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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200

EP.200

이제 보니 헤일리와 엘리엇에게서 묘한 연결점이 보인다· 출중한 외모도 그렇고··· 무엇보다 이 둘의 머리색이 똑같다· 

먼 친척이라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금발 머리가 한둘이 아니기에 이내 생각을 지웠다·

조금 더 기다려도 엘리엇의 파트너로 보이는 상대는 없었다· 그리고 은발머리도 보이지 않는다· 

기분이 가라앉는다· 어쨌거나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본 시점부터 내 무도회는 망가졌다· 잊고 싶었던 기억과 이름들이 줄줄이 떠오르고 축제 분위기로 들뜨던 내 마음은 한순간에 진창이 되었다·

이곳에 가만히 과거의 망령들을 보면서 아픈 과거를 곱씹는 건 멈추고 싶었다·

차라리 마검사냥꾼이 침입해서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따·

때마침 구원자처럼 한 소녀가 우리 앞에 불쑥 나타났다·

바로 루나였다· 하얀색 프릴 드래스를 입고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겨 평소와는 다르게 산뜻한 분위기였다·

루나가 두 선배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데미안은 제 파트너인데··· 이제 제가 데려가도 될까요·”

두 선배는 말없이 눈썹을 씰룩이고는 루나를 노려보았다· 루나도 이에 지지 않고 선배들을 똑바로 주시했다· 

잠깐의 기싸움 끝에 제니아가 팔짱을 풀고 툭 던지듯이 말했다·

“그래 우린 즐길만큼 즐겼으니까 데려가·”

양팔의 구속이 이제서야 풀렸다·

나는 루나의 옆에 서서 선배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 둘을 버리는 것 같아 약간은 마음이 불편했지만 난 빨리 이 무도회장을 벗어나고 싶었다·

헤일리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둘이 잘 어울려· 재밌게 놀아·”

나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루나를 데리고 서둘러 무도회장 밖으로 나섰다·

***

제니아와 헤일리는 가만 서서 떠나는 데미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옆으로 루나가 졸졸 따라가다가 은근 슬쩍 팔을 올려 데미안과 팔짱을 꼈다·

제니아가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

“신입이는 마법부랑 마도학부 애들이 유달리 좋아하더라고· 참 신기해·”

“전투부 쪽은 아직 엘리엇이 꽉 잡고 있긴 하지· 거의 종교 수준이야·”

“아 그거 봤어? 엘리엇 이야기할 때 신입이 얼굴 굳은 거·”

“신입이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엘리엇을 싫어해?”

“모르지· 자기보다 검을 더 잘 쓴다니까 승부욕이 타오르던 모양이야· 도발에 약한 타입인가본데? 귀여워·”

“난 무조건 신입이 편이긴 한데····”

헤일리가 말꼬리를 흐렸다·

“왜? 신입이도 나름 난 놈이잖아?”

“여지껏 보여준 것만으론 많이 부족하지· 뭔가 있는 것 같은데 그냥 느낌 밖에 없어·”

인기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데미안은 엘리엇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아끼는 후배라고 해도 그 사실까지 덮어놓고 치켜세워줄 수는 없었다·

제니아가 픽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신입이가 엘리엇보다 나은 것 하나 있잖아·”

“뭔데?”

“엘리엇도 못 얻어낸 공녀의 관심을 신입이가 차지했으니까·”

헤일리가 가만히 생각에 잠겨 중얼거렸다·

“공녀···· 공녀의 관심이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도 무도회장 한 구석에선 공국의 대사관이 독수리처럼 눈을 부릅뜨고 데미안과 함께하는 여자들을 노려보며 수첩에 무언가를 적어댔다·

이상한 일이긴 했다· 모든 조건을 따져봤을 때 엘리엇이 데미안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공녀는 작년에 엘리엇을 가차없이 쳐내고 아무 미련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엔 데미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열렬히 총애했다·

제니아가 무도회의 주인공이 된 엘리엇을 가만히 뜯어보며 말했다·

“나도 더 마음가는 건 신입이긴 해· 엘리엇은··· 제국이 모든 기술을 동원해 정성스럽게 빚어낸 가공품 같은 느낌이야·”

“···틀린 말은 아니지·”

***

무도회장과 맞붙은 학생 광장은 플랜테라들이 밤새 작업한 덕에 정갈한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산책을 즐기는 남녀가 드문드문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무도회장 현관 난간에 몸을 기대고 나란히 앉았다·

“꺼내줘서 고마워 루나·”

“···응· 오늘은 내 데미안이니까·”

“그리고 오늘은··· 너무 달라져서 못알아볼 뻔했어·”

루나가 잔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는 쑥쓰럽다는 듯이 얼굴을 숙인다·

“1부는 사탕이가 등장해야 하니까··· 나는 다른 곳에서 기다릴게·”

나는 루나에게 가면을 건넸다· 그녀는 말없이 가면을 들고는 얼굴에 썼다· 내 것과 모양과 질감이 비슷해서 꼭 깔맞춤 한 것 같았다·

“다녀올게·”

***

나는 옷을 환복하고 가면도 투박한 나무가면으로 바꿔서 착용했다· 그러고는 무도회장 내부로 들어섰다· 그 안은 이미 끈적한 음악이 흐르고 중심에는 춤추는 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도회장 중심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모서리 부근은 단차가 있게 올라와 있었는데 그곳에는 춤신청을 기다리는 여학생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누구는 남학생들에 둘러싸여 있고 누구는 쓸쓸하게 혼자 앉아서 신경 안 쓰는 척 딴청을 피우고 있고··· 그 모습이 마치 인생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게 느껴졌다·

세실을 찾는데에 제법 애를 먹었다· 그녀의 주위엔 온갖 남학생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실이나 루나는··· 내가 신청을 안 한다고 해서 밀랍꽃의 불명예를 뒤집어 쓸 만한 소녀들은 아니었다· 

나는 세실이 앉는 곳을 확인하고는 남학생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갔다·

세실은 그곳에서··· 자신에게 춤신청을 하는 남학생들을 모아 협상을 하고 있었다·

“···아뇨 저는 춤신청 그냥 받아주지 않을 거예요·”

“왜 내가 빌램 같은 놈이랑 같다 생각하는 거야?”

다른 남학생이 자기 기회를 뺏길까 다급하게 끼어든다·

“우리 마도학부 과제도 같이 협력했잖아· 기억 안 나?”

“네· 선배 뿐만 아니라 다들 함께 협력했죠·”

“세실 누구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아뇨 저는 누구랑도 약속한 적 없어요·”

약속한 적 없다니 무슨 소리야· 세실의 옆에 가만 서서 황당해하는 날 세실이 곁눈질하고는 눈을 비비는 척 하며 윙크를 했다·

대체 뭐하자는 걸까· 

“그럼 어쩌겠다는 거야?”

“전통대로 해요· 유구한 이터니아의 전통이 있잖아요· 전부 뒤 돌아요·”

그러고는 손을 휙휙 저었다· 멍하니 있던 남자들을 보고 그녀는 다시 재촉했다·

“빨리요·”

그러자 이들은 쭈뼛겨리며 몸을 뒤로 돌렸다· 세실은 나한테도 뒤돌라며 손을 저었다·

잠시뒤 세실이 말했다·

“모두 이제 돌아봐도 돼요·”

세실은 주섬주섬 드레스의 어깨끈을 묶었다· 그리고 한 손에는 둥글게 말린 하얀 천뭉치가 쥐어져 있다· 무슨 의도인지 예상할 수 없었다·

“이터니아의 전통 다들 아시죠? 전 행동하는 남자가 좋아요· 그러니까 이거 찾아오는 남자랑 춤추고 밤새도록 놀 거예요·”

그러고는 뒤에 있던 통창의 걸쇠를 풀고 창문을 활짝 연다· 세실은 그 알수 없는 것을 창밖의 수풀 속으로 던져버렸다·

곧이어 서로 눈치를 보던 남학생들이 경쟁이라도 하는 것마냥 모든 우르르 출구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다른쪽 풍경을 보니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세실 혼자만의 기행이 아니었다· 인기가 많은 여학생들이 연달아 무언가를 창밖으로 던지고 근처 남학생들이 이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뛰쳐나갔다·

나는 혼자 세실에 앞에 서서 물었다·

“이건 약속이랑 다른데·”

세실이 픽 웃으며 내 앞에 서서 가슴팍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다정하게 나비넥타이를 고쳐주었다· 

“아니 이것도 약속이야· 넌 내 노예가 되기로 했잖아? 가· 가서 내 물건을 쟁취해 와· 오늘은 날 위한 날이니까 내 기분을 좋게 해줘·”

“근데 뭘 던진 거야?”

세실이 손바닥으로 내 가슴팍을 때렸다·

“묻지 말고 어서 가! 그러다 놓치겠어· 너 놓치면 나 진짜 딴 사람이랑 놀거야!”

이터니아엔 내가 모르는 전통이 왜이리 많을까·

나는 한숨을 쉬고는 곧장 창문 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

파트너 경쟁을 위해 수풀 속으로 남학생들 대부분이 뛰어든 탓에 무도회장에 남은 건 대부분 여학생들이었다·

세실은 무도회장 구석의 대기 공간에서 인기인 그룹에 함께 자리했다· 

마르타 엘리아스 브리셀 이리스 등등· 세실까지 포함한 열댓 명의 1학년 여학생 그룹이 한대 모여 수다를 떨었다·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파트너가 될 남학생들이었다·

세실의 친구 중 하나인 엘리아스가 말했다·

“마법부 동기중에 폰테인이라고 있는데 걔가 막 빅터가 옆에 있는데 대놓고 같이 파트너 하자는 거야·”

“그래서? 그래서?”

“그냥 빅터랑 하려고 했는데··· 그냥 받아주면 너무 가벼워 보이잖아· 그래서 대결하라고 창밖으로 속옷을 던져버렸지·”

“어머·”

“빅터가 못 찾아오면 어쩌려구?”

엘리아스가 우는 소리를 했다· 

“그러니까아· 불안해 죽을 것 같아·” 

“그래도 전투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니까 못 찾아오지는 않겠지· 설마·”

“빅터 정도면··· 에휴 좋겠다·”

빅터는 1학년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기에 엘리아스는 여학들 사이에서 많은 부러움을 샀다·

곧이어 마르타가 하소연을 했다·

“좋은 애들은 다 채갔어· 빅터는 이년이 채가고 바리안느는 약혼자가 있고 휴버트는 선배가 채가고 그나마 빈집처럼 보이는 애는 데미안 밖에 없었는데····”

“걔 선배 두 명이나 끼고 오던데?”

“아냐 데미안은 입장만 하고 또 어디로 튀었어·”

“내가 봤어· 루나랑 가던데?”

“뭐? 루나랑? 하 씨·”

데미안의 평판은 최근 대련 평가 이후로 좋아졌지만 사교성이 나빴던 탓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나이아스가 데미안에 대한 뒷담을 시작했다·

“데미안 그 자식 싸가지가 없어· 전에 내 인사 그냥 씹고 가던데?”

“내 인사도 무시하더라· 신비주의야 뭐야? 걘 루나한테 대차게 까였으면 좋겠다·”

세실은 가만히 턱을 괴고 이들의 뒷담화를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곧이어 브리셀은 세실에게 툭 던지듯 물었다·

“세실 너는 누구였더라? 맨날 가면 쓰고 두문불출하는 애 아니야?”

“아···응·”

“하는 거 보면 되게 숫기 없을 거 같은데 잘 싸울수나 있겠어?”

세실이 싱긋 웃으며 여유롭게 답했다·

“보면 놀랄 거야· 싸울 땐 엄청 거친데 여자 상대할 때는 되게 얌전하다? 데미안이나 휴버트 같은 번지르르한 애들은 걔한테 죽어도 못 덤빌걸?”

“···너답지 않게 칭찬이 후하네?”

“잘생긴 애들은 실속이 없어·”

곧이어 파트너 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던 남학생들이 우르르 무도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이에 맞춰 기다리고 있던 여학생들이 수다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두려움과 기대감이 반반씩 섞인 눈으로 남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남학생들이 땀내를 풍기며 코앞까지 몰려오자 다들 설레는 가슴을 졸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맞이하고는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남학생들 대부분 빈손이었다·

“뭐야? 내 손수건은?”

“내 속옷 가져온 애 없어?”

“내 양말 흔들어 봐· 내 파트너 누구야?” 

그렇게 혼란이 빚어진 가운데 남학생들이 잔뜩 주늑이 든 채로 하소연했다·

“어떤··· 미친놈이····”

“맞아· 이상한 자식이 흰색으로 된 건 다 쓸어갔어·”

“내가 이길 수 있었는데 간발의 차로 그 자식이····”

여학생들 또한 상황파악이 안 된 탓에 눈만 이리저리 굴릴 뿐이었다·

마르타가 황당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한 명? 한 명이 다 쓸어갔다고?”

곧이어 뒤늦게 나무 가면을 쓴 한 남자가 무도회장으로 들어섰다·

그가 뚜벅뚜벅 걸어오자 그 일대는 침묵에 잠겼다·

옷에 흙먼지가 가득하고 단추는 몇 개 떨어져 있었다· 거칠게 소매를 걷었는데 팔뚝엔 난투라도 벌인 것처럼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남자의 손에는 속옷과 양말 손수건을 비롯한 온갖 하얀 물품들이 쥐어져 있었다·

그는 여학생들이 모인 곳이 다가가 자신이 모은 물품을 테이블 위에 하나씩 늘어놓았다·

세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말했다·

“사탕아··· 이게 뭐야?”

“뭘 던졌는지는 말 안해줬잖아?”

“···그래서 있는대로 다 가져온 거야?”

“응·”

“브레지어 하나만 챙겨오면 되는데· 뭐하러 그런 수고를 했어·”

“···그것도 하나가 아니던데·”

“제일 큰 거 챙겨오면 됐잖아?”

세실의 한마디에 여학생들이 잠시 흠칫했다·

“····”

사탕이는 민망함을 감추려는 듯 눈을 다른데로 굴리며 그녀의 말을 못들은 척했다·

세실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큭큭 웃고는 말했다·

“그래 뭐 아무튼 다 가져왔으니까··· 누굴 고를 거야?”

여학생들이 그를 보며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

그는 길게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

“세실· 가자·”

모두의 시선이 세실에게 쏠렸다·

세실이 웃음기를 꾹 참고 사탕이의 옆에 서서 팔짱을 걸었다· 그러곤 여학생들 쪽을 돌아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말했지? 얘 엄청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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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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