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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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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6

데미안은 두터운 고기들만 접시에 가득 담고는 옆에 똑같이 접시를 들고 서 있는 올리비아를 보며 말했다·

“왜 자꾸 따라오십니까?”

수업까지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 점심 때처럼 여유로운 때가 되면 데미안에게 달려갔다·

올리비아는 그렇게 미술부까지 찾아가 데미안과 함께 학생 식당까지 동행했다·

“너랑 친한척 해야 내 약혼자가 빡치거든·”

“····”

그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도 약혼자를 들먹이는 말을 하면 왜인지는 몰라도 데미안은 마지못해 수긍하고 넘어갔다· 

올리비아는 옷을 얇게 입고 그를 따라다니며 이따금 신체 일부를 드러내며 수작을 부렸지만 데미안은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목석 같은 남자인지라 어떻게 공략법을 찾아야 할지 난감했다· 그녀가 하는 거라곤 자주 얼굴을 내비치는 것이었다·

“저도 사생활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 마음대로 해· 그냥 남들이 다 볼 때만 같이 있으면 되는 거야·”

데미안이 빈 식탁을 찾아서 앉자 올리비아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맛을 즐긴다기보단 단지 필요한 양분만 수급한다는 듯한 무미건조한 태도로 고기를 입에 넣었다·

“근데 너 혼자 식사해? 친구는 없어?”

“네 없습니다·”

“왜? 다른 신입생들은 다 적응하고 자리잡은 것 같은데 너는 왜 혼자야? 혹시 따돌림 당할 짓이라도 했어? 뭐 여자애한테 다짜고짜 공개 고백했다거나 그런 거야?”

“그냥 혼자가 편합니다·”

그러다 데미안의 시선이 올리비아 뒤쪽으로 향한다· 그녀도 이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한 단발머리의 소녀가 눈에 잡혔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그녀가 기억하기론 예쁘장한 얼굴 덕에 연극부와 무용부에서 제법 유명하다고 알려진 애였다· 

‘트리자인가···트 뭐였던데·’ 

주변 남자애들의 시선이 은근하게 그 소녀에게 쏠린다·

그리고 루스커스가 눈독을 들이는 신입생 중 하나였기에 얼굴은 기억하고 있었다·

‘설마·’

무뚝뚝하고 감정이 없는 사람같았는데 데미안도 남자인 모양이었다·

“너 혹시 저 여자애를····”

“가만히 계십쇼·”

데미안이 말을 끊고는 품안에서 노트를 꺼내곤 자신의 얼굴 옆면을 슬쩍 가렸다·

“···?”

곧이어 등 뒤에서 해맑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데미안!!”

데미안이 조금 질린 것처럼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방금 전 그 소녀가 종종걸음으로 와서는 몸을 낮추고 테이블에 턱을 괴었다· 

그리고는 데미안을 보며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데미안! 여기 있었네!”

데미안이 얼굴을 가린 노트를 내리고는 말했다·

“···어쩐 일이야·”

“오늘은 평소랑 다르게 혼자 식사 안 하네?”

그러고는 올리비아를 슬쩍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 분은 누구셔?”

“아는 선배· 모의 대련을 도와주기로 하셨어·”

“좋으신 분이구나! 저는 트리샤예요·”

“오 올리비아야·”

“반가워요!”

소녀가 데미안을 볼 때는 눈빛이 서글서글한데 반해 올리비아를 볼 때는 미묘하게 경계심이 드러났다·

데미안이 트리샤를 보며 한마디 지적했다·

“얼굴에 그것 좀 닦아·”

“뭐?”

“까만색 그거·”

그러자 트리샤는 볼을 슬쩍 들이밀며 능청스럽게 답했다·

“어디이?”

데미안은 한숨을 쉬고는 손수건을 꺼내 볼에 점처럼 붙은 검은콩 껍질을 떼어냈다· 트리샤가 보조개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고마워!”

“야! 트리샤! 우리 간다!”

뒤쪽에서 일행이 부르자 그녀는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하고는 일어섰다·

“먼저 갈게 이따 봐!!”

트리샤는 목적을 다 이뤘다는 듯이 바람처럼 떠나갔다·

데미안은 조금 진이 빠진 얼굴이었다· 올리비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애교가 많고 귀여운 친구네···· 둘이 교제하는 거야?”

“아뇨· 신경쓰지 마세요· 가끔 저렇게 장난치는 거니까·”

“친구?”

“네·”

“왜 같이 안 놀아?”

“감당이 안 됩니다·”

“내가 볼 땐 잘 감당하는 거 같은데?”

데미안은 다시 말없이 고기를 입에 밀어 넣었다·

무뚝뚝하고 차가운 줄 알았는데 속 안에 나름 인간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었다·

그 둘의 모습을 보니 내심 씁쓸했다·

그냥 친구 관계임에도 이들은 서로에게 다정한데 그녀는 평생을 함께할 약혼자란 인물에게서도 멸시와 천대를 받고 있었다·

착잡해진 올리비아는 식사 중인 데미안을 두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녁에 잠깐 대련하자· 이따가 봐·”

“드신 것도 없는데 벌써 가십니까?”

“응· 입맛이 없다·”

올리비아는 학생 식당을 빠져나왔다· 그녀의 유별난 남부 옷차림은 데미안의 관심이 아니라 다른 남자애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순간 회의감이 엄습했다·

그녀는 깊게 한숨을 쉬고 혼자 중얼거렸다·

“왜 이렇게 꼬인 걸까····”

그렇게 터덜터덜 걸어가던 중 학생 식당 건물 앞에서 이상한 광경을 마주했다·

황소만한 크기의 하얀 늑대가 수풀 안에서 가만 앉아 있었다·   저 정도 크가의 늑대가 캠퍼스 한가운데 있어도 되는 건가· 그녀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떴지만 늑대는 그대로 있었다· 헛것이 아니었다·

늑대의 머리 위엔 동글동글한 붉은 참새도 앉아 있었다·

이질적인 두 생물의 조합· 그리고 이 둘의 시선은 올리비아에게 향해 있었다·

“···?”

늑대는 우람한 몸집에 비해 인상은 순한 강아지 같았지만 참새의 눈빛은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뭐···야?”

순간 위협감을 받은 그녀는 주춤주춤 자리를 피했다·

***

“그 그만!”

올리비아는 땀 범벅이 된 채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데미안과의 대련은 순식간에 끝났다· 

걸린 시간은 대략 십 분 가량· 마력이 고갈되어 먼저 탈진한 쪽은 올리비아였다· 

그녀는 당혹감에 잠겨 잠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본 목적은 데미안의 취약점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뭐 이렇다할 소득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선배인 올리비아를 수세에 몰아넣고 교란시켰다· 나이에 안 맞게 전투 감각이 탁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능력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특정 마법에 면역이 있는 건지 아니면 따로 대처를 하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그는 원소 마법이 도통 통하지 않았다·

지친 기색도 없었다· 그는 검을 대충 슥슥 닦고는 허리춤에 넣었다·

자기 자신을 감추는데에 능숙해 보였다· 예사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데미안을 보면서 가장 어이없었던 건 그가 이 대련 자체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설렁설렁하면서 자신을 압도하는 모습 맨날 수업에 뒷자리에 앉아 엎드려 자거나 창밖을 보면서 멍때리는데 성적은 좋은 학생을 보는 것 같았다·

“너···생각보다 엄청 노련하구나·”

대련 일자가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무런 소득이 없이 돌아간 그녀에게 루스커스는 뭐라고 소리를 질러댈까· 

어쩌면 가족에게 들아가는 지원을 다 끊어버리겠다고 노발대발하거나 손찌검을 할지도 모른다·

기분이 상당히 침울해져 있었는데 데미안이 이를 보고는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오렌지 과즙이 담긴 유리병 하나와 헝겊으로 싸둔 육포를 건넸다·

“마력이 고갈되면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이거라도 드십쇼·”

“이건····”

“식사 거르셨잖습니까·”

“아····”

예상치 못한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데미안은 스스로 자각도 못하고 올리비아의 약점을 후벼파고 있었다·

그러던 중 대련 장소를 둘러싼 나무들 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데미안과 올리비아가 동시에 나무 그림자에 가려진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대상을 확인했다·

거기서 기이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긴 금발 머리를 한 여성이었는데 로브로 체형을 가렸고· 얼굴에 눈구멍이 살짝 비대칭으로 파인 나무 가면을 쓰고 있었다·

“···?”

“···?”

딱히 적의가 있다거나 기습을 하러 온 것 같지는 않았다·

올리비아가 물었다·

“데미안 혹시 아는 사람이야?”

데미안이 그 정체불명의 여성을 가만 바라보다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아는 것 같네요·”

그러곤 올리비아를 두고 가면의 여성에게 다가갔다·

여성은 품에서 쪽지를 꺼내서 그에게 건넸다·

거기에 이어 포션과 수건 물 간식거리 등을 연달아 꺼내고는 건네주었다·

여성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련 한다고 들어서····”

데미안이 가면을 지칭하듯 자신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고마워 그거···직접 만든 거야?”

“응····”

“···돌아갈 때 앞에 잘 보고 가·”

여자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다·

그 둘에게서 풍기는 애틋한 분위기를 보니 또 기분이 이상해졌다·

가면의 여성은 용무를 마치고는 다시 숲으로 몸을 돌렸다·

그렇게 돌아가다 눈이 잘 안보이는지 나무에 머리를 쿵 하고 부딪혔다·

“···!”

무척 아파 보였지만 그녀는 앓는 소리도 꾹 참고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다시 걸어나갔다·

올리비아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데미안에게 물었다·

“누구···야?”

“···친구입니다·”

데미안은 친구는 별로 없었지만 그 소수의 친구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들 같았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데미안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데미안 또한 그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듯 보였다· 굳이 깊게 들어가서 파헤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데미안이 좋은 사람이라 그런 것이리라· 그는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서 따뜻함이 묻어나오는 사람이었다·

올리비아 그녀 스스로 약혼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한 적이 있었나· 돌이켜보면 멋모를 때 한두 번을 제외하곤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진심으로 데미안이 루스커스를 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잖아 나··· 말할 게 있어·”

“네·”

“사실··· 루스커스의 사주를 받고 네 약점 캐내러 온 거야·”

급작스런 고해에도 그는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그렇군요·”

“나한테 화 안 나?”

“제 정보를 있는 그대로 알려주셔도 괜찮습니다·”

“루스커스는 강해· 너도 실력이 출중하긴 하지만 역부족일 거야· 루스커스는 너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할 거고· 또···”

“제게 이러시면 루스커스 선배는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저와 겨루면서 알아낸 그대로 보고하십쇼· 전 괜찮습니다·”

“···그  그러면은 넌!”

“선배는 그 분의 히스테리를 감당하지 못할테니 대련이 끝나고 한동안 거리를 두십쇼·”

데미안은 마치 올리비아의 처지를 다 알고 있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뭐?”

“이쯤 끝내고 해산하죠·”

***

올리비아를 떠나 보내고 나는 아무도 없는 달밤에 홀로 수련장에 남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루나가 건네주었던 쪽지를 꺼냈다·

거기엔 루나의 정령들이 캐온 올리비아와 루스커스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올리비아 선배의 근처에 떠도는 부유 정령들에게서 들었어· 올리비아 선배는 네 약점을 캐오라는 명령을 받고 접근한 거야· 자의는 아닌 것 같아· 가족 문제로 루스커스 선배에게 엮여 있고 이를 이용해서 올리비아 선배를 이용하고 상습적으로 폭행한다고 그랬어· 그리고 공국에서의 데미안 너의 입지를 흔들고 자신이 그 자리를 대체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대·]

공국에서 내 입지가 흔들릴 거란 걱정은 눈꼽 만큼도 없다· 바르비시아에서의 일들은 일부만 알려져 있고 실상은 공녀의 친족들 밖에 모른다· 그러니 외부인들은 나와 공녀의 사이에 틈이 있을 거라고 착각할 수도 있었다·

내가 아는 비비 공녀는 그렇게 쉽게 사람을 저버리는 위인이 아니다· 고집도 세고 억세고 의리도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걱정하는 건 올리비아였다· 안타깝긴 하지만 내가 타인의 치정싸움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비비 공녀는 내 편지를 잘 받았으려나·

***

비비 공녀는 커다란 회담장에서 젊은 시종들을 한자리에 불러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난 분명 편지를 보내란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은근한 권유만 했을 뿐이다· 헌데··· 그이가 자발적으로 편지를 보냈다· 이 명백한 증거를 보고도 부정하느냐?”

한 젊은 여시종이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허나 은근한 권유도 신분 격차에 따라 압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데미안 님은 공손하고 다정하신 분이옵니다· 그저 안부차 보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잘못 알고 있구나· 그이는 이터니아에서부터 처음 맞이했을 때부터 늘 건방지고 오만한 남자였다· 그런 성질의 남자가 ‘자발적으로’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데도 내게 마음을 두고 있단 걸 부정하느냐?”

다른 여시종이 간언했다·

“제 생각도 공녀님과 같습니다· 편지의 두 번째 단락에 ‘비비 공녀님이 종종 생각났습니다’ 라는 표현은 마음이 없는 사람에겐 사용하지 않는 겁니다·”

비비의 얼굴의 화색이 돌았다·

“그 그렇게 생각하느냐? 나도 분명 동감하는 대목이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회담장 문을 노크했다· 곧이어 문을 열고 시종이 얼굴을 빼꼼 내밀고 조심스럽게 말을 전했다·

“루스커스 3세 백작님께서 공녀님께 긴히 전할····”

비비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지금은 바쁘니까 내년에 보자고 전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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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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