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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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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1

“살짝 긁힌 자국은 있는데··· 별다른 건 없네요·”

나는 대련 평가를 마치고 이터니아의 치유사들로부터 몸상태를 점검받았다·

“삐약! 삐약!”

“얘 좀 봐! 너무 귀여워·”

“이것 좀 먹여보자·”

“날갯짓 해봐!”

그러는 동안 제니아와 헤일리를 비롯한 미술부 선배 몇몇이 삐약이를 붙들고 구경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만지고 쓰다듬고 꼬집고 끝도 없이 들어오는 관심 공세를 삐약이는 나름 잘 버티고 있다·

아니 저항이 없는 걸 보면 즐기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하여간 저 녀석은 내 애타는 속도 모르고 기세등등해졌다·

미술부 부장 헤일리가 삐약이를 손에 얹고 주물거리며 내게 물었다·

“얘 이름이 삐약이야? 전에 봤을 때 정체가 뭔가 했는데 신입이가 주인이었구나?”

“전에 보셨다니요? 삐약이가 미술부에도 왔습니까?”

“온실에 가끔 왔었거든· 그레이스 산이 워낙에 특이한 곳이라 정령도 가끔 오는구나 싶었지·”

제니아도 한마디 덧붙였다·

“나도 온실에서 그림 그릴 때 본 적 있어· 뭘 먹고 온 건지 항상 배가 빵빵 차 있던데?”

“사실 제 말도 잘 안 듣는 녀석이라 어딜 돌아다니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이 녀석 내 허락도 없이 이터니아 곳곳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구나·

나는 미술부 선배를 상대하면서 한편으론 속으로 시름하고 있었다·

이번 대련 평가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딱 하나· 삐약이의 한가지 행동 빼고 말이다·

가장 중요한 계획 하나가 틀어지는 바람에 나는 곤경에 처해 있었다· 

사실 삐약이는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됐었다·

얼음 감옥에 숨어서 수증기가 충분히 올라오면 그때 나오라고 했는데 삐약이가 흥분한 나머지 냅다 밖으로 나와 날뛰어버린 것이다·

나는 사탕이의 모습으로 세실을 유인하는데 삐약이를 이용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 대련 평가에 삐약이를 활용했으니 세실이 날 알아볼 확률이 껑충 뛰었다는 것이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냅다 모르는 척 잡아떼면 넘어갈 수 있을까· 

아니 세실의 성격을 생각하면 빼도박도 못할 것 같은데·

그리고 또 한가지 걱정되는 건 올리비아의 신변이다·

루스커스는 내 약점을 캐내기 위해 약혼녀까지 보냈는데 아무런 이득 없이 나한테 잔뜩 깨졌으니 속이 잔뜩 뒤집혔을 것이다·

나와의 대련에서 쌓인 분노는 죄없는 올리비아에게 향할 게 분명했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둘의 관계에 내가 직접적으로 끼어들 수는 없다· 귀족들의 혼사는 개인과 개인의 일이 아닌 여러 가문과 세력이 엮인 계약이다· 내가 무슨 백마탄 왕자님마냥 나타나서 루스커스를 때린다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련 평가는 끝났지만 아직 풀어야 할 것이 남은 것이다·

곧이어 내 부탁을 받고 나갔던 트리샤가 돌아왔다· 그녀는 일전에 미술부 선배들의 눈에 찍혔던 탓에 최대한 눈에 안 띄게 내 앞으로 살금살금 다가왔다·

그녀는 내 귀에 대고 소근거렸다·

“데미안··· 뭔가 느낌이 안 좋아·”

“어떤데?”

“세실 언니가 널 한 번 봐야겠대···!”

“···자세한 이유는 알아?”

“잘 모르겠어· 대련을 보고서 뭔가 마음먹었나봐! 세실 언니 꿍꿍이가 있을 때의 얼굴이었어· 내가 말리려고 했는데 말을 잘 안들어!”

“···알았어 고마워· 일단 나중에 이야기하자·”

회복실은 나를 비롯한 미술부 선배들이 점거한 상황이라 숙적인 연극부가 드나들기에 좋은 곳은 아니었다·

“일단 세실 언니 최대한 말려볼게···!”

트리샤는 미술부 선배들의 눈총을 받으며 조용히 나갔다·

세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등골이 서늘하다· 진짜 들킨 것 같은데 이젠 방법이 없는 건가·

그렇게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치료실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의외의 인물이 안으로 들어섰다·

“데미안 경이 이곳에 계십니까?”

바로 참관인 석에 앉아 있던 공국의 대사가 직접 날 찾아온 것이었다·

순간 떠들썩하던 회복실이 단숨에 조용해졌다· 제니아와 헤일리가 눈치껏 한 발짝씩 물러난 뒤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주시했다·

공국의 대사가 정돈된 수염을 한 번 쓸어내고는 아부성 인사를 건넸다·

“데미안 경을 이렇게 뵙게 되어 무척이나 영광입니다· 역시 듣던대로 번개같은 검술 신출귀몰한 몸놀림이었습니다·”

나는 빠르게 몸을 일으켜 그를 맞이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그는 미술부 선배들 쪽을 한 번 흘려보고는 말했다·

“숙녀 분들과 함께 계셨군요···· 이 자리에서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비비 공녀님의 명을 받고 전해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

“어서 들여 오거라·”

공국의 대사가 뒤쪽에 대고 손짓하자 기사 둘이 각각 꽃다발과 은색 끈으로 묶은 편지를 들고는 회복실 내부로 들어섰다·

제니아와 헤일리가 말 한 마디 없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공녀님의 전서와 데미안 님께 드리는 가벼운 선물입니다·”

꽃다발 선물을 받는 건 참 오랜만이다· 어릴적 리자가 몇개씩 엮어서 선물해준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크고 화려한 건 처음이다· 약초학 사전에서 봤던 것인지라 이름은 알고 있었다·

“핀란디스 꽃이군요·”

“맞습니다· 꽃말은 혹시 알고 계십니까?”

“아뇨·”

“‘영원한 우정’입니다· 이 부분 또한 확실히 전달하라는 공녀님의 명이 있었습니다·”

“····”

제니아가 입을 가리고 헤일리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치며 말했다·

“어머 어머·”

공국의 대사는 다른 이들이 듣지 못하게 내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며 덧붙였다·

“크흠 주제넘은 조언이지만 가급적 빨리 답을 보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관해선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데미안 님이 이터니아에서 지내는 데에 있어 지원을 아끼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리그베드에 위치한 율리시아 대사관 측에서 필요한 것은 아낌없이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나는 불현듯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올리비아를 온전히 구할 수는 없지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주변에 도와주시는 분이 많아 괜찮습니다· 다만 따로 긴밀히 논의할 것이 있는데··· 자리 좀 내주시겠습니까?”

***

공국 대사와의 대화를 마치고 짐을 챙기러 회복실 문 앞으로 다가갔다· 대련 평가 이후로 몸 상태를 의무적으로 점검해야 했긴한데 나는 대련 내내 유효타를 받은 적이 없었기에 사실 떠나도 무방했다·

회복실에 남아 있던 제니아와 헤일리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신입이 진짜 공국 아카데미로 ···되는 거 아니야?”

“안 그러겠지· ···교수님이 여기다 꽂았는데 어떻게 빼가겠어·”

“공국 아카데미가 검술 쪽으론 특화··· 거기로 갈 수도 있잖아· 자꾸 그쪽 사람이 찾아오는 것도 ···· 점점 느낌이 오는데·”

“아 씨··· 그럼 공녀··· 상대로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확 ···놔야지·”

“···공녀를 상대로?”

“헤일리 네가 제국 쪽··· 가문의 힘을 빌려서····”

엿듣는 꼴이 이상하게 느껴진 탓에 나는 벌컥 문을 열고 회복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구석에서 음침하게 수군대다가 내 기척을 감지하고는 천연덕스럽게 대화 주제를 바꿔버렸다·

“어머 우리 부원들 대련 평가가 또 남았네·”

“신입이 왔어?”

“삐약!”

삐약이는 헤일리의 머리 위에 앉아 있었다· 꼭 제니아와 헤일리 둘과 붙어서 그 비밀스런 회담에 동참한 것처럼 보였다·

“····”

“아 맞다 신입아 이거·”

제니아가 의자에 앉은 채로 편지 한 장을 꺼내고는 내 쪽으로 쭉 내밀었다·

“어떤 여우 같은 애가 우리 앞에 대뜸 나타나서 눈 한 번 안 깔고 우리한테 또박또박 말하더라고· 이거 전해달래·”

나는 편지를 받고 물었다·

“이름은 기억하십니까?”

“세실이래· 친해?”

“아뇨 잘 모르는 사이입니다·”

올 것이 왔구나·

나는 바로 편지를 펼쳐보았다· 거기엔 짧은 문장만이 적혀 있었다·

[이거 보면 바로 수호목 앞으로 와· 기다리고 있으니까·]

“잠깐 어디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응 근데 이제 곧 파벨라 대련 평가 응원해야 하니까 너무 늦지는 마·”

***

수호목을 목전에 둘 때까지도 나는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끝까지 발뺌할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 밝힐지·

적당히 둘러댈 거짓말이 있을까· 세실 같은 애를 속일만한 그럴듯한 알리바이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세실은 그늘에 가만히 서서 수호목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올 때까지 밤새도록 그 곳에 서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내 발소리를 듣자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데미안 맞지?”

나는 무뚝뚝하게 그녀를 상대했다· 참 친숙한 얼굴이긴 하지만 데미안의 모습으로는 세실과는 아무런 사이가 아니었으니·

“그래· 용건이 뭐지?”

“대련 평가에서 네가 싸우는 거 봤어· 알려진 것보다 실력이 좋던데·”

“그 이야기 하려고 부른 거야?”

“그리고 네 정령· 내가 아는 사람이 다루던 거랑 똑같아·”

“그래서?”

세실의 눈에 순간 노기가 깃들었다·

“···그래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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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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