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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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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8

바구니를 두 팔로 끌어안고 간신히 무용부 건물을 나온 그녀의 앞에 누군가가 불쑥 나타났다· 그러곤 난대없이 바구니를 뺏어들고는 말했다·

“왜 혼자 고생하고 있어?”

그녀의 앞에 나타난 건 데미안이었다· 트리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데미안!”

그녀의 환대에도 데미안은 바구니를 한손에 들고는 잠시 무용부 건물을 험상궂은 얼굴로 바라보았다·

“왜 그래 데미안? 무슨 일 있어?”

트리샤가 눈이 동그래진 채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서 말했다·

“무슨 심부름이야?”

“무용부가 빌려간 옷 회수했어!”

“이 많은 걸 너 혼자 들어?”

데미안의 말투가 사뭇 진지했다· 투정 부릴 법도 하지만 트리샤는 의연하게 답했다·

“괜찮아! 원래 1학년이 번갈아가면서 당번일 하는 거야·”

“···내가 옮겨줄게·”

“한쪽씩 같이 들어!”

트리샤는 데미안의 옆에 나란히 서서 바구니 손잡이를 함께 쥐었다·

데미안은 잠시 생각에 잠긴 채로 묵묵히 나아가다 말했다·

“네가 연극부라서 무용부 사람들이 싫어하는 거야?”

“학기초에 무용부 제안을 뿌리치고 연극부에 들어갔거든· 뭐 예쁘고 참한 연극부원인 내가 참아야지!”

“···그건 그렇고 마침 잘 됐다· 만난 김에 물어보자· 대체 세실한테는 나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트리샤는 데미안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며 말했다·

“별··· 말 안 했어·”

“그러니까 무슨 말 했는데?”

“그냥 같이 밥먹고 놀고 가끔 침대도 같이 쓴다고 그랬지!”

데미안이 잠시 말없이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게 다야?”

“그리고! 같이 놀다가 또 또 음 어쩌다 내 민감한 곳 건드린 적도 있다고 했어·”

“···내가 뭘 건드려?”

“내 민감한 곳!”

그녀가 큰소리를 치자 근처에 지나가던 다른 학생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데미안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 손목이 제일 민감해?”

“거기 말고! 너 아무튼 거기 건드렸어· 멍충이·”

“언제?”

“전에 물놀이 할 때!”

“물놀이?”

“유니콘 봤을 때! 같이 물에 빠졌을 때 허우적대면서 내 몸 건드렸어!”

데미안은 잠시 먼산을 바라보며 말없이 자기 뒷목을 주물렀다· 몸을 만졌다는 게 중요한 건 아니란 듯한 태도였다·

“앞으로 세실한테 이상한 말 하지 마·”

“왜! 난 거짓말 안 했어· 그리고 내가 봐준 거야· 네가 그런 거 우리 집안 사람들한테 말했으면 너 큰일났을 거야· 진짜 가만 안 뒀을 거라구·”

“그래 정말 고맙다·”

데미안의 무덤덤한 태도를 보니 왠지 모르게 짜증이 솟구쳤다·

“···흥·”

데미안은 깊게 한숨을 쉬고는 화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연극부 사람들이랑은 잘 지내?”

“응 근데 요즘 다들 부활동보다 무도회 파트너 이야기만 해·”

“파트너?”

“다들 수업은 뒷전이고 어딜 가도 그 이야기야· 누가 누구랑 파트너가 됐네· 누가 차였네· 누가 배신했네· 이런 소리들만 하고 있어!”

“그래?”

“나한테도 자꾸 와서 괴롭혀· 너는 누구랑 파트너 했냐· 누가 됐으면 좋겠냐· 맨날 물어봐! 귀찮아 죽겠어·”

트리샤는 그러면서 슬쩍 데미안의 눈치를 살폈다· 그가 크게 의식하지 않고 트리샤를 바라보자 그녀는 도로 고개를 돌렸다·

“트리샤 넌 누구랑 할 건데?”

“몰라· 친한 사람이 아니면 별로 안 내켜· 나는 춤도 잘 모르니까 호흡이 잘 맞았으면 좋겠는데!”

“····”

“데미안 너도 고민이 많겠네· 무도회에서 가면도 벗어야 하니까 친한 사람도 없을 거 아니야!”

“생각해봐야지· 춤도··· 배워야 할 거고·”

“춤 배우면 나도 가르쳐 줘!”

“나도 누굴 붙잡아서 가르쳐달라 해야 하는 형편이야·”

이 둘은 어느덧 연극부 소극장 건물 앞에 도착했다· 트리샤는 그에게서 바구니를 뺏어 들고는 혼자 문 앞으로 갔다·

“여기선 내가 옮길게! 연극부는 외부인 함부로 출입하면 안 돼! 잘 가!”

그에겐 따로 작별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그녀는 멍하니 서 있는 데미안을 두고 홀연히 소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커다란 짐을 이고 문을 닫자 연극부 동기인 남학생 한명이 그녀에게 달려왔다·

“트리샤!”

그는 앞을 막아서서 안절부절했다·

“이카루스 안녕!”

“이 이거 나도 도와줄게· 힘들지?”

“마음만 받을게! 비켜줄래?”

“그러지 말고 도와줄게 트리샤·”

이카루스는 냅다 그녀의 짐을 뺏어 들었다· 생각보다 무거웠던지 몸을 잠시 휘청였지만 태연한 척 웃음을 짓고는 먼저 걸어나섰다·

“의상실로 가면 되는 거지?”

“····”

트리샤는 떨떠름한 얼굴로 마지못해 그를 뒤따랐다·

그렇게 소극장 무대 뒤에 위치한 의상실 중앙으로 이동해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그는 숨을 돌리는 척 트리샤를 흘끗 보며 말을 걸었다·

“이 무거운 걸 혼자 들고 온 거야?”

“아니! 친구가 도와줬어· 그럼 갈게!”

트리샤가 떠나려 들자 그는 다급하게 불러세웠다·

“자 잠깐 트리샤!”

트리샤는 나가려다 말고 몸을 휙 돌렸다·

“왜?”

“일탈의 미학 연극 때· 내 연기 어땠어?”

그녀는 조금 시큰둥하게 답했다·

“음··· 좋았어·”

“우리 호흡 제법 잘 맞았던 것 같았는데· 안 그래?”

“음 그랬던 것 같아·”

“그래서 그런데··· 혹시 무도회 파트너로 정해둔 사람 있어?”

트리샤가 가만히 눈을 깜빡이다가 해사하게 웃으며 답했다·

“친구랑 하기로 했어!”

***

나는 트리샤를 보내고 미술부 온실로 이동하고 있었다·

세실과의 일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생각하기로 하고·

트리샤의 문제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무작정 속단하기엔 이르다·

그 다음은··· 시온을 만나보는 건데 걔랑 만나서 뭘 해야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불러내는 건 또 어떻게 하지? 친구처럼 다정한 말투로 부른다고 시온이 나올까?

차리리 진검승부를 하자고 도전장을 보내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 나는 온실이 멀리 보이는 곳에서 잠시 멈춰섰다· 투명한 통창으로 이루어진 덕에 멀리서도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멀리서 느껴지는 그 내부의 분위기는 평소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다른 부원들이 전부 모인 것으로 봐서 미술부 활동 시간은 맞는데 못 보던 인물이 그 안에서 서성이는게 마음에 걸린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 나는 경계를 단단히 하고 온실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유리창을 통해 미술부 부장 헤일리의 모습을 봤을 때 나는 눈을 의심했다·

매번 꾸미기 귀찮은 듯이 금발머리를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스타일을 고수하는 그녀였는데 이번에는 머리를 풀고 단아하게 빗질한 것도 모자라 보석이 박힌 머리띠까지 끼우고 단장한 상태였다·

프릴 장식이 잔뜩 들어가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 보이는 고급스런 드레스는 덤이었다·

평소의 꾸민 듯 안 꾸민 듯 편한 복장은 사라지고 귀족 명문가 영애가 되어 있다·

그리고 헤일리의 옆에는 어깨가 공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불룩 솟고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간 제국식 튜닉을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마치 헤일리가 먼 곳에서 온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평소와는 많이 다른 모습에 의문을 품고 나는 조심스레 온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헤일리가 내 쪽으로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이제 오는 군요· 저쪽이 새로 미술부에 들어온 후배님이랍니다·”

평소같았으면 냅다 ‘야 신입!!’ 하고 소리쳤을텐데·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녀의 옆에 있던 노인은 당나귀 꼬리 같은 콧수염을 한 번 쓸어내고는 턱을 꼿꼿하게 세우고 날 못마땅한 듯이 바라보았다·

나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 싶을 정도로 인상을 쓰고 내 얼굴을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남녀유별이란 말이 있습니다· 숙녀분들만 가득한 이 장소에 혈기왕성한 청년이 불쑥 들어오면 그동안 유지하던 정숙하고 학구적인 수업 풍조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헤일리는 부드럽게 미소짓고는 평소답지 않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데미안 후배님은 대마법사이신 실베린 님의 밑에서 수련한 불세출의 기재이기도 합니다· 공사를 철저하게 구분할 줄 알고 면학 분위기 조성에 누구보다도 앞장서는지라 도리어 제 귀감이 되었습니다·”

실베린의 이름이 언급된 덕인지 노인이 헛기침을 하고는 적당히 수긍했다·

“크흠 실베린 님의 제자라· 귀하신 분을 몰라뵈었군요·”

그러던 중 맨 뒷줄에 앉아 있던 부부장 제니아가 내쪽으로 손짓했다·

나는 별다른 대꾸 없이 헤일리에게 목례를 하고는 제니아의 옆에 앉았다·

제니아도 평소처럼 맨살이 많이 보이던 옷차림이 아닌 정숙하고 차분한 흰색 드레스 차림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미술부 분위기도 평소랑 다르게 무겁고 엄숙하다·

나는 제니아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고 작게 말을 건넸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

제니아는 초점을 한 곳에 고정한 채로 가만 있을 뿐 대답이 없었다·

다시금 제니아의 상태를 보니 그녀도 정상이 아니었다·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고· 숨을 짧게 들이마셔대서 꼭 숨 넘어갈 사람처럼 보였다·

“···선배?”

그제야 제니아가 이를 악 물고 힘겹게 답했다·

“후 말 걸지마· 우 웃겨 뒤질 것 같으니까·”

제니아는 툭 건드리면 대참사가 일어날 것처럼 위태로웠다·

곧이어 헤일리가 노인에게 말했다·

“···곧 미술부 수업 시간입니다· 아시다시피 이터니아는 초청된 일부를 제외한 외부 인사의 참관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아아 물론 그렇겠지요· 가주님께는 보았던 그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미술부의 숙녀분들 그리고 제니아 아가씨 그리고 제국에 있어 장미 꽃다발 선물과도 같은 헤일리 아가씨까지 귀한 시간 감사합니다· 그럼·”

“아버님께 안부 전해주세요·”

노인은 헤일리에게 허리를 숙여 제국식 예를 표한 뒤에 온실 밖으로 나갔다·

노인이 나간 뒤에도 온실은 조용했다· 그렇게 몇분이 지나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이 유리창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 뒤에야 제니아가 참고 참던 웃음을 터트렸다·

“푸핫!”

제니아는 배를 잡고 바닥에 엎드려 통곡에 가까운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보며 헤일리는 이를 꽉 물었다·

“으흐흑 제 제국의 장미꽃 끅끅·”

“저 미친년이 쪼개?”

“끅끅· 어흑흑·”

제니아는 숨을 못 쉬고 있었다· 헤일리가 드레스의 어깨 끈을 거칠게 휙휙 풀어버리곤 날 보며 버럭 소리질렀다·

“야! 신입! 몽둥이 가져와· 저 년 대가리 쪼개버리게·”

***

상황이 진정되고 헤일리가 평소 복장으로 환복하러 간 사이 부부장 제니아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다·

“헤일리 집안이 제국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인데 그만큼 딸 교육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격해·”

가문에서는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타지에 홀로 생활하는 헤일리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가신들을 보낸다는 것이었다·

“가정 교육은 물론이거니와 남자 문제에 정말 진심이야· 혼약이 맺어지기 전에는 남자랑 신체 접촉 금지· 단둘이 있는 것도 금지·”

헤일리는 이터니아에 합격한 것이 아니었다면 여학교로 보내졌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뭐 당연히 남자랑 춤추는 것도 금지지· 가문에서 무도회 기간인 걸 알고 일부러 가신을 보낸 거야·”

“···예?”

“남자처럼 꾸민 여자 춤선생을 붙여줄 테니 무도회에선 남자랑 접촉하지 말라는 거야· 헤일리는 매년 그랬어·”

의외다· 헤일리는 자유분방하고 활발한 성격이라 자유로운 풍조의 가문을 끼고 살아왔으리라 막연히 상상했는데 그 반대였구나· 

헤일리가 오늘 유독 신경질적이었던 것도 이해가 된다· 

“제니아 선배는 괜찮습니까? 헤일리 선배랑 가까운 집안인 것 같았는데·”

“나? 우리 집안은 괜찮은데 다른 쪽으로 상황이 안 좋아· 이거 볼래?”

그녀는 한쪽 다리를 쭉 뻗었다· 그녀의 오른발은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대련 평가 때 부상을 좀 입었거든·”

상태를 보아하니 춤은 커녕 멀쩡히 걷는 것도 버거워 보였다·

“····”

제니아가 이상하다는 듯 내 얼굴 표정을 유심히 살피며 말했다·

“어? 신입이 뭐야? 왜 그렇게 아쉬워 해? 선배가 다치니까 가슴이 미어져? 어?”

아쉽다· 이 둘의 사정이 안 좋다는 건 내 몇 안되는 인맥인 미술부 선배한테 춤을 배우는 건 물건너 갔다는 걸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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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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