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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240

EP.240

“자네도 그게 거울 때문이라 생각하나?”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릴리트도 자기가 제대로 들은 게 맞냐는 듯이 멍하니 서 있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도로 안으로 잡아당기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노인에게 물었다·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난 그 저주를 믿지 않아· 전부 윗대가리들이 지어낸 거짓말이야·”

“···?”

“난 거울을 내 집 현관에 십수년을 세우고 살아왔어· 이건 내 할머니한테 배운 거네· 그게 이제 와서 문제가 된다고? 난 그런 거 조금도 믿지 않아·”

시장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집스럽고 의심 많은 노인같다· 

“왜 그런 거죠?”

“왜냐니 그건 클라리디움의 오랜 관습이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로잘린과는 말이 다르니 호기심이 든다·

“이 도시는 유배자와 피난민과 마녀사냥으로부터 도망친 이들이 모여 만든 곳이야· 국가로부터 버림받고 마수로 가득한 저주받은 땅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수중에 있는 도구라도 이용한 거고 그러다 마도학이 발전한 게지· 이 관습들은 마법에 재주도 없고 검도 못 다루는 민중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친 흔적들이라네·”

“···그 관습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십니까?”

“이제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네· 그래도 난 여전히 전통을 믿어· 그건 저주가 아니야·”

고집이 느껴진다· 현실 부정처럼 들리긴 하지만 로잘린은 클라리디움에 이주한 지 몇 년 되지 않았으니 내게 더 설득력이 있는 건 이 노인의 말이다·

릴리트도 노인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저주 의식이 아니라면 다른 걸 의미하는 것일텐데·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걸까? 경고? 아니면 먹잇감 표식? 

그게 아니면 거울이 특정 마수를 쫓아내는 기능이라도 하는 건가 싶기도 한데 생각해보니 이건 좀 무리가 있다· 뱀파이어가 거울을 무서워할 리가 없고 대체 어떤 마수가 정직하게 가정집 현관으로 들어온단 말인가·

관습이라는 말을 들으니 거울을 옮긴 건 뱀파이어의 소행임이 더 유력해 보인다· 수백 년을 산 뱀파이어는 삶의 방식이 인간들보다 훨씬 보수적일 테니까· 클라리디움에 더 오래 뿌리내렸다면 전통에 대한 이해도 더욱 깊겠지·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예언자 프록시마라는 분은 어디 계시는지 아십니까?”

노인이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처럼 눈을 질끈 감고 말을 살짝 더듬었다·

“프 프록시마는 아카테스 신전에서 지낼 게야· 잠적이라도 한 건지 오랫동안 소식이 뜸하긴 했다만·”

신전이라면··· 설마 하늘범선이 부딪친 그 곳을 말하는 건가·

“뭔가 걸리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오래 전 예언에 의지하지 않겠다고 맹세해서 그러네·”

말할 수 없는 사연이 있는 듯한 얼굴이다·

“···알겠습니다·”

***

우리는 로툴렉 화백의 작업실을 찾아 이동했다· 릴리트는 시름에 잠긴 것처럼 심각한 표정으로 말없이 나를 따를 뿐이었다·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기분이다· 늙지 않는 남자에 대한 단서는 없고 숙제만 늘어가는 것 같다· 그냥 도시 주민들에게 수소문하는 것보다 차라리 예언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릴리트가 문득 내게 묻는다·

“데미안 너는 어떻게 생각해?”

“뭐가?”

“이 도시에서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말 너는 어때?”

“잘 모르겠는데·”

“내 생각에도··· 이 도시는 어딘가 이상한 것 같아·”

“···처음부터 많이 이상했어·”

릴리트가 돌연 내 손목을 붙잡고 대로 한 가운데서 멈춰선다·

“여기야 데미안·”

“로툴렉의 작업실은 아직 한참 남았어·”

“아니 여기가 거기라구·”

릴리트가 우리 옆에 있는 한 가게를 턱짓으로 가리킨다· 

우리 옆에는 몇 년은 방치된 듯한 폐업한 식당이 있었다· 유리창은 깨지고 폐자재들이 어지럽게 쌓인 채 먼지와 거미줄에 뒤덮여 있었다·

“···무슨 소리야?”

“소고기 스튜 잘하는 집· 어제밤에 빈민가에서 마주친 마부가 소개해준 곳·”

“···뭐?”

얼음물이라도 뒤집어 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든다·

나는 위를 올려다 보았다· 정말이다· 기울어진 간판에는 ‘제니 앤 피니’라고 적혀 있었다· 옆가게에는 마부가 말했던 대로 롤랜트 포목점이 있다·

“분명 마부가 그랬잖아· 자기는 어제도 저기서 식사를 했다고·”

“····”

나도 분명히 기억한다· 하지만 여기서 식사를 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 내부는 식사는 커녕 앉을 자리도 없다·

릴리트의 손목을 붙잡고 곧장 옆가게인 롤랜트 포목점에 들어섰다·

좁은 내부에 옷감이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홀로 베를 짜던 중년의 여성이 활짝 웃으며 우릴 반겼다·

“부부용 이불이 필요하세요?”

“아닙니다·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네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이 옆가게는 언제 폐업한 겁니까?”

“일 년쯤 전인가 왜요?”

“좋아하던 가게인데 오랜만에 와보니 문을 닫아서 여쭙는 겁니다·”

“아유 그러게· 사람이 말도 없이 그렇게 홀랑 떠나버리니·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다니깐·”

“옆집 주인장과 아는 사이였습니까?”

“아이 그래도 십 년을 같이 벽을 맞대고 장사했는데 모를 리가 없지· 인사도 없이 가니 서운해·”

“알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릴리트가 말없이 날 올려다본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도로 가게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초점이 없는 눈으로 멍하니 서 있다가 말했다·

“서점 할아버지가 그랬잖아· 도시에서···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나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제 알 것 같아·”

“····”

나도 적극 동감한다· 마부는 왜 그런 소리를 한 걸까· 도시를 그렇게 돌아다니니 그 가게가 망한 걸 모를 리가 없었는데· 

“데미안 너도 나랑 같은 걸 본 거 맞지?”

“응·”

“꼭 유령한테 홀린 기분이야·”

이 도시에 처음 온 순간부터 무언가 어긋나 있었다· 쉴 세 없이 검신을 흔들며 신호를 보내는 프리실라와 원인도 모른 채 잔뜩 과열된 내 신경· 추락하는 하늘범선 얼굴이 뭉개진 시체 거울 저주 집을 훔쳐보는 괴한 모두 이틀 만에 벌어진 것들이다·

중요한 퍼즐 조각 하나를 못 찾아서 다른 퍼즐조각이 연결점도 없이 제각각 흩어진 것만 같다· 우리는 대체 무얼 놓치고 있는 것일까·

***

“로툴렉 화백께서는 자리를 비우셨어요·”

우리는 세 블록을 이동해 로툴렉의 화실을 찾아갔지만 그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그 대신 조수가 우릴 맞이했다·

로툴렉은 대화백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낡고 허름한 벽돌 저택을 작업실로 이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조수를 따라 이동했다· 복도에는 미완성된 캔버스가 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늘어져 있었다· 햇빛에 너무 오래 방치되어 표면이 갈라지고 변색되었지만 내가 알던 그 대화가 로툴렉의 강렬한 화풍은 지워지지 않았다·

일전에 리그베드에서 미샤라는 분홍머리 소녀와 로툴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녀의 가문이 오랜 기간 후원을 했지만 언제부턴가 변절하고 화풍도 전부 바꿔버렸다고 했었지· 나도 익히 알던 화가라 그때의 대화를 뚜렷하게 기억한다· 이런 완성도 높은 화풍을 버리고 어떻게 변한 걸까·

“어디로 가신 겁니까?”

“화백께선 특별 제작 의뢰가 들어와 시의회 본관에 머무르고 계십니다·”

시의회 본관이라면 우리같은 일개 학생들이 찾아갈 수는 없는 곳이다·

“제 우상과도 같은 분인데 아쉽군요·”

“너무 원망하지는 마세요· 조수인 저도 두어 달에 한 번 보는 게 전부거든요·”

“···굉장히 바쁘신가 봅니다·”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은 분이죠·”

동료 예술가들은 바뀐 화풍에 대해 혹평을 했었는데 아직 수요가 넘치는 걸 보니 못쓸 정도는 아닌가보다·

“이쪽입니다· 웨스트우드라고 하셨죠? 들어오시죠· 이 안에 있을 겁니다·”

조수가 복도 끝에서 멈춰서 문을 연다· 그 안에는 완성된 초상화들이 벽에 기댄 채로 죽 늘어져 있다·

나는 전시회에 온 것처럼 뒷짐을 지고 진열된 그림을 하나씩 감상했다·

“슈발베 백작····”

버리가 살짝 벗겨진 30대 쯤으로 보이는 남자의 그림이다· 오래전 그림 같은데 로툴렉 특유의 에너지가 다소 서툰 형태로 남아 있다·

“아 그건 30년 전 작품입니다· 백작께선 한때 시의원 직을 수행하셨을 정도로 왕성히 활동하셨죠· 최근 작품은 그 옆입니다·”

그 옆에 늘어진 건 다른 사람이 그린 거라고 해도 될 정도로 그림체가 다르다·

“화풍이 많이 달라졌군요·”

“소위 대격변이 일어나긴 했지만 세간에서 말하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저는 기술적으로 여전히 아니 더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조수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로툴렉 특유의 꿈에서 마주한 것 같은 흐릿한 형상과 몽환적이고 독특한 색채는 완전히 사라져 있다· 지금은 극도로 사실적인 화풍으로 변해 있었다· 꼭 진짜 사람을 데려와 그림에 넣고 시간을 멈춰버린 것처럼· 

세간의 평가와 내 생각이 완전히 일치한다· 기술적으로 뛰어나지만 영혼은 없어졌다· 이건 역사가들이 좋아할 법한 기록물에 가까웠다·

“놀라운 건 화백께선 한 번 본 것으로도 머릿속에 완벽하게 저장하고 재현해냅니다· 그 덕에 반나절을 같은 자세로 버티는 수고를 덜어서 높으신 분들께선 돈을 더 얹어서라도 로툴렉 화백에게 그림을 의뢰하죠·”

“웨스트우드 부부의 초상은 어디 있죠?”

“여기 보시죠·”

조수가 한 그림을 가리킨다·

좀 전에 보았던 웨스트우드 노인과 그 부인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부인의 얼굴은 세월의 흔적이 뚜렷했지만 미모의 흔적이 드문드문 남아 있었다·

“연필 좀 빌릴 수 있겠습니까?”

“아 여기 있습니다·”

나는 얼굴을 기록하기 위해 양피지를 꺼내 그 얼굴을 간단하게 스케치했다· 빠르게 쓱쓱 이어지는 선들을 조용히 구경하던 조수가 말했다·

“손님도 기술적으로 탁월하시군요·”

“따라하는 건 쉽습니다·”

아쉽게도 내가 좋아하는 로툴렉은 사라졌다· 내가 따라할 수 없는 화풍이었기에 로툴렉의 그림은 가치있었는데 이제는 내게 종이쪼가리로 전락했다·

가볍게 스케치를 끝내고 몸을 돌리자 릴리트가 돌연 날 부른다·

“데미안 이 그림 네가 그렸던 거랑 비슷한데?”

릴리트가 한 그림을 가리킨다· 거기엔 익숙한 여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가늘고 굴곡진 신체의 선· 검붉은 머리카락· 작고 하얀 얼굴형과 한 번만 보아도 사람을 매료하는 완벽한 이목구비· 나는 감히 엄두도 못 낼 값비싼 보석이 박힌 장신구들·

미완성의 작품이지만 나는 이 인물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아볼 수 있다·

“····”

“네가 아는 사람 맞지? 이분 전에 미술부실에서 본 적이 있어·”

“응· 내 스승님이니까·”

실베린의 초상화가 로툴렉의 작업실에 놓여 있었다· 지극히 사실적인 색채가 눈에 걸린다·

조수가 묻는다·

“아시는 분입니까?”

“네 이 그림은 누가 의뢰한 겁니까?”

“아마 당사자는 아닐 겁니다· 화백께선 천재적인 기억력 덕분에 화백께선 의뢰인이 원하는 인물의 초상화를 제작하시기도 합니다· 어··· 잠시만요·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그가 그림의 뒷면을 살짝 들춰보고는 말했다·

“이건··· 시장님의 의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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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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