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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238

EP.238

로잘린은 발을 동동 굴렸다· 거울 저주는 몇몇 대가문을 초토화시키고 클라리디움을 한동안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심각한 사건이었다· 현관에 거울이 옮겨지는 기현상을 막고자 집안에 모든 거울을 없애거나 용병을 고용해 현관에 세우는 이들도 생겼을 정도였다·

한데 그걸 대마법사 실베린의 저택에 그것도 이터니아의 학생들의 견학 시기에 맞춰서 누군가가 몰래 저주 의식을 행한 것이다·

제니아가 차분하게 말했다·

“진정해요 선배· 죽는 것도 아니잖아요·”

“너희들 거울은 일단 천으로 덮고 그냥 놔두고 있어· 괜히 저주 아티팩트를 깨트렸다간 혼자 다 뒤집어 쓸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언가가 바람소리를 내며 로잘린의 옆을 스쳐간다·

와장창!

“···!”

데미안의 소행이었다· 말도없이 냅다 검을 던져 거울을 산산조각 내버린 것이다·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데미안은 퍼석거리는 잔해를 밟고 올라가 검을 회수하고는 말했다·

“이거 치우는 것좀 도와주시겠습니까?”

“···너 무슨 짓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데미안은 혼자 저주를 뒤집어 쓴다는 말을 듣자마자 작정하고 부셔버린 것임을·

모두가 데미안의 광기 어린 행동에 놀라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헤일리가 데미안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며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아시겠죠? 신입 정말 난놈이라고·”

“····”

로잘린은 여전히 넋이 반쯤 나간 얼굴이었다·

헤일리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쟤 저렇게 해서 율리시아 공국 대공녀님도 꼬시고 마법부 수석도 꼬시고 제니아도 꼬셨어요·”

제니아가 몰래 엿듣고 반박했다·

“난 아니거든? 난 연상이 좋거든?”

로잘린은 다른 부원들의 얼굴을 살폈다·

데미안의 돌발 행동 덕에 부원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그의 행동이 사기에 영향을 미친 건 확실했다· 사냥감처럼 움츠러 있던 그들의 눈빛이 이젠 이판사판이라는 듯이 전의에 불타고 있었다· 

“괜찮아? 내가··· 다른 숙소로 잡아줄 수 있어·”

헤일리가 말했다·

“아뇨 저희는 이 집이 마음에 드는 걸요· 여기로 할게요·”

“그럼 무단 침입자가 있을지도 모르니 점검부터 하자·”

***

우리는 로잘린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나는 제니아와 함께 2층을 점검하고 제니아와 로잘린은 1층을 점검했다· 남은 부원들은 다락과 지하실을 살피고 짐을 싣고 오는 마차를 대기했다·

나는 제니아와 빈 방의 문을 하나씩 들어가 살폈다· 

그러는 도중에 문득 의문이 들어 말했다·

“선배·”

“응

“하나 여쭤봐도 됩니까?”

“뭐·”

“저런 저주가 효력이 있는 겁니까?”

“큭 푸훕!”

제니아가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

“큭큭큭· 큭큭· 아 씨·”

그러고는 웃느라 몸을 못 가누어서 벽을 잡고 몸을 들썩거렸다·

“선배?”

“푸하하하· 아니 원래 순서가 반대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니야? 냅다 깨부수고 나중에 물어보는 멍청이가 어딨냐구·”

“그냥 궁금해서요·”

제니아는 숨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마법학에 몸담은 모든 연구자들이 입을 모아서 가장 까다롭다고 말하는 게 바로 저주술이야· 대부분은 미신이지만 예고도 없이 갑자기 실현되는 경우도 있거돈·”

“···그게 정말 되기도 하는군요·”

“그래· 같은 저주술을 해도 이터니아에서는 안 되는데 클라리디움에서는 될 수도 있어· 그래서 까다로운 거야·”

“신기하군요·”

“저주도 마법의 한 갈래야 대지 혹은 내 자신의 힘을 빌리면 일반적인 마법이고 정령의 힘을 빌리면 정령술이고 토속신이나 영적 존재의 힘을 빌리면 저주지·”

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저주는 예측하기가 까다로워· 마력을 대가로 하지 않을 때도 있거든·”

“그럼 뭘 대가로 합니까?”

“마력이 아닌 모든 것들· 심장 간 운명 재산 여자친구 부모님·”

“····”

“그런 것들을 좌판에 쫙 깔고 잡귀들과 협상하는 거야· 이걸 줄테니 저것들 좀 죽여주세요· 단가가 맞으면 교환이 성립되는 거지·”

“음 그게 정말 됐으면 원한을 살 짓을 하고 떵떵거리며 사는 건 불가능했을 텐데요· 현실은 꼭 그렇지도 않으니····”

“맞아 변수가 너무 많아· 학자들마다 주장도 다르고· 내 생각엔 그냥 학문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법들을 전부 뭉뚱그려서 저주라고 부르는 거 같아·”

“선배 생각엔 거울이 진짜 저주와 연관된 것 같습니까?”

“글쎄 저주보다는 미신에 가까운 것 같긴 해· 거울을 저렇게 둔 사람이 변을 당했다거나··· 꼭 살인마의 표식처럼· 사례가 있었으니 선배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겠지?”

“····”

내 생각도 비슷하다· 내 손목에는 에르제베트가 직접 인챈트한 저주방어 아티팩트가 있다· 거울을 깼을 때 아티팩트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으니 그냥 미신일 가능성이 높다· 저주는 무섭지 않다· 악의를 가지고 그 행위를 벌인 인간이 진짜 위험요소다·

우리는 2층 점검을 거의 마치고 마지막 남은 공간인 마스터룸의 문을 열었다·

“음?”

“마법진이네요?”

마스터룸에는 침대가 하나 덩그러니 있고 마루의 중앙에는 기이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마법진의 외곽에 검은 단검이 꽃혀 있었다·

우리는 가까이서 이를 확인했다·

“고대 마법 같은데··· 느낌이 안 좋아·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지?”

“괜찮을 겁니다· 이거 교수님이 그려둔 것 같습니다·”

“어? 어떻게 알아?”

“이거랑 똑같은 마법진이 이터니아 쪽 저택에도 그대로 있습니다· 같은 걸 직접 그리시는 것도 봤고요·”

“진짜? 무슨 용도로 쓰이는데?”

“저택에 있던 쥐를 쫓아낼 때 쓰였던 겁니다· 근데 이 단검은 모르겠습니다·”

“이 검은 미디올라이트 금속인가? 마법진의 마력 흐름을 방해할 때 쓰이는 걸거야· 마법진을 끊어도 마법이 유지되면 이런 걸 써서 차단하기도 해· 저택에서 나가실 때 두고 가셨나? 진짜 비싼 건데·”

“빼 볼까요?”

“그러자·”

나는 단검을 뽑았다· 그러자 마법진이 힘을 되찾은 것인지 돌연 샹들리에에 불이 들어와 방이 밝아졌다·

곧이어 천장과 벽에서는 돌연 쥐들의 요란한 발소리가 울렸다·

두두두두· 찍! 찍찍! 두두두두·

“와 진짜인가보네· 이런 마법은 처음 봐·”

방을 나서고 보니 복도에도 불이 밝혀져서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저택 모든 곳에 불이 밝혀진 모양이었다·

1층에 내려와보니 난리도 아니었다·

마수도 상대하는 이터니아의 학생들이 벽에 붙어서 꼼짝도 못한다· 꼬리에 불이 붙은 채 현관 밖으로 도망치는 쥐떼를 보고는 잔뜩 경악해 있었다·

***

로잘린은 부원들에게 도시의 전 구역을 제약없이 다닐 수 있는 통행증을 건네주었다· 

“이 통행증은 에르제베트 교수님의 보증 덕에 발급한 거니까 행정구에서 괜히 말썽피우지 마·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최소 한 층당 두 명· 총 네명이 교대로 불침번을 서는 게 좋겠어· 이 구역은 새벽에도 가디언이 정찰하긴 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믿지는 마· 외부활동 시 3인 1조 4인 1조로 움직이도록 해· 나갈 때는 어디로 간다 이렇게 기록지에 적어놓고· 그래야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으니까·”

나는 로잘린에게 따로 불려서 저주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어느날 저렇게 거울 위치가 바뀐 곳의 주인은 실종되거나 죽는다는 미신이 있어· 몇 년 전부터 그런 소문이 계속 돌았고 언제부턴가 금기시 된 거야· 죽지는 않아도 정신이 나가버린다는 이야기도 있고· 거울이 현관에 놓인 건 한 번은 헤프닝으로 끝날 지 몰라도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그땐 정말 조심해야 돼· 그렇게 되면 견학이고 뭐고 너희를 즉각 이터니아로 돌려보낼 거야· 나는 의심되는 메이드나 인부를 잡아다 족쳐서 조사할 계획이야· 너는 범인이 나올 때까지 가급적 조심해· 부원 관리 잘 하고·”

로잘린은 그렇게 당부하고 떠났다· 

나는 독방을 배정받았다· 바로 실베린이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2층 마스터룸이었다·

짐가방을 풀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을 진정시키려 들었다· 왜인지는 몰라도 나는 클라리디움에 발을 디디고부터 신경이 계속 곤두서 있었다· 

심장은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르게 뛰고 소화는 잘 안 된다· 배에 있을 때는 잠잠했던 프리실라도 이곳에 오고서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누군가가 내 방에 노크한다· 

“들어오세요·”

릴리트가 문을 열고 모습을 보인다· 그 옆에는 사고 현장에서 데려온 꼬마 여자아이도 함께 있었다·

“어쩐 일이야?”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야겠대·”

“···집이 있었다고?”

“응· 돌봐주시던 분이 있었나봐· 근데 도시 외곽쪽이라 혼자 가면 위험하니까 헤일리 선배가 너랑 함께 가라 그러셨어·”

“위치는 알아?”

“응· 마차도 불러놨어·”

곧 있으면 어두워질텐데 낯선 곳에 젊고 예쁜 여자랑 어린애를 그냥 보낼 수는 없다· 번거롭긴 하지만 헤일리가 시킨대로 하는 게 옳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검을 챙기고 창가를 확인했다· 이 저택의 정문에는 마차가 한대 대기하고 있다· 

나는 꼬마에게 다가갔다·

“왜 집이 있다고 말 안했어?”

“···할머니는 제가 언제 올지 늘 알아요·”

“말썽쟁이구나· 할머니께서 걱정하실 텐데·”

나와 릴리트는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나와 마차에 향했다· 

마차에 올라 릴리트는 미리 준비한 약도를 마부에게 건네니 별다른 질문 없이 바로 고삐를 흔들었다·

마차는 도시의 핵인 행정구를 지나 점차 외곽으로 떠난다· 

나는 릴리트와 마찬가지로 도시의 풍경을 조용히 감상했다·

그러다 넓게 트인 번화한 사거리를 지나칠 때쯤 릴리트가 말했다·

“여기가 진보의 광장인가봐·”

“···유명한 곳이야?”

“응· 전 대륙의 온갖 희귀한 물건들이 다 있는 곳이랬어· 아티팩트 음식 옷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건물이 상가야· 여행객들이 이곳에서 돈을 가장 많이 쓴대· 제니아 헤일리 선배도 여길 가장 먼저 오고 싶어하셨고·”

“···마침 살 게 있었는데 내일 한 번 와봐야겠네·”

릴리트가 내 쪽을 돌아본다·

“같이 갈래?”

“안될 거 없지·”

“그 그래!”

릴리트의 눈동자가 커진다·

세실이나 루나 트리샤 전부 귀한 집 아가씨들 아니던가· 고아 빈민가 출신의 감각으로 이들이 만족할 만한 선물을 고르는 건 불가능하다· 계층이 비슷한 귀족 영애의 도움이 필요한 때다·

꼬마 아이가 자그마한 손으로 릴리트의 옷을 잡아당긴다·

“할머니는 웨스트우드 할아버지가 가장 대단하다고 그러셨어요·”

“···응?”

“진보의 광장에서요·”

“음 그래?”

릴리트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난대없이 얼굴이 상기되어서 긴장한 것처럼 몇 번씩 입술을 오므렸다 피고 머리를 연신 쓸어넘겨댈 뿐이었다·

나는 릴리트를 대신해 물었다·

“그 할아버지가 뭐하시는 분인데?”

“제일 오래 사셨어요·”

“그래?”

“···아니 제일 오래 하셨어요·”

꼬마아이답게 말이 오락가락 한다·

“뭘?”

“이것저것요·”

“음·”

“그리고 제페트 아저씨는 불쌍한 사람이라 그러셨어요·”

“그분은 누군데?”

“저기·”

아이가 손으로 창밖의 누군가를 가리킨다· 그곳에는 거지꼴을 한 중년의 남자가 홀로 사과상자 위에 올라가 연설을 하고 있었다· 열변을 토해도 아무도 듣지 않고 지나칠 뿐이다·

어느 광장에나 늘상 보이는 전형적인 미치광이였다· 

마차는 광장을 빠져나가 도시 외곽으로 달려나갔다· 삼십 분쯤 지나니 해가 거의 다 저물어서 어둑어둑해졌다·

중심구역을 완전히 벗어나니 낙후된 건물들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온다· 행인들도 생활 수준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차림새를 하고 있다·

그렇게 오 분쯤 더 나아가니 낙후된 빈민가에 진입하고서는 길에서 우뚝 멈췄다·

“이곳에선 마차가 진입할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마차에서 내려 이동했다· 꼬마아이는 나와 릴리트의 사이에서 손을 잡고 우리를 안내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어느 자그마한 움막을 연상캐 하는 작은 목조 주택 앞이었다·

거기엔 살짝 기울어진 낡은 간판이 붙어 있었다· 

[사랑의 집]

우리가 그 앞에서 잠시 멍하니 서서 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릴리트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내가 생각하는 그걸까?”

“무슨 생각하는데?”

“아이···는 곳·”

“뭐?”

“사랑···· 아이··· 만드는 곳?”

“···?”

“내가 알기로 이런 곳에는 주로 생계를 유지하려고····”

릴리트가 말하던 중에 누군가 우리의 기척을 감지하고 문을 벌컥 얼어 젖혔다·

“피피가 왔다!”

“우아아아!”

그 안에서 머리색과 눈색이 전부 제각각인 어린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 나온다·

“같이 있는 분은 누구세요?”

“좋은 냄새 난다!”

피가 섞이지 않은 열댓 명의 아이들· 릴리트가 뭔가를 눈치 챈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고아원이었다·

곧이어 한 노파가 지팡이를 짚고 나온다· 그러고는 아이들을 서둘러 안으로 돌려보냈다·

“자 어서 들어가거라· 죽 다 식을라·”

아이들이 전부 들어가자 노파는 우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보니 노파의 눈이 하얗고 초점이 허공을 향해 있다· 눈이 먼 것이다· 

“귀한 분들이 이렇게 찾아오셨네· 고마워서 어쩌나· 귀한 손님이야· 죽이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들어오실런가?”

릴리트가 사양했다·

“앗 아뇨 저희는 이제 가봐야 해요·”

“그럼 기다려 봐요·”

노인은 안에 들어가서는 종이로 포장한 무언가로 들고와서는 우리에게 하나씩 쥐어주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도 행동하는 건 꼭 눈이 멀쩡한 사람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종이 안에 든 건 따끈따끈한 쿠키였다· 

“감사합니다· 저희는 이제 가보겠습니다· 들어가세요·”

우리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왔던 길로 돌아갔다·

여기서 고아원을 보니 기분이 착 가라앉는 기분이다· 힘들었던 내 어릴적이 떠올라서 잠시 묘한 감상에 잠겼다·

릴리트가 손에 든 쿠기를 인상을 살짝 찡그리고 노려본다· 

“왜 그래?”

“으응····”

자세히 보니 릴리트의 쿠키 안에는 나무 부스러기가 함께 들어가 있었다·

“나 줘·”

“응···?”

나는 그녀의 쿠키를 뺏어다 내 입에 우겨 넣었다· 맛은··· 예상대로 그냥 밀가루 반죽 맛이다· 

“···!”

그녀는 토끼눈을 뜨고서 나를 바라볼 뿐이다· 어떻게 그런 걸 먹을 수 있냐 하는 표정이다· 

슬프게도 나는 이런 걸 버리지 못하는 병이 있다·

해가 다 저물고 우리가 걷는 낙후된 이 거리는 분위기가 제법 음산했다· 

그러던 중 우리 옆으로 마차가 쌩 지난다· 빈민가와는 안 어울리는 일등급 마차다· 어떤 이유에선지 마차가 돌연 제자리에 멈춰선다· 그렇게 우리가 지나칠 때쯤 마부가 넌지시 말했다·

“타시겠습니까?”

밤거리를 걷는 우릴 걱정해서 제안한 모양이다· 하지만 일등 마차를 탈 일은 없다· 로잘린이 일등 마차는 바가지가 심하다고 신신당부 했으니까·

“아뇨· 저 앞에 이미 대기하는 마차가 있습니다·”

“클라리디움의 밤은 춥습니다·”

“괜찮습니다· 아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이 도시 전역을 돌아다니시니까 모르는 게 없으실 것 같은데 광장 부근에서 가장 요리를 잘하는 집 하나만 알려주시겠습니까?”

“제니 앤 피니 만큼 소고기 스튜를 잘하는 집은 없습니다· 롤랜드 포목점 옆에 있는 곳입니다· 전 어제도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죠·”

“정보 감사합니다·”

마차는 다시 앞으로 달려나갔다· 

“제니 앤 피니· 너도 기억해·”

“으 응·”

릴리트는 또 저 혼자 상기된 얼굴로 머리를 연신 쓸어 넘겼다·

***

숙소로 돌아오고서 나는 일찍 잠을 청했다· 며칠 간의 항해와 급격한 마력 소모로 인한 피로가 한순간에 몰아닥쳐 나는 눕자마자 깊은 잠에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꺄아아아악!”

나는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복도에서 울린 것이었다· 그렇다면 불침번이 낸 소리일 가능성이 컸다·

나는 옆자리에 눕혀놨던 프리실라를 빼들고 곧바로 문을 박차고 나섰다·

복도에는 잠옷을 입고 불침번을 서던 여자 부원이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었다·

비명을 듣고 잠에서 깬 이들과 황급히 계단을 타고 올라온다·

헤일리는 속옷에 웃옷 하나만 걸친 차림으로 와서는 냅다 소리쳤다·

“무슨 일이야!”

불침번을 서던 부원이 창밖을 가리켰다·

“저기 저기 담장 밖에서 뭔가가··· 뭔가가 우릴 보고 있었어요·”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데!”

“처음엔 너무 어두워서 그냥 나무 그림자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까 사람의 형상이었어요· 흐흑 그 그게 계속 담장에 몸을 붙이고 우리 숙소를 보고 있었던 거였어요·”

“언제까지 그러고 있었는데?”

“바 방금까지요·”

헤일리가 날 보고 신호를 준다·

“신입!”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안다· 나는 지체없이 바로 창문을 열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위를 올려다보니 헤일리가 맨발에 속옷바람으로 뛰어내리려고 창틀에 다리를 올린다·

“신입! 나 좀 받아줘!”

“제가 가겠습니다· 나오지 마십쇼!”

나는 담장 밖으로 나와 어두운 거리를 둘러보았다·

너무 늦었던 건지 거리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흔적은 아무것도 없지만 한가지 이상한 게 있었다·

“왜 이런 냄새가····”

어디에도 불이 난 흔적은 없는데 그을린 냄새가 코를 강하게 자극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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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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