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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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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7

루나는 윗드러프관 기숙사에서 시간을 보냈다·

책상에 마른 꽃을 가득 쌓아두고 그 봉오리에 달리 씨앗을 분리해 그릇에 옮겨담았다· 그게 그녀의 저녁 일과였다·

대지의 마력이 풍부한 그레이스 산 기슭에서 따론 벨름꽃은 유체 정령들을 먹이기에 좋았다·

그녀는 삼십 분을 걸쳐 씨앗을 분리하고는 창문을 밀어 올렸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데미안의 정령은 루나의 기숙사 창문으로 날아왔다·

그 정령을 살찌우는 데에서 루나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다·

루나는 창문턱에 살짝 걸터 앉아서 정령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여덟시· 

정해진 시간이 됐는데도 정령은 찾아오지 않았다·

“···늦네·”

벨름꽃의 씨앗을 환장할 정도로 좋아하던 그 정령은 십분 이십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훌쩍 지나고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그녀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조심스럽게 외쳤다·

“···삐약아?”

데미안의 정령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

그날 밤 올리비아는 기숙사 앞에서 날 불러냈다· 그리고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루스커스는 화염 원소계 마법은 다루지 않아· 미안해·”

올리비아는 모의 대련에서 오로지 화염계 마법만을 활용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올리비아는 나와 함께 밤길을 산책하며 조언했다·

“그 녀석은 빙결계 원소 마법이 주력이야· 검술에서도 마법에서도 특출난 면은 없지만 자기가 가진 걸 적재적소에 잘 활용할 줄 알아서 공략하기 굉장히 까다로울 거야·”

“이런 걸 말해줘도 괜찮습니까?”

내게 정보를 제공했다는 걸 들키면 분명 곱게는 안 넘어갈 텐데·

“그냥 이겨줘· 루스커스 같은 인격 파탄자가 기고만장해지는 꼴은 죽어도 보고 싶지 않아·”

“제가 이기면 선배는 뭘 얻습니까·”

“속이 좀 시원해지겠지· 그 자식 얻어맞는 걸 보고 싶기도 했고·” 

“····”

사실 올리비아의 몸에는 아문지 얼마 안되어 검게 착색된 흉터가 드문드문 보였다· 그녀 나름대로 흉터 관리는 한 모양인데 눈이 안 닿는 등이나 뒤쪽 허벅지는 제법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채찍이나 회초리 같은 걸로 맞은 것 같았다· 나도 맞아봐서 그런 류의 상처는 잘 알고 있었다·

“뭐 내가 굳이 알려주지 않았어도 넌 알았을 거야· 그 자식 은근히 티를 내고 다니거든·”

“뭐를요?”

“본인이 마법도 쓸 줄 안다는 거 말이야·”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마법을 쓰면 좋은 거 아닙니까· 자랑할 수도 있겠죠·”

내가 동조하지 않자 올리비아는 그동안 속에 쌓인 게 많았는지 루스커스에 대한 험담을 쏟아냈다·

“잘 들어봐· 진짜 꼴불견인 게 하나 있어· 걔 자기가 마법사의 피를 타고난 줄 알아·”

“마법사는 다 타고나는 거 아닙니까?”

“달라· 마법 이론를 죽도록 외우고 오랜 수련을 거쳐야만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태어날 때부터 마법사로 나오는 사람이 있어· 대부분의 마법사는 전자야· 후자 같은 경우는 갓난아기부터 본능적으로 마법을 다루는 천재들이지· 마법학적 정식 명칭은 ‘별의 아이들’이라고도 하지·”

“음····”

“제일 역겨운 건 루스커스는 자기가 ‘별의 아이들’인 것처럼 행세를 하고 다닌다는 거야· 심지어 그걸 진짜로 믿는 애들이 있어!”

“그걸 구분하는 게 어려운 겁니까?”

“어렵지· 별의 아이들 중 제일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가 기분에 따라 주변 공간이 달라진다는 거야· 이를테면 화가 날 때 갑자기 바람이 분다던가···뭐 비가 온다던가···갑자기 까마귀들이 몰려온다던가···뭐 그런 거 말이야·”

그런 초자연적인 이상 현상을 기분에 따라 발현시킨다니 참 신비한 특성이다· 내가 아는 가장 뛰어난 마법사를 떠올려보면··· 실베린과 함께 지낼 때 이따금 이유 없이 더워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것 때문이려나·

올리비아가 설명을 이었다·

“루스커스는 기분이 변할 때 은근슬쩍 영창을 하고는 주변에 한기를 내뿜어· 그러고 괜히 천재 마법사처럼 폼잡는 꼴 보면 얼마나 꼴불견인지 아니?”

“같이 지내기는 힘들겠군요·”

“맞아 끔찍해· 솔직한 심정으로는 제대로 된 마법사한테 크게 혼났으면 좋겠어· 자기 주제 정도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

“····”

올리비아는 잠깐 과도하게 흥분했었다는 걸 깨닫고는 잠시 헛기침을 했다·

“흠흠 뭐 아무튼 이러나 저러나 루스커스가 나름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건 맞아· 그 놈의 습관이나 주특기들은 알려줄 수 있는데···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야 돼·”

***

‘사탕이’ 신분이라면 루스커스를 이기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대련 평가는 보는 눈이 많은 곳에서 사탕이 티가 안나게 루스커스를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올리비아의 말을 들어보니 루스커스는 확실히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원소계 마법 방어 아티팩트가 있지만 이는 세실이 손봐준 것이니 대련 평가에서 함부로 남발할 수는 없었다·

요 근래에 세실의 낌새도 조금 달라지기도 했고 실베린의 제자이자 공녀의 호위대였던 이력에 맞게 적당한 기대 충족도 해줘야 하고· 

이래저래 머리가 복잡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고민 끝에 선택한 건 리그베드에 위치한 ‘필린의 대장간’으로 다시 향하는 것이었다·

바로 마력을 흡수하는 기묘한 목검을 얻었던 그 무기 상점 말이다·

휴강일을 맞이해 아침 해가 밝자 마자 나는 곧장 움직엿다·

가게 주인장은 그날 한 번 봤음에도 내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는 다짜고짜 혀를 끌끌 차며 목검 이야기를 꺼냈다·

“저런 그 목검은 결국 적응 못했나?”

“아뇨 잘 쓰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용도의 검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내게는 세 자루의 검이 있다· 하나는 실베린이 준 검· 그 다음으로는 묘목검· 그리고 마지막으론 마검· 대련에서 내가 쓸 수 있는 건 실베린이 준 검 뿐이었다·

그 검은 단단하긴 하지만 별다른 특성이 없었다· 루스커스 같은 마검사를 상대하려면···보다 특별한 검이 필요했다· 

“그 목검은 어디에 있나?”

그는 나보다 목검에게 더 관심을 기울였다·

나는 허리춤에서 목검을 뽑아 앞에다 내밀었다· 주인장의 눈이 놀란듯이 휘둥그래졌다· 내가 멀쩡히 가지고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잠깐만 기다리게·”

그는 창고에서 특수 장갑을 끼고 와서는 목검을 받아들었다·

그러고는 검에 독극물이라도 발린 것마냥 조심스럽게 살피고는 헛웃음을 뱉었다·

“허허 상태가 좋아·”

“···?”

“오래 못 들고 다닐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틀렸어· 마력을 얼마나 빨아먹은 건지 날이 더 선명해지고 윤기도 도는군·”

그러고는 목검을 묘목의 형태로 변형시켰다·

“이거 보게· 더 자랐어·”

“···예?”

“자네가 처음 가져갔을 때보다 더 자랐어· 잎사귀도 커졌고 줄기도 더 두터워졌어· 자네는 매일 봐서 모르겠나?”

그렇게까지 주의깊게 살핀 적은 없어서 난 구분이 안 된다·

“그냥 보기만 해도 다 아십니까?”

“그럼 내 이 골칫덩이를 몇 년을 길렀는데 그 기간을 다 합친 것보다 자네 손에 있었을 때 가장 많이 자랐구만·”

“···더 자라서 좋아지는 게 있습니까?”

“글쎼 자라면 마력을 더 많이 빨아먹겠지·”

“····”

그러면 안 좋은 거 아닌가· 내가 감당할 수준까지만 흡수해야 할텐데·

“음· 일단 능력껏 들고 다니게나· 검도 자네 상태를 봐서 적당히 조절하겠지·”

“검이 그런 것도 합니까?”

“이건 검이 아니라 식물일세· 당연히 환경에 맞춰 변하기도 적응하기도 하지·”

“····”

“임자를 제대로 만난 것 같아서 다행이네· 보내고도 영 마음에 걸렸거든·”

“이 검의 원래 주인은 누구였습니까?”

주인장이 인상을 쓰고 기억을 되짚었다·

“음··· 이름 모를 엘프였네· 그 작자도 첫번째 주인은 아니었네· 자기도 어떠다 주운 거라던데· 뭐 어느날 와서 감당을 못하겠다고 내게 넘겼지·”

“그 사람이 또 남긴 말은 없습니까?”

“다 크면 꽃이 핀다더군· 자기는 꽃을 볼 때까지 키울 자신이 없다 그랬지· 그게 다야·”

다 크면 어떤 모습이려나· 거목처럼 크는 건 아니겠지·

나는 다시 목검을 받아들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얼마나 자랄지는 모르지만 내가 감당할 때까지는 키워봐야지·

“뭐 그래· 어쨌든 검이 필요하다고?”

“그렇습니다·”

“원하는 게 뭔가?”

“글쎄요· 골칫덩이 같은 검이 하나 더 있으면 좋고요·”

“허허 아 있기야 있지·”

나는 순간 호기심이 일어 더 캐물었다·

“얼마나 큰 골칫덩이입니까?”

그가 눈을 살짝 찡그리고는 손사레를 쳤다·

“자네가 만질 일은 없을 걸세· 저주받은 물건이니 말이야· 일단 창고로 이동하세나·”

그는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나를 지하 창고로 안내했다·

“일단 마력이 풍부하면 선택권이 많아지지· 인챈트 소드 같은 마법 검에는 관심 없나?”

“사실 그쪽에 관해선 아는 게 없습니다·”

“음··· 오래 쓸 게 필요한가?”

“그러면 좋긴 한데 1순위 조건은 아닙니다·”

“인챈트 소드도 나쁘지 않아· 기능적으로 이것저것 추가가 되지만 소모품이란 게 단점이긴 하지· 길게는 몇 달· 짧게는 몇 주 쓰면 망가져· 어디 보자 정확히 원하는 기능이 있나?”

“···얼음을 벨 수 있을 정도로 뜨거운 게 필요합니다·”

“쓰읍····”

요구사항이 다소 까다로웠는지 주인장은 창고를 뒤적이며 한참을 고민했다·

그가 잠시 혼잣말을 몇차례 중얼거리곤 창고 깊은 곳에서 먼지가 가득 쌓인 검 하나를 꺼내고는 내게 내밀었다·

“이건 어떤가?”

***

나는 그레이스 산 기슭에서 새로 받은 검을 테스트했다·

필린의 대장간에서 얻어온 것은 인챈트 소드였다· 고등급의 인챈트가 담긴 건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기엔 충분했다·

거기다 내구성에도 적당히 신경 쓴 물건이라 인챈트 소드 치고 수명도 몇배로 길었다· 마력 소모야 목검보다도 한참이나 적으니 걱정할 것도 없고· 이래저래 적당히 쓸만한 것임은 틀림없었다·

그렇게 플렌테라를 베어가며 길을 들이던 중에 누군가가 나를 찾아왔다·

“데미안····”

루나였다· 헌데 그녀는 평소와는 다르게 다급한 표정이었다· 

“루나? 어쩐 일이야?”

“삐약이가··· 응답을 안 해···”

삐약이?

삐약이라면 나와 계약한 정령을 지칭하는 것이 분명했다·  루나가 데리고 놀아주는 건 알고는 있었다만··· 응답을 안 한다니?

나는 테스트를 중단하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응답을 안 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었어?”

“한 번도 없었어···· 이상해· 분명 기운은 느껴지는데····”

“····”

나는 곧장 정신을 집중하고 마음 속으로 정령을 불렀다·

그리고 내 부름에도 거역한 적 없는 정령이 이번에는 나타나질 않았다·

“내 부름에도 대답이 없어·”

문제가 생긴 건 확실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지· 루나의 표정이 심각한 걸 보니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닌 모양이었다·

“루나 너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고 있어?”

혹시 반항기라던가 아니면 내 마력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하는 걸까·

루나가 고개를 저었다·

“이럴 수가 없는데··· 이상해··· 누군가에게 붙잡혀 있는 것 같아·”

누가 내 정령을 납치했다는 건가?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삐약이 아직 이터니아 안에 있어?”

“응· 아직 기운이 느껴져·”

“일단 찾아보자·”

“···삐약이가 자주 다니던 장소를 알고 있어···· 나는 그곳부터 살필게·”

***

데미안이 떠난 뒤 루나는 그녀가 다룰 수 있는 모든 하급 정령들을 소집했다· 

“삐약이··· 기운이 느껴지면 말해줘·”

다람쥐 독수리 표범 등등 온갖 동물의 형상을 한 수백에 달하는 정령들이 그녀의 명령을 전해들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이들은 일사분란하게 흩어졌다·

루나는 정령한테 맡기고 마냥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삐약이가 자주 다니던 구역을 직접 찾아 나섰다·

학생 광장 외곽의 가장 큰 느티나무· 

윗드러프관 31F호실 창문이 보이는 밤나무·

오색 꽃들이 만개한 중앙 도서관 앞 뜰·

숨을 헐떡이며 샅샅이 찾아다녔지만 삐약이의 기운은 희미했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누구보다도 정령에 민감한 루나조차도 그 기운을 추적할 수 없었다·

데미안과 루나는 윗드러프관 정문에서 다시 만나 상황을 정리했다·

“노던 빌리지는 다 찾아봤고 아직 서던 빌리지가 남았어· 시계탑이랑 수호목도 아직 안 찾았고·”

루나가 말했다·

“내가 수호목에 다녀올게·”

“응· 그럼 내가 시계탑을 수색해볼게·”

고학년 기숙사가 있는 서던 빌리지는 호실을 다 뒤질 수 없으니 루나와 함께 조사하기로 정하고는 다시 움직였다·

데미안이 떠나자 루나도 곧장 수호목이 있는 곳으로 움직했다·

숲길을 따라 한참을 이동하는 와중에 그녀는 희미한 울음소리를 들었다·

“삐 삐약!”

평범한 사람이라면 들을 수 없는 것이지만 루나는 감지할 수 있었다· 희미하지만 분명 삐약이의 소리였다·

그녀는 쪽지를 꺼내 삐약이가 근처에 있다는 글을 적은 뒤 독수리 형상을 한 바람의 정령의 입에 물리고는 곧장 데미안에게 보냈다·

그리고 루나는 그 소리가 있는 곳으로 곧장 뛰었다·

빽빽한 나무들을 지나 마침내 탁 트인 공터가 드러났다· 그 빈 곳 중앙에 우뚝 솟은 흰 나무· 수호목이 있는 곳이었다·

“삐약!”

그리고 이제는 선명하게 삐약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수호목 앞에는 의문의 여자가 서 있었다·

희푸른 색의 머리· 감각을 어지럽게 하는 기이한 마력· 묘하게 서늘해진 바람· 

루나는 순간 온 세상이 고요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여자의 손등에는 삐약이가 앉아 있었다·

의문의 여자는 루나의 기척을 감지한 것인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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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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