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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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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0

나는 침대에 가만 누워 있었다·

잠이 오질 않았다· 생각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리저리 꼬리를 물어 도통 쉴 수가 없었다·

시온이라는 애는 자신의 상대가 될 것 같으면 다 덤벼드는 성격인 것 같았다·

필린의 대장간에서 잠깐 눈이 마주쳤던 것도 어쩌면 날 사냥감으로 눈여겨 봐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저택은 여전히 고요하다· 그 고요함이 오히려 나를 괴롭혔다· 

결국 나는 잠들기를 포기하고 일어서서 방을 나왔다· 어두운 복도 끝 거실에서는 작게 불빛이 새어나왔다· 

누가 있나?

거실 한쪽 벽 불씨가 다 죽어가는 벽난로 앞에는 리리아가 있었다·

바로 옆에 안락의자가 있는데도 그녀는 불편해 보이는 자세로 쪼그려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뭔데 이리 가엾게 있는 걸까·

“여기서 뭐해요?”

리리아는 화들짝 놀라서 내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깜짝 놀라서 산발이 된 머릿결을 정돈했다·

“앗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가 아니에요?”

“아니 그러니까 이게 편해요 저는·”

“···?”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리리아에게 이유를 캐물었다· 

그녀는 몇차례 말을 돌리다 내 요구에 못이겨 마침내 전부 털어놓았다·

“그···방이 좁아서요·”

시종에게 배정된 방 두개를 여자 남자 나눠서 썼는데 여자 시종이 많아 방이 꽉 차버렸고 그렇다고 남자 시종 방으로 갈 수는 없어서 결국 거실로 나왔다고 했다·

리리아를 보면 뭔가 짠하고 안쓰러운 감정이 든다· 나랑 비슷한 환경에 살아왔어서 마음이 더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전 여기 있을 거니까 제 방으로 가서 자요·”

“네? 아니 아니에요·”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잠이 안 와서 그래요· 어차피 아침까지 비워둘 방이에요·”

머뭇거리는 리리아를 내 방으로 반강제로 밀어 넣었다· 거실로 돌아온 나는 벽난로 앞 안락의자에 앉아 장작을 던져 불씨를 키웠다·

가만히 타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몇십 분 가만히 있으니 나도 점점 고개를 꾸벅거리며 졸기 시작했다·

그러다 잠시 단잠에 빠지고 몇시간 쯤 지났을까 어디선가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뭐야?”

꿈이 아니란 걸 확인한 나는 잠에서 깨어나 말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실 입구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벽난로 불빛을 받아 금발의 긴 머리카락이 보인다·

누구인지 기억난다· 루나였다·

내가 그녀의 자리를 뺏은 걸까·

“아 미안해요· 편안해 보여서 그만·”

나는 자리에서 곧장 일어났다· 

그러자 그녀는 내 행동에 놀란 듯이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루나는 마치 미지의 생물이라도 조우한 것처럼 나를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지 않은 일을 마주한 건지 목소리가 다소 격앙되어 있었다·

“아이들이···네 주위에만 가면 조용해져· 겁을 먹고 있어·”

“···?”

“처음엔 교수님 때문인 줄 알았어···그런데 아니었어·”

“네?”

“이상하다 싶었는데 너 때문이야·”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너 너 대체···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소리인지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조용해진다니 아이라 부를 만한 것도 없고 이 저택은 시종일관 조용하기만 했다·

이 여자는 유령이라도 보는 걸까?

내가 한 발짝 앞으로 가자 그녀는 또다시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고자 차분하게 말했다·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녀는 내 말을 조금도 믿는 기색이 아니었다·

“····”

어둠에 시야가 적응되자 점차 루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로 나를 잠시간 노려보고는 갑자기 휙 돌아서서 어두운 복도로 사라졌다·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날 잔뜩 경계하고 있어서 제대로 된 대화조차 나눌 수가 없었다·

뭐가 어찌됐든 저 여자애랑 친해지긴 글러먹은 것 같다·

***

마차는 빠른 속도로 리그베드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아침이 되고 이터니아로 떠나기 위해 마차를 탈 때까지 나는 루나의 모습을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실베린이 말했다·

“정령사라서 그래·”

“정령사는 다 그런 부류인가요?”

“아니 루나는 조금 특별한 애거든· 정령이 꼬이다 못해 이상한 것들까지 다 엮여서 한때 고생 좀 했어·”

그 시끄럽다는 아이들이 다 정령을 말하는 거였구나· 그 저택에 정령이 그리 많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조금 별난 여자애인 것 같아요·”

“응 사연이 많아·”

성격만 보면 어째 나보다도 더 사연이 많을 것만 같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너무 밉보이지만 마· 엄밀히 말해서 네 천적은 정령사니까· 생각해 보렴· 보이지도 않는 상대를 네가 어떻게 상대하겠니?”

그러네· 나는 정령사 앞에선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얻어맞기만 해야 한다·

생각해보니 루나는 정령들이 날 안좋아한다는 듯이 말하던데 이미 밉보인 건지도 모르겠다·

“전 정령을 상대할 방법이 없는 건가요?”

“정령 친화력을 차근차근 늘려가야지· 얼른 정령계 아티팩트도 하나 구하고·”

“숙제가 끝이 없네요·”

정령사한테는 개기지 마라· 기억해놔야겠다·

***

산기슭을 끼고 강이 호수처럼 넓게 펼처져 있다· 그리고 강변 모래사장에서 남녀 대여섯이 뛰어놀고 있었다· 

나잇대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터니아의 학생들 같았다· 이 근방엔 평범한 마을이나 가정집은 보이지 않았으니·

이터니아에 가까워지니 사람 하나하나를 마주할 때마다 내 신경이 쏠린다· 앞으로 선배나 동기로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묘한 느낌 때문이었다·

실베린은 창밖을 바라보며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비비 꼬아댔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뭔가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근데 말이야····”

“네?”

“연금술 꼬맹이가 왜 아침에 네 방에서 나온 거야?”

“···?”

실베린은 눈동자만 굴려서 내 표정을 슬쩍 살피고는 말했다·

“뭐 별거 아닌 거면 말고····”

실베린이 황급히 주제를 바꿨다·

“여기 멋지지· 이쪽 강변엔 가끔 그리폰이나 페가수스 유니콘들도 와서 잠깐 쉬었다 가고 그래·”

뭐지· 리리아 이야기가 듣고 싶은 거 아니었나·

나는 별생각 없이 실베린의 장단에 맞춰주었다·

“그 마수들은 위험하지 않나요?”

“걔네들은 순해서 사람은 공격 안 해· 나중에 내가 구경시켜 줄게·”

마수는 썩 내키지 않는데· 나는 그리폰의 피를 짜내서 포션을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마수들이 사람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포션 만들 때 마음이 영 불편할 것 같다·

“그리폰만은 사양할게요· 다른 마수는 좋아요·”

“그래·”

나는 그 풍경을 감상하며 꾸벅꾸벅 졸았다· 전날 잠을 설친 탓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마차는 계속 나아갔다·

내가 눈을 떴을 땐 마차는 실베린의 저택 앞에 멈춰 있었다·

마차가 마침내 당도한 곳은 숲속에 있는 작은 고성이었다· 

실베린의 말로는 이터니아의 교수동과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다고 했다·

위젤에 있던 저택과 비교하면 이쪽이 음산한 것이 뱀파이어와 훨씬 잘 어울렸다·

우리는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한동안 비워두었던 고성을 청소했다· 성 내부엔 거미줄과 쥐똥이 가득했다·

실베린이 복도와 방들을 돌아다니며 분필로 마법진을 그렸다· 그러고 주문을 외니 꼬리에 불이 붙은 쥐들 수백마리가 공포에 질려 성문 밖으로 우르르 도망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경악하고 있던 내게 실베린이 말했다·

“연례행사니까 익숙해지렴·”

청소와 방배정이 끝나고 일정은 대강 마무리 되었다·

나는 이터니아에 들어가면 한동안은 수련을 위해 이곳과 기숙사를 번갈아 오고갈 예정이었다·

다만 입학시험까지는 사흘 밖에 안 남아서 따로 수련은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마냥 놀기한 한 것은 아니었고 나는 실베린에게서 입학시험 무대가 될 그레이스 산의 지리에 관한 수업을 받았다· 더불어 어떻게 입학 시험이 어떻게 진행되고 무얼 평가하는지도 알려주었다·

아카데미 관계자가 이리 직접 정보를 알려줘도 괜찮은 건가 싶었다· 이걸 내가 알면 공정한 경쟁이 안 될테니까 말이다·

“이미 시험을 치러 오는 애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것들이야· 더군다나 너는 얼굴이 알려지면 안 되니까 동선을 미리 짜놔야 해·”

뭐 어쩌겠나· 교수님이 그렇다는데 따르는 수밖에·

***

사흘이란 시간은 눈 깜짝할 새 흐르고 입학시험 날이 되었다·

나와 실베린은 마차를 타고 이터니아로 이동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고갯길엔 이미 수십대의 마차가 들어서서 길이 막힐 지경이었다·

나는 멀리 보이는 이터니아의 전경에 정신이 팔린 탓에 마차가 굼뱅이처럼 이동해도 별로 답답함을 느끼지 못했다·

이터니아는 아카데미 같다기보단 거대한 왕궁 같았다· 외관만 봐도 대륙 최고의 아카데미라는 명성이 피부에 와닿았다·

그렇게 계속 나아가 정문에 닿으니 플랜테라들이 우릴 반겼다·

이들은 사람만한 강철검을 들고 정문 양 옆에 도열해 있었다· 거대한 플랜테라의 그림자 때문에 마치 터널을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부지가 워낙 넓고 구조가 복잡해서 정문에 진입해도 조금 더 나아가야 했다·

창문 너머로 입학 지원자들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혼자인 이들은 단 한 명도 없다· 내 또래의 아이들이 저마다 병사나 가신들 개인 교사를 십수명씩 달고 몸을 풀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디서 한끗발 날릴 집안에서 온 건지 그들 어깨나 가슴팍에 붙은 인장들이 하나같이 고풍스럽다·

실베린의 발끝이 꼼지락 거리다 내 정강이를 툭툭 건드린다· 

내 맞은 편에서 실베린도 다리를 꼬고 턱을 괸 상태로 나와 같은 방면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다른 지원자들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니 조금 긴장했는데 그녀는 천하태평한 얼굴이다·

그래 내가 걱정할 게 뭐 있겠나· 난 가문도 신분도 재산도 없지만 뺵으로 치면 저들에게 뒤질 게 없다·

마차가 지나치는 곳에 한무리의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곳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법 소란스러웠다·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손톱만한 길이로 머리를 짧게 밀어버린 한 남자가 누군가를 눕히고 개잡듯이 쥐어패고 있었다·

퍽퍽 살점을 때리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맞고 있는 애는 얼굴이 퉁퉁 부풀어 있었다· 그 주변은 피로 범벅이다·

입학시험이 치뤄지는 장소에서 싸움을 벌인다고?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

그의 동료들로 보이는 이들은 신나서 박수를 치며 낄낄 웃어대고 있었다· 행색만 봐선 무슨 도적들이나 용병단 같다·

그리고 그 뒤에 들려온 실베린의 말은 더욱 충격이었다·

그녀는 이 살벌한 난리통을 보고 반갑다는 듯 반응했다·

“어 쟤야 쟤· 전에 말했던 애·”

“누구요?”

“게일 바리안느· 추천서로 들어온 남자애 말야·”

“어느쪽이요?”

“그야 당연히 때리는 쪽이지· 무슨 문제가 있나보네· 지금 말고 나중에 가서 인사해·”

실베린은 저 모습을 보고 왜이리 태연한 걸까· 사람을 마구잡이로 패고 있는데?

첫인상만 봐서는 조금도 인사하고 싶지 않다·

“별로 끌리는 인상은 아니네요·”

“북부 출신이라 좀 거칠긴 해도 나쁜애는 아니야· 쟤도 이미 너에 대해서 알고 있을걸?”

“····”

솔직히 나에 대해서 아예 몰랐으면 하는 심정인데· 저건 거친 걸 넘어 미친 수준 같다· 여긴 보는 눈도 엄청 많은데 무슨 생각인 거지?

루나도 그렇고 어째 추천서로 들어왔다는 애들은 어딘가 꺼림직하다·

아직 만나지 못한 나머지는 그저 정상적이길 바랄뿐이다·

마차가 이터니아의 역참에 도착하고 마침내 멈춰섰다· 실베린이랑 붙어서 다닐 수는 없는 실정이니 이제부터는 나 혼자 가야한다· 

게일이 시선을 끌어준 탓에 이터니아 인장이 떡하니 박힌 마차에서 눈치 안보고 내릴 수는 있다·

실베린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긴장돼?”

긴장은 되지만 덜덜 떨리지는 않는다· 딱 적당한 수준의 텐션이다·

어쩐지 긴장된다 말하면 더욱 긴장될 것만 같아서 표현은 자제하고 싶었다·

나는 묵묵히 내릴 채비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가면을 얼굴에 고정하자 실베린이 말했다·

“이제 일주일동안 못 보는데···· 한 번 안아줄까?”

입학시험은 일주일간 치러진다· 

실베린을 만난 이후로 일주일 넘게 떨어져 지낸 적이 있었나? 내 기억엔 없다·

선생님은 어떠려나 좀 허전하게 느낄까·

나는 별다른 반응 없이 마차문을 열고 내려서서 말했다·

“다녀올게요·”

내 반응을 본 실베린의 입술이 서운한 듯 삐죽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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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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