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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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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8

묘목은 마력을 적당히 먹이면 한동안은 괴롭히지 않았다·

빨리 시험해보고 싶은데 이 근방엔 딱히 검을 휘두를만한 곳이 없었다·

일단은 그냥 실베린이 있는 마법학회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돈이 많이 남아서 아주 잠깐동안 다른 마음이 생기기도 했었다·

나는 돈을 쓴 것처럼 위장할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그건 거의 절도나 다름없고 들키면 실베린과의 신용이 틀어져 버릴거다·

예상 외로 많이 남기긴 했지만 애당초 내 돈도 아니다·

돈 문제는 확실히 하는 게 좋다·이렇게 큰 돈을 아무렇지 않게 쥐어주는 은인을 속이는 건 선을 많이 넘는 행동이다·

“아니 근데 어디로 가야하는 거야?”

실베린이 있는 마법학회란 곳은 어디에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사실상 나는 낯선 도시에 내던져진 미아나 다름없는 꼴이었다· 

남은 돈으로 끼니를 조금 사먹는 정도로는 뭐라고 안 하겠지·

우선 실베린의 마차가 떠나갔었던 방면으로 걸음을 옮겼다· 

실베린은 학기 중에도 이 도시를 꽤나 자주 드나들 거라고 했었다· 어차피 또 올거 미리 눈에 익혀둘 생각이었다·

느긋하게 도시 구경도 좀 하고 정 길을 모르겠다면 행인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가면을 쓰고 한 손에 화분을 안고 있는 꼴이 퍽이나 기괴할 법도 한데 사람들은 도통 나에게 관심이 없다· 

거리엔 나처럼 얼굴을 가린 사람도 많았고 포션 제조가 활발한 곳이라 나처럼 풀떼기를 묶음으로 안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행히도 지금 내 모습은 리그베드에선 그리 유별나지 않았다·

리그베드의 거리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 귀족 고깔모자를 쓴 마법사 행상인 거지 학생 등등 여러 계층이 한 곳에 뒤섞여 지나다니고 있었다· 

계층의 용광로라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살고 있었다·

나에겐 별세계처럼 느껴진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중에 나와 이터니아 동기가 될 사람도 있을까· 

가면을 쓴 덕에 내 또래의 사람이 지나가면 대놓고 얼굴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사람구경을 하며 나아가던 와중에 몇백 걸음 쯤 앞에서 소란이 일어난 듯 행인들의 움직임이 요란해졌다·

무슨 일이지?

앞에서부터 인파가 무언가를 피해 좌우로 갈라지고 있었다·

“으아악!”

“잡아 잡아!”

퍽퍽 소리와 함께 물건이 깨지는 소리도 들리고 간간히 비명소리도 울려 퍼진다· 무언가 황급히 사람들을 밀쳐가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도둑이야!”

***

호위 기사들이 급하게 그들을 추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단순한 좀도둑이 아니었다· 계획적으로 접근해서 스무 명의 수비망을 뚫고 물건을 훔쳐냈다·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정예라 불릴만한 호위 기사 셋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지고 중상을 입었다· 기습이었기에 제대로 대응을 못한 것도 있지만 검법과 암기에 능한 이들인 건 분명했다·

그들이 가져간 건 희귀 아티팩트인 ‘백년목 완드’였다·  가문의 힘을 빌려 제국에서 공수해오던 와중에 기습을 받게된 것이었다·

릴리트가 입학시험을 위해 리그베드에 머무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랜 기간 노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백년목 완드는 그녀가 이터니아 입학시험을 통과하는데 큰 역할을 해줄 중요한 물건이었다·

릴리트도 세겹으로 된 드레스 치마를 잡아 올리고 도둑들을 추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귀한 태생이었기에 릴리트는 살면서 이처럼 오래 뛰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인파가 많아 비집고 가는 것조차도 그녀에겐 고역이었다·

그녀에겐 이터니아 입학 여부가 달린 심각한 문제였기에 가만 있을 수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눈 앞이 하얘질 정도로 달렸지만 도둑과의 간격은 도무지 좁혀지질 않았다·

그녀의 뒤에서 호위기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기사 두 명이 붙어 그녀를 부축했다· 기사들도 릴리트가 이리 다급하게 뛰는 건 처음 마주하는 것이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하아 괜찮으니까 하아 빨리 저 놈들을 잡아요·”

호위대장이 남은 이들을 지휘했다·

“포위망을 구축해라!”

뒤늦게 따라온 기사들이 황급히 양 옆 골목 길로 빠졌다· 

“도시 출입구를 모두 봉쇄해서라도 잡아요· 반드시·”

릴리트에겐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그녀가 굽힌 몸을 다시 일으키는 때였다·

캉!

검들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거리에 울려퍼졌다· 호위기사들도 소리가 난 방향으로 놀란듯 고개를 돌렸다·

분명 도둑들이 도망치던 방향이었다·

“···!”

멀지 않은 곳이다·

싸움이 일어난 걸 직감한 릴리트가 숨을 마저 고르지도 않고 달려나갔다·

“아가씨 위험합니다!”

호위기사들이 황급히 그녀를 따라붙었다·

앞에서 한무리의 인파가 거리 한 곳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캉!

검이 맞닿는 소리가 날 때마다 인파가 크게 웅성거렸다·

릴리트는 군중 속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 안에서는 가면을 쓴 검붉은 머리의 남자가 도둑 두명과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또 다른 도둑 하나는 무슨 일을 당했는지 발목 뼈가 부러진 채로 빈사상태가 되어 엎어져 있었다·

도둑들은 강철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데 가면의 남자는 목검으로 능숙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저런 걸로 상대한다고?’

목검은 곧장 잘려나갈 것처럼 생겼지만 이상할 정도로 강철검들을 잘 받아냈다·

호위 기사들이 인파를 뚫고 뒤따라붙고 있었다· 

도둑들이 수세에 몰릴 걸 예측했는지 더욱 강하게 가면의 남자를 압박했다·

강철검이 남자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갈 때마다 군중들의 아찔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남자는 상당한 실력자였다· 다급한 공세가 먹혀들지 않자 도둑들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졌다·

기회를 틈타 릴리트가 뒤에서 영창을 했다·

한 도둑의 발치에 푸른 기운이 몰리더니 곧이어 한쪽 발이 얼어 바닥에 붙어버렸다·

남자는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얼어붙은 도둑의 발목을 칼등으로 강하게 내려쳤다· 

우득 소리와 함께 발목뼈가 부러지고 도둑은 괴성을 질렀다·

“끄아아아악!”

남은 도둑 하나가 가망이 없단 걸 빠르게 눈치채고 장물을 들고 황급히 달려나갔다·

남자는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곧장 뒤돌아 목검을 던져버렸다·

이는 도망치는 도둑의 허벅지에 날아가 정확하게 박혀버렸다·

“흐아아악!”

도둑은 괴성과 함께 바닥에 엎어졌다·

뒤따라온 기사들이 인파를 뚫고 들어오고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상황은 끝나 있었다·

릴리트의 백년목 완드를 훔친 세명의 도둑은 정체불명의 남자 덕에 완벽하게 제압되었다·

가면의 남자는 천천히 걸어가 도둑의 허벅지에 박힌 검을 뽑아냈다·

릴리트도 달려가 백년목 완드가 든 상자를 재빨리 회수했다·

내용물은 다행히도 그대로 있었다·

남자가 아니었다면 릴리트는 이터니아 입학시험에서 고배를 마셨을 지도 몰랐다·

그녀는 가면의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고마워요· 이번 일은 우리 이젤리우스 가문에서 기억하고 필히 보····”

헌데 남자는 릴리트를 무시하고 옆을 지나쳐 가버렸다·

“···?”

그 순간 릴리트에게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귀가 먹은 건가?

도둑 한 놈이 가면의 남자에게 원한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놈 반드시 죽여버릴 거다!”

호위기사가 이에 반응해 목에 칼을 들이대고는 강하게 호통쳤다·

“닥쳐라! 좀도둑들·”

남자가 잠시 그 도둑을 바라본다·

반응을 봐선 귀가 먹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릴리트가 안중에도 없었을 뿐이었다·

무례하다· 지금 누굴 무시하고 있는 건지 알고나 있는 걸까?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릴리트는 남자가 자신을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간 것에 자존심이 제법 상했다· 

헌데 은인이기도 하니 크게 뭐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길 한쪽 구석에 흙이 이리저리 엎어져 있는 곳에 섰다· 그리고는 깨져 있는 화분을 가만히 주시했다·

가면을 써서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그는 화분이 깨져서 어딘가 화가 난 것 같았다·

정황상 도둑들이 행인을 밀치고 도망가는 과정 중에 깨진 것처럼 보였다·

릴리트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설마 저것 때문에?’

릴리트를 무시한 이유가 고작 화분 때문이라니·

그녀는 화분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그 안에는 흙말고 담겨 있던 것도 없었다·

화분은 새로 사고 흙은 다시 채우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을 마주하고 명문가의 감사를 받는 명예로운 일은 그의 일생엔 몇없는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었다·

목검을 꽉 쥐고 있는 손에는 이터니아의 인장이 새겨진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릴리트의 눈이 잠시 커졌다·

‘저건 이터니아의····’

릴리트는 자존심을 꾹 억누르고 다시금 그에게 다가갔다·

“흠흠! 그대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우리가 보상할 거예요· 이름을 알려줄····”

남자는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그녀는 완전히 투명인간이었다·

그는 남은 용건은 없다는 듯 또 릴리트의 말을 무시하고는 인파를 뚫고 사라져 버렸다·

“아니····”

릴리트는 당황한 얼굴로 그가 지나간 곳을 바라보았다·

중요한 물건을 도둑맞는 수모에 이어 낯선 남자한테 대놓고 두 번이나 개무시를 당하기까지 했다· 

남자로부터의 냉대는 리그베드에 오기 전엔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던 일이었다·

심지어 릴리트보다 더 고귀한 신분인 황자들마저도 그녀를 이런 식으로 대하지 않았다·

짜증과 창피함이 겹쳐 릴리트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녀는 상황을 정리하고 있던 호위대장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그녀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애써 무시하고는 남자가 지나간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방금 그 가면 쓴 남자· 어떻게든 추적해서 정체 좀 알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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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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