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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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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2

그레이스 산의 정상은 고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다만 능선이 긴 탓에 완만한 경사를 오랜 시간 이동해야 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돼?’

세실은 이터니아의 시험 방식에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시험 자체가 전투 능력이 우수한 전투부와 마법부에게 유리하게 편중되었다고 생각했다·

플랜테라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마도학부와 연금부는 남들의 뒤나 졸졸 따라야 하는 실정이었다·

‘차라리 학부마다 다른 시험을 보게 하던가·’

지금 세실도 누군가의 뒤를 졸졸 따라가는 상황이었다·

그녀의 몇 걸음 앞에는 가면을 쓴 한 남자가 있었다·

우연히 경로가 겹쳤을 뿐이다· 거리에서 스쳐가는 사람처럼 서로 인사도 통성명도 하지 않았다·

다만 플랜테라가 오면 각각 영역을 맡아 처리하는 식의 부분적인 협력이 이루어졌으니 서로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앞서나가는 선발대는 극소수에 그마저도 플랜테라 떼를 피해 사방에 흩어져 있다·

그러니 누구든 만나면 떨어지지 않는 게 좋았다· 이 남자와는 서로 지원 학부도 다른 것 같으니 딱히 경쟁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조용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세실은 플랜테라와 싸우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봤었다·

플랜테라 여럿이 달려들어도 능숙하게 처리하는데 그 방식이 상당히 독특했다·

목검을 관절부에 쑤셔 넣고 비틀어서 탈구시킨다·

베어낸다기보단 분해한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검사···보다는 기술자다· 멋은 없지만 나름 효율적이었다·

어찌 되었든 남자 덕에 마법폭탄과 마석을 아낄 수 있었다·

이따금 남자는 고개를 돌려 세실을 확인했다· 마치 그녀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려는 듯이·

남자가 무슨 생각을 품었는지 모르겠지만 세실은 그와 끝까지 함께할 계획은 없었다· 

친분을 맺을 생각도 없다· 지도에 표시된 첫거점까지 편의상 동행할 뿐이었다·

그렇게 나아가던 중 가면의 남자가 바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청했다·

세실도 눈치껏 열 걸음쯤 떨어진 곳에 멈춰섰다·

쉬는 김에 거슬리던 것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세실은 쓰고 있던 고깔모자를 나뭇가지에 걸고 단검을 뽑아 들었다·

그런 뒤 흙먼지로 더러워진 검은 린넨 드레스의 밑단을 허벅지가 드러날 정도로 북북 자르고 옆트임까지 내버렸다·

그제야 속이 시원해졌다·

‘이제 좀 등산하기 편하겠네·’

잘린 옷조각을 휙 던저버리고는 그녀는 가방에서 연초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뻐끔뻐끔 연기를 뿜어대는 세실의 모습을 남자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뭐야····’

가면을 쓰고 말이 없어서 무작정 신뢰하기는 어려운 놈이었다·

입학시험에 목검을 들고 오는 걸 봐선 정신 상태가 남다른 것 같았다·

‘이상한 놈일지도 모르니 탐색은 해봐야겠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마침내 세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야 너·”

남자가 반응한다·

“뭘 그렇게 꼬나봐· 여자 허벅지 처음 구경해?”

“····”

아무 대답이 없다·

“너 변태야? 가면은 왜 쓰고 있는 건데?”

이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다·

세실은 다 타들어가는 연초를 휙 던지고 새 연초를 꺼내 물었다·

“답답하게 왜 말이 없어· 내 말 안 들려?”

도발적인 물음에도 응수를 안 한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탓에 속내를 읽어낼 수도 없다·

‘무슨 생각인지를 모르겠네·’

오히려 세실이 남자의 페이스에 휘말리는 느낌이었다·

남자는 가만히 얼굴을 관찰하다가 돌연 일어서더니 세실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음?”

거리가 좁혀지니 당황한 세실은 살짝 경계 자세를 취했다·

목검은 바위에 놓았으니 위협할 의도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세실은 마법폭탄을 바로 꺼낼 수 있게 한 손을 가방에 올렸다·

세실을 마주한 남자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꺼내 건넸다·

“···뭐야·”

고민하던 세실이 조심스레 손바닥을 내밀자 그 위에 곱게 포장된 사탕이 툭 떨어졌다·

“사탕?”

그녀는 의심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 무슨 독이 있을 줄 알고? 넌 엄마한테 모르는 사람이 주는 사탕은 먹지 말라는 소리도 못 들어 봤어?”

“····”

이에 남자가 사탕을 도로 회수하고는 가면을 살짝 들어 자신의 입에다 넣어 버렸다·

몸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증명하려는 의도 같았다·

돌연 남자의 몸에서 은은한 치자 향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무슨 향이야?’

그는 주머니에서 다시 사탕을 꺼내 세실의 손에 올렸다·

그러고는 그녀를 두고 먼저 길을 떠났다·

세실은 연초를 발로 비벼 끄고 사탕을 입에 넣었다·

텁텁하고 매케한 연초의 뒷맛이 지워지고 라일락 꽃향기가 퍼졌다·

세실은 입을 오물거리며 잠시 고민했다·

결론이 나오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상한 놈은 아닌가 보네·”

세실은 고깔모자를 챙기고 떠나간 남자를 다시 뒤따라갔다·

***

그레이스 산에 진입한 인원은 대략 삼백 명·

시험장에 남은 지원자들 몇몇이 포션과 마법으로 몸을 회복시키고 또다시 무리하게 진입을 시도했다가 튕겨져 나왔다·

릴리트는 이제 해가 넘어가 어두워진 산맥 초입부를 맥 빠진 얼굴로 바라보았다·

진입만 한다고 만사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먼저 들어간 선발대 중 마흔 가량이 플랜테라의 어깨에 실려와 시험장에 도로 내던져졌다·

들어가서도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걸까·

그 모습까지 목격하니 이젠 그 평화롭던 그레이스 산이 거대한 미궁이나 던전처럼 느껴졌다·

지원자들은 이제야 몸소 깨달은 듯 했다· 단순히 무리지어서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건 먹히지 않는다는 걸· 

치밀한 전략과 체계적인 팀플레이 없이 정상까지 돌파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덕인지 시험장에 남은 지원자들에세서 그룹을 찾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먼저 진입했다가 도로 뱉어진 선발대들의 정보 공유도 긴밀하게 이루어졌다·

그들이 하는 말은 전부 비슷했다·

“먼저 간 애들이 뚫어놓은 경로를 따라가·”

루나 시온 게일 같은 이들이 선발로 터놓은 길을 졸졸 따라가란 말이었다·

선발대는 플랜테라를 끌고 다니는 탓에 돌파하는 속도가 굉장히 더딜 것이다· 

그런 이유로 후발대가 금방 추격할 수 있었다·

다른 지원자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릴리트가 직접 알아낸 것도 있었다·

바로 플랜테라는 탈진하거나 마력이 바닥난 이들에겐 공격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 사상자를 만들지 않도록 심어둔 기제 같았다·

이는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아무도 그걸 캐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나만 알아 둬야겠어·’

릴리트에게 다가와 그룹을 제안하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여기 있었네· 릴리트 마법사 자리만 남았는데 우리 그룹에 들어와·”

한 남자가 그녀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손목을 잡고 반강제적으로 끌어냈다·

릴리트의 오랜 지인이자 그녀에게 매번 편지를 보내고 치근대는 이들 중 하나인 제롬이었다·

그녀는 손을 냅다 뿌리치고는 말했다·

“좀 생각해 볼게·”

“아니 왜 이래· 생각하면 늦을 걸? 이미 전부 그룹 짜놓고 새벽부터 출발하려고 작정하고 있는데?”

“응· 배려해 줘서 고마워· 내가 알아서 할게·”

그는 불만족스러운 듯 살짝 인상을 쓰고 말했다·

“쯧 그래· 밤까지 기다릴 테니까 생각 정리되면 말해· 다 늦어서 그때 후회하지 말고·”

릴리트는 차갑게 대답했다·

“응· 고마워·”

여자의 몸으로 밤중에 산속에서 야영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 자신에게 음흉한 시선을 보내고 집적대는 남자와 함께할 수는 없었다·

동료라면 여자이거나 혹은 릴리트에게 아무런 마음이 없는 남자여야 했다·

이곳에 남은 이들은 실력도 그 속내도 영 못미더웠다·

가만히 생각하고 있자니 릴리트의 머릿속에는 자꾸만 누군가의 형상이 아른거렸다·

혼자서 도둑 세 명을 상대하던 그 모습·

교활하면서 선발대로서의 실력도 어느정도 있고 릴리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남자· 

불쾌한 기분이 들어 애써 떨쳐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다·

눈을 질끈 감아 머리를 흔들어도 답은 똑같다· 

‘그 남자라면 분명 혼자 돌파하고 있겠지· 성격 자체가 그 모양이니까·’

다른 선발대 인원은 이미 그룹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다· 

선발대 중 동료로 삼을 만한 사람은 그 남자 밖에 없었다·

지금 출발하면 선발대의 과반수가 첫거점에 도달할 때쯤 릴리트도 합류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마침내 작정하고 지원자들 무리에서 혼자 멀리 떨어져 나왔다·

그러고는 정신을 집증했다· 이내 티끌만큼의 마력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허공에 방출했다·

곧이어 극심한 피로감이 엄습했다·

체력적인 문제를 대비해 활력포션을 대량으로 챙겨 왔었다·

릴리트는 1일 적정량의 두 배에 달하는 포션을 냅다 들이켰다·

그리고는 빛 한줄기 없는 산기슭으로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플랜테라들이 그녀를 조용히 보내주었지만 이를 목격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

모닥불을 피우고 야영 준비를 마쳤다·

세실은 옆에서 물고기를 굽는 가면의 남자에게 뻔뻔하게 손을 내밀었다·

“야야 하나만 더 줘·”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기색이었다· 

“빨리! 하나 더 주면 내가 중요한 정보 알려줄게·”

그는 마지못해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건넸다· 

세실은 서로 통성명조차 안 한 이 남자와 동료 비스무레한 관계가 되어 버렸다·

적어도 거점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와 완전히 한 팀으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세실은 그 사탕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편지를 확인했다·

모닥불 주변엔 네마리나 되는 스티치가 맴돌고 있었다· 

그녀는 난리통에 흩어지게 된 동료들과 마침내 소식이 닿아 진행 상황을 전달받고 있었다·

“거점에 도달한 애들이 더 나아가려고 했는데 플랜테라 문지기한테 전부 막혔대·”

정상으로 가는 산길 중턱에는 협곡이 있었다· 그곳이 지도에 표시된 첫 번째 거점이자 안전지대였다·

“듣고 있어?”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문지기가 엄청 크고 세다나 봐· 협곡을 비롯해서 다른 우회로에도 전부 하나씩 버티고 있대·”

세실은 또다른 스티치에게서 편지를 받고는 펼쳐 읽었다·

“그리고···게일이랑 빅터· 이리스 루나를 비롯한 요주의 인물들이 돌파에 실패하고 거점에 머무르고 있다네?”

이들은 전부 각 학부별 수석을 노릴만큼의 실력자들이었다·

말이 끝나니 남자가 조용히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마치 잘 들었다고 보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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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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