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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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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3

다시 노크소리가 들린다·

“데 데미안 안에 있느냐?”

평소였다면 대수롭지 않게 맞이했겠지만 실베린에게서 이 성의 관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에 비비의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성벽에 그 불결한 소문이 걸릴 걸 비비도 알고서 찾아온 것일까· 분명 모를 수가 없을텐데· 

실베린도 비비의 목소리를 듣고는 날 묘하게 째려보는 듯한 눈빛으로 변했다·

이렇게 곤란한 상황은 참 오랜만에 겪는 것 같다·

실베린이 이 방에 함께 있는 이상 문을 열어서 비비를 맞이할 수가 없었다· 내 방에서 이 두 여자가 서로 마주한 뒤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실베린이 귓속말로 내게 속삭인다·

“무시해·”

“····”

“선생님이랑 같이 있어·”

내가 생각해도··· 무시는 지금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비비도 그냥 지나가다 들린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대의 잠귀가 굉장히 예민한 건 알고 있다· 어서 나오거라· 단둘이 긴히 할 이야기가 있구나·”

실베린은 아랑곳 않고 내게 또 속삭였다·

“무시해·”

“선생님··· 이건····”

“나한테 설명할 거 없어· 무시해· 우리 모습을 보이면 여러모로 귀찮아질 거야·” 

그래 침대에서 같이 누워있는 건··· 오해를 충분히 사고도 남는다· 절대 보여선 안 된다·

이 두 여자들의 은근한 압력에 심장이 조이고 숨이 턱턱 막혀온다·

“나오거라· 그대가 잠에서 깬 걸 알고 있다·”

비비도 여기서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실베린이 픽 웃으며 말했다·

“제자야 못보던 사이에 별난 사람과 친해졌구나·”

“선생님··· 아무래도 잘 구슬려서 돌려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아· 대신 이거 달고 나가·”

그러고는 두 팔로 내 목을 잡아당겨서 내 볼에 진하게 입을 맞췄다·

거울은 보지 않았지만 실베린의 입술 모양이 그대로 내 볼에 찍혀 나올게 뻔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문으로 걸어나섰다· 그리고는 문을 살짝 벌려서 내부가 보이지 않게 몸으로 가로막았다·

비비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그대가 나올 줄 알았다!”

“어쩐 일이십니까?”

“내 긴히 해야 할····”

내 볼귀를 확인한 비비가 말을 잇지 못했다· 충격을 받은 듯이 눈동자가 커지고 입술을 맥없이 뻐끔거렸다·

그렇게 몇초간 침묵을 유지하다 다시 말을 이었다·

“얼굴을 가까이 대보거라·”

“예?”

비비가 손수건을 꺼내고는 허락도 받지 않고 옷을 잡아 당겨 내 상체를 끌어냈다· 그리고는 순수건으로 볼에 묻은 자국을 벅벅 닦기 시작했다·

“그대는 때로 칠칠치 못한 구석도 있구나· 그대의 스승이 잠든 틈에 거칠게 반가움의 표현을 한 모양이다· 그대와는 각별한 사이이니 난 충분히 이해할 수 있구나·”

나는 비비가 방 내부를 들여다 볼까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다· 그대는 내일 중요한 행사에 참석해 공국를 대표하는 고위층과 기사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런 모습을 칠칠맞은 모습을 보이는 건 오늘 새벽까지만이다·”

“····”

“난 그대의 몸을 닦아주는 건 이제 익숙하다·”

“····”

“안 되겠다· 그대 방에 들어가겠다· 날 언제까지 복도에 세워둘 것이더냐?”

“공녀님 저도 이 성의 전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밤중에 기사의 방에 들어섰다가 추문이 돌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 유별난 행사는 자주 행해진 탓에 모두들 피로감이 쌓였다· 이제는 성벽에 걸린 휘장을 보는 이도 믿는 이도 거의 없다· 들어가겠다· 비키거라·”

비비가 비집고 들어서려는 걸 몸으로 막고는 말했다·

“저는 공녀님처럼 입지가 단단하지도 않으니 처신에 주의해야 합니다· 절 고깝게 보는 귀족도 이미 마주했었고요· 제가 직접 공녀님의 거처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못내 수긍하고는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나는 잠시 침대에 누워 있던 실베린을 슬쩍 돌아보았다·

그녀는 어느틈에 침대 모서리에 걸터 앉아선 턱을 괴고 내 쪽을 따가운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뭐가 단단히 실베린의 심기를 거스른 모양이다· 이건 또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앞뒤에서 압력이 들어오니 내 신경도 잔뜩 곤두섰다·

그렇지만 당장은 공녀를 돌려보내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몸을 밖으로 빼내고 황급히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비비에게 말했다·

“···가시죠·”

“달밤의 산책이라··· 그것도 나쁘지 않다· 바르비시아에서 몸을 부대끼던 때가 떠오르는구나·”

“····”

“잠깐 기다리거라· 볼에 천박한 자국이 아직 남아있구나· 내가 깨끗이 지워주겠다·”

***

우리는 성채의 별관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금 걷고 있는 이 정원엔 선선한 바람과 달빛이 환하게 비췄다·

“찾아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비비가 손을 단정히 모으고 나와 발을 맞춰 걸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더구나· 그대는 내일 행사가 끝나면 다리 이터니아로 돌아갈 것 아니던가·”

“그렇죠·”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대와 함께 하면서 동료애 같은 것이 마음 속에 자리잡은 모양이다·”

“아쉽습니까?”

직설적인 질문을 받고 비비는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를 부정하려 들지는 않았다·

“···그렇다· 아쉽구나·”

그리고 잠깐동안 말이 없었다· 한동안 잔디를 밟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앞으로 이터니아에 영원히 못 오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하지만 이번 사고 때문에 몇 년은 그 근처는 얼씬도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내게 몇 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길구나·”

그렇겠구나· 수명이 십 년 가량 남은 상황에서 그 짧은 몇 년의 세월도 그녀에겐 큰 제약이었다·

“방법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닐 겁니다·”

“그래서 그대에게 확고한 약조를 받아내고자 찾아왔다· 그대는 일이 끝나면 작별도 없이 바람처럼 떠나버릴 것 같아서 불안하다·”

“방학 때 찾아오는 것으로는 부족하십니까? 무슨 약조가 필요하신 겁니까?”

“···매년 한 번씩 공국에 찾아와줄 수 있겠느냐? 정확히는 내 궁전으로 말이다·”

“····”

비비가 주늑든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며 말했다·

“난 남은 수명동안 정욕이 가득찬 늙다리와 내 권세를 이용하려는 아첨꾼을 상대하며 살아가야 한다· 앞으로 즐겁게 살아갈 날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진실되며 믿을 수 있고 기댈 수 있으면서 날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그대밖에 없구나· 그대와 함께 늪지를 뒹굴던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비참한 내 인생에 잠깐의 휴식을 선사해줄 수 있겠느냐·”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나에게 그런 사람은 실베린 하나 뿐이다· 어쩌면 그 역할은 가족이 수행해야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비비에게 의지할 사람이 나 하나뿐이라는 말이 가슴 한 구석을 후벼팠다·

비비도 그리 행복한 삶을 살아오지 못 했겠구나· 나는 주제넘게도 비비의 삶을 동정했고 한편으론 조금의 동질감도 느꼈다·

“···약속하겠습니다· 아가씨가 거부하지 않는 한 매년 찾아뵙겠습니다·”

비비가 턱을 들고 날 올려다 보았다· 그 얼굴엔 전에 본 적 없는 환희가 담겨 있었다·

“좋다· 그대의 약속 꼭 기억하겠다·”

그녀가 먼저 앞서 나갔다· 발걸음에 활력이 돋다 못해 반쯤 폴짝폴짝 뛰는 것 같았다· 비비도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구나· 첫만남 당시의 그 차갑고 권위적인 인상을 돌이켜 보면··· 엄청난 변화다·

그리고 매년 한 번 정도야···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 나는 실베린처럼 온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도 아니니 말이다·

***

비비를 데려다주고 내 방에 다시 돌아왔을 땐 실베린은 어딘가로 떠나고 없었다· 

나는 긴장이 풀려서 그대로 침대에 엎어졌다· 침대의 머리맡엔 실베린의 쪽지가 높여 있었다·

[아침에 또 올게·]

기분이 좀 상한 듯한 모습이었는데 괜찮을까· 두 여자의 급습으로 인해 이런 저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렇게 나는 잠이 들었다가 아침해가 방 안을 환하게 비출 때 쯤 시종의 노크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들어오란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대여섯 명의 시종이 물이 든 욕조와 가운 그 외 옷가지를 들고 와서는 나를 불렀다·

“데미안 님은 행사를 위해 깨끗이 단장하셔야 합니다·”

반쯤 명령에 가까운 요구였다·

그리고는 고급스럽게 제단한 검은색 연미복을 내보였다·

“대마법사 님께서 준비를 마치고 중정에 나와 있으라는 말을 전하셨습니다·”

“스승님도 행사에 함께 가시는 겁니까?”

“저희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대마법사 님을 비롯한 수많은 고귀하신 분들이 그 자리에 참석하십니다·”

그 행사란 게 대체 무엇을 위한 건지는 내게 아직 제대로 된 설명을 해준 적이 없었다·

난 일단 그런 자리는 가기만 해도 속이 거북해지는데··· 좀 난감하다·

빠르게 목욕을 마치고 시종들의 도움을 받으며 연미복을 걸쳤다· 내 몸 치수에 맞게 제작된 것이라고는 하는데 내게는 그저 몸에 안 맞는 듯한 불편감만 들었다· 팔을 높게 들지도 못하고 다리를 자유롭게 놀리기에도 뻣뻣했다· 

그리고 준비를 마치고 실베린이 말한 중정으로 내려갔다·

아침 햇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회랑에서 새하얀 피부의 여자가 기둥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다·

“제자야·”

실베린이 날 발견하곤 가볍게 손짓한다· 그녀는 어깨와 허벅지가 드러나는 검은색 튜브탑 드레스를 걸치고 늘 그랬듯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목에는 내 선물인 루비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선생님·”

“멋지게 입고 왔네· 후줄근한 게 더 귀엽긴 하지만··· 이렇게 입는 것도 가끔 보면 나쁘지 않구나·”

후줄근한 게 더 귀엽다는 말은 무슨 뜻이지· 

“···선생님도 아름답습니다·”

“나도 알아· 태어났을 때부터 지겹게 들었거든·”

“····”

“이리와·”

실베린이 내 손목을 잡아당기고는 훅 끌어안았다· 나는 그대로 인형처럼 그녀의 품에 들어갔다· 실베린은 팔에 힘을 꽉 주고 몸을 밀착했다·

그리고는 어제의 그 자리에 수차례 뽀뽀세례를 해댔다·

나는 실베린 앞에 서면 아직 어린애였다· 

묘한 불편감이 날 사로잡는다· 남들이 볼 수도 있는 자리에서 이러니 참 곤란하다· 몸을 맡기고 싶다가도 내 나이를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북부에선 내 나이 때 전장에 나가지 않던가·

“저 선생님····”

실베린의 입술이 점점 내 목까지 내려왔다·

그러다 돌연 움직임이 멈췄다· 곧이어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냅다 내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선생님?”

“가만히 있어····”

그리고는 내 어깨죽지를 걷어내 내 맨살을 드러냈다· 거기엔 트리샤의 아빨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녀의 눈이 조금 심각해졌다·

“제자야 이건··· 뭐야?”

옷 안에 감춰진 걸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짐승한테 물린 자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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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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