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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223

EP.223

세실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루나는 휙 돌아서서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루나가 싫어?”

“응?”

“그냥 물어보는 거야·”

세실이 강아지처럼 내 눈치를 살핀다· 내 심적 피로감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태도가 한층 물러졌다·

그렇지만 자기 본심을 억지로 덮어내려 하지는 않았다· 

세실이 팔짱을 끼고 내 시선을 피하며 툴툴거렸다·

“약··· 오르잖아·”

“왜?”

“네가 모르는 많은 것들이 있지· 내 영역을 침범하고 속인 것도 모자라 전에 야영할 때도 너 잠든··· 아니다·”

“뭔데?”

“그냥 여자들만 아는 그런 게 있어· 루나랑은 많이 친한가봐?”

“루나한테 제대로 된 친구는 나 말고 없을 거야· 나도 루나 말고는 몇 명 없고·”

“···그래? 누가 더 있는데?”

세실의 눈빛이 묘하다·

“···너도 아는 사람?”

“시온?”

“걔는 친구랑 그냥 아는 사람 사이에 걸쳐 있는 정도지·”

“그럼 전에 왜 리그베드에서 시온이랑 데이트했어?”

전에 시온과 점 봤을 때를 말하는 건가· 전에도 이것 때문에 엄청 서운해했었는데·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나·

“전에도 말했지만 데이트 아니야·”

“그럼 뭔데?”

“시온의 스승님한테 부탁받고 같이 시간을 보낸 거지·”

“그게 데이트 아니야?”

“대가를 받았으니··· 의뢰 아닐까?”

세실이 갑자기 내 가슴팍에 무언가를 들이밀었다· 말린 꽃을 붙여 멋스럽게 장식된 초대장이었다·

“내 것은 의뢰도 아니고 대가도 강요도 없는 거다? 안 오면 내 손으로 죽일 거긴 하지만·”

“···그래· 자발적으로 참석할게·”

“일주일 뒤야! 클라리디움 출신 예술가가 이번에 리그베드로 이주해서 크게 행사가 열렸거든· 미술부도 조만간 가니까 거기서 인맥도 다지고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거야· 나도 수업 있어서 간다!”

용건은 끝났는지 세실은 휙 돌아서서 떠나간다· 그러다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내 쪽을 돌아봤다·

“근데 데이트하면서 시온 다리를 주물렀다는 건····”

“헛소문이야·”

“그치? 그럴 것 같았어· 내 다리가 훨씬 잘 빠졌는데·”

“···?”

세실이 돌아서서 떠난다· 몇 걸음 가다가 또다시 내 쪽을 돌아봤다·

“혹시 다리가 노출된 옷 좋아해?”

***

저녁 식사를 마치니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목검은 여전히 내게 빈정이 상해 있었고 마검도 여전히 소통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트리샤는 비 오는 게 좋다며 이불을 두르고 내 방 창가에 앉아 대본을 읽기에 열중했다·

그날도 평화롭게 일과를 마치고 금지된 숲으로 향했다·

칼리오스는 어제 그 자리에 똑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묘비에 걸터앉아서 뭔지 모를 서류 묶음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마검과 대화는 해보았나?”

“말씀하신 대로 해봤지만 여전히 안 됩니다·”

“흠 일단 알겠네· 그나저나 네 친구들은 전부 마법사로군·”

“전부는 아닙니다·”

“긴 머리 여자를 좋아하나? 왜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그다지 선호하지 않습니다· 근데 그거··· 괜찮은 겁니까?”

“뭐 자네 생활기록부를 뒤지는 거 말인가?”

손에 침을 묻히고 쓱쓱 넘겨보던 게 그거였나·

“아뇨 그 묘비 말입니다·”

“신경 쓰지 말게· 만약 내가 죽고 이 녀석이 살았다면 이놈도 똑같이 내 무덤을 깔고 앉았을 테니까·”

“····”

격식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그런 것들에 더 얽매이는 게 일반적인데 칼리오스는 심지어 제국에서 고위직을 수행했음에도 파격적으로 행동한다·

“마법사를 특별히 선호하는 이유라도 있나?”

“마법사라서 선호한 게 아닙니다· 친해지고 보니 마법사였던 거죠· 그리고 마법사가 아닌 친구도 있습니다·”

“누구지? 이름을 불러보게·”

“···시온도 있고 또 세실도 마법사가 아닙니다·”

“혹시 모르지· 마법사로 태어났는데 단지 진로를 바꾼 것일지도·”

“그렇게 끼워맞추면 갓난아기도 범죄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칼리오스는 여전히 내 신상 들추기에 열중했다·

“자네는 스승까지 마법사로군·”

“이상할 건 없습니다·”

칼리오스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하지· 자네는 마법사들이 인간들과 같다고 생각하나 보군· 아무런 경각심이 없어·”

“마법사들은 인간이 아니란 말입니까?”

“마법사는 태어날 때부터 인간과는 완전히 다르게 태어나네· 단지 외형만 비슷할 뿐· 잠재된 본성부터가 전혀 다르지·”

“어떤 점이 다릅니까?”

“마법사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연을 통제하지· 태어날 때부터 성체 인간을 죽일 수 있어· 실제로 그런 사고는 수도 없이 많네· 마법사는 자연을 거슬러 엘프보다 더 느리게 노화하지· 그게 모든 인간에게 부여된 자연적인 특성이라 생각하나?”

“····” 

“최고위 마법사들은 열에 아홉이 독신이야· 왜인지 아나?”

“왜죠?”

“마법사가 관계 맺는 방식은 인간들과는 달라· 마법사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네· 선천적으로 그 기능이 결여되어 있어· 그 부류들은 노화로부터 해방됐으니 자손을 낳고 씨를 보전할 이유가 없고· 짝을 만날 이유도 없지·”

“····”

“애착 우정 유대감 같은 건 있어도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건 불가능하지·”

“다소 급진적인 주장 같습니다·”

그는 내게 불안감을 심고 있었다· 내 인생에 큰 족적을 남긴 두 명의 마법사가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애써 지워냈다·

칼리오스가 날 노려보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자네를 놀리려는 것 같나? 걱정하지 말게 나도 수많은 마법사 전우들을 모욕하면서까지 장난치고 싶은 마음은 없느니· 아무도 이거에 관해 연구하지 않았지만 난 알아· 이미 수많은 표본이 내 머릿속에 있으니까·”

“혼약을 맺은 마법사들은 그럼 사기꾼들입니까?”

“그자들은 마법사인 척 하는 혼혈종들이지· 마법사로 태어난 존재들은 사랑할 줄 몰라· 그 존재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건 자기 자신밖에 없어· 때때로 유년기에 유대감이나 우정 따위를 사랑으로 착각해서 사회적 맥락에 따라 연인인 것처럼 행동하기도 하지·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야·”

“····”

칼리오스가 매서운 눈으로 날 노려본다· 꼭 독사가 내 내장을 타고 다니는 것 같은 불쾌한 감각이다·

“자네 마법사와 사랑에 빠진 적이 있군· 안 그런가?”

그리고 그는 무서울 정도로 예리한 통찰력으로 날 꿰뚫어 보았다· 동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알아낸 걸까·

그의 입가에 비릿한 웃음기가 돈다· 나와 같은 인간을 이미 여럿 상대해본 것처럼·

“네 실베린 스승님을 향한 감정이 그러합니다·”

“그래 자네 스승도 똑같이 제자를 아끼고 사랑하지· 난 그걸 말하는 게 아니야·”

그는 내 수를 전부 간파하고 있었다·

칼리오스의 칼이 내 내장을 전부 헤집어 놓는다· 날카로운 칼끝은 내 신경을 쿡쿡 자극하며 내 심장부로 접근하고 있었다·

“수련을 위해 절 부른 거 아닙니까?”

“슬슬 방어기제가 나오는군· 난 자넬 괴롭히러 온 게 아니야· 이건 꼭 필요한 작업이니· 날 똑바로 보게·”

“····”

칼리오스는 경험과 연륜 그리고 자기 확신으로 다져진 단단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자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안다네· 그 여자가 정말 자네를 사랑했냐고 묻고 싶은 거 아닌가?”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걸까· 솔직히 나도 알 수 없었다·

“마법사가 다 그렇다고 한들 예외의 경우도 있겠죠·”

“사막에 눈내리듯 드물게 벌어지는 일이지· 한 줌 섞인 인간의 피가 발현된다면 말이야· 마법사의 피가 진할수록 그럴 가능성은 지독히 낮아· 자네는 상대가 그때만큼은 진심이었다고 믿고 싶나 보군·”

“제 머릿속에도 수많은 증거가 있습니다·”

“하 다 똑같은 소리를 하는군· 뻔하지! 세상에 둘도 없는 영혼의 단짝이라도 만난 것처럼 사랑을 속삭이고는 어느 날부터 갑자기 남이라도 된 것처럼 떠났을 거야· 잔인하고 무정하게 말이야· 왜 그랬는 줄 아나? 자기감정이 사랑이 아니란 걸 깨달아버린 거지! 마법사한테 속은 불쌍한 영혼들이 늘 겪는 일이야·”

“···저는 진실과 기만을 구분할 줄 압니다·”

“자네에게 목숨을 바쳤나?”

“····”

“그게 유일한 구분법이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존재가 자넬 위해 목숨을 바친 적이 있나? 모든 걸 버리고 자네를 선택한 적 있나?”

“목숨을 걸 만한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걸 증명하려고····”

“하지만 자네는 그걸 확인할 기회가 있었겠지·”

“····”

대답할 수 없었다·

내 심장이 거무죽죽한 타르에 뒤덮여서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리자가 날 위해 모든 걸 포기한 적이 있나? 나는 레이스에게 배가 뚫리고 절벽 아래로 내던져졌을 때에도 후회하지 않았다· 모든 걸 바쳤고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리자는····

“상대가 떠났다면 둘 중 하나지· 이별했음에도 아직 자넬 사랑하고 있거나 아니면 애당초 자넬 사랑한 적이 없거나·”

“····”

“자넬 보니 어느 쪽인지 알 것 같군·”

“····”

“남은 감정은 빨리 정리하는 게 좋을 거야· 그 오염된 기름때가 자네의 잠재력은 물론이고 마검의 힘까지 더럽히고 있으니까· 내일도 오게· 이제 본격적인 수련이니·”

칼리오스는 그 말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초점이 잡히질 않는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기억 속을 헤맸다· 내 추억 속 모든 리자에게 일일이 찾아가 물어보고 있었다·

날 진정 사랑하긴 했었냐고·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과거의 리자를 변호할 만한 동기도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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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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