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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230

EP.230

“다시 눈을 감아보게·”

칼리오스가 말한 대로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곤 호흡이 안정된 상태가 되기도 전에 칼리오스가 돌을 던졌다·

부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반응해 나도 모르게 안면 근육이 살짝 움찔했다·

칼리오스가 낮게 침음을 뱉는다·

“자네 눈과 귀를 막아야겠군· 감각이 예민해서 나쁠 건 없지만 당장 수련하는 데에는 방해만 되네·”

“····”

그러던 중 근처의 수풀 사이에서 우리가 아닌 무언가가 부스럭거렸다·

이렇게 무언가가 찾아와 수련을 방해받은 것은 처음이었던지라 곧장 소리가 난 곳에 주의가 쏠렸다·

내가 묘목검을 집으려 하자 칼리오스가 손으로 가만 있으란 신호를 보냈다· 

우리가 위치한 금지된 숲은 마수가 아예 없는 지역이다· 그렇다면 미궁의 관계자 정도로 특정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면···

“엇 여기 있었구나!”

수풀을 헤치고 그곳에서 나온 이는 바로 트리샤였다·

“허어·”

“앗 할부지?”

“재앙수집가 아젤리스 아닌가!”

“꺅! 할부지!”

트리샤가 폴짝 뛰며 달려온다· 그러고는 칼리오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뭐야· 둘이 아는 사이였어?

“허허 꼬마 아가씨가 그새 이리도 훌쩍 커버렸구나· 허허·”

“할부지 저 그거 태워주세요· 갈매기!”

“안돼요· 이제 숙녀가 됐으니 조금 더 얌전히 노는 법을 익혀야지· ”

“앗 맞아요· 이제 완전 숙녀예요!”

“그건 그렇고 아가씨가 어인 일로 여기까지 왔을까?”

“친구 구경하러 왔어요! 쟤 저기 저 바보요!”

칼리오스가 날 흘끔 보고는 다시 트리샤에게 고개를 돌렸다· 

트리샤는 변장마저 풀고 와서 심지어 치렁치렁한 백발이다· 그녀의 본명과 본모습을 아는 외부인은 처음 본다· 트리샤가 어릴 적부터 봐왔던 것 같은데 칼리오스와 피가 섞이지는 않아 보인다· 트리샤의 수많은 스승 중 한 분이었던 걸까·

트리샤가 오니 도무지 정신을 집중할 수 없다· 다른 건 몰라도 내 명상에 방해가 되는 건 확실하다· 혹여나 무슨 실수를 하는 건 아닐까· 사고를 치는 건 아닐까· 걱정부터 든다·

꼭 절벽 근처에서 애를 두고 온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꼬마 아가씨는 잠깐 이리로 오시게·”

칼리오스랑 트리샤가 나와 떨어져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칼리오스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트리샤는 거기에 까르르 웃는다· 얼핏 내 이름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대체 뭐하는 걸까·

“할부지 저는 이만 가볼게요! 제 친구 잘 부탁드려요!”

트리샤는 온지 몇 분도 안 되어서 그냥 떠나버렸다· 대체 여긴 왜 온 거야?

칼리오스가 돌아오고서는 난대없이 나를 타박하기 시작했다·

“이 얼빠진 녀석!”

“···저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라도 했습니까?”

“아니 저 꼬마는 자네 좋은 이야기밖에 안 했어· 그렇게 의심이 많나?”

“그럼 왜 그러십니까?”

“최근 들어 저 아이의 눈을 제대로 본 적이라도 있나?”

트리샤야 매일 얼굴을 봐야하는 사이인데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걸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를 좋아하지 않나! 얼마나 둔해 터졌으면 결국 저렇게 찾아오게 만드나? 이런 얼빠진 녀석을 보게·”

날 좋아한다고? 그걸 눈빛만 봐도 아나? 무슨 독심술사라도 되는 건가· 너무 급작스럽게 날아온 통보라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마음을 닫고 살았으면 저것도 못 느끼고 사는 건지 원· 저 순수한 마음이 얼마나 귀한 줄 모르나?”

“····”

“오늘 수련은 여기까지· 돌아가게·”

“얼마나 했다고 벌써 갑니까?”

“내일은 저 꼬마와 데이트하고 오도록·”

“이게 무슨····”

“이것도 수련이냐고? 그래 이것도 수련의 일부니까 데이트하고 저 꼬마를 만족시키고 오게· 장난치는 거 아니니 진지하게 듣게· 다음에 내가 직접 물어서 만족하지 못했다면 만족할 때까지 보낼 테니 그리 알도록·”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뜬금없이 데이트를 지시한다니·

“그보다 전에 마법사는 사랑을····”

“꼬마가 자넬 좋아한다고 했지 언제 사랑한다고 했나? 그리고 저 아이는 마법사가 아니야· 그 이상이지·”

“····”

마법사보다 한차원 더 높은 존재는 대체 뭐지· 대마법사? 신? 내가 볼 땐 트리샤는 저 대단한 호칭으로 부르기엔 부족한 게 너무 많은 친구다·

“내가 혼약이라도 맺으라 했나? 한 번의 데이트니까 혼자 헛물 삼키지나 말게· 아 데이트 신청은 제대로 하게· 내가 시켜서 했단 말 하면 무효야·”

정말 배우고 싶었던 검술은 지금껏 지도받은 적이 없고 전예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과거 공방에서 수련공으로 지낼때 얻은 한가지 교훈이 있다· 일단 배울 때는 자아는 죽여야 한다는 거다·

하나하나 토달고 의심하면 성장은 느려지고 때로는 잘못된 길로 빠진다· 일단은 받아들여야지·

***

“자자 수업은 끝났으니 더 그리고 싶은 사람은 남고· 아 릴리트는 화초에 물 주는 것좀 도와줄래?”

“네·”

조르지아 교수의 말을 끝으로 수업이 끝났다·

나는 시간이 남아 그림을 마저 보강하기 위해 온실에 남았다·

선배와 동기들 대부분은 다음 수업을 위해 빠져나갔다·

그림을 그리면서 나는 트리샤에게 어떻게 데이트 신청을 해야하나 고심하느라 머리가 아팠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지나니 미술부장 헤일리가 온실로 들어섰다·

“신입이 아직도 이러고 있어?”

“오셨어요?”

헤일리가 내 뒤로 와서는 턱을 내 정수리에 걸치고 이젤에 걸린 그림을 구경했다·

“뭐 그려? 어디서 많이 본 건데?”

“로툴렉 그림 모작하고 있었습니다·”

“신입이 그림은 갈수록 늘어· 그것보다 클라리디움 갈 준비는 됐어? 이제 일정 슬슬 나올텐데·”

“그냥 몸만 가면 되는거 아닙니까?”

“아니 제대로 놀려면 돈도 많이 필요해· 신입이가 좋아하는 선배들 어떻게 놀아줄지 고민도 해야 하고 다녀오면 바로 기말 평가고 그거 끝나면 교류전 예선도 있고 진짜 학기말이라 바쁠 거야·”

기말 평가라면 크게 걱정할 게 없었다· 전투부야 기초 체력이나 마수학에 치중되어 있어 난이도가 높지 않았고 내가 따로 듣는 교양 연금이나 재료학 같은 것도 이미 다 꿰고 있는 것들이었다·

“선배는 준비 다 하셨습니까?”

“응· 아 맞다· 네 친구 연극부 금발 걔 있잖아·”

“네· 루나 말씀이신가요?”

“응· 나보다 덜 이쁜 금발·”

“····”

헤일리가 내 턱살을 꼬집으며 말했다·

“네 라고 해·”

“네·”

“온실 근처에서 바구니 하나 들고 서성이던데· 네가 부른 거야?”

“아뇨· 지금도 있나요?”

“방금 보고 온 건데?”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온실 밖으로 나와서 그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러니 정말로 건물 벽을 끼고 바구니를 든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루나가 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향했다·

“루나?”

루나가 곧장 반응해 고개를 든다· 그런데 그녀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몸은 가볍게 들썩인다· 뭔가 했는데 울먹이고 있었다·

“왜 그래?”

내가 다가가자 그녀는 가까워진 만큼 뒤로 물러났다· 마치 날 무서워하던 옛날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은 내게 적잖이 충격이었다· 검은 정령을 해치운 이후로 우리는 가까워지기만 했지 단 한 번도 멀어진 적은 없었다·

“루나 무슨 일 있어?”

“····”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된 건가·

그녀는 설움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 루나는 말없이 바구니를 내려놓고는 뒤돌아서 달려나갔다·

나는 바구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거기엔 어제 세실이 입었던 겉옷과 속옷이 담겨 있었다· 이걸 어떻게 루나가 입수한 건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세실이 내 거처에 하룻밤 머무른 것에 실망한 건 아닐 거다· 그런 게 문제될 거였으면 애당초 트리샤와 같은 건물에서 사는 것부터 용납하지 않았을 테니까·

헤일리가 뒤늦게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신입아 본의아니게 둘이 있는 걸 봤는데·”

“····”

“둘이 싸웠어?”

“아뇨···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왜 그런지 감이 안 잡히네요· 평소에는 절대 안 이러는데·”

“그럴 때가 가끔은 있지· 여자들은 원래 주기적으로 예민해지는 때가 있어· 감정도 막 폭발하고 식욕도 날뛰고 여러모로 능력치가 떨어지지·”

“····”

“그럴 땐 묵묵히 받아주다가 비가 그친 뒤에 다시 대화하는 게 맞아·”

“선배····”

“이그 니가 저 금발한테 쏟는 정성을 제니아한테 했으면 이미 혼인 도장 찍고도 남았을 거다·”

“····”

루나한테 뭔가 해명이라도 해야되는데 문제는 트리샤와의 데이트가 오후 약속으로 잡혀 있다는 거다· 

풀리지 않은 오해와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

***

“흠흠흠~”

달리는 마차 안에서 트리샤가 기분 좋은 듯이 콧노래를 부른다·

이터니아는 보는 시선이 있어서 나는 트리샤를 데리고 일단 캠퍼스 밖으로 나왔다·

트리샤는 나가서 노는 일에는 무조건적으로 좋아했던지라 별다른 감정 씨름 없이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데미안!”

“응·”

“웬일로 이렇게 이쁜짓을 해? 이제 결심 한 거야?”

“뭘 결심해?”

“나 섬기기로 한 거!”

“아니 아직·”

“이런 기회 흔치 않아! 내가 엄청 높은 사람되면 그땐 애원해도 늦어!”

“그때가서 생각해볼게·”

“치·”

트리샤는 콧바람을 뱉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저혼자 흥얼거리며 창밖 풍경을 계속 바라보다가 말했다·

“데미안 근데 삐약이 말고 다른 것도 부려?”

“아니? 왜?”

“바깥에 보면은 하얀 까마귀가 엄청 많아· 근데 쟤들 계속 우리 마차만 따라다녀· 우리 친구인가 해서·”

“그래?”

나도 창밖을 확인했다·

하지만 트리샤가 말한 그 하얀 까마귀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안 보이는데?”

“저기 엄청 잘 보이는데?”

트리샤가 손으로 한곳을 가리킨다· 하지만 그 방향엔 푸른 하늘 밖에 없었다·

“여전히 안 보여·”

나는 보지 못하고 트리샤가 보는 거라면··· 어쩌면 정령일 수도 있겠다·

창밖을 보는 트리샤의 눈이 일순 동그래졌다·

“더 늘어났어· 왜이리 많아? 수십 마리는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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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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