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dont have javascript enabled! Please enable it! Doggone Academy Chapter 189 - English Novel
Switch Mode

Doggone Academy Chapter 189

To access the list of chapters and reading pages, click the link below.

EP.189

이른 아침 성도 측 호송대가 여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마검의 학자 로베르 페이스는 실베린의 뒤에 있는 황금 갑옷의 성기사들을 보며 난색을 표했다·

“저 저들은 뭡니까?”

“겁먹을 거 없어· 해치치 않을 거니까·”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교단은 뱀파이어라는 종 자체에 대한 악감정이 남아 있을 뿐이지 각각 개체에 일일이 증오를 투영하지는 않아· 특히나 당신 같은 점잖은 뱀파이어는 더욱 그렇지·”

로베르 페이스는 다소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흑마법사한테 죽거나 성기사한테 죽거나 줄 중 하나겠군요·”

“아니 교단도 악감정을 접어둘 정도로 이번 사안은 심각하게 여기고 있어·”

뱀파이어의 역사는 피로 얼룩져 있다· 종족 전체가 욕망에 눈이 멀어 씻지 못할 죄악을 저지르기도 했고 때로는 인간에 의해 대대적인 학살을 당한 적도 있었다· 그 지저분한 역사의 중심엔 언제나 교단이 껴 있었다· 

인간 중에 그 역사를 직접 목격한 이는 대부분 늙어 죽었지만 뱀파이어는 아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참상을 눈으로 목격한  로베르 페이스에겐 교단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숨을 쉬고는 반쯤 체념한 어조로 말했다·

“저는 성도로 가는 겁니까?”

“그곳이 그나마 안전한 곳이야· 싫다면 가지 않아도 돼·”

그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 이상한 여자가 제게 알 수 없는 말을 했습니다· 이제는 다루는 사람이 없는 고대어였죠· 저는 고서들을 뒤지며 이 말을 어렴풋이 해독고··· 그건 ‘네가 도망칠 곳은 없다’였습니다· 그게 그 여자가 한 말이었죠·”

실베린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 뒤로 계속 이상한 꿈을 꿨습니다· 검은 호숫가 앞에서 이상한 모습의 남자를 계속 마주했죠·”

“····”

“그 꿈을 꿀 때마다 늘 땀에 흠뻑 젖어서 깨어납니다· 이것도 이것도 저주의 일종이겠죠·”

“저주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이 커· 엄밀히 말해서··· 흑마법사를 대면한 그 운명 자체가 저주라고 받아들이는 게 나을 거야· 너무하다 싶겠지만 흑마법이란 게 원래 그런 식으로 작동하니까·”

흑마법의 무서운 점은 시작과 끝을 절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력을 대가로 하지 않지만 그에 준하는 무언가를 앗아간다· 그 대가를 때로는 개인이 때로는 온 국가가 치르기도 한다· 마법이라기보단 더 높은 차원의 무언가가 인간을 농간하기 위해 만든 것에 가까웠다·

교단의 황금빛 마차를 바라보며 그는 단념한 듯이 중얼거렸다·

“저주 저주···· 저는 저주에 사로잡혔던 거군요·”

실베린은 그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허비하다 객사하면 우리한테는 큰 손실이거든·”

저주는 물잔에 떨어진 먹물 같은 것이다· 한 번 섞이기 시작하면 먹물만 도로 분리해내는 건 불가능했다· 교단은 그를 살릴 수 있을거라 믿지 않았다· 그를 명줄을 최대한 보전하며 유용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의 얼굴이 한층 어두워졌다·

“저항해서··· 어떤 대가가 찾아올지 두렵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해주사가 있는 성도로 가야하는 건 마찬가지야· 그리고 순응해도 결코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 할 거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성도로 가겠습니다·”

***

제니아와 대화를 하는 와중에 헤일리는 몸을 비틀며 옷이 찢어지겠다 싶을 정도로 거칠게 벗겨내고 있었다·

“이 거지같은 옷!”

그러고는 벗은 옷을 바닥에 내던져버렸다·

부티가 줄줄 흐르는 옷이었지만 헤일리에겐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드레스를 벗어 던지면서 내의가 훤히 드러났다· 온실 밖으로 훤히 내부가 보이는데도 분에 못이긴 탓에 몸을 가리려 들지 않았다· 이에 다른 여학생들은 익숙한 것처럼 헤일리에게 다가가 가림막을 쳐주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제니아가 내게 귀띔했다·

“신입아· 무도회 전후로 일주일 간은 헤일리한테 접근할 때 주의해· 히스테리가 좀 심하거든·”

“그보다··· 선배는 괜찮으십니까?”

상황이 더 안 좋은 건 제니아였다· 무도회를 망친 건 마찬가지인데 헤일리는 그래도 멀쩡히 걸어다닐 수는 있었으니까·

그녀는 초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다 조진거지 어쩌겠니·”

참 고급스럽고 품위있는 얼굴로 거친 언사를 내뱉는 걸 보면 가끔 적응이 안 된다·

“····”

“어차피 춤 추고 싶은 놈도 없었어· 내 동기들은 다 하나같이 재수없고 엿같은 놈들 뿐이야·”

이는 박탈감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들에게 춤이야기를 꺼내서 들쑤시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걸으실 수는 있습니까?”

“괜찮아· 나 이 정도로 빌빌대는 약한 여자 아니거든? 대련 상대는 지금 사지에 붕대를 감고 있단다·”

“···그래도 돕겠습니다·”

***

미술부 수업이 끝나고 물살처럼 학생들이 빠져나갔다· 나는 혼자 덩그러니 이젤 앞에 앉아 있던 제니아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지팡이를 주섬주섬 들고 이동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업어드려도 되겠습니까?”

제니아는 나를 물끄러미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꼴 보였다간 괜찮은 후배한테 추태 부린다고 욕 먹는다· 도울거면 내 짐 들어줘·”

그러고는 내게 교재가 든 가방을 건넸다·

나는 가방을 한 쪽 어깨에 걸치고 다른쪽 팔로는 제니아가 넘어지지 않게 손목을 붙잡았다·

“얘 얘 좀 봐?”

제니아는 조금 당황했지만 떼내려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내 걸음에 맞춰 천천히 온실 밖으로 걸어갔다· 

“어디로 가십니까?”

“···마법부 강의동·”

아카데미 캠퍼스를 가르지르는 동안에 우리는 말이 없었다·

나야 워낙에 말주변이 없지만 수다를 좋아하는 제니아가 갑자기 침묵을 유지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강의동 건물이 멀찍이 눈에 들어올 때쯤 입을 열었다·

“신입아·”

“네 선배·”

“제···법 기특하네·”

“선배는 그동안 절 챙겨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래 내가 다른 신입들도 잘 챙겼지만 신입이를 조금 더 아끼긴 했지·”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미술부에 뼈를 묻으렴·”

“····”

제니아가 평소 기운 넘치는 태도와는 달리 사뭇 진지하게 고민하다 말을 꺼냈다·

“신입아·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네·”

“조금 싫은 소리가 될 수도 있어·”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나는 네 모든 게 마음에 드는데 정말 딱 하나 아쉬운 게 있어·”

“···?”

“가만 보면 넌 미술부 동기나 선배들이랑 깊게 친하게 지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그게 너무 아쉬워·”

“····”

“나나 헤일리는 곧잘 따르는데 다른 애들이랑은 교류가 전혀 없잖아·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 중에 릴리트라는 애 괜찮던데· 싹싹하면서 이쁘장하고· 또 마리에타도 성격 서글서글하고 귀엽잖아·”

“····”

“미술부 다른 1학년들은 너 빼고 다 친해져서 서로 으쌰으쌰하는데 너만 다른 곳에 표류하는 거 같아·”

“저는 지금도 충분합니다·”

“하아 관계를 안 맺는 걸 보면 꼭 떠날 사람 같단 말이지· 네 진심은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가 보기엔 그래· 그래서 불안해· 설마 우리 미술부는 그냥 잠깐 즐기는 그런 존재야?”

“···아닙니다·”

“혼자 다니는 걸 원래 좋아하니? 너 친구 되게 많을 줄 알았는데 그 연극부 꼬맹이 하나가 전부더라? 네 옆구리가 뚫렸는데 와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애는 걔랑 또··· 금발머리 뿐이었잖아·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는데 너 보면··· 에휴·”

제니아가 본인이 다 속상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나름대로 예리하게 짚은 구석이 있었다·

나는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마치 동절기를 대비해 에너지를 아끼는 동물들처럼· 그게 내 습성으로 굳어진지도 모른다· 

고아원에서도 실베린에게 거두어졌을 때도 나는 언제나 버려질 때를 대비했다· 미술부에서도 똑같았다· 유대감을 차곡차곡 쌓아가는데 결코 안심하지 못하고 모든 게 틀어졌을 때를 대비했다·

나는 그러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

강의동에 다다르자 그녀는 내 손을 뿌리치고는 절룩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그러고는 중간에 휙 돌아서서 말했다·

“미술부가 아니더라도 네가 친구를 만들었으면 좋겠어· 그냥 생각나서 하는 말이야· 네가 그 방식을 고집하겠다고 해도 똑같이 이뻐할 거니까 너무 부담갖지 말고·”

“····”

“야 신입아 근데 쟤 자꾸 우리 쳐다보는데 우리 뭐 잘못했어?”

제니아가 손으로 한 곳을 가리킨다· 그곳엔 사람이 아니라 새하얀 늑대가 있었다· 녀석은 정원수 틈에서 머리만 내밀고 가만 앉아 있다· 우리가 바라보자 정령은 뒤돌아서 수풀 사이로 사라졌다·

루나의 늑대 정령이었다·

***

점심시간을 맞이하고 나는 조용히 구석에서 식사를 했다· 고기를 억지로 욱여넣으며 제니아의 말을 천천히 곱씹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내 앞에 불쑥 나타나 접시를 놓고 내 맞은편에 앉았다·

바로 내 대련 평가 상대였던 루스커스의 약혼녀 올리비아였다·

그녀는 자리를 잡고는 인사도 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올리비아의 입꼬리엔 조금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멍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선배·”

“응·”

“별일 없었습니까?”

“네가 루스커스를 냅다 쥐어 팼는데 당연히 무슨 일 있었지·”

“····”

“아 뒷감당이 조금 겁나긴 했지만 너무 좋았어· 네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보이더라·”

“그 뒤로는 어떻게 됐습니까?”

“아 못 들었어? 걔가 또 사고칠라 그랬는데 어쩜 공국의 대사가 딱 나타나는 거 있지·”

“····”

“공국의 대사관은 이터니아에 신분을 감춘 왕족이니 또 귀족이니 하는 애들이 많아서 외교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곳이거든· 대사가 한 번 보고는 바로 상부에 보고하더라구· 그 덕에 루스커스는 근신처분을 받았어·”

“그럼 잘 된 겁니까?”

올리비아가 씩 웃으며 말했다·

“걔 가문에서도 알고 한바탕 뒤집어졌으니 이제 함부로 손을 놀리지 못 할 거야· 이제 숨통이 트였어·”

“잘 됐군요·”

“내 사정을 알고 나선 대사 측에서 내게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서한도 보내줬어·”

“····”

올리비아는 포크를 내려놓고는 날 가만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한 거지?”

나는 고기를 마저 입에 밀어넣고는 고개를 저었다·

“저랑 상관 없습니다·”

그녀는 내 말을 믿는 기색이 아니었다· 하지만 더 따지려 들지는 않았다·

“그래 그렇겠지· 어쨌든 네 덕을 많이 봐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이번에 크게 빚졌으니까 나도 힘 닿는 곳이면 언제든 나서서 도와줄게·”

올리비아는 식사를 마치고선 접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내게 줄 수 있는 도움이 있을까· 어찌됐든 내 편이 하나 늘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아니 마침 딱 하나가 있는데·

나는 떠나려던 올리비아를 붙잡았다·

“저 선배·”

“응?”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