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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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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필린의 대장간 앞에 다가가니 한 여자가 내 앞을 불쑥 비집고 나타나 먼저 문을 슥 밀고 들어간다·

“····”

나는 그 여자를 뒤따라 대장간으로 들어섰다·

나를 반긴 건 석탄과 쇳물의 냄새가 아니라 퀴퀴하고 오래된 나무의 향기였다·

대장간이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내부는 전혀 대장간 같지 않았다·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상점같이 보이다·

이곳의 양 옆 벽에는 화려하게 생긴 검들이 보석상처럼 고급스럽게 진열되어 있었다·

주인장은 어디로 가버린 건지 카운터가 텅 비어 있었다·

여자가 먼저 카운터로 가서 벨을 눌렀다·

나는 뒤쪽 한 구석에서 이를 가만 지켜보고 있었다·

딩딩 벨소리가 울리고 창고 방면에서 부스럭 소리와 함께 안경을 쓰고 머리가 반쯤 벗겨진 백발 노인이 카운터로 나섰다·

“으음 찾는 게 있나?”

여자가 말했다·

“스승님이 맡겨둔 검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그러고는 독특한 문양이 그려진 동전 하나를 건넸다·

노인이 노트 하나를 꺼내와 카운터에 펼치고는 말했다·

“어디보자 이름이 뭐지?”

“시온 시온 이자렐이요·”

이름을 들은 노인이 노트를 확인도 안하고 탁 덮어버리고는 말했다·

“아아 네가 추천서를 받고 대륙을 건너 왔다는 그 애로구나· 네 스승의 부탁은 내 잘 기억하고 있었지·”

그러고는 창고에 들어갔다·

추천서라는 이야기에 내 귀가 번쩍 뜨였다· 

잠깐의 정적동안 그 여자는 잠시 뒤를 슥 돌아본다·

아주 잠깐 그녀의 눈길이 나를 스쳐간다·

자로 잰 것처럼 일자로 정렬된 머리카락 안색이 창백하고 눈매가 고양이처럼 올라가 있어 다소 차가워보이는 인상이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나를 신경쓰는 것 같다·

노인과 나누는 이야기를 내가 듣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같기도 하고·

나는 진열된 검을 구경하는 척하며 적당히 딴청을 피웠다·

노인이 검을 가져와 조심스레 카운터에 올려두었다·

“여기 내 장장 십오년을 보관하고 있었지· 이게 이제야 제 주인을 만나 빛을 보는구나·”

노인이 가져온 건 일반적인 검과는 다르게 푸르스름한 빛깔의 독특한 검신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검을 들고 좌우로 기울여가며 살피고는 곧장 검집에 넣고 허리에 찼다·

원래 차고 있던 검에 더해 두자루의 검을 허리에 매달게 되었다·

검을 여러 자루 다루는 게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닌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조만간 다시 찾아올게요·”

“허허 들어가보게나·”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아보이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는 무뚝뚝한 반응을 보이곤 뒤돌아서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노인은 나를 쳐다본다·

벌써 내 차례인가·

나는 카운터에 다가가 손을 올리고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가 완전히 나가고 남은 사람이 없을 때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가능한 가면을 쓴 상태에서는 조심히 행동해야 했다·

그녀가 문을 미는 순간 노인이 내 손가락에 있는 실베린의 반지를 봤는지 나지막이 말했다·

“흐음 또 추천서인가·”

추천서라는 말에 반응한 그녀가 잠시 멈칫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와 제대로 눈이 마주쳤다·

“····”

그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날 잠시 주시했을 뿐이다·

이내 시온이라는 여자는 문을 밀치고 휙 나가버렸다·

“크흠·”

눈치를 주는 듯한 헛기침에 나는 다시 노인을 마주했다·

“누가 보낸 거지?”

“실베린 교수님입니다·”

노인이 안경을 치켜올리고 나를 유심히 본다·

“실베린? 그 여자가 제자를 들였다고? 아니 그보다 마법사의 제자가 왜 여길 왔는가?”

“저는 마법을 쓸 줄 모릅니다·”

그가 미심쩍다는 얼굴로 나를 몇 번 위아래로 본다음 잠시 고민했다·

“흠 그 여자 안목이 잘못됐을 리는 없고·”

그가 말을 이었다·

“검을 찾는 겐가?”

“맞습니다·”

그는 카운터의 접이식 출입문을 올리고 손짓했다·

“들어오게나·”

“···?”

노인은 나를 창고로 이끌고 아래층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실엔 사람 두어 명이 간신히 지날 너비의 복도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 복도 양옆에도 독특한 모양의 검들이 빈틈 없이 진열되어 있었다·

노인은 나를 계단 앞에 두고 혼자 검들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출신이 어디지?”

“위젤입니다·”

“검은 얼마나 잡았는가?”

나는 가감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세 달도 안 됐습니다·”

그는 내 경력에 대해 불만을 품거나 딴지를 걸지는 않았다·

“그 여자 속내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군· 나중에 자네 실력을 한 번 봤으면 싶구만·”

“얼마 전에 위젤에서 온 기사단 애송이들이 여기 들렸었지· 입학시험을 준비한다더군· 자네도 아는 녀석들인가?”

“아마 저도 알고 있는 사람들일 겁니다·”

“그럼 그 덩치 큰 녀석한테 그 끔찍한 검은 제발 내다 버리라고 전해주게·”

“····”

“자기 검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고 싶다고 감정을 부탁하더군· 세상에 난 살면서 그런 머저리 같은 검은 처음 봤지 뭐야!”

덩치가 크다면 내가 아는 그놈일게 유력한데 또 무슨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입학시험 전까지는 그들을 만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

“자네도 혹여나 그런 검을 가지고 싶은 거면····”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저는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 거면 됩니다·”

이에 노인이 시원스럽게 몇 번 웃고는 말했다·

“헛허허 아아 그래 그런 거면 제대로 찾아왔구만·”

노인이 장식대를 열어 몇 번 뒤적거리더니 내게 다가와 검을 하나 건넸다·

“들어 보게나·”

유리처럼 반투명한 날을 가진 독특한 검이었다·

내가 검 손잡이를 쥐자 갑자기 쩍 하는 소리와 함께 검신에 금이 가 버렸다·

뭐야 이게·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저 이거 갑자기····”

“쯧 다시 주게나· 그건 안 되겠구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제자리에 올려 두었다· 그러곤 또 장식대를 열고 혼자 몇 번 중얼거렸다· 곧이어 또 다른 검을 하나 들고 내게 건넸다·

“이건 어떤가·”

나는 잠시 휘둘러보았다· 한손검 크기인데 두 손으로 휘둘러야 할 정도로 무게감이 있었다·

“조금 무겁습니다·”

“흐음 그것도 아니로군·”

건네주는 검들이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검은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노인은 다시 검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겠다·

가만히 서 있는 와중에 지하실에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가 내 시선을 끌었다·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구석에 작은 묘목이 한 그루 놓여 있다·

사방이 온통 검 뿐인데 묘목이 한쪽에 덩그러니 있는 게 굉장히 이질적이다·

나는 그가 잠시 검들을 보고 있는 사이에 묘목의 가지를 툭툭 건드렸다·

광합성도 못하는 곳에서 뭘 먹고 자랐는지 줄기와 잎사귀에 생기가 흘러 넘쳤다·

그렇게 손장난을 치고 있는 사이 노인이 다시 다가왔다·

곧이어 손가락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잎사귀 하나가 내 검지 손가락에 찰싹 휘감아 붙어 있다·

그가 내 모습을 보고서 가져온 검을 옆에다 툭 떨구고는 말했다·

“이런 일났구만·”

“···?”

“조금만 버티고 있게나·”

버틴다고?

이 한마디만 남기고 노인은 황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무슨 일인 거지?

묘목의 가지가 저혼자 움직이더니 또 다른 잎사귀 하나가 내 손등에 찰싹 붙어 버렸다·

“···!”

팔을 끌어당기니 나무가 통으로 끌려나온다· 마치 접착제라도 붙인 것처럼 잎사귀를 손톱으로 뜯어내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나무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질겼다·

줄기와 가지가 이젠 작정한 듯 내 양팔에 달라붙는다· 

화분을 발로 밀어 떼내려 하니 묘목이 뿌리째로 후두둑 빠져나온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뿌리까지 내 몸을 휘감기 시작한다·

이게 식물인지 문어 촉수인지 분간이 안 된다·

“이게 무슨!”

노인이 마법진이 그려진 두꺼운 장갑을 끼고 계단을 내려왔다· 그가 가지를 붙잡고 잡아당기자 그제야 묘목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살아 움직이는 식물이라니· 상상도 못했다· 이런 생뚱맞은 것이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노인이 식물을 화분에 놓고 대충 흙을 덮어 구석에 밀어넣고는 말했다·

“자네 마법은 전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네· 못합니다·”

그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가만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리고 자네 괜찮은 건가?”

노인의 표정이 조금 심각해 보인다·

“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뭐 독이라도 있는 건가? 

그가 내 어깨와 허벅지를 툭툭 치면서 몸 상태를 점검한다·

“허허 그렇게 마력을 빨리고도 멀쩡하다니 참 별일이군·”

“마력이 빨린다니요?”

“저 식물은 마력이 흘러 넘치는 인간을 좋아한다네· 마법을 전혀 모른다길래 그냥 두고 있었더만 이거 마력에 관해선 마법사 수준인 걸 숨기고 있었군 그래·”

“저건 대체 정체가 뭡니까····”

“‘이실드리엔의 묘목’이라고도 하지· 자세한 정보는 나도 잘 모른다네· 그냥 받은 거니까· 마력을 잡아먹어서 마법사가 아니면 쓰기 힘든 검일세·”

“저게 검이라구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번 보여주려는 듯 묘목의 밑동을 잡고 들어올렸다·

묘목이 액체처럼 흐물거리며 일직선으로 뭉치터니 곧이어 단단해 보이는 목검의 형상으로 변했다·

“마력만 제대로 제공해주면 강철보다도 단단해지지·”

“····”

“문제는 마법사는 검을 안 쓰고 검사들은 마력 수준이 대부분 미달이라는 걸세· 마땅한 주인이 없어 골머리를 앓던 물건이라네· 무릎만한 높이일 때 받았는데  자라서 옆구리를 찌를 때까지 임자를 못찾았지·”

문득 호승심이 든다· 실베린이 말하길 내 마력 재생 능력은 웬만한 마법사들 보다 좋다고 했었다· 나라면 저 검을 제대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제가 한 번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그가 잠시 고민하고는 내게 건넸다·

“흠 일단 상태는 좋아 보이니 한 번 들어 보게나· 피로감이 들거나 현기증이 느껴지면 바로 돌려주고·”

“알겠습니다·”

“여기 받게나·”

그에게서 목검을 건네받았다·

가볍고 검 손잡이가 기분 좋게 손에 착 붙는다·

마력을 빨아들인다지만 내게는 아무런 기별도 없다·

나는 검날을 손가락으로 살짝 어루만졌다·

“···!”

손가락 끝에 피가 송골송골 맺힌다· 목검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의 예리함이다·

유사시 숨기기에도 더없이 좋고· 이거 완전 날 위한 물건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마력을 빨아먹는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경우에 따라 여러 방법으로 이걸 활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니까·

굳이 다른 검을 찾을 필요가 없어 보인다·

노인도 나랑 같은 생각인지 목검을 가만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임자를 만난 것 같구만·”

“이건 얼마입니까?”

내 물음에 노인이 잠시 미간을 좁혔다·

***

나는 당초 생각했던 그림과는 전혀 다르게 결국 화분을 들고 필린의 대장간에서 나왔다· 

“돈이 너무 많이 남았는데·”

그것도 가죽 주머니에는 여전히 금화가 가득한 채로·

그냥 줄 거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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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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