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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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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6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열두 명의 백금 방패의 기사 중에 검신을 비롯한 과거 영웅들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내가 구한 건 공국이 아니라 비비 공녀 하나다· 엄밀히 그들과 나란히 할 정도의 인물이 아니지 않은가· 자격 미달로 뒷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걱정까지 했었다·

서임식이 다 끝난 뒤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행히도 국가적인 영웅에게 수여하는 것은 아니었다· 특별한 공적을 세운 이에게 주는 일종의 명예 작위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큰 행사를 마치고 나는 실베린과 다시 숙소로 향했다· 

잔잔히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나는 방패를 멍하니 관찰했다·

미적 가치는 뛰어났지만 실용성은 사실 거의 없었다·

실베린이 흐뭇한 얼굴로 날 물끄러미 보다가 입을 열었다·

“주인공이 된 기분이 어때·”

“잘 모르겠어요· 이 방패를 받은 다른 소드마스터들하고 같은 위치에 있다기엔···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 방패는 그냥 강하고 힘 쎈 사람한테 주는 게 아니야· 업적이 얼마나 크고 작은지를 떠나서· 존경받을 업적을 쌓으면 주는 거지· ‘백금 방패의 기사’ 작위를 받은 이중에 칼 한번 잡은 적 없는 평민 농부도 있었어·”

소드마드터도 있고 농부도 있고 노인과 소년도 있었던 걸 보아··· 딱히 대상 선정에 특별한 구분이 없기는 해보였다·

“공국의 국민들이 절 얼마나 안다고 존경까지 할까요· 심지어 새파랗게 어리기까지 한데·”

“정확히 설명하자면 공국의 국민들을 감동시키면 받는 거야·” 

“···감동이요?”

“메모리얼 홀의 기사들 말이야· 존경과 선망이 가득한 눈으로 널 보던거 아니? 넌 기사들의 로망인 ‘공주님 구하기’ 판타지를 있는 그대로 실현했잖니·”

전혀 몰랐다· 한데 나와 비비가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보면··· 낭만과는 거리가 있다·

“저에 대한 소문이 여기저기서 각색이라도 된 모양입니다·”

“맞아· 특히 너에 관한 뜬 소문들이 많이 돌고 있어· 나쁜 이야기들은 거의 없지만··· 나도 술집 주정뱅이한테서 공녀와 네가 늪지에서 눈이 맞아서 혼약을 맺을 거란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열··· 당황스러웠는지 아니·”

나는 잠시 숨을 죽이고 침을 꼴깍 삼켰다·

그 당시를 복기하는 실베린의 표정에서 당혹감보단 살의가 더욱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나는 서둘러 말을 돌렸다·

“비비 공녀가 얼마나 아낌받는 사람인 건지 이제야 몸으로 느끼네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면·”

고아는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데 말이다·

“그렇지 아 맞다· 잊고 있었는데 마침 재밌는 소식을 또 전해주자면····”

실베린이 품에서 누렇게 변색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고는 내 앞에 건넸다·

나는 이를 받고는 곧장 펼쳐보았다·

공국에서 [백금 방패의 기사] 작위를 받아낼 것· 

마도학의 도시 클라리디움에서 [마녀의 파란 심장]을 얻어낼 것·

제국에서 [황금 공로 훈장]을 타낼 것·

“이게··· 뭐죠?”

“네 선배이신 젤단 하트가 낸 두 번째 시험이란다·”

“····”

젤단 하트의 시험 첫 번째는 위젤에서 실베린과 수련을 하며 통과했었던 기억이 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그 다음 테스트가 내 손에 다시 쥐어진 것이다·

“그 셋 중에 하나만 얻어내도 젤단은 정신적인 자질 면에서 탁월한 것이라고 여겼어· 축하해·”

“그럼··· 통과한 건가요?”

“응· 젤단은 그 셋 중에 공국의 것을 제일 높게 평가했어· 공국의 군주는 여신의 피가 섞여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 보는 눈이 탁월하다네?”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또다른 성과가 생겼다·

“공국의 군주에 대해서···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과거 이력을 보면 그런 편이지· 백금 방패 기사 작위를 받은 이들 몇몇이 성장해서 훗날 전 대륙에 이름을 날린 걸 보면· 공국은 어쩌면 숨겨진 자질도 평가 항목에 넣었는지도 몰라·”

백금 방패의 기사는 총 열 세명· 그리고 이 작위를 받고 난 뒤에 소드마스터가 된 사람만 무려 세 명이나 되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불현듯 내 머릿속에 한 생각이 스쳤다·

“혹시 제 또래 중에··· 2단계를 통과한 사람도 있나요?”

그리고 실베린이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과거를 돌아보는 듯이 초점이 잠시 흐려졌다· 그 기억 속을 헤엄치는 실베린의 입가에 희미하게 웃음기가 감돌았다· 그것이 조소인지 아니면 단순한 즐거움의 표현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응· 하나 더 있어·”

***

대성당 외곽을 감싸는 커다란 회랑 소드마스터 칼리오스가 실베린의 옆에서 뒷짐을 지고 걸으며 말했다·

“그 녀석이 그대에 관해서 묻더이다·”

실베린은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재밌네요· 전 그 녀석을 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그 버르장머리 없는 놈은 소드마스터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 거에는 관심도 없고 쭉 그대에 관해서만 물어댔소·”

실베린은 잠시 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잡히지 않았다·

“그 녀석이 왜 제게 관심을 갖죠?”

“동경심일 것이오· 녀석은 몇 년 전 제국 로얄 아카데미 인근에서 그대의 모습을 잠시 스치듯 본 적이 있다고 하더이다· 그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소·”

“····”

“자기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세상 진지하게 말하더구려 껄껄·”

실베린은 그 말을 듣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군요·”

“그런 듯 하오· 어쨌거나 그대도 직접 한 번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소? 어찌 되었든 교단에서 총력을 다해 키우는 녀석이니 말이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보도록 하죠·”

“아무래도 녀석이 직접 찾아갈 모양세구려·”

“끔찍한 농담이군요·”

칼리오스가 씩 웃으며 말했다·

“농담하는 것이 아니오·”

 그는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갈라졌다· 칼리오스와의 용무를 끝낸 실베린도 더는 회랑을 거닐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칼리오스의 예언은 예상보다 훨씬 이른 때에 이루어졌다·

돌아가는 길 회랑의 끝에서 한 소년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실베린은 이를 보고는 짜증섞인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구둣 소리를 듣고는 누군지 알겠다는 듯이 몸을 돌려 실베린을 바라보았다·

짙은 회색 빛의 머리카락· 결벽증처럼 단정하게 빗질해 이마를 드러내고 준수한 이목구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만만하면서 호기롭고 공격적인 눈빛· 데미안보다 키가 주먹 하나정도 컸다·

“대마법사 실베린 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실베린은 팔짱을 끼고 가만 서서 그 모습을 천천히 뜯어보았다·

“누구지?”

그가 제국의 궁중 예법에 맞게 실베린에게 인사를 꾸벅 하고는 말했다·

“저는 에녹 바실리우스 3세입니다· 대마법사님 또한 제 이름을 익히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대마법사 앞에서도 조금도 주늑드는 게 없다· 자신만만한 표정은 꾸며낸 것이 아니었다· 

이름은 알고 있었다· 바로 젤단하트의 후계자 성검의 주인이라 불리는 인물이었으니까·

실베린은 그 소년을 보자 문득 데미안 생각이 났다· 습관이었다· 그 나이대의 소년을 보면 반사적으로 제자 생각을 했다·

그녀는 감정을 빼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래 무슨 용건이지?”

무미건조한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는 순간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그 기색은 곧바로 사라지고 다시 자신감으로 채워쳤다·

“전 오래전부터 대마법사 님을 동경해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수 년부터 그려왔던 것입니다·”

“유감이지만 난 이런 만남은 선호하지 않는단다·”

“제 욕심이 지나쳤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시길·”

그의 목소리는 그렇게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그저 상대의 기분에 상관없이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다시 묻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야· 용건은?”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대마법사님은 젤단 하트 님과 같은 전장에서 활약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영감이랑 몇 번 그러기도 했었지·”

“또한 인페르노 골렘과의 전투에서도 맹위를 떨치셨다 들었습니다· 북부의 영웅이시고요·”

“····”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갈피가 잡히질 않았다·

에녹은 더 이어서 실베린의 이력을 찬찬히 읊어대기 시작했다· 마치 실베린의 과거를 전부 외우기라도 한 것처럼· 대단한 열의였다·

“그리고 지난 해에 생애 첫 제자를 들이셨더군요·”

“····”

“전 대마법사님의 첫 제자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 제자는 대마법사 님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검술에 미숙하고 성장이 더디다 하더군요·”

“누가 그런 소리를 했지?”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녀는 속으로 조소를 날렸다· 언급은 안 했지만 그런 악평을 남긴 인물이 누구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성도에는 실베린에게 호의적인 사람만 소집된 게 아니다· 그녀를 바닥에 끌어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손을 거들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인물은 이번 회의에서 에녹의 교육을 담당하기로 내정되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그 친구는 ‘젤단 하트의 시험’을 통과 했습니까?“

실베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에녹이 말했다·

“대마법사님을 마음 깊이 동경하는 입장에서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전 세 번째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니 어쩌면 그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겠군요·”

“친절하구나·”

이제야 비로소 에녹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유감입니다· 대마법사 님은 머지않아 예언에서 주지한 단 하나의 별을 찾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흐음·”

데미안을 제자로 선택한 것이 과연 옳은 것이었냐고· 그는 빙빙 돌아가며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실베린과 관련된 그 예언을 에녹이 알고 있는 것도 의외였다· 이를 알 만한 사람은 성녀 플렌체 하나밖에 없었다· 그 예언이 이 애송이에게도 새나간 걸 확인하니 플렌체에게 묘한 배신감을 느꼈다·

에녹이 실베린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거기엔 특별함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이 비춰졌다· 그녀는 에녹의 자아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

실베린은 데미안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는 상으로 받은 방패를 옆에다 치워두고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사실 젤단 하트의 시험은 내년에야 알려줄 생각이었다· 아무리 성장이 빠르다 한들 공국에서 이목을 집중할 만한 업적을 세우는 건 쉬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무시해도 상관없고 천천히 성장해도 괜찮았다· 데미안은 이미 충분히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데미안은 실베린의 예상마저 깨고 도약을 거듭했다· 실베린의 스승들이 그녀의 마법적 성장세를 마주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놀랍고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너무도 빨리 변하고 있어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데미안은 그런 그녀의 마음은 조금도 모르는 건지 딴 생각에만 빠져 있었다· 그는 결국 못 참겠는지 입을 열었다·

“선생님 그 녀석은 이름이 뭔가요?”

자기보다 먼저 성취한 이가 있다는 게 영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검을 잡은 기간을 생각해 보면 데미안이 한참 뒤쳐져야 맞는 것이다· 그의 눈빛에선 때때로 야성이 튀어나오곤 했다· 마치 깊은 곳에 화산을 품고 있는 겨울 바다 같았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실베린조차도 집어 삼켜질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지금의 데미안은 에녹이 눈 앞에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목덜미를 물어 뜯어버릴 것 같았다· 

“아마···아카데미 교류전 쯤이면 만날 수도 있을 거야· 귀 가까이 대봐·”

“···?”

데미안이 몸을 숙여서 실베린에게 귀를 가져다 댔다·

그리고 방심한 틈에 두 팔로 그의 허리를 와락 껴 안았다· 기습을 받고는 그가 거세게 기침을 뱉었다·

“커헉···!”

거세게 꽉 조여맨 탓에 그의 허리에서 뚜둑 하는 소리가 났다· 그가 몸부림을 쳤지만 꿈쩍도 안했다·

“선 선생님 허리가····”

“싫어 내 꺼야· 안 놔줘·”

그렇게 꽉 끌어안고 한동안 버텼다·

“아 아파요·”

그녀는 잠시 곰곰히 생각하다 구속을 느슨하게 풀었다·

“그래 허리는 중요하긴 하지·”

그제야 데미안이 간신히 숨을 돌렸다·

“근데 제자야·”

“네?”

“넌 어떻게 된 게 선생님한테 뽀뽀 한 번 안 해줘?”

“···예?”

데미안이 돌처럼 굳었다· 그러고는 자기가 제대로 들은 게 맞냐는 표정으로 눈만 깜빡거렸다·

“내가 그렇게 해 줬는데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데미안이 말문이 막혔는지 한동안 입을 붕어처럼 소리없이 뻐끔거렸다· 실베린은 불만스런 얼굴로 항의하듯 그의 눈을 계속 주시했다·

“어떻게 제자가 선생님한테 함부로····”

“그냥 스승과 제자 간 가벼운 애정표현이잖아· 왜 그렇게 큰 의미를 두려 그래?”

“···사제간에 이러는 게 흔한 건가요?”

“뭐 원하면 할 수도 있지·”

“그··· 선생님 뒤에 보는 눈이 있는데 일단····”

“뒤에?”

실베린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뒤쪽 창문으로 한 공국의 마차가 보였다· 조금만 실수해도 추돌 사고가 날 정도로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데미안은 그 마차가 누구의 것인지 아는 모양이었다·

“비비 공녀의 마차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베린이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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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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