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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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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만약 제가 실수해서 정체가 탄로나면 어떻게 하죠?”

사람 일은 모르는 거고 아카데미엔 제법 눈썰미가 좋은 애들도 많을 거다· 아티팩트 하나로 모든 걸 숨기기는 다소 힘들 수 있었다· 내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적절한 대처 방안이 필요했다·

“마침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

에르제베트는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기억을 지워버릴 거란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기억 조작은 나 같은 문외한도 알만한 대표적인 마법계의 금기였다·

에르제베트는 말을 이었다·

“네게 위협이 될 거라 판단되면 말이지·”

납득이 쉽게 가지 않는다· 적당히 회유하거나 발설하면 불이익을 준다거나 하는 식도 아니고 기억을 지워버린다니?

마스터스 클래스가 그만큼 중요한 자리인 건가? 그 존재가 외부에 알려지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만큼?

더군다나 이터니아엔 명망 있는 가문 자제라던가 고귀 귀족들이 많다고 들었다·

이런 이들도 가차없이 기억 조작을 가할 셈인가?

“그 누구라도 기억을 지워 버리는 겁니까? 예외 없이?”

에르제베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물며 그게 황족일 지라도·”

황족을 함부로 건드리면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심하게 꼬이면 전쟁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다·

그 모든 걸 감수하고서라도 마스터스 클래스를 비호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내 책상을 향해 걸어가면서 천천히 내 방을 둘러보았다·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물론 그럴 만한 상황을 안 만드는 게 최선이겠지· 충분히 신뢰할만하고 널 조력해주는 이라면 예외로 둘 수도 있을 테고·”

“···제가 기억 조작을 당할 수도 있을까요?”

그녀는 내 책상에 널브러진 작업물들을 하나씩 손에 들고 관찰했다· 거기엔 리리아로부터 레시피를 전수받았던 꽃잎 사탕과 운철로 만든 공예품이 있었다·

“마스터스 클래스는 예외란다·”

그거는 다행이긴 하다만·

기억 조작에 대해 가만 생각해 보면 한편으론 이터니아가 무섭게 느껴진다·

황족에게도 금기의 마법을 가할 정도면 이터니아는 얼마나 강력한 권력 집단이라는 거야? 

이 아카데미가 정녕 교육만을 위해 설립된 곳인지 의심마저 든다·

내가 잠시 생각에 잠긴 동안 그녀는 여전히 내 물건들을 찬찬히 살피고 있었다·

이런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서 초연한 모습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별로 신경도 안 쓰는 모양이었다·

“손재주가 좋구나·”

“···?”

그녀는 내게 묻지도 않고 꽃잎 사탕 하나를 입에다 넣었다·

잠시간 그렇게 맛을 음미하고는 말했다··

“처음 경험하는 맛이로구나· 직접 제조한 것이니?”

“레시피를 전수받아 만든 겁니다·”

에르제베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퍼진다·

어찌 되었든 사탕에 대해 좋게 느끼는 모양이다·

“연금술에도 재주가 좋고···· 마도학부에 와도 잘 적응할 것 같구나·”

“···과찬이십니다·”

나는 마도학이 뭔지도 모르는데·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어디 이상한데 끌려가는 거 아닌가 불안했다·

잠시 눈치를 살폈다· 분위기 자체는 썩 나쁘지 않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서랍을 열었다· 거기엔 리본을 두른 작은 선물상자가 있었다·

이 안에는 꽃잎 사탕이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었다·

귀하신 마도학자님이 오신다길래 미리 만들어두긴 했는데 사실 좀 어려운 상대라서 못 전해줄 거라 생각했었다·

내 직감이 말해주고 있다· 지금 말고 다른 기회는 오지 않을 거라고·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 선물상자를 공손하게 건넸다· 귀하신 분 앞이라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뜬금없는 선물 공세에 그녀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이게 뭔지 물어봐도 될까?”

“방금 드신 것과 똑같은 사탕입니다· 먼길 오셨다길래 돌아가실때 요기라도 하시라고 만들었습니다· 갑작스러우시겠지만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이렇게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에르제베트가 잠시 말이 없어졌다· 

선물을 받지도 않는다·

입이 바짝 마른다· 

그 잠깐의 침묵동안 오만 생각이 스쳐간다·

너무 뜬금없었나? 너무 앞서 나갔나? 실수했나? 이게 정말 맞는 건가?

“난 학생에게 무언가를 받아선 안 되는 위치에 있단다·”

“····”

망했다· 내가 너무 주제넘게 나섰구나·

내 얼굴을 가만 보더니 갑자기 에르제베트가 풋 하고 입을 가리고 웃는다·

혼자 뭔가 재밌는 걸 본 것처럼 그녀는 얌전하게 한동안 웃고는 말했다·

“보기보다 귀여운 면이 있구나· 네 스승님이 그렇게 널 아끼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

“아직 정식으로 입학한 건 아니니 무얼 받아도 크게 문제될 건 없겠지·”

내가 잔뜩 긴장한 걸 보고 놀려 먹은 거야?  

사람들이 말도 못 걸 것처럼 고귀하게 생기신 분이 생각보다 장난기가 넘친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허공에다 손가락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곧이어 허공엔 샛노랗게 불꽃이 튀는 룬문자들이 나타났다·

“무얼 줘도 상관없을 테고·”

에르제베트가 다시 허공에 손을 휙 흔들자 그 글자들은 내가 연습삼아 만들어 둔 운철 팔찌로 날아가 하나씩 박히기 시작했다· 

뭐야· 방금 그거 인챈트였어? 이렇게 간단하게 아티팩트를 만든다고?

에르제베트는 그 운철 팔찌를 내게 건넸다· 인챈트의 여파로 글자가 새겨진 부위는 불에 달군 것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좋은 선물엔 그만한 보답도 있어야겠지·”

사실 사탕을 이렇게 준비한 건 다소 속물적인 계산에서 나온 거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약간의 호의나 좋은 인상정도만 남겨도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그 보답으로는 너무 큰 선물인 것 같습니다·”

“나에겐 큰 수고가 든 것도 아니니 염려 말거라· 나한테 받았다는 것만 비밀로 하면 된단다·”

“····”

모르겠다· 일단 좋아 보이니까 받아야지·

나는 그 팔찌를 건네받고 내 왼팔 손목에다 걸었다·

“그게 잡다한 저주는 막아줄 거야· 대단한 건 아니지만 운철과는 시너지가 좋지·”

“···감사합니다·”

정확히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실베린의 조언이 효과를 보긴 한 것 같다·

***

나는 집사에게 실베린의 위치를 물었다·

전해 듣기로 그녀는 잠시 산책을 나갔다고 했다·

나는 호숫가에 나와 모래사장을 걸었다·

햇볕이 쨍하고 바람은 적당히 선선했다·

멀찍한 곳에 실베린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돗자리를 펴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소곳이 앉아 파도치는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다가오는 걸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바람이 부니 그녀는 날아가는 머리칼을 잡고 이를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나는 잠시 멈춰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 폭의 그림 같았고 내가 끼어드는 게 마치 거기에 먹칠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실베린이 순간 옆을 돌아보고는 내게 손짓했다·

“언제 왔어? 이리 와·”

그녀는 옆자리에 앉으라는 듯 돗자리 한곳을 손바닥으로 탁탁 쳤다·

내가 그녀의 옆에 걸어가 앉자 그녀는 다시 고요한 호숫가를 감상했다·

실베린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녀의 몸에는 그 많던 화려한 장신구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 커다란 귀걸이도· 그 큰 보석이 박힌 반지와 목걸이들도·

그 장신구들 때문에 실베린은 뭘 해도 ‘마법사’의 느낌이 강했었다· 

헌데 지금처럼 단촐한 모습을 보니 그냥 얼굴 예쁜 귀족 영애같다·

“선생님·”

“응·”

“이터니아엔 언제쯤 가죠?”

아카데미로 가려면 몇주는 걸린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탈없이 도착할 것 같은데·

“넌 그 힘든 걸 해내고 바로 다음 일을 생각하는구나· 조만간이야· 이제 이 호수를 보는 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렴 제자야·”

실베린은 여느 때보다 즐거워보이는 모습이었다·

나는 삶을 즐기는 법은 잘 모른다· 그냥 그렇게 살아왔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며 여기까지 왔을 뿐이다·

나도 그녀를 따라 호수를 바라보았다· 멋진 풍경이긴 하다·

“입학시험이 끝나도 여기로 돌아오지 않는 거죠?”

“응·”

아카데미와 위젤을 왕복하는 데만도 한 달이다· 여기서 떠나면 입학식까지 아카데미에 남게 될 것이다·

그 대답 이후로 그녀는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다 그녀는 문득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거 알아? 뱀파이어들도 이 호수를 엄청 좋아했대·”

“···조금 섬뜩한데요·”

그러고보니 실베린의 저택도 과거 뱀파이어가 살던 곳이라 했었지· 위젤은 뱀파이어들이랑 연이 깊은 곳인가·

“뱀파이어들은 영원히 살고 모든 것을 기억해· 걔들은 그걸 저주라고 여겼어· 잊고 싶은 기억들을 영원히 간직하고 살아야 했거든·”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걔네들이 이 호수를 뭐라고 불렀는지 알아? ‘망각의 호수’라 그랬어· 이 호수가 너무 아름다워서 넋 놓고 보다보면 괴로운 과거들이 녹아 없어지고 살아 숨쉬는 이 순간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거야·”

“선생님이 느끼기엔 어때요·”

“으음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너는?”

“잘···모르겠어요·”

글쎄 나에겐 호수는 그냥 호수일 뿐이다· 

“다만 위젤에 오고서부터 옛기억이 희미해진 건 맞는 거 같아요·”

하만에 계속 있었다면 나는 아마 뱀파이어들처럼 모든 걸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날 버린 이들을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 원망했겠지·

하지만 실베린을 만나고 많은 게 달라졌다·

나도 모르는 새 날 짓누르던 과거는 점차 희미해지고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게 되었다·

얽매이지 않고 조금 더 자유로워진 기분이었다·

“그거면 됐어· 조금씩 자리를 비워두렴· 그래야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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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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