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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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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2

미술부 고문이자 약초학 교수인 조르지아는 차분한 옷차림으로 온실의 화초들에 물을 먹이고 었었다· 붉은 저녁 노을 빛이 쏟아지는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학생들의 이젤은 한 쪽 구석에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고 온실의 중앙에 누군가의 그림 다섯 점이 전시하듯 일렬로 배치되어 있었다·

조르직아가 차분하게 부르는 와중에 한 소녀가 온실 문에다 노크를 했다· 그녀는 눈을 돌려 문쪽을 확인했다· 유리문이라 굳이 어렵게 살필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소녀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들어와·”

 소녀는 온실 중앙에 배치된 그림 다섯 점의 주인이었다· 그렇게 놓아둔 건 조르지아가 그림들을 보며 함께 이야기할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녀가 안으로 들어와 조르지아에게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부르셨나요 교수님·”

“응· 잠시 기다려보렴· 앉아· 차 좀 내올 테니까· 자스민 티 좋아한다고 그랬지?”

“아뇨 엘칸토요”

“아아 그랬지· 그래 좋아·”

조르지마는 물뿌리개를 잠시 내려놓고 온실 한 쪽 말린 찻잎을 보관해둔 곳에 걸어갔다·

그러곤 잠시 뒤 두 손에 찻잔을 들고 소녀가 있는 곳 앞으로 가서 물감으로 얼룩진 협탁 위에 올려놓았다·

소녀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찻잔을 들고 한모금 들이켰다·

조르지아가 그 모습을 보고는 말했다·

“너무 노골적이라 다른 애들 앞에선 말은 못했지만 우리 미술부에서 헤일리 1학년 릴리트 그리고 너까지 이렇게 셋이 참 이쁜 거 같아·”

“···감사합니다·”

“너는 꼭 보면 눈꽃같아· 너무 하얘서 시퍼렇게 보이는 눈꽃·”

“···저를 따로 부르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 그래 요즘 작품 꾸준히 그리고 출석도 잘하고 그래서 음··· 작품이 제법 쌓였더라고· 당장 전시해도 되만큼 훌륭한 작품인데··· 우선 너랑 해야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서·”

“···네·”

“그림은 영혼의 거울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니?”

“네·”

“그래· 그림에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때떄로 그리는 이의 영혼이 묻어나온단다· 그게 미술의 가장 위대한 점이지· 나는··· 어린아이의 그림을 좋아해· 거기엔 때묻지 않고 순수하고 천진한 날것의 생기가 느껴지거든·”

“····”

소녀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잠잠히 듣고만 있었다·

“삶의 대부분은 고통이듯이 괴로워하는 마음이 담긴 그림들도 종종 본단다· 화가의 삶이라는 게 워낙 빈곤하고 고달프잖니·”

“····”

“그리고····”

조르지아가 왼쪽에 일렬로 세워 둔 소녀의 그림을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네 그림에서도 그런 게 느껴진단다·”

단순한 고독이나 슬픔 같은 게 아니다· 

형체가 녹아버리고 해체되고 거무죽죽한 색감으로 범벅이 되고 배경은 뒤틀려 있었다·

이런 건 뭔가를 보고 흉내낸다고 해서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소녀의 내면은 병증에 가까운 상태였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리도 곱디 고운 얼굴을 하고선 내면이 이리도 뒤틀려버린 것일까· 조르지아는 그 그림을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파벨라··· 너 괜찮은 거 맞니?”

***

나와 비비는 다시 그 성체로 돌아가는 마차에 올랐다· 내가 이마를 끝까지 보여주지 않자 비비는 빈정이 상했는지 나와 멀리 떨어진 대각선 자리에 챙이 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창밖만 바라볼 뿐이었다·

언덕 위 성체에 도착하고 비비는 실베린에 관한 이야기를 몇가지 추궁했는데 나는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고 회피했다·

“즐거운 나들이였다· 내 저녁에 다시 찾아갈 것이니 기다리고 있거라·”

“그떄는 선생님이랑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비비의 연분홍빛 입술이 신경질적으로 씰룩거렸다· 그러고는 어디 잘 해보라는 듯이 말했다·

“그래 마음대로 하거라·”

그러고는 그녀는 마차에서 내려 꼬리처럼 들러붙는 시종들을 이끌고 휙 떠났다·

그렇게 비비와도 잠시 작별하고 나도 성채로 올라가 원래 쓰던 전망좋은 방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내 예상과는 달리 실베린은 오지 않았다·

중요한 일이라도 되는 것일까· 실베린이 약속을 못 지키는 적은 좀처럼 없었는데·

하기야 성도에서 공국까지 행차할 정도면 반나절만에 끝낼 만한 간단한 일은 아니겠지·

저녁 식사 전에는 난데없이 제단사가 찾아와 내 몸 치수를 측정했다· 그러곤 행사를 위해 필요한 옷을 줄테니 과식해서 복부 치수를 늘리는 일은 없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시종들은 식사를 대령하고 나는 홀로 단촐하게 식사를 마쳤다·

그 이후로도 실베린은 찾아오지 않았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으면 비비의 용건이라도 들어줬을 텐데·

그렇게 달이 뜰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잠에 들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깊게 의식을 놓았다가 돌연 코끝 시큰한 감각과 함께 정신이 돌아왔다·

주변은 아직 깜깜했고 머리 위에는 주먹만한 붉은 광채가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었다·

퍽퍽한 눈꺼풀에 수분기가 점점 돌아오고 나서야 그것이 내 유체 정령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삐약!”

곧이어 내 콧잔등을 무언가가 쓱 쓸고 내려온다· 얼핏 봐서는 붓 같은데 자세히 보니 그건 손으로 붓처럼 말아쥔 머리카락이었다·

그 머리카락이 붓칠을 하듯 내 얼굴을 훑으며 간질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옆에는 실베린이 날 바라본 상태로 누워서 자기 머리카락으로 손장난을 치고 있었다·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를 띄우고 있다·

“선···생님?”

“슉슉·”

그녀는 입으로 추임새를 내면서 내 얼굴에 붓질을 계속했다·

“···꿈은 아니네요·”

이르면 아침에 만날 거라 생각했는데 새벽에 이렇게 찾아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실베린이 내 얼굴 구석구석 간지럽히며 말했다·

“꿈에 내가 나온 적 있니?”

“물론 있죠·”

“네 나이대의 남자애들은 이상한 꿈 자주 꾸지 않니···?”

“···어떤 이상한 꿈이요?”

“음··· 매력적인 이성이 나오는 꿈?”

“예지몽에 이성이 나오긴 했지만···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네 꿈에서 나는 어떤 모습이었어?”

“돗자리를 피고 호수를 감상하고 있었죠·”

“그게 다야? 조금 싱거운데·”

“전 좋았어요·”

“그래?”

나는 기합이 바짝 들어가서 허공을 돌고 있는 정령에게 시선을 돌렸다·

“쟤는 왜 저러고 있나요?

“삐약!”

“내가 운동 좀 시키고 있었어· 오랜만에 보니까 살이 쪘더라고·”

실베린이 시켜서 그런가· 저 녀석이 이리도 날렵하게 움직이는 건 처음 본다·

“···선생님은 안 피곤하세요? 어쩌다 이리 늦게 오셨어요·”

실베린이 붓질을 멈추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세상엔 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왜이리 많을까·”

“····”

“저녁 일찍 너한테 가려고 했는데 자꾸 일이 생기더라고· 뭐랄까· 원래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나 때문에 일부러 문제를 만드는 것 같았어· 공국의 최고 지도자께서도 합세해서 날 네 곁으로 가지 못하게 막는 기분이었어· 물론 대놓고 그러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공국에서 선생님을 박대하는 건가요?”

“아니 너무 극진하게 대접해줘서 더 기분이 그래·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이 도시에서 가장 좋은 저택을 내 줬는데 알고보니 네 방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더라고· 뭘까·”

“····”

“그래서 점점 화가 나더라고· 내 제자한테 가는 걸 왜 이렇게 방해하는 것 같지?”

“····”

다시 생각하니 화가 또 차오르는 모양이었다·

“내 소중한 제자· 내가 애정을 쏟아서 키운 제자···· 내 제자한테 가는 걸 간섭하는 것이 너무 화가 나서··· 그냥 다 내팽개치고 왔어·”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자 실베린이 돌연 내 볼을 꼬집는다· 

“너도 잘못했어· 내가 안 오면 네가 찾아 왔어야지·”

“···?”

그건 내 권한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내가 어떻게 높으신 분들의 자리에 찾아가겠나· 실베린한테도 폐가 될 일인 것을· 

“선생님이 없으면 슬퍼요· 선생님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아요· 선생님 만나게 해주세요· 선생님 보고싶어요· 그렇게 읍소를 해서 나를 찾아 왔어야지·”

실베린도 반쯤 장난식으로 하는 말 같다·

“···다음엔 다 깽판치면서 찾아갈게요·”

그러자 꼬집은 손이 풀리고 부드럽게 내 볼을 쓰다듬는다· 다행히도 적절한 답변이었던 모양이다·

이제 보니 실베린은 연회복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악세서리도 풀어내지 못한 상태였다· 정말 일을 다 마치고 바로 달려와서 내 침대에 누운 모양이었다·

“그리고 네 방에 몰래 들어오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그냥 들어와도 되지 않나요?”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야· 휴양지인지 뭔지 모를 성에서는 바보 같은 전통이 있어· 저녁을 넘어가서는 혼자 머무는 기사의 방에 미혼 여자가 들어가면 같이 밤을 보냈다는 내용을 휘장에 적어 성벽에 내건다고 하더라구·”

“선생님이라면··· 그런 전통은 무시할 수 있지 않나요?”

“그럴 줄 알았는데 이건 왕이나 공주라도 예외가 없어·”

“왜 그런 전통이 있는 거죠?”

“이 성의 초대 주인이 역사 기록관이었대· 공국의 역사를 사실 그대로 정확한 기록을 남기기로 명성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지도층의 은밀한 남녀 관계에 한해선 오류가 많았다더라구· 그게 한으로 맺혀서 이따금 짓궂은 장난을 치곤 했는데 결국 이렇게 전통이 됐다네·”

“····”

어제 어디 잘해보라는 표정으로 날 노려보던 비비의 얼굴이 잠시 아른거린다·

실베린이 검지로 내 코 끝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제자와 추문이 번지면··· 재밌을 것 같긴 한데 내일 행사를 위해선 널 지켜줘야 했거든·”

말씀을 너무 쉽게 하시는 것 아닌가 싶다· 그건 재밌을 일이 아니다· 실베린의 명예는 보잘 것 없는 내 명예보다 훨씬 중요하다· 

“선생님은 무슨 행사인지 아시는 건가요?”

그녀가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공국에서 네게 보답을 하려는 것 같더구나·”

그러던 중 복도 쪽에서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점점 내 방문 앞에 가까워졌다· 

“어머·”

그러자 실베린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고는 손으로 내 입을 막았다·

그냥 앞을 지나가는 시녀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내 방문 앞에서 소리가 멈추자 기류가 이상해졌다·

문 앞에서 심호흡 소리가 나더니 뒤이어 똑똑 노크가 울렸다·

“혹시 잠··· 들었느냐?”

비비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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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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