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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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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8

루나는 삐약이를 손등에 올린 여자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주시했다·

희푸른 머리카락의 여자는 수모목의 뿌리에 발을 딛고 서서 루나를 무감정하게 내려다본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얘 이름이 짹짹이구나· 귀엽네·”

그 여자는 그 정령을 처음 듣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혼잣말인지 루나에게 하는 말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삐약이를 아시···나요?”

“산책하다 만났어·”

“····”

어디서 본 적이 있었나· 익숙하면서도 서늘한 기운· 그 여자에게서 풍겨오는 마력의 기운이 루나에겐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했다·

루나의 모습을 확인하고도 삐약이는 손등 위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삐약이는 납치된 게 아니었다· 이 정령은 마치 주인의 손 위에 앉아 명령을 따르는 것처럼 얌전했다·

희푸른 머리의 여자가 날려보내려는 것처럼 손을 루나 쪽으로 쭉 뻗었다·

그러자 삐약이가 반응하고는 퍼드득 날아서는 루나의 손바닥 위에 올라 앉았다·

삐약이는 무슨 일을 겪은 건지는 몰라도 잔뜩 움츠러들어서 몸을 덜덜 떨었다· 

“삐약아···?”

곧이어 루나의 등 뒤에서 데미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나!”

그가 숲에서 뛰쳐나와 루나의 옆에 섰다· 그리고는 루나의 손바닥 위에 있는 삐약이를 확인했다·

“쨱짹이는 어디서 찾은 거야? 괜찮은 거 맞아?”

“···짹짹···이?”

데미안이 희푸른 여자와 똑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걸 보고는 루나가 혼란스런 눈빛으로 데미안의 가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데미안이 잠시 실수했다는 듯이 이름을 정정했다·

“아니 삐약이· 왜 이렇게 떨어· 무슨 일이야?”

빠약이는 루나가 혼자 붙여준 이름이기에 데미안이 기억 못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다· 저 여자는 데미안이 짹짹이라고 부르던 걸 어떻게 알고 있었던 것일까· 감각이 예민한 루나조차 듣지 못한 걸·

“···모르겠어·”

데미안이 손가락으로 삐약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나 삐약이는 여전히 추위에 시달리는 것처럼 몸을 덜덜 떨었다·

“나아지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

“···몸이 차가워· 내가 일단은 안고 있을게·”

“음식 같은 거라도 먹이면 나아질까?”

“응· 그럴 거야· 내가 좋은 걸 알고 있어·”

“유체 정령이니까··· 이유식 같은 걸 먹여야 할까?”

“····”

루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냅다 던지는 그의 말 덕에 얼굴에 웃음기가 돋았다·

데미안과 삐약이를 돌보는 게 꼭 육아에 전념하는 부부같았다·

“근데 얘는 어디에 있었어?”

루나는 시선을 수호목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저기 수호목에 어떤 선배가····”

그리고 희푸른 머리의 여자는 기척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데미안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누가 있었어?”

루나는 멍하니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응·”

***

삐약이의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나는 정령에 관해선 아무런 지식과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루나가 간호를 자처했기에 망정이지 나 혼자 해결하려 들었으면 밤새 헤매기만 했을 것이다·

삐약이가 납치된 것인지 아니면 일탈을 부린 것인지에 대해선 루나는 정확한 설명을 내주지 않았다· 

내 물음에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생각에 잠겨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소동은 애매하게 마무리되었다·

나는 가시 정원 기숙사에 돌아와 인챈트 소드와 목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러던 중 트리샤가 냅다 노크도 없이 내 방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데미안··· 안 자고 뭐해?”

“할일이 좀 있어·”

“그래? 긴장 안 돼? 나 내일 대련 평가 있어·”

“나도야·”

트리샤의 얼굴을 보니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했다· 어떤 상대가 걸렸길래 저리도 불안해 하는 걸까·

“내가 연극부 선배한테 엄청 물어봤거든· 루스커스 선배랑 너랑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냐고·”

“그래서?”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루스커스 선배가 이길 거라 그랬어!”

“그게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솔직히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타인들은 당연히 루스커스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 일단 학년이 높고 경험이나 능력의 격차도 크게 보였을 테니까·

“너는 본 실력 제대로 발휘 못하는 거잖아· 그 이상한 검들도 못 쓰고!”

얘는 설마 본인 걱정이 아니라 내 걱정을 하고 있는 거였나·

“그렇지·”

“너무 답답해! 그러다 네가 지면 어떡해?”

“지면 지는 거지· 거기서 배우는 것도 있을 테고·”

트리샤의 얼굴이 마치 자기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시무룩해졌다·

“우리한테는 뭐 가르쳐주는 것도 없으면서 제약만 잔뜩 걸어뒀잖아· 네가 일방적으로 맞는 거 보기 싫어·”

“이터니아에서 때가 되면 어련히 알려주시겠지· 그리고 난 일방적으로 맞을 생각 없어·”

트리샤는 터덜터덜 내 앞으로 걸어와서는 내 침대에 기대두었던 목검을 집어 들었다·

“얘 만이라도 있으면 그냥 혼내줄 수 있을텐데!”

그러자 돌연 목검이 묘목의 형태로 변하고는 트리샤의 몸을 서서히 옭아매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데미안!!”

나는 인챈트 소드를 점검하다 말고 일어나 곧장 목검을 뺏어들었다·

내 손에 잡히자 이는 다시 온전히 목검의 형태로 돌아갔다·

“얘 오늘따라 왜이리 예민해!”

“원래 예민해· 가서 자라·”

“치 되는 게 하나도 없어!”

트리샤는 자기 방인 것처럼 내 침대에 눕고는 이불에 몸을 돌돌 말았다· 그러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뭐해?”

“나 잘거야 불 꺼!”

“····”

나는 트리샤를 내버려두고 책상에 앉아서 양피지를 꺼냈다· 삐약이의 일에 대해서 실베린의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한동안 편지를 쓰고 난 뒤에 잠든 트리샤를 두고 기숙사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편지를 물려 스티치를 날려보냈다·

사실 트리샤가 목검에 대고 왜이리 예민하냐는 말을 할 때까지만 해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가 벌어질 거라고는·

대련 평가일인 다음날 아침 나는 현관에 보관해 두었던 내 검들을 보고는 눈을 의심했다·

목검은 묘목의 형태로 변한 채로 인챈트 소드를 감싸고 있었고 인챈트 소드는 검날이 두동강이 된 상태였다·

나는 꿈을 꾸는 건가 싶어 눈을 비볐다·

다시 봐도 인챈트 소드가 두동강이 나 있었다·

바로 내 묘목검의 줄기가 촉수로 조인 것처럼 인챈트 소드를 으스러트린 것이다·

“이게 무슨····”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황당한 마음으로 묘목에 손을 가져다 대니 곧장 목검의 형태로 변했다·

그리고 두동강이 난 인챈트 소드는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뭐가 문제였던 거지? 인챈트 소드의 마력을 탐내고 흡수하려 든 건가? 아니 그랬다면 진즉 같이 보관해둘 때 일이 벌어졌어야 한다· 마치 내가 안 볼때를 기다리고 일을 벌인 것처럼 용의주도했다·

“····”

요란한 소리를 듣고 트리샤가 부스스한 얼굴로 눈을 비비며 내 방에서 나왔다·

“무슨 일이야····”

그러다 목검을 쥐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의아한 듯이 물었다·

“왜··· 검을 쪼개놨어? 오늘 쓰려던 거 아니야?”

“···내가 한 거 아니야·”

“···그럼 누가 했어? 설마 도둑이 든 거야?”

“아니· 나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

***

내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트리샤는 식탁에 턱을 괴고 앉아서 기다렸다·

그녀는 간밤에 벌어진 일을 전해 듣고는 재밌다는 듯이 큭큭 웃으며 말했다·

“질투한 거 아니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그럴 수도 있지! 친구를 빼앗긴 목검이 화나서 갑자기 들어온 놈을 없애버린 것일 수도 있잖아!”

트리샤는 목검에게 무슨 자아라도 있다는 것처럼 말했다·

“친구끼리 잘 지내야지 죽이는 게 말이 되니· 넌 친구 빼앗기면 빼앗아간 놈을 두동강낼 거야?”

트리샤가 흠칫하고는 고개를 내 반대편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 그건 좀 너무한가?”

“····”

그러다 또 내쪽으로 고개를 휙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목검 입장에서는 좀 화 났을 거 같아! 데미안은 친구 마음 잘 몰라주잖아!”

“그래 내 탓이다· 목검한테 미리 양해좀 구하고 새 친구를 들였어야 했는데·”

“그래야지! 원래 있던 친구가 얼마나 서운할지 생각해 봐!”

“····”

나는 골치가 아파진 상황인데 트리샤는 목검을 적극 옹호하고 있었다·

사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트리샤의 말마따나 정말 목검이 질투라도 한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내 마검이랑도 같이 붙여볼까· 어떻게 나오나 한 번 보고 싶네·

오늘 대련에 쓰려고 새로 장만한 건데 하루만에 망가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건 물건에 하자가 있어서 벌어진 일도 아니라 주인장에게 돈을 돌려받을 수도 없었다·

세상에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이 목검이 사고를 칠 줄이야 예상이나 했을까·

그리고 오늘 대련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계획이 많이 틀어지게 됐는데· 

나는 빈 화로에 장작을 던지고 냄비를 올렸다· 그리고는 간밤에 루나의 간호를 받은 삐약이를 불렀다·

곧이어 허공에서 삐약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삐약!”

상태가 좋아 보인다· 날갯짓이 힘차고 울음 소리도 우렁찬 걸 보니 간밤에 루나의 간호를 받은 게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녀석은 냄비 뚜껑 위에 날아 앉아서는 의기양양한 듯이 가슴을 부풀렸다·

얜 왜이리 자신감이 넘치나·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트리샤가 정령을 보며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언제 봐도 귀여워!”

“삐약!”

녀석은 날개를 몇 번 퍼덕였다· 그러자 화로에 있던 장작에 불이 붙는 것도 모자라 폭발하듯 바깥으로 뿜어져 나왔다·

화로 앞에 있던 나는 화들짝 놀라 몸을 옆으로 피했다·

“···?”

트리샤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우와! 삐약이가 한 거야?”

기껏 해봐야 장작에 불씨만 옮겨주던 녀석이 갑자기 더 강해져서 돌아와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쇠약해져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삐약!”

녀석이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화로의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녀석의 힘이 맞는 것 같은데 이 변화는 대체····

***

아침 첫수업을 위해 밖으로 나와 수호목을 지나던 와중에 스티치가 내 앞으로 날아왔다· 어제 실베린에게 보냈던 편지의 답장이 날아온 것이었다·

나는 서둘러 답장을 확인했다·

[네 유체 정령은 크게 걱정할 거 없어· 정령은 힘을 잃어도 계약자가 건사하다면 다시 회복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정령은 아직 어리긴 하지만 유약한 녀석은 아니야· 선생님이 고르고 고른 녀석이니까 믿어도 된단다·]

나는 편지를 접어 품안에 넣고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삐약이가 하늘에서 내려와 내 손가락 위에 앉았다· 

뭔가 자신감에 차서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부풀린 건 여전했다· 

삐약이는 외형은 그대로였지만 정령 고유의 능력은 못 본 사이에 훌쩍 성장해 있었다· 

루나가 보살펴준 덕일까·

어쩌면 삐약이가 죽은 인챈트 소드를 대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검은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한 여성이 학생들의 특기가 적힌 서류들을 한 장씩 넘겨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마도학부 3학년 수석 클라이드가 물었다·

“오늘 일정엔 누가 있습니까 네리아 선배·”

서류철을 뒤적이는 여자는 전투부 4학년 차석이자 학년 대표의 자리를 맡고 있는 네리아였다·

“마법부 수석인 루나 그리고 전투부 1학년 빅터랑 시온이 있네·”

“데미안은 안 보시는 겁니까?”

“데미안? 걔가 뭐·”

“오늘 대련 평가 있지 않습니까· 참관 안 하실 겁니까?”

“글쎄·”

“이번에 공국에서 크게 활약했다는데 한 번 보시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어떤 활약을 했는지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고 가장 중요한 성적도 애매해· 우린 확실한 사람이 필요해·”

클라이드가 안경을 벗고는 실험으로 인해 상처투성이가 된 손으로 얼룩을 쓱쓱 닦아내고는 말했다·

“헤일리가 적극 추천하던데요· 데미안 한 번 보라고요·”

헤일리는 작년 아카데미 교류전에 선발되어 크게 활약한 바 있었다· 그리고 올해에도 그녀가 원한다면 충분히 선발될 수 있는 위치였다· 보통의 4학년이라면 분명 그녀의 입김에 쉽게 휘둘렸겠지만 네리아는 아니었다·

그녀는 못마땅한 듯이 고개를 저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미술부 후배라서 감싸고 도는 거지· 걔 말은 하나만 믿고 뽑을 수는 없어· 알잖아·”

클라이드가 멋쩍은 듯이 관자놀이를 긁으며 말을 더했다·

“그리고···전투부 플린 그 녀석도 추천했습니다· 대뜸 데미안을 뽑으라고 밀어붙이더라고요· 둘이 무슨 접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아 이번 교류전은 신중해야 돼· 예전처럼 대충 뽑아도 이길 수 있다면 얼굴 마담으로 선발했겠지· 그런데 제국 아카데미 쪽 애들이 올해는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들리거든· 올해는 확실히 아니야· 이번 전투부는 고전할 수도 있어·”

“올해는 우리 이터니아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시온인가 하는 애도 있고··· 게일 걔는 장난 아니던데요·”

네리아의 표정은 시름하는 것처럼 구겨져 있었다· 분명 이번 1학년 전투부가 쟁쟁한 것은 맞았지만 제국 아카데미에 이를 훨씬 상회하는 인물이 출현했다는 걸 들은 바 있어서였다· 

그녀는 서류를 테이블에 툭 내려놓고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1학년 대련 평가는 시온이랑 빅터 게일 위주로 보고 2학년은···이번 대련 평가 대진에 누구 있더라·”

“루스커스요·”

“그래 이번에 루스커스 실력 보고 교류전에 선발할지 말지 결정하자고·”

클라이드가 대진표를 훑어보며 말했다·

“아 루스커스는 이번에 데미안이랑 대련이 잡혀 있네요·”

네리아는 데미안에게 별 관심 없다는 듯이 하품을 했다·

“하아암 그 친구가 질 땐 지더라도 루스커스 실력 좀 잘 끌어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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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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