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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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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4

폭발에 놀란 새떼들이 일제히 숲에서 튀어 올랐다·

안개처럼 자욱한 흙먼지는 커다란 장막이 되어 길목의 시야를 완전히 차단했다·

폭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식견이 있던 세실조차 어떻게 유발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분명 빈 손이었다· 강한 마력이 느껴지는 걸 봐서는 마법 같기도 했다·

“콜록! 젠장 먼지가·”

“으아악! 이거 몸에서 안 떨어져!”

“빨리 저새끼 족쳐!”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곧이어 흙먼지 안에서 섬광이 몇 번씩 번쩍인다·

싸움이 일어나고 있지만 병장기가 맞닿는 소음조차 나지 않는다· 이따금 단말마 비명만 메아리칠 뿐이었다·

잠시 뒤 모든 소리가 뚝 끊겼다· 

산들바람에 흙먼지들이 조금씩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길바닥에 쓰러진 기사들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전투는 모두 끝났다·

가면의 남자는 목검에 붙은 흙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기사들이 정리되는데 채 삼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그에겐 상처 하나 보이지 않는다·

세실은 체조라도 하고 온 것처럼 태연한 모습을 보고 단번에 직감했다·

그는 게일이나 시온 루나 빅터 나이아스 같은 이번 시험의 요주 인물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실력자라는 걸· 

뭔지 모를 사정이 있어서 주변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조용히 활동할 뿐·

세실은 남자를 보며 싱긋 웃었다·

시험 초반부터 이런 동행자를 물게 되다니· 동료들과 흩어진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았다·

남자는 어서 가자는 듯 세실에게 손짓하고는 뒤돌아 길을 나아갔다·

그녀는 흙먼지 속에서 손부채질 하며 그를 따랐다·

기사들이 정신을 잃고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고 그 주변엔 강철검들이 두 동강 난 채로 바닥에 박혀 있다·

쓰러진 이들에게 자상이나 타박상 같은 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검술에 지식이 많지 않은 세실조차도 기이하다 느껴질만한 광경이었다·

특히나 마법사 얼굴은 몰라볼 정도로 창백해져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 물어봐도 그는 대답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세실은 앞서나가는 그의 등에 대고 말했다·

“너 좀 하는구나?”

이에 남자는 잠시 멈춰서서 세실을 물끄러미 보았다· 

“왜 할 말 있어?”

그가 품 안에서 사탕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매번 한 개씩만 주던 게 이번엔 다섯 개로 늘어나 있었다·

“칭찬하니까 주는 거야?”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면 먹고 비밀로 해달라고?”

그가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세실은 못마땅한 얼굴로 투정부렸다·

“아휴 답답해· 그냥 다 비밀로 해줄 테니까 가면도 벗고 옷도 벗고 노래도 시원하게 한 곡 해주면 안 돼?”

가면 속에서 작게 픽 웃는 소리가 들린다·

“와 너 웃기도 하는구나· 목각 인형인 줄 알았는데·”

첫인상은 장기 복역수나 수도승 같이 꽉 막힌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아주 조금 친근한 느낌도 들었다·

그는 세실의 손목을 잡고 강제로 사탕을 쥐어주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

“보면 은근 지 맘대로야·”

세실은 사탕 하나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큰길을 따라 한참을 나아가고 세실은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멀직이 떨어진 곳에서 플랜테라들은 쓰러진 이들을 들쳐업고 이터니아 방면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등신들 다시는 오지 마라·”

***

그레이스 산계의 한 줄기엔 작은 예배당이 있었다· 지도엔 거점이라 표시된 장소였다·

예배당을 중심으로 상록수들로 장식된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남쪽 방면엔 커다란 암석 봉우리들이 불쑥 튀어나온 덕에 거점의 절반은 그림자가 껴 있었다·

그리고 그 그늘진 곳엔 예순 가량의 지원자들이 병자들처럼 누워 몸을 회복하고 이었다·

플랜테라들은 이따금 협곡과 다른 우회로 쪽에서 기절하거나 탈진한 지원자들을 거점으로 실어 날랐다·

그리고 쓰러진 이들 일부를 연금술사와 마법사 몇몇이 돌보고 있었다·

이 광경은 마치 야전 병동을 연상케 했다·

나는 실베린에게 전해들어 다 알고 있었다· 시작 지점에서 문지기 토벌까지의 여정은 지원자들이 미리 챙겨 온 물자를 전부 소모시키기 위한 준비과정에 불과했다·

식량과 포션들을 그레이스 산에서 직접 수급하고 제작해야 하는 순간부터 진짜 시험의 시작이었다·

지원자들은 선택해야 한다· 팀원을 모아 그들을 돕고 가산점을 챙기며 천천히 정상에 도달할지 최소 인원으로 빠르게 정상에 도달해 가산점 그 이상의 점수를 챙길지·

세실은 친구들과 합류해야 하고 내가 그 무리에 낄 일은 없었다· 우리는 거점에서 이만 해산이다·

세실이랑 친해지기 과제는 어느정도 진행 됐으니 나에겐 크게 미련 남을 건 없었다·

가면을 쓴 상태에서 친해지는 바람에 조금 골치 아파지긴 했지만 당장에 집중할게 많으니 이 문제는 한동안 손을 놓아 둘 생각이었다·

세실은 동료들을 찾는 모양인지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중 예배당 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언니!”

내 또래의 한 여자가 세실을 보고 잽싸게 달렸다·

“트리샤!”

그 둘은 마주하자마자 서로 껴안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트리샤라는 소녀가 포옹을 풀고 말했다·

“아니! 언니 옷이 또···· 에휴 내가 못살아· 진짜·”

그녀는 세실의 치마를 보곤 질색을 했다·

세실은 나를 지목하고는 말했다·

“이 친구랑 오면서 한바탕 하느라고·”

트리샤가 날 물끄러미 보며 말했다·

“한바탕···해?”

나나 세실이나 옷차림과 외형으로 주변인들의 이목을 끌기 좋았다·

그러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은 자제 했으면 싶은데·

세실이 나를 소개했다·

“맞다· 이쪽은 내 사탕주머니· 줄여서 사탕이·”

이것봐라 사탕주머니? 사탕주머니라고?

이 여자와의 관계는 추후 재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

트리샤는 이상한 소개에도 별다른 의문을 보이지 않고 무덤덤하게 내게 인사했다·

“이야기 들었어요· 저희 언니 잘 챙겨 주셔서 고마워요·”

이들은 스티치로 계속 소통하고 있었으니 그 와중에 내 이야기도 몇 번 오고 간 모양이다·

세실의 다른 동료는 문지기들의 동태를 살피러 나갔다고 했다·

어스름 노을이 지고 더 나아가기엔 애매한 시간이었다· 세실과 더불어 나 또한 거점에 잠시 머무를 생각이었다·

해가 완전히 떨어진 뒤에 그녀의 남은 동료들이 정찰을 마치고 복귀했다· 

세실의 사촌인 남자 하나와 연금부와 마도학부 여자 넷으로 구성된 그룹이었다·

세실을 포함한 여섯이 전부 모이니 수다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나랑 있을 때 세실은 어떻게 참았던 건지 궁금할 정도였다· 

세실이 동료들과 합류한 이후로는 나는 그들과 거리를 두었다·

내가 낄 자리가 아니기도 했고 이 이후로는 나 또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

릴리트는 거점으로 가는 길 중반까지는 활력 포션의 힘을 빌려 돌파했다· 

그 후로는 굉장히 순탄했다·

굳이 마력을 고갈시킬 필요도 없었고 백년목 완드를 꺼낼 일도 없었다· 

대로를 따라가면서부터 플랜테라를 마주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조급한 마음에 휴식 대신 활력포션을 추가로 복용해 강행군을 취했고 그 덕에 거점에 도착한 후로는 포션이 단 한 병 밖에 남지 않았다·

혼자서 험지를 나아가는 일 자체가 릴리트에겐 굉장히 생소한 경험이었다· 일생동안 그녀는 외출시에는 호위기사를 끼고 살아왔었다·

단 하루 동안의 여정이었지만 릴리트에겐 이같은 체험이 생애 마주한 적 없는 끔찍한 고독함과 공포로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거점에 도달하고서 든 감정은 뿌듯함이 아닌 서러움이었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 동반자에 대한 절실함이 굉장히 강해져 있었다· 유능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한마디 말이라도 나눌 사람나마 있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달이 뜬 시각 거점 예배당의 주변에 수정구들이 심어져 불을 밝히고 있었다·

선발대들이 머무르는 이곳도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친분이 있는 사람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릴리트도 전체 지원자들 중 진입이 빠른 편에 속해  있었다· 그 탓인지 알아볼 수 있는 얼굴은 없었다·

‘아무도···없어?’

그 많은 인맥과 인기가 이곳에서는 부질없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정원 너머 한 공터에서 암벽을 기대고 앉아 있는 가면의 남자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목검을 껴안고 가만히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일행들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도 릴리트랑 크게 다를 것 없는 처지인 것 같았다·

‘흥 잘됐네·’

릴리트는 그에게서 열 걸음 쯤 떨어진 곳에 똑같이 암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잠시 기다렸다가 빈틈이 보이면 말을 걸어볼 생각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니 정원 쪽에서 어둠을 가르고 한 여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여자가 가까워지자 릴리트는 여자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었다·

가슴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진 갈색 머리· 진한 눈썹과 크고 새침해 보이는 눈매· 그 이목구비에선 혼혈족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흘렀다·

마도학의 천재· 세실 폰타르였다·

‘세실? 그 세실이 여기에 왜?’

그녀는 가면의 남자 앞에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그러곤 두어 번 목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흠흠 그 사탕아 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했어· 너도 아침에 떠날 거야?”

남자는 세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그렇구나· 우리는 연금부랑 마도학부 과제를 위해 길게 우회할 거야· 정상에는 조금 늦게 도착하겠지만 협동 가산점을 두둑하게 챙길거라 크게 문제는 없어· 다만 우리한테 검을 다루는 사람이 없어서 보강이 필요하거든· 그래서 말인데····”

세실은 잠시 말꼬리를 흐리고는 말했다·

“그···우리랑 같이 가지 않을래?”

‘뭐···?’

릴리트에겐 충격적인 말이었다·

남자를 눈여겨 보던 사람이 릴리트 한 명만 있던 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를 알아본 이는 마도학부 수석 입학이 유력한 세실이었다·

그리고 그의 행동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남자는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세실은 예상했다는 듯 픽 웃고는 말했다·

“그럴 것 같았어· 내일 아침이면 못 보겠네·”

세실은 가방을 뒤지더니 시퍼렇게 빛나는 구체 다섯 개를 그의 발 앞에 늘어놓았다·

고난도의 마력 정제를 거친 마법 폭탄이었다·

“이건 날 그동안 잘 돌봐준 보답이야· 뭔지는 알지?”

그녀는 천천히 일어서서 말을 이었다·

“다음엔 이름 알려줘· 자꾸 사탕이라 부르니까 남들이 막 이상한 관계인 줄 알잖아· 나는 눈 엄청 높아서 잘생긴 남자만 좋아하는데·”

릴리트는 잠시 정보를 추합했다· 세실은 남자의 얼굴을 알고서 말하는 것 같았다·

‘얼굴 때문에 가면을 썼나?’

그 대화를 옆에서 엿들은 덕에 이 남자에 대한 의문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올랐다·

“그럼 간다· 또 봐!”

세실은 손인사를 하고 휙 떠나갔다·

돌봐주었다는 말과 대화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아 이 둘은 거점까지 함께 동행했던 것처럼 보였다·

릴리트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자신은 그렇게 냉담하게 대하고선 세실은 잘 돌봐준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챙겨 주다니·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보이지도 않았는데·

능력이나 유명세에 따라 대놓고 사람 차별하는 속물처럼 느껴졌다·

릴리트의 불만은 조금씩 조금씩 쌓여 마침내 그에게 다가가 무작정 말을 걸도록 만들었다·

그녀는 남자의 옆에 다가가 말했다·

“안녕·”

“····”

“너···나 본 적 있지?”

***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면전에서 거절을 받으니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에휴 고민도 안 하고 잘라버리네·’

세실은 동료들에게 돌아가다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옆에 있는 귀족같이 잘 관리받은 예쁘장한 여자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남자와 친분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동료가 되어 같이 가산점을 챙기자는 세실의 제안은 그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대안이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혼자 문지기를 뚫고 ab 루트를 돌파할 수는 없다· 어찌 되었든 그도 동료를 모아야 했다· 

남들하고 말을 안섞으니 무작위로 동료를 구하지도 않을 터·

그러니 거절의 이유는 하나였다·

‘저 여자 때문이구나·’

뭐라 표현하기 힘든 찝찝함이 남았다·

남자한테는 사실 큰 감정은 없었다· 세실의 그룹 제안도 사심보다는 정말 필요에 따라서 건넨 것이 컸다·

헌데 이건 어느새 감정적인 문제로 바뀌어 있었다·

남자가 제법 예쁘장한 여자와 같이 있는 걸 목격한 게 문제였다·

그냥 갔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돌아본 탓에 저 여자애한테 밀린 듯한 묘한 불쾌감이 생겨나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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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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