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dont have javascript enabled! Please enable it! Doggone Academy Chapter 17 - English Novel
Switch Mode

Doggone Academy Chapter 17

To access the list of chapters and reading pages, click the link below.

EP.17

실베린은 이번 연금술사 일로 학회에 연락을 취하러 잠시 자리를 떠나 있었다·

그걸 노리고 내게 다가온 것일까· 악의는 없어 보이지만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을 수 있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다·

연로한 탓에 직접 전선에 뛰어들지는 않는 것 같았지만 굉장히 다부진 체격이다· 기사단을 지휘하고 있으니 만큼 경험과 눈썰미에서는 상대가 안 된다· 

서툰 거짓말은 독이 될 수도 있었다·

나는 허리띠를 풀러 검집 그대로 그에게 건넸다·

포퍼가 이를 받고는 절도 있는 몸놀림으로 칼을 뽑아냈다·

챙!

은빛의 유려한 검신이 자태를 드러냈다·

그는 좌우로 슥슥 8자를 그리며 휘둘러보았다· 그러곤 저물어가는 노을빛에 검신을 비췄다·

포퍼의 눈이 좁혀진다· 그의 표정을 따라 내 심장도 철렁 내려앉았다·

“좋은 검이군·”

포터는 별다른 말없이 칼집에 검을 넣고는 내게 슥 내민다·

더 추궁하는 건 없는 건가?

나는 이를 받아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검을 배운지는 얼마나 되었지?”

“····”

평범하면서 참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다· 경력을 속이기도 뭐하고 있는 그대로 툭 뱉었다간 기사들을 기만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 줄 수도 있다·

포퍼가 머뭇거리는 나를 보고는 점잖게 웃었다·

“허허허! 제대로 배워 본 적 없다고 말하는 게 그리도 어려운가!”

“···?”

포퍼가 내 어깨를 힘차게 두드렸다·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지? 아니 그것보다 나를 떠보려고 물어봤던 거야? 

나뿐만 아니라 대화를 엿듣고 있던 기사들도 황당해하는 표정이다· 아무래도 검을 배워 보지 않았단 소리 때문이겠지·

이 영감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긴장 바짝 해야겠다·

“네 스승님은 나와 전장을 누볐던 전우일세· 자네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들은바 있다네·”

실베린이 이미 이야기 한 거구나· 실베린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니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간담이 서늘해진다·

실베린과 전장을 누빌 정도의 베테랑이면 내가 검을 잡는 자세만 봐도 낱낱이 해부해낼 것이다·

“스승님의 전우를 뵙다니 영광입니다·”

“허허 나 또한 자네를 만나 영광일세· 자네는 큰일을 했더군· 우리 아니 이 마을 전체가 자네에게 빚을 진 거나 다름없지·”

“최고의 스승님을 둔 덕입니다·”

포퍼는 잔잔한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자네의 스승은 전부 자네 스스로 해낸 것이라 귀띔했는데·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 겐가?”

“····”

이상하게 모든 상황 자체를 실베린이 의도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내가 떠날 때 스티치를 건넨 것부터 어디론가 슬쩍 자리를 비우고 포퍼를 이렇게 독대하는 것까지· 

“스승에게 공을 돌리는 건 기특하다만 우린 공과 구분이 명확하다네· 이는 전부 자네가 세운 공이고 그 보상은 자네가 선택하는 게 맞겠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보상은 가당치 않습니다·”

포퍼는 타이르는 어조로 말했다·

“기사단을 상대로 빚을 지워두게 할 셈인가?”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른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원하는 걸 말해보게· 무엇이 필요한가· 자네에게 쓸 만한 아티팩트를 줄 수도 금화를 줄 수도 있네·”

냅다 받아먹으라고 등떠미는 건 참 감사하다만 나는 이 공적이 어느 정도의 위상이 있는지 아무런 감이 없었다· 

내 생애 처음 경험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

몇 없는 기회이니만큼 최대한 유용한 보상을 받아내고 싶다· 

아티팩트와 돈· 어느 쪽이든 좋긴 하다면 내게는 크게 유용하지 않다·

하지만 되려 과한 보상을 요구했다간 공적을 스스로 깎아 먹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 참 난감하기 짝이 없다·

조언을 구할 만한 유일한 사람인 실베린은 자리를 비우고 있고·

필요한 게 없지는 않다· 그게 적절한 건지 판단이 안 서는 게 문제였을 뿐이다·

음 기사단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있기는 한데 이를 어쩐다·

엄밀히 말해서 나와 기사단은 이 미치광이 연금술사의 뒤치다꺼리를 한 것이나 다름 없다· 나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 건 그 연금술사라는 말이다·

다만 그 연금술사에게서 보상을 뜯어내려면 기사단의 도움이 아주 절실했다·

내게 절실한 건 바로·

“그리폰의 피가 필요합니다·”

포퍼의 동공이 커진다· 좋은걸 놔두고 뜯금없이 그리폰의 피를 부르니 황당할 것이다·

그는 바로 답하는 대신 잔잔히 수염을 쓸어냈다·

그리폰의 피는 즈베레프의 포션 레시피에 담긴 수많은 재료 중 하나였다·

연구문을 읽다가 탐나는 포션이 하나 있어서 도둑질 좀 해야겠다·

재료 중에 이름 모르는 약초들도 수두룩했고 어떤게 구하기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위젤은 온갖 약초를 찾아 연금술사들이 찾아올 정도의 천혜의 환경이니만큼 목록에서 배제했다·

그 많은 포션의 요구 재료들 중 약초가 아닌 유일한 것이 바로 ‘그리폰의 피’였다·

위젤엔 마수가 극히 적으니 여기서 공수할 수는 없었고 무역상의 손을 거쳐야 했다· 

헌데 그리폰이 어디 서식하는지도 모르고 또 어떤 무역상이 16살 어린 놈의 말을 믿고 그 먼길에서 재료를 조달해주겠나· 설득하는 것도 일이고 설득한다 한들 프리미엄을 붙여 바가지를 왕창 뜯어낼 것이다·

기사단이 이를 대신 처리해주면 단번에 해결된다· 손이 클테니 물량도 넉넉하게 챙겨줄 거고·

나는 포퍼의 눈치를 살폈다·

이 사람· 날 보는 눈이 아주 초롱초롱하다· 좋은 신호인 것 같은데 이거 묘하게 부담스럽다·

“또 무슨 재밌는 일을 꾸미고 있나보군·”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 무슨 기대를 하는 모양이다·

“그리폰의 피는 어렵지 않게 조달해 줄 수 있다네· 내 용처는 따로 묻지 않겠네· 어떤 일을 벌일지 기대하고 있겠네· 껄껄·”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토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담스럽다·

저택 내부에서 기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저택을 나온 기사 하나가 포퍼에게 다가가 보고를 올렸다·

“잔존 구울 토벌이 전부 끝났습니다·”

“좋아·”

때마침 종자들이 내가 갈아입을 의복을 챙기고 다가온다·

“이제 마치도록 하지· 다들 수고 많았네·”

포퍼는 뒤돌아 떠나려다 미처 말하지 못한 게 있었는지 내게 한마디 덧붙였다·

“아 조만간 사교회를 열 생각인데 자네도 참석해줬으면 좋겠군·”

“마다할 리가 없지요· 영광입니다·”

망했다 사교회라니· 차라리 통나무를 밀어 옮기고 구울 피를 뒤집어쓰고 말지·

포퍼는 부관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이제 점차 마무리하는 모양새였다·

내 앞에는 미처 지휘관을 뒤따라 가지 않은 기사 몇몇이 남아 있었다· 

안면이 있던 기사 조이스와 내 또래처럼 보이는 덩치 큰 녀석이 나를 주시한다·

이들과 눈이 마주치자 조이스는 내게 가볍게 묵례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옆에 덩치 큰 놈은 나를 기분 나쁘게 내려다보고는 조이스를 뒤따랐다·

하루 만에 너무 많은 일을 겪은 탓에 잡다한 것까지 하나하나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대문을 나섰다·

기사들은 마을 중앙 널찍한 교차로로 줄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 한 켠에는 실베린이 말 고삐를 붙잡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의심이 반쯤 확신이 되었다·

이미 와 있었는데 일부러 얼굴을 안 비친거 맞지?

그녀에게 다가가자 실베린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수고했다 제자야·”

“조금 늦으셨네요·”

내 면박에 실베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그녀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먼저 타렴·”

내가 말에 오르자 실베린이 뒤따라 말을 탄다·

우리도 기사들의 행렬을 따라 교차로로 향했다·

말을 타고 가던 중에 내가 호기심을 못 참고 말했다·

“선생님 다 알고 있었죠·”

“뭘?”

“그 저택에 구울이 숨어 있었던 거요·”

“응· 예상은 했지· 결계에 마력이 잔존해 있었으니까·”

“····”

“혹시나 해서 네가 어떻게 하나 놔뒀는데 이렇게 혼자 다 해먹을 줄은 몰랐지·”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기사단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는데· 그래서 혼자 공적을 날름 하시고 보상으론 뭘 받았어?”

그건 아직 모르나?

“돈으로 달라 했어요·”

실베린이 돌연 고삐를 놓는다· 말이 우뚝 서고 실베린이 잠시 말없이 가만 있는다·

곧이어 실베린이 내 양 볼을 힘껏 꼬집었다·

“아악!”

“이게 벌써 스승을 속이려 들어?”

전부 다 알면서 모른척 한 거였어? 이쯤되니 조금 무서워진다·

“다아연서왜우어오”

다 알면서 왜 물어요·

“내 귀가 워낙 밝아서 말이지·”

“다힌안으얼에요”

다신 안 그럴게요 제발·

큰일이다· 연구 노트를 빼돌린 것까지 들키면 나는 끝장인데· 이건 한동안 비밀로 해 둬야겠다·

실베린은 한참 내 볼을 마사지해주고서야 구속을 풀어냈다·

볼이 아직도 얼얼하다·

“얼른 말타는 법을 배워야겠네요·”

“내 품에서 벗어나려면 한참 멀었다 제자야·”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던가· 사실 표는 안 냈지만 무섭게도 실베린과 말 타는 게 점점 편해지고 있었다·

완전히 적응하기 전에 빠져나와야지· 아카데미까지 이러고 갈 순 없는 노릇이니까·

마을 중앙 널찍한 교차로에서 기사들이 도열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이들을 멀찍이 둘러싸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도 그 대열 한쪽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포퍼가 토벌이 끝났음을 마을 주민들에게 공표했다·

이들은 이제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원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헌데 주민들이 우릴 보며 수군거린다· 

얼핏 들어 보니 나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대마법사의 제자라느니 천재 검사니 뭐니 말이 오간다·

그새 소문이 다 퍼졌나보다· 

“제법 유명해졌네?”

“너무 띄워주는 것 같은데요·”

듣고 있기 민망할 정도다·

“여긴 너무 평화로워서 마수 관련된 일이면 이렇게 호들갑이야· 그냥 받아들여야지 어쩌겠니·”

실베린은 저런 호들갑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어조였다·

그렇게 본래 예상한 것보다 일찍 일을 마무리하고 우리는 실베린의 저택으로 길을 나섰다· 

해는 이미 다 넘어가서 우리는 달빛에 의지해 나아가고 있었다·

실베린은 별빛을 감상하며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연금술 협회에 물어보니 즈베레프란 연금술사는 명단에 없었어·”

“그럼 뭐죠?”

“협회에 이름을 올려야 연구를 보호받을 수 있는데 그러지 않은걸 보면 뒤가 굉장히 구린 놈이겠지· 즈베레프란 이름도 가명일 확률이 높고·”

“선생님은 어떡하실 건가요? 계속 조사 하실 겁니까?”

실베린이 긴 숨을 뱉는다·

“내가 어떻게 하건 너는 이제 관심가질 필요 없어· 이제 그런 거 신경 쓸 겨를도 없어질 테니까·”

“···왜죠? 또 다른 일 있나요?”

“마법 학회와 연락하던 중에 마침 아카데미에 보냈던 추천서의 답신을 받았거든·”

“···네?”

“아카데미 심사단이 널 보러 위젤에 올 거야·”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