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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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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1

비비는 마차 창문이 얼굴을 바짝 붙이고 데미안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바르비시아에서도 좀처럼 긴장한 기색이 없던 데미안이 쭈뼛거리고 있었다· 마치 토라진 연인을 상대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대체 뭐길래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저도모르게 긴장해서 입술에 힘을 꾹 주었다·

그리고 실베린의 마차에 다가서자 눈 깜짝할 새에 데미안이 새하얀 손에 이끌려 마차에 끌려 들어갔다· 마치 물 속에 숨어 있던 악어가 먹잇감을 집어삼킨 것처럼·

“이 무슨···!”

그 모습만 봐도 데미안과 실베린의 관계를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실베린이 그와의 관계를 꽉 잡고 일방적으로 휘두르는 모양이었다· 데미안은 늠름하긴 해도 아직은 학생이고 실베린이 한참 우위에 있다· 그 점이 계속 신경을 자극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베린 같은 여자와 데미안이 비좁은 공간에 단 둘이 있는다는 게 제일 마음에 안 들었다· 그게 심지어 스승과 제자의 관계일지라도·

그 관계성을 생각해볼 때 낯부끄러운 짓거리는 안 하겠지만 이상하게 비비는 속이 바짝바짝 타는 기분이었다·

“나도 가야겠다!”

비비가 문을 박차고 나가려 하자 그 앞을 지키던 기사들이 일제히 앞을 막았다·

“안 됩니다!”

“아가씨! 여기서 나가시면 몰려드는 군중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하는수 없이 다시 마차 안으로 구겨들어간 비비는 가만히 앉아서 분한 듯이 치맛단은 꽉 쥐었다·

데미안을 집어삼킨 마차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진을 시작했다·

***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나는 앉은 것도 아니고 선 것도 아닌 엉거주춤한 자세로 포박되어 있었다·

향기로운 머리카락이 내 얼굴을 간질인다·

누군가에게 몸통을 구속당해서 가제처럼 팔다리만 겨우 허우적거렸다· 나는 커다란 곰인형이 되어 마차에 앉은 한 소녀에게 꼭 안긴 것만 같다·

마차 안은 커튼이 쳐져서 그런지 암실처럼 어두웠다·

나는 팔로 상대의 몸을 더듬었다·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가녀린 허리·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 그리고 이런 여성의 몸에서 나온 것이라곤 믿기지 않는 강한 완력·

내가 알던 실베린이 맞는 것 같다·

그녀가 천천히 포옹을 풀어낸다· 나는 그 좁은 틈에서 자세를 잡다 엉겁결에 마차 바닥에 무릎을 꿇고 서게 되었다· 그리고는 들고양이 같은 눈매로 날 노려보았다· 화가 단단히 난 표정이다·

팔이 서서히 올라와 내 볼을 꼬집는다· 살점이 떨어질 듯이 손아귀가 세다·

“····”

“····”

빈정이 잔뜩 상힌 얼굴로 말 없이 날 노려보기만 한다· 알아서 변명을 늘어놓으라는 것일까· 눈빛을 교환할수록 심장이 옥죄어 온다·

“선생님·”

“····”

볼을 꼬집은 손아귀에 힘이 더 들어간다· 이런 입만 열어도 화가 나시는 건가· 그래 안다· 날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을 쏟고 먹여주고 키워주고 입혀주고 입학시켜주고 다 했는데 어떻게 편지를 그렇게 띄엄띄엄 보낼 수가 있을까·

그녀의 서운함을 풀어주기 위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냅다 쏟아냈다· 

“건강하셔서 다행입니다·”

“····”

“선생님 보러 성도까지 갈 생각이었어요·”

“····”

“···선생님?”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

“얘가 또 무슨 짓을 저질렀을까· 어떤 무모한 행동을 했을까· 걱정이 되어서 잠이 안 왔어· 그러다 급기야 남의 손에 죽는 걸 보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죽이는 게 더 낫겠다 싶겠더라고· ”

“무서운 농담이네요·”

실베린이 화가 난 건지 슬퍼하는 건지 구분이 안가는 표정으로 얼굴을 가까이 댄다· 그러고는 내 이마에 입술을 진하게 맞추고는 말했다·

“농담 아니야·”

“보시다시피 전 건강해요· 이전보다 더 실력이 나아져서 스스로를 지키는데엔 문제 없고 크게 다치지도 않았어요·”

“이상한 변명 늘어놓지 말고 선생님 안아줘· 빨리·”

“····”

나는 군소리 없이 그녀의 상체를 끌어안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나· 그녀의 품은 내 인생에 몇 없는 안식처다·

그녀도 나를 꼭 끌어안고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어휴 나도 성질 많이 죽었네· 올 때까지만 해도 엄청 혼낼 생각이었는데·”

“····”

“그리고··· 나 없을 때 위험한 짓을 많이 했던 모양인데·”

간신히 달랜 마음에 다시 불이 붙기 전에 빠르게 답했다·

“그건 제가 설명할 수 있어요·”

“그래···· 공국에 오니 네 이름이 자주 들리더구나·”

“제 이름이요?”

“응 이곳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도 광장 주점 시장에서도 네 이름을 두고 떠들어대던데· 반가워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모르겠더구나·”

“···저도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되어서 잘 몰라요·”

정확히는 바르비시아에서 몸을 혹사하고 반송장 상태로 있다 깨어난 것이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너 공녀한테 무슨 해코지라도 한 거야?”

“일단 제대로 앉아서 이야기해도 될까요?”

굉장히 이상한 자세로 포박당한 것 같은데·

“아니 이렇게 안긴 채로 쭉 있어·”

“···그럴게요·”

그녀가 내 등을 토닥인다·

“착해·”

화는 어느정도 풀린 것 같다· 지하 감옥이니 위젤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확실히 좋은 신호다·

그녀가 내 몸을 더듬으며 문득 의문이라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걸 달고 왔구나· 어디서 뭘 하고 다닌 거니?”

“이상한 거요?”

“네 몸에 이상한 게 기생하고 있어· 알아?”

“기생···이요?”

“응· 맑고 정순한 기운이라 해는 안 끼칠 것 같은데··· 혹시 환수랑 무슨 계약 맺었니?”

바르비시아에서 우릴 안내하던 푸른 사슴을 말하는 모양이다· 근데 그게 따로 활동하던 게 아니라 내 몸에서 기생하던 거였어?

“계약은 안 맺었는데··· 큰 도움을 받긴 했습니다·”

“음 그럼··· 일단 지켜보다 나중에 정리해야겠네·”

“해를 끼친 적은 없어서··· 괜찮을 겁니다·”

“좋아· 그리고··· 하나 더 있어· 앉아봐·”

실베린이 포옹을 풀어내고는 자기의 바로 옆 좌석을 툭툭 쳤다· 거기 앉으라는 신호였다· 내가 자리에 앉으니 뒤쪽 창문 커튼을 슬쩍 걷어내고는 말했다·

“이상한 게 하나 더 붙었구나· 네 친구야?”

우리 바로 뒤에 어느 마차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바짝 붙어서 따라오고 있었다· 바로 비비 공녀의 마차였다·

“···저건 비비 공녀님 마차예요·”

실베린이 파이를 먹다 계란 껍질을 씹은 것처럼 미간을 찡그렸다·

“그래 그 유명세를 얻게 된 데에 큰 도움을 준 사람인가보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마차가 이동하는동안 실베린에게 비비의 호위대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실베린은 별다른 감정변화 없이 잠잠히 듣다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예지몽이 도와준 거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과는 달리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실베린이 내 볼을 다시 꼬집고는 싸늘한 어조로 말한다·

“위험한 걸 알고 간 거네· 정말 선생님이랑 한 약속은 하나도 안 지키는구나·”

“그 정도의 위험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실상을 맞이하니 일이 생각보다 더 컸던게 문제였죠·”

“예지몽을 모두 따를 필요는 없어· 어쩌면 네게 닥칠 위험을 알려주려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그 꿈의 상황을 완전히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야·”

“그랬다면 공녀는····”

“언제부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안위를 따졌어?”

“····”

“난 네가··· 목숨을 걸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만 나섰으면 좋겠어·”

냉정하지만 그녀의 조언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럴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작 때가 되면 나는 그 말을 지키지 않을 것 같았다·

실베린은 꼬집은 손을 풀고 볼을 달래듯 살살 문질렀다· 

“그래도 직접 찾아올 생각도 하고··· 대견해·”

그렇게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다 마차는 큰 대사관이 밀집한 대로변에 잠시 멈춰섰다· 실베린은 가이낙스 대공과의 일정이 있었기에 나는 여기서 내려야 했다·

“남은 이야기는 저녁에 마저 해·”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녀는 거리에 서 있는 날 보고 손키스를 던지고는 손을 흔들며 작별했다· 그리고는 사냥감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뒤쪽에 따라오는 공녀의 마차를 흘끗 보고는 커튼을 쳤다· 

실베린은 비비 공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인사를 나눌 생각도 없고 그리 호의적인 말을 꺼내지도 않은 것으로 보아서 좋은 감정은 없는 모양이었다·

마차는 그렇게 떠났다· 벌렁대던 심장이 점차 잠잠해진다· 다행히 위젤행이 확정된다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비비와의 충돌 같은 것도 없었고·

곧이어 뒤따르던 비비가 마차에서 내려서 프릴이 달린 치마를 펄럭이며 내 앞으로 걸어왔다· 비비가 무슨 말을 해야하나 한동안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다 입을 열었다·

“···아주 긴 대화를 나누더구나·”

“먼저 떠나셔도 괜찮았는데 기다리실 필요는 없었습니다·”

“내가 필요해서 한 일이다· 신경쓰지 말··· 이마에 그건 무엇이냐?”

비비가 한발짝 더 다가와 바짝 붙는다· 그리고는 팔을 뻗어 내 앞머리를 들추려 들었다· 생각해보니 이마는 실베린의 입술이 닿았던 곳이다· 자국이 남아있던 게 틀림없다· 

나는 비비의 손을 제지했다· 방심하고 있었다· 이거 괜히 이상한 소문만 돌 테니 괜히 들춰내게 둘 수는 없다·

비비의 두 팔이 붙잡혔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내 목덜미에 코를 들이대고는 숨을 들이마셨다·

“향도··· 달라졌다· 난 그대의 향을 알고 있다· 그대에게선 본래 허브향이 났거늘··· 갑자기 낯선 향이 섞여 나오는구나·”

“밀폐된 공간에 오래 있어서 그렇습니다·”

비비가 팔에 힘을 꽉 주고 고집을 부렸다·

“이상하구나· 이 이거 놓거라· 아무래도 나는 이마의 그것을 봐야겠다·”

“···그냥 가시죠·”

​우리는 대로변에서 난감해하는 기사들을 뒤로하며 그렇게 한동안 실랑이를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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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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