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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4

EP.4

“내일 새벽에 떠날 거야· 그 뒤로 언제 또 찾아올지 확신할 수 없어· 몇 년 뒤에 보게 될지도 몰라· 몇 년 뒤엔 너도 여기에 없을 거고····”

“응·”

“새벽에 작별 인사 하러 와 줄 수 있어?”

“···아니·”

우린 더이상 예전 같은 교감은 할 수 없었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한 소꿉친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준비된 작별인사는 할 수 없었다· 추하게 마지막 가는 길 앞에서 질질 짜고 싶지는 않았다·

리자가 고개를 숙였다· 달빛이 구름에 가려 잠깐 어두워졌다· 리자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 나는 먼저 들어가볼게· 그럼 여기서 작별이네·”

“응···· 잘 가 리자·”

“너도· 꼭 건강해야해·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 너도 건강하게 지내·”

리자는 먼저 신전으로 돌아갔다· 그녀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혼자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혼자 남아 어릴적 리자와 함께 거닐었던 산책로를 마저 돌았다· 그러다 달빛이 비추는 연못가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어릴적 리자와 함께 머물던 바위 위에 걸터 앉았다· 

주변을 둘어보았다· 리자와의 추억이 묻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나는 거기에 앉아 두어 시간 내내 울었다·

내게 허락된 리자와의 시간은 여기까지였다· 그 앞에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나와 리자가 그토록 친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능력과 신분의 차이를 무시할 수 있는 고아원이란 특수한 공간에서 같이 자랐기 때문이다· 내가 특별해서도 리자와 운명으로 엮여 있어서도 아니었다· 단지 운이 좋아서고 그 운은 이제 끝났다·

나는 주머니에서 리자에게 주려고 만들었던 목걸이를 꺼냈다· 리자의 목에는 이미 값진 보석이 박힌 목걸이가 있었던 걸 기억했다· 이건 이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나는 눈을 꾹 감고 목걸이를 연못에다 떨어트렸다·

내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

리자와 헤어지고 나는 일을 배우는 데 집중했다· 그게 좌절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어느 날은 큰 규모의 가게를 운영하는 보석상이 내가 만든 악세서리에 관심을 보였다· 

“세공 기법이 다른 장인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구려· 매주 물건을 만들어 우리 가게에 가져다줄 수 있겠소?”

내 실력을 인정받아 계약을 하고 몇 개씩 판매하다 보니 내 물건을 찾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났다· 어느새부터 혼자 살기에 문제없을 만큼의 소득을 벌었고 나는 16살 여름에 로레일관에서 나와 독립했다·

독립 이후에 예상치 못한 만남도 있었다·

물건을 납품하러 보석상에 들렀을 때였다· 가게에서는 배나온 남자 귀족과 그와 팔짱을 낀 귀부인 이렇게 부부 한 쌍이 물건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그 부부를 보고 돌처럼 굳었다· 배나온 귀족과 팔짱을 끼고 있는 여자는 내 어머니였다· 8년 만에 본 것이었지만 나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가게 밖에 있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대여섯 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 둘이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부부가 각자 아이 하나씩 껴안고 장신구를 구경했다·

어머니는 새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그 자릴 떠났다·

나는 한동안 사람이 없는 곳에 박혀서 감정을 추스렀다· 오래전에 받아들인 거고 다 지난 일이라고· 이제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라고·

어쩌겠는가·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삶이었다·

8년이 지나고 리자를 마주치게 된다면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의문이 잔상처럼 남아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시간이 비는 날에는 가끔씩 아카테스 신전에 갔다· 내 또래 다른 고아들도 제각기 살길을 찾고 신전을 떠났다· 나는 빈 예배당에 앉아서 내게 주어진 삶과 운명을 생각했다·

세상 누구나 멋지고 찬란한 삶을 꿈꾸지만 모두가 그렇게 될 수는 없다· 모두가 왕이 될 수 없고 모두가 기사단장이 되고 대마법사가 되고 영웅이 될 수 없었다·

누군가는 수녀가 되어야 하고 누군가는 매춘부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는 마차를 끌어야 하고 정원을 다듬어야 한다· 누군가는 금속을 가공해야 한다· 세상이 원활하게 굴러가기 위해선 누군가는 작디작은 톱니바퀴가 되어 압력에 짓눌려 부서지는한이 있더라도 세상에 맞물려야 한다·

아카테스 여신은 나를 두 번이나 구원했다· 한 번은 엄마를 잃고 굶어 죽기 전의 나를 거두어 준 것이며 두 번은 레이스에 뱃가죽이 뚫린 나를 살려 준 것이다· 여신은 나를 어디에 쓰려고 이런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걸까·

나는 내 앞날을 쉽게 긍정할 수 없었다· 

어쩌면 신에게 선택 받은 건 리자였고 나는 그저 리자의 유년기를 장식하기 위한 소모품이었는지도·

독립한 이후로 공방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세를 들어 살았다· 마루는 귀가 아플 정도로 삐걱거렸고 창문은 잘 열리지도 않았으며 밤마다 천장에선 쥐들이 기어다니는 소리가 나는 낡은 집이었다·

침대에 누우면 잡생각이 많아져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잠이 안 올때면 리자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불쑥 튀어나왔다· 리자는 어떤 수업을 듣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을까· 온 나라 천재들의 집합소라는 이터니아 아카데미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있을까·

그러다 마음을 다잡고 머릿속에서 리자를 지우려 애썼다·

내 금속 세공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나를 가르치던 세공 장인은 내 작품을 보고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이젠 적당히 해라’라며 나를 다그쳤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밤에도 공방에서 홀로 남아 세공 기법을 익혔다·

***

한여름이라 해가 져도 제법 더웠다· 공방에는 여전히 나 혼자만 남아 작업하고 있었다· 나는 달력을 확인했다· 리자와 별의 조각을 찾으러 간 날로부터 1년이 지나 있었다· 나는 잠깐 그때를 돌아보며 감상에 빠졌다·

깜깜했던 창문으로 갑자기 밝은 빛이 쏟아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주변을 살폈다· 마치 해가 다시 뜬 것처럼 세상이 밝아져 있었다·

내가 작업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 아침이 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나?

아니 그럴 수가 없다· 그렇다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 공방의 시계는 이제 막 1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불이 난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서둘러 짐을 챙기고 공방을 빠져나왔다·

도시의 거리에 서서 나는 주변을 살폈다· 어디에도 시뻘건 화염과 시커먼 연기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제서야 하늘에서 강렬한 빛이 지상을 밝히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거대한 유성 하나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가고 있었다· 유성은 긴 꼬리와 함께 눈부시고 찬란한 빛을 발산했다·

그 강렬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해 입이 벌어졌다·

유성은 북서쪽 하늘로 쇄도하고는 이내 사라졌다·

리자와 함께 별의 조각을 찾으러 떠났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마치 대지의 중력이 저 별의 조각을 끌어당긴 것처럼 형용하기 힘든 강렬한 인력이 별이 날아간 곳으로 나를 잡아당겼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밤거리를 지키는 매춘부와 주점의 취객들과 도시 경비병을 찾아가며 그들에게 물었다·

“방금 유성이 지나가는 걸 보셨습니까?”

그들은 전부 나를 이상한 놈 취급했다· 이 도시에서 유성을 본 건 나뿐이었다·

이것이 하늘의 계시인지 아니면 내가 미쳐서 헛것을 본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봐버린 이상 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나는 쫓기듯 집으로 뛰어와 옷가지를 챙겼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과 도둑이 들 때를 대비해 마련해 두었던 단검 하나를 챙기고 나왔다· 

나는 동이 트기도 전에 도시를 벗어나 또다시 별의 조각을 찾는 여정을 떠났다· 이 무모한 여행의 끝에는 허무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지만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

실베린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거품을 손가락으로 튕기다 눈살을 구겼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가를 보았다· 활짝 열린 창문 너머에서 그녀의 저택을 향하는 말굽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실베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내 그녀는 욕조에서 나와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대충 말리고 가운을 걸쳤다·

욕실을 나오니 메이드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회 측 전령이 와서 몇가지 서신을 전해주고 갔습니다·”

“왜 스티치를 쓰지 않고 전령을 보내는 거지?”

스티치는 작고 동그란 금속 구체에 날개가 달린 마도구였다· 마법사들에겐 전서구 대용으로 널리 쓰였다·

“전령이 말하길 학장님은 중요한 사안이라 마도구를 사용치 않으셨답니다·”

“쓸데없이 조심성은⋯· 노친네들이란·”

그녀는 은쟁반 위에 올려진 서신들을 흘겨보고는 메이드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메이드가 가볍게 인사하고 나가자 실베린은 서신을 집어 들고 테라스로 나왔다· 그러곤 안락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서신을 살펴보았다·

그녀에게 온 서신은 총 다섯이었다· 세 개는 별 볼 일 없는 안부와 청탁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마저 다 읽지도 않고 세장 전부 테이블에 던져 버렸다·

남은 두 개는 아카데미 마법부 학장 그리고 아카데미를 졸업한 제자로부터 온 편지였다·

실베린은 학장으로부터 온 편지의 봉인을 먼저 뜯었다·

입학시험 및 학사 일정 소화를 위해 다음 학기에 아카데미로 복귀할 준비를 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거기에 이터니아 아카데미의 교수의 전통인 ‘추천서’제도를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것에 대한 은근한 압박의 문구도 적혀 있었다·

이터니아의 교수들에게는 강의와 연구 외에도 다른 업무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세상에 숨은 재능을 발굴해내는 것이었다· 

이는 이터니아의 설립자인 베른 아른스트의 아카데미 창학 이념에 기반한 의무였다·

베른 아른스트는 불세출의 천재들이 끔찍한 환경에서 자라 악인이 되고 파멸하는 걸 수도 없이 마주했고 이를 막고자 이터니아를 설립해냈다·

수백 년이 지나 오늘날엔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되긴 했지만 이터니아의 1조 1항 창학 이념은 여전히 굳건하게 ‘세상의 재능을 양지로 이끌라·’였다·

창학 이념 1조 1항에 걸맞는 특출난 재능에게 특례 입학을 허가해주는 것이 ‘추천서’제도였다·

실베린은 정교수가 되고도 단 한 번도 재능을 발굴해 아카데미로 이끌어낸 적이 없었다· 

실베린 또한 이 ‘추천서’ 제도의 수혜를 받아 이터니아에 입학했었다· 하지만 몇몇 교수들이 자기 안위와 이익을 위해 추천서를 귀족들의 ‘청탁’도구로 악용한 사례들 때문에 이 제도에 도리어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성에 차는 놈이 없는데 어쩌란 거야·”

실베린은 학장의 서신을 테이블에 던지고 제자의 편지를 들었다· 편지를 보낸 제자는 졸업 후 마법 학회에서 실베린의 지도 아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수신인이 아니면 뜯을 수 없는 마법 봉인이 되어 있는 것이 다소 의아했다· 마법 봉인은 기밀 정보에만 쓰인다·

그녀는 봉인을 뜯고 내용을 확인했다·

대륙 북서부 팔랑카 산맥 인근 미개척지로 알려진 로인 분지에 대규모의 마력 폭발이 감지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로인 분지는 학회에서 예의주시하는 위험 지대였다· 소위 언데드와 마수들이 들끓는 ‘죽음의 땅’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쭉 읽어가다 마지막 문장을 확인한 실베린은 두 눈을 감고 손가락 끝으로 기울어가는 머리를 지탱했다·

‘발생 위치를 미루어 보아 대규모 흑마법의 징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통이 올 것만 같았다·

‘흑마법’이 세 글자는 남은 휴가가 전부 날아갔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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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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