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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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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4

루나가 내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레 묻는다·

“아는··· 사람이야?”

“응· 미술부 선배·”

“···친해?”

“아니· 대화한 적도 거의 없어·”

나랑 친하면 져주기라도 할 것처럼 루나는 조심스러웠다· 괜히 신경쓸까봐 말을 덧붙였다·

“나랑 상관 없는 사람이야·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준비해·”

루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루스커스라는 선배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어? 전력이 어느정도인지 가늠이 안 가는데·”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

“아니 미안할 건 아니야· 일단 이쯤에서 해산하자·”

“응····”

“그나저나 살인 포션 책은 반납했어?”

“····”

루나가 흠칫 놀란다· 그냥 긴장 좀 풀어보자고 던진 말인데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잠시 뻣뻣하게 굳어 있다가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원위치에 꽂아 넣었다·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내 착각이려나· 그녀는 창피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서고를 빠져나갔다·

나는 루나가 빠져나가고 한동안 시간을 죽이다 슬쩍 서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을 맞이했다·

바로 세실이 팔짱을 끼고 서고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던 것처럼·

가면을 쓰지 않았을 때는 세실과의 접점이 없었다· 나는 능청스럽게 그녀를 못본 척했다· 내가 지나가던 중에 세실이 말을 던졌다·

“3서고는 원래 드나드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

“연금술이랑 아무런 인연이 없는 루나랑 같은 공간에서··· 뭘 했을까·”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다· 세실이 어떻게 비밀 장소에서 둘이 만나는 걸 눈치챈 거지·

루나와 사탕이와의 관계를 알고 날 의심하려는 건가? 공녀 호위 때부터 덜미를 잡힌 건가? 나는 머리를 최대한 빨리 굴렸다·

“궁금하면 들어와보지 그랬어?”

“그러게 확 들어가서 뭐하는지 볼 걸 그랬네· 트리샤가 너 그러는 건 알아?”

트리샤 이야기가 나오는 거라면··· 아직 날 사탕이라고 의심하지는 않는 건가· 나는 최대한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내 개인 연구 때문에 바쁜 거?”

“그래· 좀 순진해 보이는 여자애들 뒤꽁무니 졸졸 따라가서 연구하는 거·”

“남의 일에는 신경 끄지 그래·”

“아니 난 알아야 돼·”

나는 질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세실이 한박자 쉬었다가 사뭇 진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가 많이 의심되거든·”

“····”

나는 더 대화할 이유가 없다는 듯이 시선을 떼고는 밖으로 나왔다·

도서관을 나올 동안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속으론 소리를 지를 뻔했다·

세실이···내 정체를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루나와 접촉이 있다는 걸 아는 이상 충분히 가능성 있었다·

칸디넬라 교수가 잘 처리했다 그랬는데 정말 제대로 한 거 맞나·

나는 중앙 도서관에서 나오자 마자 곧장 칸디넬라의 교수실로 향했다·

***

칸디넬라 교수는 말린 오렌지로 차를 내오고는 내 앞에 올려두었다·

“마셔· 기운 차리는 데 좋아·”

“감사합니다·”

그녀는 내 맞은편 소파에 앉아서 차를 홀짝였다·

“세실이 의심하는 것 같다고?”

“그렇···습니다·”

“정확히 네 정체를 의심한다는 말을 했었어?”

“그건 아닙니다만····”

“음··· 글쎄 내 생각은 달라· 우리가 조치를 취한 이상 그 애는 모를거야· 한 번 가면을 쓰고 그 여자아이랑 접촉해보는 건 어때?”

“이렇게 의심받는 상황에서 갑자기 만나자고 하면 더 수상하지 않겠습니까?”

칸디넬라는 퍽이나 여유롭게 차를 홀짝였다· 이 교수는 정말로 상황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여기는 듯했다·

“그러지 말고 한 번 만나 봐· 더 문제 생기면 우리가 다른 대책을 마련해줄 테니까·”

“····”

“그리고 세실 같은 애는 네 정체를 알아도 엄한 짓을 할 정도로 멍청한 아이는 아니야· 조심해서 나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것도 없어·”

나는 그렇게 특별한 해법을 얻지 못한 채로 교수실 밖으로 나왔다·

칸디넬라 교수는 대체 무슨 생각이길래 만나보라는 걸까· 

대체 세실을 상대로 무슨 일을 벌였길래····

나는 미궁으로 돌아가 가면과 세실과 연결된 스티치를 챙겼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만날 수 있겠냐는 쪽지를 적고 날려보냈다·

그러고 한동안 수호목 앞에서 기다리니 내 생각보다 빠르게 답장이 날아왔다·

[저녁 시간에 시계탑 꼭대기로 와·]

이전에도 가본 적 없는 생소한 장소였다· 괜히 예민해진 탓인지 불안감을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

시계탑은 이터니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그랬기에 캠퍼스 어디에 있든 시계탑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거기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시계탑의 최상층에는 거대한 강철 톱니바퀴들이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정비를 위해 뚫어놓은 작은 발코니에서 세실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사탕아 이리와!”

세실이 날 보고 소리쳤다·

그녀는 바깥 경치가 훤히 보이는 난간에 발을 내밀고 앉아서는 자기 옆자리를 손으로 탁탁 쳤다·

“앉아·”

나는 그녀가 지목한 자리에 앉아서 바깥 풍경을 감상했다· 이터니아의 정경 뿐만 아니라 좀 떨어진 리그베드의 지리도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여기서 보자고 한 이유가 있어??”

“어때· 좋지· 여긴 그레이스산 다음으로 높은 곳이야·”

“좋네· 무지막지한 계단만 빼면·”

“···마법 도르레가 있는데 계단을 타고 올라왔어?”

아니 그런 게 있었다니 미리 좀 말해주지· 세실이 아무 말도 못하는 내 모습을 보곤 픽 웃었다·

“사탕이 넌 가끔 바보같아서 귀엽단 말이지·”

“····”

“어서 앉아· 여기를 우리 둘만의 비밀 장소로 하려고· 전에 하나 만들기로 했었잖아· 다른 사람들 시선은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분위기도 좋고·”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네·”

“원래는 중앙도서관 3서고를 찜해놨는데 누가 먼저 선점해놨더라구·”

나는 조용히 침을 삼켰다· 그 곳을 선점한 사람은 나와 루나다· 세실에게 비밀장소를 들킨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인가· 일단 한 번 들켰으니 3서고를 다시 이용할 일은 없을 거다·

세실이 나와 사탕이를 동일인으로 보지 않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나를 떠보는 것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비밀스런 이야기를 하기엔 시계탑이 더 좋아 보이네·”

“그래· 너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오늘 말하는 게 나을지 모르겠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데?”

세실은 멍하니 발아래 펼쳐진 풍경을 보면서 말했다·

“···아니야 됐어· 생각해보니까 말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괜찮으니까 말해봐·”

“····”

표정을 보면 어딘가 속상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세실은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돌연 휙 내쪽을 보며 말했다·

“왜 나 보고서도 모른척 했어?”

뭘 의미하는 걸까· 도서관에서 마주치고도 모른척 하냐고 떠보는 건가?  이 여자 하루에 몇 번이나 내 심장을 들었다 놓는 건가·

“내가 그랬다고?”

“분명히 나 봤잖아· 내가 손까지 흔들었는데 왜 못본척하고 썡 지나가?”

뭐지· 공녀 호위 임무에 나가기 전 한 번 본 거 말고는 기억에 없는데· 뭘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닌가·

“언제 봤었는데?”

“보름 쯤 전에 수호목 근처에서 봤잖아· 나 보고 모른척 하길래 얼마나 생각 많아졌는지 알아?”

“···?”

세실이 서운함이 쌓였는지 말을 연달아 쏟아냈다·

“나한테서 연구 성과랑 도구들 다 뜯어가· 거기다 갑자기 연락은 끊겨· 그런 뒤에 날 뻔히 보고도 모른척 해· 진짜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 얘가 날 이용하고 절교한 건가· 난 그냥 폭탄 운반용인가· 아니면 그냥 호군가· 나만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진짜 서운해서 잠도 못 잤어·”

듣고보면 정말 못되게 군 것 같긴 하다만··· 보름 전이라면 난 그때 공국에 머무르고 있었다· 세실이 다른 사람이랑 날 착각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 이터니아에서 날 봤다는 건 헛것을 봤다는 건가·

어쩌면 칸디넬라 교수가 말한 조치라는 게 이걸 말하는 건가· 환영 마법 같은 걸로 세실을 속여낸 걸까·

“바빠서 못 봤나보네·”

“아니야· 날 보고도 모른척했어·”

“가면을 얹으면 시야가 좁아져·”

“싸울 때는 잘만 적응하더니만 갑자기?”

“눈에 땀이 들어가도 닦을 수가 없어· 그리고 절교할 생각이었으면 지금처럼 부르지 않았겠지·”

“그래 네가 만나자 하지 않았으면 좀 화가 많이 났을 거야· 아니 지금도 좀 났지만 더 더 화났겠지·”

“너는 내 몇 안되는 친구인데 널 왜 버리겠어?”

“흥 몇 안되는 쓸만한 사람이라 그런 거겠지· 너처럼 못생긴 애랑 이렇게 친구해주는 여자는 세상에 거의 없을 거야·”

세실은 빈정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

“왜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알아· 딱 봐도 엄청 못생겼을 것 같아·”

날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그녀의 태도엔 분한 감정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았다· 그동안 받은 것도 있으니 화도 풀어줄 겸 보답을 해줘야겠지·

“···이 자리엔 날 도와준 보답을 하려고 부른 거야· 네 도움이 정말 컸어· 하려던 일도 잘 됐고·” 

“뭘 했길래 그렇게 폭탄을 많이 가져가? 대단한 임무라도 수행한 거야?”

“···그건 더 긴밀한 사이가 되면 알려줄게· 괜히 엮였다간 다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거든·”

“····”

대충 둘러댄 말에 다행히도 조금 수긍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너한테 큰 빚을 졌어·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기꺼이 나설게· 필요한 거라도 있어?”

세실은 화가 아직은 덜 풀린 얼굴로 곰곰히 생각했다·

“···없어·”

“정말로?”

“그러니까··· 아직은· 때가 되면 제값을 받아낼 테니까 각오해·”

인간관계는 신세지고 갚고 하면서 점점 돈독해지는 법이다· 세실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도 될 만큼 가치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칸디넬라 교수의 말처럼 지레 겁먹을 정도의 일을 아니었다· 환영마법인지 뭔지를 써서 나름의 알리바이를 만들었으니 의심하기도 힘들겠지·

“그럼 가볼게· 나중에 술 친구 필요하면 불러·”

세실은 사탕이가 떠난 뒤에도 시계탑 난간 위에 계속 앉아 있었다· 

어느새 구름이 끼고 곧이어 칼바람이 시계탑의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녀의 긴 머리가 어지러이 휘날렸지만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생각에 잠겼다·

점처럼 작아진 그의 모습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대로 들어맞는 게 하나도 없었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는 의심이 피어나고 있었다·

“수상해· 너무 수상해····”

***

나는 곧바로 대련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내 대련 상대인 루스커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바로 미술부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류 특기부 만큼은 아니더라도 부원들은 내게 도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미술부 부장 헤일리가 1학년 학생이 정물화를 위해 가져온 사과를 아그작 베어물며 말했다·

“루스커스 걔?”

“그렇습니다·”

“까다로운 상대가 걸렸네· 물론 우리 신입이도 강하고 귀엽고 참하고··· 또 내가 응원한다지만 1학년이 선배를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어· 뭐 그 시안인가 시몬인가 하는 애는 다를 수도 있는데 걔는 예외로 치자고 평균적인 신입생 실력으론 쉽지 않을 거야·”

“그 동안의 대련 평가에서는 어땠습니까?”

“잘 했어· 아마 걔는 진 적이 없을 걸?”

“싸운 방식에 대해서는 아십니까?”

“같은 전투부니 알기야 하지· 문제는 걔는 그동안의 대련 평가에서 전력을 다해서 싸우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 그리고 걔 마법을 쓸 줄 알아· 전투부인데 말이야· 검이랑 마법이랑 같이 다루는 거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지지 않냐? 지난 겨울 방학 때 마법으로 개인 교습을 받을 정도로 굉장히 열정적이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약삭빠른 기질같은 게 있어· 그것 때문에 솔직히 친해지고 싶진 않았었지·”

“····”

헤일리가 갑자기 붓을 거꾸로 쥐고선 그 끝을 가지고 내 허벅지를 쿡쿡 찔렀다·

“그래도 공국에서 크게 사고친 우리 신입이라면 못 이길 것도 없다고 봐· 그거에 관해선 나중에 나좀 따로 봐서 이야기 하자· 나를 포함해서 미술부 애들 다 궁금해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야· 무슨 짓을 한 거야? 공녀랑 말도 놓을 정도로 친해졌다는 게 진짜야?”

“그건··· 조만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미술부 부부장 제니아가 온실 문을 벌컥 열고는 소리쳤다·

“야! 신입이랑 단둘이서 뭐해·”

그러자 헤일리가 반가운 듯이 손짓하며 말했다·

“와봐· 신입이가 도움이 필요하대·”

제니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보다 다른 일이 있어· 신입이가 또 불여우같은 녀··· 아니 뭐를 데리고 왔는데?”

제니아가 엄지손가락으로 등 뒤를 가리켰다·

온실 입구에는 못보던 얼굴의 여자가 한 명 서 있었다· 

제니아가 내 표정을 한 번 훑고는 말했다·

“신입아 아는 사람이야?”

“···아뇨·”

“너랑 꼭 만나봐야한다는데? 루스커스의 친구라고 전해달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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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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