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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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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6

소드마스터의 편지를 들이민 덕인지 시온이 생각보다 순순히 동행길에 나섰다· 편지에 감춰진 내용이 무도회와 관련된 것이라면 시온을 데려가 막대한 금화로 무도회에 필요한 복식을 챙겨줘야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시온이 있으면 내용을 해독하기 편했으니까·

시온은 내 맞은편 대각선 방향에 떨어져 앉아서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툭툭·

그러던 중 한 번 산산 조각이 난 탓에 실금이 보이는 스티치가 내쪽 마차 창문을 두드렸다· 실베린의 것이었다·

나는 시온이 스티치에 새겨진 일그러진 하트를 보기 전에 빨리 낚아챘다·

곧이어 뒤늦게 시온이 관심을 보였다·

“뭐지?”

“편지·”

“누구한테서?”

자기 스승에게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쉽게도 이건 내 스승님이 보낸 거다·

“내 스승님한테서·”

나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펼쳤다· 

실베린은 무도회에 자신이 없으면 불참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라는 말과 함께 무도회 상대로 누굴 생각하는지 후보들 이름을 적어 보내라는 말을 남겼다· 그 외에 다른 말은 없었다·

“스승과 그렇게 자주 편지를 주고받나보네·”

그녀는 묘하게 부러워하는 듯한 기색이었다·

“가끔 기별을 보내는 정도지·”

“네 스승도 소드마스터인가?”

“아니·”

“그럴 것 같았어·”

“····”

“검을 제대로 배운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소드마스터 밑에서 배우면 뭐가 다르나?”

시온이 바보같은 질문이라는 듯이 건성으로 답했다·

“달라·”

“소드마스터는 대체 얼마나 다른 거지?”

시온이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려 경악한 눈빛으로 잠시 날 바라보았다·

대륙에서 손꼽히는 명문 아카데미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놈의 입에서 나온 것 치고는··· 무식한 말이긴 했다·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야?”

“난 직접 마주해본 적이 없으니까· 네게는 일상적인 거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잘 모르지·”

시온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결국 내 말에 수긍하고는 내 물음에 답해주었다·

“우리 둘이 덤벼도 못 이겨·”

“좀 더 실감나게 설명할 수는 없나?”

“···그럼 로얄 가드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제국 황가 직속 친위대야· 이터니아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최고의 교육생들만 선별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혹독한 훈련을 버틴 이들만이 로얄 가드가 될 수 있지·”

“흠·”

“인정하긴 싫지만 나보다 더한 재능들이 드글드글하다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어· 그 수준에서도 대부분 혹독한 훈련을 통과하지 못하고 죽거나 탈락하지·”

이터니아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인 시온보다 더한 이들로 가득하다니 사실 그리 믿어지지 않는다· 시온의 자만심을 꺾어내기 위해 스승이 부풀려 이야기한 게 아닐까·

“····”

“제국에서 로얄가드에 대적할 만한 무력 집단은 존재하지 않아· 황실 직속 집행자로서 명령받은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완수하지· 제국 출신 애들한테 물어봐· 로얄가드 이름만 꺼내도 얼굴이 시퍼래지니까·”

“주로 무슨 일을 하길래?”

“단순해· 반역자들을 처단하지· 물론 개인 단위가 아니라 가문 단위로 말이야· 그 어떤 명문가더라도 스무 명 남짓한 로얄가드를 상대로 버텨낸 곳은 단 한곳도 존재하지 않아·”

“음·”

“열 명을 육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한 도시에서 벌어들이는 세금보다 많다는 소문도 있지· 무력 수준이 너무 압도적이어서 이들을 양성한 황가에서도 두려워하던 적이 있었어· 때로는 황제가 명한 것 이상으로 잔혹한 짓을 저지르기도 하고 실제로 황가의 통제를 벗어났던 불미스런 역사도 제법 있었어·”

“그게 소드마스터랑 무슨 상관이지?”

로얄가드가 소드마스터에 필적할 수준이라는 말을 하는 건가?

“그런 로얄가드가 소드마스터와 직접 충돌했던 경우가 딱 한 번 있었지·”

“····”

“오십 년 전 로랑블랑이라는 소드마스터가 제국의 황궁을 다짜고짜 찾아가 황제를 알현한 적이 있었어· 그는 몇 번 굵직한 업적이 있긴 했지만 전선에서 물러나지 오래 됐고 소드마스터 위명을 유지하긴 했어도 그 열 명 중 말석을 겨우 차지할 법할 수준으로 짐작되던 인물이었지·”

“그래서?”

“로랑블랑은 자기와 친하게 지내던 어느 소국의 왕녀가 제국의 포로로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구하러 간 거였어·”

“소드마스터의 부탁이라 들어줬나?”

“아니· 황제는 포로 해방을 대가로 로랑블랑을 제국의 골칫거리를 정리하는 청소부로 부려먹었지· 그렇게 잔뜩 이용하고 임무를 모두 완수한 그에게 로얄가드를 보내 폐기하려 들었지· 제아무리 소드마스터인들 제국의 최정예들을 혼자 상대할 수는 없을거라 여겼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됐지?”

“로랑블랑은 평화적인 방법이 안 통한다는 걸 깨닫고는 암살을 위해 찾아온 로얄가드를 죽였어· 특별할 것도 없는 녹슨 검으로 일방적으로 찢어 죽였지·” 

“그 다음엔 황궁에 처들어가 남은 로얄가드를 전부 끄집어내 사지를 찢어 죽였어· 그리고 두발로 당당하게 감옥에 들어가서 포로를 구출하고 떠났지·”

“····”

“그 로얄가드에 약한 이들만 있던 게 아니야· 오늘날에도 회자될 정도의 전설들이 제법 있었지· 쌍검의 피아니스 광검의 노아 노튼 섬의 대괴수를 죽인 바루니아까지··· 허무하다 싶을정도로 처참히 죽었지· 소드마스터는 그런 존재야· 동급의 실력자가 아닌 이상 원한다면 이 세상 누구나 죽일 수 있고 반대로 그 어떤 위협에서도 사랑하는 이를 지킬 수 있지·”

짧게 이야기를 듣는 정도로도 나름 큰 인상이 남긴 했다·

“···대단한 일화긴 한데 그정도였으면 이미 널리 퍼졌어야 하지 않나?”

“제국에는 치욕의 역사니까 당연히 잘 알려지지 않았지· 나도 스승님한테 직접 들은 거야· 뭐 그리고 산크로티스 쪽에는 아직 로랑블랑의 기록이 남아 있다니까 의심되면 직접 찾아보던가·”

애플파이로 유명한 지역 오늘날 산크로티스는 제국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로랑블랑이 왕녀는 구했지만 그녀의 나라가 망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 검사는 지금도 살아있나?”

“아니· 노환으로 죽었어·”

시온이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터니아의 졸업생 중에 로랑블랑의 마지막 제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누구지?”

“···케드웬· 이터니아에 언제 다시 한 번 들렀으면 좋겠는데·”

시온이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설마 직접 겨뤄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건가·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입을 닫아버렸다·

케드웬· 어디선가 스치듯이 들어본 듯한 이름이었다· 머리를 굴려봐도 정확히 어디서 들은 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

“금화 서른 닢···?”

나는 약초상을 앞에 두고 제차 되물었다·

시온은 선뜻 돈을 지불하지 못하고 의심하는 나를 타일렀다·

“냄새는 진짜야· 뭐 금화 서른 닢이면 저렴한 편이지·”

시온은 별생각 없어보였다·

그늘초 가루를 사는데에 소드마스터로부터 받은 금화 절반을 지출해야만 했다· 원래 내 돈도 아니었지만 내 서너달치 생활비로 써도 될 금액이 빠지는 거라 민감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구매를 마치고 가게 밖으로 나오며 시온이 말했다·

“적당한 염료랑 그늘초 가루를 탄 물에 편지를 하루 정도 담가 놓으면 돼· 내가 도와줄 건 다 도와줬으니까 스승님에 관한 소식은 나한테 전해줘·”

그러고는 옷이 말려올라가 배꼽이 보일 정도로 기지개를 쭉 켰다·

별로 보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의 수련복 옆구리에는 엄지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구멍이 나 있었다·

슬쩍 엿봤을 때 옷들이 다 수련복 같은 거밖에 없었는데· 무도회 때도 설마 이런 걸 입고 나오는 건 아니겠지·

돈이 많이 남기도 했고··· 보기에도 안쓰러우니 조치를 취하는 게 맞았다· 얘라면 분명 차림새에 신경을 안 쓰고 나올 게 분명했다·

시온이 저혼자 어딘가로 걸어가려고 하자 나는 곧장 따라가 붙잡았다·

“아직이야·”

“···뭐?”

“나랑 또 갈 곳이 있어·”

바로 리그베드 중심가에 즐비한 맞춤 옷가게들이었다·

***

해가 거의 다 저문 저녁· 시온과의 일과를 마치고 이터니아 캠퍼스로 복귀했다· 옷가게로 끌고가 겨우 달래서 몸 치수를 잰 시온은 복귀하고선 도망치듯 기숙사로 들어갔다· 나는 시온의 조언대로 염료를 챙기기 위해 미술부 온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누군가가 늦은 시간까지 남아 있었다·

벽과 천장이 전부 유리로 된 덕에 온실에서 나오는 빛은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업을 할 시간은 아닌 걸로 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온실로 다가가 안에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왼쪽 발에 붕대를 감은 제니아가 홀로 남아 작업하고 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녀는 내 기척을 감지하고 고개를 돌렸다·

“뭐야 신입?”

“이 시간까지 작업하십니까?”

“그래 그냥 기분이 싱숭생숭해서·”

나는 의자 하나를 가져다가 그녀의 옆에 두고 앉았다·

제니아의 그림은 형상을 알아볼 수 없는 것으로 가득했다· 마치 밑그림 만으로 캔버스를 가득 채운 것만 같았다·

“뭘 그리고 계신 겁니까?”

“내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 거야· 어때 내 고민이 느껴져?”

“잘 모르겠습니다·”

“왜 못 느껴· 고민거리가 많은 사람은 내 그림에 공감할 텐데·”

“고민거리야 잔뜩 있는데··· 그림은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됐어· 그럼 넌 입으로 표현해 봐· 신입이는 무슨 고민이 있어?”

고민이라· 하나 있기는 하다· 근데 이걸 말해도 될까 싶은 민감한 사안이었다· 

“무도회에서····”

잠시 뜸을 들이자 제니아가 재촉했다·

“뭐야· 계속 말해봐·”

“그··· 두 명을 선택해도 됩니까?”

제니아의 손이 그림을 그리다 말고 우뚝 멈춘다· 그러곤 정색을 하며 말했다·

“신입아·”

“네·”

“너 쓰레기야?”

“····”

“웃긴다· 나랑 무도회 파트너 되는 것도 모자라서··· 헤일리까지 넘봐?”

“···?”

“진짜 방울 잘리고 싶어? 어?”

“····”

“농담이야 신입·”

“조금 섬뜩했습니다·”

“음 그것보다 두 명이라··· 무도회는 1부 2부 나뉘어져 있으니까 못할 것도 없지· 연회장이 아무리 넓어도 그 모든 학생이 한 번에 춤 추는 건 불가능하거든· ”

“일단 이론상 가능하다는 거군요·”

“그래·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말이야· 상대 파트너가 그 꼴을 보면 크게 상처받을 거야· 특히 생애 첫번째 무도회라면 더욱 그럴 거고·”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글쎄 나는 춤상대 그 이상을 상상하고 신청을 받아줬는데 상대는 그냥 잠깐 즐기다 갈아타는 용도로 자기를 택한 거니까··· 충격이 크겠지·”

“그렇군요·”

“사실 몰래 딴여자랑 추는 애들은 해마다 항상 있었어·”

“선배 파트너가 그런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아주 열받겠지만 뭐 내 파트너가 인기가 많은 거니까 어느정도는 수용해야지· 날 최우선순위로 대하고··· 내 절친한 친구만 안 고른다면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어·”

“····”

일단 걸리지 않는 게 우선이고 걸린다 해도 상대에게 친심을 보인다면 참작의 여지가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참 추하게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다· 세실은 여차하면 연을 끊어버릴 판이고 루나는 겨우겨우 열어가는 마음이 도로 닫히게 될 판이었다· 탈출구는 오직 이 지저분한 뒷공작 하나 뿐이었다·

“조언 감사합니다 선배· 물론 제가 두 명과 춘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제니아가 장난기가 깃든 어조로 말했다·

“그래야지· 내가 지켜볼거야·”

이번에는 가면무도회라는 첩보도 있었으니··· 내 생각보다 수월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면 우선··· 둘 중에 누구부터 부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과 모레 각각 한 편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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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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