

그녀의 머리는 엉겨 붙고 몸과 얼굴 일부가 얼룩덜룩한 거지꼴이었지만 귀족 같은 고고한 이목구비는 여전히 두드러진다· 천상 귀족은 맞나 보다·

몸을 일으키려고 보니 비비의 오른손이 같이 끌려 나온다· 이번에도 내 손과 새끼줄이 엮여 있었다· 이건 절대 빼먹는 법이 없네· 참 부지런도 하다·

수고했을 걸 생각해서 이번엔 줄을 자르지 않고 매듭을 풀어냈다· 

몸이 무겁긴 하지만 컨디션은 점차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비비가 뭘 하긴 한 모양인데 그게 효과를 보인 모양이다· 재주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비비는 겉보기와는 달리 적응력이 좋다·

밖으로 나와보니 동이 트고 있다· 꼬박 반나절을 기절한 채로 있던 듯했다· 

몸을 풀던 중에 비비도 어느 틈에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으로 눈을 비비며 뒤따라 나왔다·

그녀는 풀려진 새끼줄 끝자락을 쥐고 앞으로 내밀었다·

목이 잠겨서 말이 안 나오는 듯했는데 새끼줄 꽁다리를 흔드는 게 마치 왜 풀고 나왔냐고 항의를 하는 것 같았다·

“···더 쉬셔도 됩니다·”

“너는···하아음···루종일 잠들어 있었지만 나는 네 간호를 하다 새벽에 겨우 눈을 붙였단 말이다·”

“같이 아침거리를 구하려는 게 아니라면 쉬십쇼·”

“정말 못 말리겠구나· 그대는 어젯밤 죽다 살아났다· 온전하지 못한 몸으로 혼자 돌아다니다 미치거나 늪에 빠지면 누가 구한단 말이냐· 이게 우리의 유일한 생명줄이다· 나도 딱히 좋아서 하는 건 아니란 말이다·”

비비가 내 앞에 와서는 매듭도 묶기 귀찮다는 듯이 손목에 줄을 돌돌 두르고는 오두막으로 끌었다·

“····”

“식사거리도 내가 다 준비해 놨다·”

그녀는 비틀대며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잠을 청했다·

***

간단한 아침 식사가 끝나고 비비는 멍하니 장작불을 바라본다· 꿍한 얼굴을 한 것이 그녀는 나와 비슷하게 속 안에 고민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날 물끄러미 보며 폭탄 같은 말을 던졌다·

“리자는 대체 누구더냐·”

“···?”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이 여자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네가 사경을 헤매던 와중에 중얼거리던 걸 들었다·”

“····”

“오래전 헤어진 여동생이라도 있는 것이더냐? 공국으로 돌아가면 내가 힘을 써서 거처를 마련해주겠다·”

“전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아니다· 내가 똑똑히 들었다·”

“잘못 들으셨겠죠·”

“왜 부정하지? 그게 아니면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연인이라도 되는 것이냐?”

나는 벌떡 일어나 짐을 챙겼다· 그에 따라 나와 연결된 비비의 오른팔이 맥아리 없이 허공에 퍼덕거렸다·

“꾸물거릴 때가 아닙니다·”

날 물끄러미 바라보던 비비의 눈이 점점 동그랗게 커진다·

“···맞구나· 역시 맞았어· 그대 같은 독종도 마음 한 켠에 연인을 품고 사는구나· 이제 보니 제법 인간적이구나·”

“어서 가시죠·”

새끼줄을 잡아당겨도 비비가 통 움직이질 않는다· 나와는 시선을 피하고 왜인지 모르게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왜 그렇게 기운이 없으십니까?”

“무슨 소리더냐 나는 기운이 넘친다·”

그녀는 반찬 투정을 하는 어린애처럼 축 처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기운이 없어 보입니다·”

“네가 착각하는 것이겠지· 난 어느 때보다 기운이 넘친다·”

“····”

비비가 마지못해 일어나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긴다· 그러다 내게 물었다·

“이미 약혼은 끝낸 사이인가?”

“····”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비비가 저 혼자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그 그렇군· 나 나도 공국에 열한 번의 선자리가 잡혀 있다· 제법 이름난 부호와 공작가의 자제들이지·”

“그러시군요·”

“제발 만나달라고 귀찮게 매달려서 공국으로 돌아가기 싫어질 정도였다· 나는 일찍이 요절하고 그 뒤로 공국을 통치하게 될 텐데 누가 탐내지 않을 수 있을까···아니 물론 아무나 만난다는 것이 아니라 튼튼하고 강인한 씨앗을 엄선할 것이라··· 수년간의 깐깐한 심사를 거칠 것이다· 참 귀찮게 되었지····”

“살아 돌아갔을 때를 머릿속에 그리고 계시는군요· 다행입니다·”

기운을 찾긴 한 모양이다·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으면 공국의 선자리고 뭐고 다 의미 없다 여겼을 것이다· 

“···물론이지· 나는 그대와 함께 살아서 돌아갈 것이다·”

“그건 그렇고 그 귀족들이 꼭 권력이 탐나서 선자리를 갖는 건 아닐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더냐·”

“공녀님은 아름답지 않습니까·”

“···!”

비비의 눈이 순간 동그래진다· 금붕어처럼 멍하니 입을 뻥긋거리다가 곧바로 냉정함을 되찾고 딱 잘라 말했다·

“빈말도 잘 하는구나· 괜히 이상한 소리 말거라· 네 약혼녀가 안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것이다·”

분위기 좀 전환하려고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그리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도리어 그녀의 심기를 거스른 듯한 느낌도 든다·

그녀는 내게 등을 보이고 주섬주섬 겉옷을 접는다· 옷을 입으려는 건지 그냥 가려는 건지 머뭇거리며 발을 동동 구르다 휙 돌아섰다·

“마 맞다· 네가 봐야 할 게 있다·”

그러곤 오두막의 테이블 쪽으로 이동한다· 전날 탕약을 제조하다 남은 집기들을 뒤적이는데 붙잡던 옷을 떨어트리곤 저혼자 화들짝 놀라며 또 다시 줍는다· 뒤적이던 집기가 갑자기 떨어져 우당탕 소리를 낸다· 손이 갈 곳을 못 찾고 헤매는 느낌이다·

왜 이렇게 당황한 것 같지·

“괜찮으십니까?”

“···이 빌어먹을 냄비·”

비비가 낡은 노트 하나를 들고 내게 내민다·

이를 받아들고 대충 훑어보니 연금술 레시피가 눈에 들어온다·

“레시피···?”

“아 그 그게 아니다·”

비비가 또 요란스레 집기들을 들춘다· 그리고는 또 다른 노트 하나를 들어서 내게 건넸다·

“이거다·”

“····”

새로 받은 노트에는 이곳에 터전을 잡았던 거주민의 일지가 적혀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거기에 이 땅의 주인에게 가는 법을 적어놓았더구나·”

“어디쯤 있습니까?”

“마지막 페이지 부근에 적혀 있었다·”

“잠시 읽어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신경 쓰지 말아라·”

비비가 헛기침을 하고는 손을 모으고 슬쩍 뒤로 물러난다· 나는 서둘러 페이지를 휙 넘겼다· 

그러는 사이 비비는 먼 산을 보다 이따금 내 눈치를 슬쩍 살피며 손으로 머리를 쓱쓱 빗었다·

그 모습이 은근히 집중을 흐리는 탓에 노트를 눈에 더 가까이 가져다 댔다·

비비가 말한 그 내용은 신에게 향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기록해 놓은 건 아니었다·

[바르비시아는 영혼의 감옥·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생명은 죽어도 이 땅에서 나갈 수 없다· 심지어 영혼까지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영원한 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

[늪지를 떠도는 영혼들은 지상의 생명들을 시기하고 질투해 때때로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난다· 그것들은 순진한 영혼들을 꿰어내 이 땅의 신에게 바친다· 그것을 대가로 신으로부터 새 육신을 받는다· 사악한 영혼에게서 술잔을 받아먹지 마라· 그건 내 가족을 제물로 앗아갔다·]

[늪지에선 구슬픈 노래를 부르지 마라· 악령들은 외롭고 상처받은 존재를 알아본다·]

[신이 분노하면 한낮의 태양도 추락한다· 살고 싶으면 숨어야 한다· 신의 눈을 피해 마지막 남은 호롱불 하나까지 전부 죽이고 어둠 속에 납작 엎드려야 한다·]

하지만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힌트였다·

“이 노트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옆집에 살고 있던 한 여인이었다· 지금은 뼈만 남아 있더구나·”

“다른 노트에는 눈여겨볼 만한 기록이 없었습니까?”

“대부분 곰팡이가 슬어 알아볼 수 없었고 남은 건 별 의미 없는 장부와 일기들 뿐이었다·”

“···그러면 됐습니다· 공녀님은 제가 우리가 누굴 상대하려는지 알고 계시는 겁니까?”

“물론이다· 이 땅의 주인인지 뭔지 하는 걸 만나려는 것 아니더냐·”

“···많이 위험할 겁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요· 어쩌면 공녀님을 여기 두고 저 혼자 가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비비는 고개를 저었다·

“그대의 새끼줄을 풀어줄 생각 없다· 우리는 운명 공동체다· 그대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 그뿐이다·”

비비의 의지를 다시금 확인하고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비비는 싱긋 웃으며 내 볼에 한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함께 손잡고 공국으로 돌아갈 날이 기다려지는구나· 그 때가 오면···내 직접 아버지께 그대를 소개할 것이다·”

***

이제는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바로 바르비시아의 환수를 직접 조우하는 것이다·

이상한 마법을 부리던 노파는 이제 죽었고 우릴 감시하던 까마귀도 이젠 사라졌다·

그리고 내게 길을 안내하던 푸른 사슴은 더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인간이 감지하지 못하는 지진의 전조 증상이라도 나온 것처럼 마을 주변에는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마을 반경에는 죽어서 앙상해진 검은 나무들과 물안개· 기이할 정도로 고요한 침묵이 맴돌고 있었다·

우리는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비비가 기지개를 한 번 피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앞장서서 나간다· 나는 뒤이어 그녀를 따라붙었다·

비비가 고운 목소리로 가볍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대는 오늘도 나의 무덤 앞에 앉아 있네요·”

“그대가 놓은 꽃다발은 이제 더는 쥘 수 없지만 아름다운 추억만은 간직하고 하늘로 갈게요·”

우리는 서글픈 음률에 발을 맞춰 늪지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나는 비비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이따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없이 맑지만 이제 갓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온 시각인데도 초저녁처럼 어두웠다·

불길한 징조에 더는 휘둘리지 않는다· 이미 각오를 다져놓았으니까·

그 마을에서 죽치고 있어도 바르비시아의 신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공들여 준비한 제물들을 전부 소멸시켰으니 우릴 곱게 놔둘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먼저 찾아나서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나는 사냥감이 되기 싫었다·

내가 직접 사냥꾼이 되어 환수의 목덜미를 물어 뜯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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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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