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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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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7

이터니아 캠퍼스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별빛이 반짝거렸다·

늦은 시각임에도 그녀는 내 부름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이터니아의 학생정원의 한 벤치 앞에서 작은 별빛이 반짝였다·

어둠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매캐한 연기들이 바람을 타고 퍼진다·

세실은 불빛도 없는 곳에서 홀로 서성거렸다· 그러면서 이따금 초조한 듯이 연초를 들이마셨다·

그녀는 아직 내 기척을 감지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초조한 기색을 감추고 우뚝 멈춰섰다·

그러고는 내게 등을 보인 상태를 유지하고는 말했다·

“왔구나·”

“기다렸어?”

“아니·”

그녀의 몸짓은 어딘가 불편해보이고 부자연스러웠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괜찮아· 그래서 이 시간에 부른 이유가 뭔데?”

세실의 말투는 평소답지 않게 차가웠다· 그녀는 다시 연초를 입에 올렸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내 모습을 보지 않으려 들었다·

나는 길게 돌려말하지 않았다·

“···무도회 파트너가 필요해서 불렀어·”

연기를 머금은 세실이 길게 숨을 내뱉는다·

“그게 다야?”

“응·”

“파트너가 되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하는 거야?”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러자 세실이 다시 크게 한숨을 쉬고는 중얼거렸다·

“···그래· 그런 투박한 모습이 마음에 들기도 하니까··· 내가 상대하는 거지·”

“동의하는 거야?”

“···그래·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전 합의에 불과해· 내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면 무도회 때 거절할 수도 있는 거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태도가 여전히 싸늘하다· 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세실·”

“····”

“얼굴 정도는 보면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너도 얼굴 가리잖아· 이러는 게 공평한 것 같은데 왜?”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한쪽 어깨를 붙잡았다·

“엄마야!”

그러자 세실이 화들짝 놀라며 뿌리치고는 종종걸음으로 거리를 벌렸다·

“···?”

그러고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는 듯 두 손으로 가슴을 꾹 누르고 어깨를 움츠렸다· 나는 여전히 그녀의 등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 갑자기 내 몸 건드리지 마·”

“괜찮은 거 맞지?”

“괜찮다니까·”

“그럼 나좀 봐주겠어? 벽보고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기다려·”

세실이 심호흡을 하고 몸을 돌렸다· 달빛에 세실의 상기된 얼굴이 비친다·  화사한 옷차림· 평소와는 달리 머리엔 보석이 박힌 핀도 꼽았다· 그 표정에서 그녀 또한 나 만큼이나 긴장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혹시 오늘은 술 안챙겨왔어?”

“시끄러! 내가 무슨 매일 술만 마시는 여자인 줄 알아?”

“····”

“그게 다야? 구두 약속만 하고 끝이냐구· 좀 더··· 무슨··· 그런 거 없어?”

“뭐?”

“더··· 뭔가 아무튼 그런 거 말이야·”

“네가 그랬잖아· 무도회 때 마음이 바뀔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사탕이 너한테 선택지는 나밖에 없잖아· 나처럼 크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애는··· 하나뿐이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간절함이 없어?”

“크고 아름다운···?”

“흠흠 그러니까 너같이 못생긴 애랑 같이 놀아주는 여자는 착한 여자는 나 뿐이잖아!”

내 태도에 세실이 의아해 하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세실은 뭔가··· 다른 학생들이 파트너를 맺을 때 보이는 풋풋함과 설렘을 기대했던 거 아닐까·

나는 무도회에 나름 열심히 임할 생각이긴 하지만 그 행사 자체에 큰 기대감이 없다· 솔직히 말해서 때로 춤추는 행위가 낯부끄럽고 쓸모없는 행위 같이 느껴지기도 하다· 

사교계에서 성숙하고 세련된 모습을 보일 줄 아는 게 처세에 도움이 되니까 경험을 쌓으려는 것이지 그 이상으로 유흥과 쾌락을 탐할 생각은 없었다·

이런 실용주의적 태도가 내 말투에서 드러나니까··· 세실은 조금 당황한 건지도 모르겠다·

“더 원하는 게 있어?”

세실이 내 쪽으로 가까이 붙고는 가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파트너가 되는 건 같이 춤을 추는 거에서 끝나지 않아· 날 처음부터 끝까지 에스코트하고 저녁을 먹고 같이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야 돼·”

“대부분은 가능해·”

“거기서 끝나지 않아· 너는 나한테 진 빚이 한가득이잖아· 그러니까 그때만큼은 널 내가 가지고 놀 거야· 내가 독점해서 내 유흥을 위해서 널 잔뜩 부려먹을 거라고· 노예처럼 말이야·”

“좋아· 단 1부까지만이야·”

“뭐? 2부는 뭐하려고?”

“할 일이 있어·”

“뭔데?”

솔직하게 말할 수 없으니 그냥 비밀이 있는 척 여백으로 남기는 게 최선이었다·

세실의 미간에 순간 짜증이 깃든다· 그러다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아무래도 좋아· 단 나랑 노는 게 일순위야· 그건 분명히 기억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허리춤에서 포션 병 하나를 꺼내 세실에게 건넸다·

“약속할게· 이건··· 파트너 기념 선물이야· 리그베드에서 네 생각이 나서 사왔어·”

“내··· 생각? 뭔데?”

“마셔볼래?”

그녀가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상한 거 아니야? 이거 먹으면 막 몸이 뜨거워지고····”

“기분 좋아지는 거야·”

“이 이상해· 사탕이 너부터 마셔·”

내가 먼저 코르크를 열고 내용물을 들이켰다· 그러고는 세실에게 건넸다·

세실이 이를 들고 잠시 머뭇거렸다· 의심과 호기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내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한모금 들이켰다· 그리고는 황당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술이잖아?”

***

나는 가면을 벗고 옷가짐을 단정히 했다· 그리고 혹시나 술냄새가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 물을 연신 들이켰다·

알콜기가 아직 남아서 그런 것일까· 사실 별 생각 안 했는데 막상 때가 되니 괜히 더 긴장되는 것 같았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무도회 그게 뭐 대수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두명이랑 추는 건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 같다·

루나는 워낙에 귀가 밝으니 내 상황을 벌써 다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걸 다 어떻게 변명해야 할까·

나는 인적이 완전히 사라진 수호목 공터에서 루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했던 시간이 되자 한곳에서 인영이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금빛 머리카락· 루나가 확실했다·

그녀는 내쪽으로 걸어오며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나도 똑같이 손을 흔들어 루나를 맞이했다·

루나가 내 앞에 다소곳이 서서는 입을 열었다·

“이 밤중에··· 무슨 일이야?”

“별건 아니고··· 무도회 파트너 아직 안 구했지?”

루나의 눈이 순간 동그래진다·

“···응·”

나는 헛기침을 하고 말을 전했다·

“그럼··· 내 무도회 파트너가 되어줄래?”

“····”

루나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인다· 바로 대답이 나올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망설이는 듯한 기색을 보이니 입안이 바싹 말랐다· 

“···아·”

“응?”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는데 바람 소리에 묻혀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내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조금 더 크게 말했다·

“···좋아·”

“····”

“사탕이는··· 누구랑 파트너야?”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내 이중 공작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물어보고 있었다· 

속이 쓰리다· 여기서 억지로 속이려 들어봐야 상처로만 남겠지· 솔직하게 답하는 게 나았다·

“세실· 1부에 함께하기로 했어·”

루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처지를 이해하고 말없이 수긍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더 미안해졌다·

“···나는 진짜 데미안이니까 괜찮아·”

“응 분명 재밌을 거야·”

“응··· 데미안한테··· 포도향 나·”

나는 민망해져서 뒷목을 쓸었다· 뭔짓을 해도 포도주 향은 지울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내 허리춤엔 아직 여분의 포도주가 남아있기도 했고 말이다·

나는 병 하나를 꺼내서 흔들어보였다·

“이건 사정이 있어서····”

그러자 루나가 갑자기 두 손을 내밀었다·

“나···도·”

“···음?”

루나가 말없이 나와 손을 겹쳐서 술병을 꼭 쥐었다· 힘을 주고 잡아 당겼다· 

영문도 모른채 술병은 그렇게 루나의 손에 스르르 넘어갔다·

“루나 그거 주스 아니야 뭐하려····”

그녀는 뒤로 한발짝 멀어지더니 코르크 마개를 따버렸다·

그리고는 두 눈을 꼭 감고 독약이라도 마시는 것처럼 비장하게 포도주를 들이켰다·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루나!”

나는 곧장 술을 뺏으려 달려들었지만 작은 병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던 탓에 빼낼 수가 없었다·

가녀린 목이 포도주를 받아내느라 작게 요동쳤다·

그저 충격에 잠겨 그녀의 입가에 흐르는 포도주를 소매로 닦아줄 뿐이었다·

루나는 술을 단번에 비우고는 빈병을 내게 건넸다·

“····”

“····”

우리는 잠시 침묵했다·

“루나 정말 괜찮아?”

루나는 태연한 듯이 말했다·

“나도··· 술 좋아해· 이 이정도는 별거···별거 아니야·”

“····”

루나가 술을 좋아한다니 조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이제 기숙사로 들어가볼게····”

루나는 휙 돌아서서 보란듯이 씩씩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걸음걸이도 멀쩡하고 겉보기엔 괜찮아 보였지만 루나는 기숙사와 정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

주정뱅이가 된 루나를 들쳐업고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난 뒤 나도 가시정원 기숙사로 복귀했다· 

트리샤는 웬일로 자기 방에서 쥐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그렇게 잠잠해진 틈에 그늘초와 염료를 우려낸 물에 적셔두었던 편지를 다시 확인했다·

약물이 스며들기까지 하루 정도 걸린다고 하니 반나절은 더 있어야 했지만 지금 본다고 문제될 건 없었다·

약물통을 방으로 그대로 들고 와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편지를 꺼내 조심스레 쟁반 위에 펼쳐두었다·

다시 보니 회색빛 편지지에 희미하게 글자가 생겨나 있다·

과연 시온의 추측대로 거기엔 감춰져 있던 소드마스터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완성되지 않은 한줄의 문장을 보고 잠시 굳어버렸다·

그건 청탁도 권유도 아닌 일방적인 경고였다·

[···마검··· 무도회를 노···고 있다·]

이내 피가 차갑게 식는다·

나른한 취기도 달짝지근한 긴장감도 그 한문장에 전부 날아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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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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