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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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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5

가면의 남자는 릴리트의 질문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무기물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릴리트를 찬찬히 훑을 뿐이다·

기억하는 걸까? 아니면 기억하면서 모르는 척하는 걸까·

아니면 정말로 머릿속에 릴리트란 존재는 아무런 기억에도 없는 걸까·

사회성이 없는 건지 세상을 지 멋대로 살아가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하루 이틀 거점에 더 있으면 릴리트도 무난하게 그룹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당장에는 이 가면의 남자가 유일한 돌파구였다·

“기억 못해도 괜찮아· 나는 전에 리그베드에서 네가 싸우는 걸 봤거든·”

다른 건 몰라도 그가 릴리트의 말을 듣고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그거면 충분하다·

“동료를 구하지 않고 혼자 가려는 거 맞지?”

“····”

“나랑 똑같네· 나도 딱히 동료는 구하고 싶지 않거든·”

석상에 대고 말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듣고 있기는 한거야?’

세실이 말할 때는 고개정도는 끄덕여줬는데 릴리트 앞에서는 그런 것조차 없었다·

자존심에 대못이 박히는 것 같았지만 릴리트는 꾹꾹 참았다·

“그래서 네가 개척해 놓은 길을 따라가려고· 그래도 되지?”

굳이 동지의식을 가질 필요도 없다· 세실의 제안도 거절하는 놈이니 기대할 것도 없다·

남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그대로 릴리트에게서 고개를 돌린다· 

자신에게 허락받을 문제가 아니라는 듯· 

릴리트도 그 이상 대화하기는 포기했다· 들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녀도 마음을 닫고 단물만 빨아내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해산할 생각이었다·

릴리트는 남자와 적당한 거리를 둔 곳에 가만히 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깊은 산속이라 밤이 되니 공기가 차가웠다· 제대로 먹은 것도 없어서 뱃가죽은 등에 달라붙을 것 같았다·

타인의 냉대 또한 그녀에겐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마치 몰락 귀족이 되어 길바닥에 나앉은 것 같았다·

그녀는 그렇게 월동을 맞이하는 다람쥐처럼 꾹 웅크린 채로 밤을 보냈다·

***

이른 새벽부터 트리샤가 세실을 흔들어 깨웠다·

“언니 언니!”

“으으음 흐으으·”

“빨리 일어나!”

세실은 눈을 비비며 상체를 힘겹게 일으켰다·

“···으응· 왜?”

“언니 가면쓴 사람 언니 친구 아니야?”

세실은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하아암 응···친구지·”

“근데 그 사람 지금 협곡으로 가고 있어·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뭐?”

세실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협곡으로 간다니? 동료들을 다 구했나? 문지기 대책이라도 있는 건가?

“지금 어디에 있어?”

트리샤가 손으로 한곳을 가리켰다·

“언니 저기 지금 들어가고 있어·”

가면의 남자는 협곡 방면으로 깊게 진입해 점으로 보일 정도로 멀어져 있었다· 뒤에는 전날 밤에 봤던 여자도 뒤따랐다·

세실의 예상대로 그 둘은 동행하는 것이 맞았다·

헌데 그 둘 외에는 다른 동료들은 보이지 않았다· 

세실은 못마땅한 시선으로 볼을 살짝 부풀렸다·

“에휴 몰라·”

세실은 다시 눕고는 모포를 덮었다·

“언니?”

“내가 쟤를 데려오려고 했던 이유가 있어· 엄청 쎄거든· 그냥 두면 알아서 하겠지·”

“언니···그치만·”

트리샤는 세실의 말에도 안절부절하는 눈치였다·

“왜에에 또·”

“그 바리안느 쪽 애들이랑 루나 쪽 애들도 저기는 전부 포기하고 우회로로 선회했는데 괜찮은 거야?”

“우회로랑 협곡이랑 무슨 차이가 있어?”

“응· 정면 협곡으로 가는 길이 제일 빨라서 그런지 협곡을 버티고 있는 플랜테라는 우회로에 있는 것보다 훨씬 크고 강하대····”

“뭐? 그걸 왜 이제야 말해?”

“그야 우리는 협곡으로 안 가니까···· 저기로 가는 사람은 그동안 아무도 없었는데···어떡해·”

세실이 남자를 다시 보았을 때 그는 이미 멀리 떠나고 없었다·

쫒아가 붙잡기엔 늦었다·

“···스스로 결정한 거니까 일단 지켜는 봐야지·”

남자는 다 알고서 들어간 것일지도 모르고·

“정말 괜찮을까?”

“몰라····”

게일 그룹과 루나의 그룹도 실패했으니 그 둘만으로 문지기를 잡아내는 건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사탕이라면·’

하지만 그라면 무슨 일을 벌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너···이리로 가도 괜찮은 거야?”

릴리트는 그 남자와 동료관계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이내 헛기침을 하고는 입을 닫았다·

릴리트는 지도를 펼치고 길을 확인했다· 확실히 협곡 구간이 최단경로이긴 했다· 하지만 그녀가 거점에 있는 동안 지원자들 중 그 누구도 이 협곡에 발을 들이지 않았었다·

분명 선발대들 사이에서 무슨 이야기가 돌고 있었을 게 분명했다· 불길한 마음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남자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어두운 협곡을 가르며 성큼성큼 나아갔다·

깎아지른 듯한 높다란 암벽이 양옆에 길게 늘어져 있다·

폭 자체는 마차 네다섯 대가 지날 수 있을 정도로 넓어서 답답하지는 않았다·

다만 길이 구불구불하고 어두운 탓에 무언가 불쑥 튀어나올 것 같다는 불안감이 그녀를 괴롭혔다·

지금에라도 남자를 버리고 후퇴해야 하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 둘은 그렇게 한시간 정도 말없이 나아갔다·

아침해가 떴지만 협곡은 여전히 그늘져 있었다·

돌연 협곡에서 기이한 소리가 메아리쳤다·

쿠웅! 드드득 드드득·

“꺄악!”

릴리트는 깜짝놀라 곧장 손바닥으로 귀를 막았다·

“뭐야· 뭐야·”

귀를 막아도 그 소리는 릴리트의 전신을 통해 또다시 울려퍼졌다·

드드드득 쿵! 드드득 쿵!

지축이 흔들린다· 그동한 마주했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다른 육중함이었다· 협곡 전체가 이 거대한 무언가에 질려 덜덜 떠는 것 같았다·

이 앞에 분명 무언가 있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그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는 가만히 멈춰서서 목검을 뽑아들었다·

쿵! 쿵! 쿵!

그 거대한 물체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렇게 그들이 처음 마주한 건 절벽 한곳을 붙잡은 거대한 손이었다·

이는 황소도 한 손으로 으깰 수 있을 것 같이 거대했다·

곧이어 굽이친 길 너머로 집채만한 플랜테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드드득 

나무 관절들이 서로 마찰을 일으키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기다란 다리와 발이 협곡을 가로막았다·

“···!”

릴리트는 그 거대한 모습에 기가 눌려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남자도 이정도로 거대한 플랜테라는 예상하지 못했던 듯 두 팔을 축 늘어트리고 그걸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플랜테라는 남자를 보고는 곧장 적의를 드러냈다·

“왜 멍하니 있어 도망쳐!”

릴리트는 그의 등뒤에 대고 소리쳤다·

기다란 팔이 곧장 남자가 있는 곳을 향해 가로로 팔을 쓸어냈다·

부웅!

그는 곧장 몸을 낮게 숙어 플랜테라의 손바닥을 피했다·

스쳐간 손바닥은 거대한 부채처럼 강한 바람을 일으켰다·

릴리트의 직감이 위험 신호를 잔뜩 울렸다·

‘이건 상대하라고 만든 게 아니야·’

그녀는 천천히 뒷걸음쳤다·

“이 멍청아! 그냥 도망치라고!”

릴리트가 보기에 남자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고 도리어 공격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저걸 상대하겠다고? 대체 무슨 힘이 있다고?

그는 몸을 던져 다시 플랜테라의 주먹을 피해냈다·

몸을 빼내면서도 날렵하게 손에다 칼을 휘둘렀지만 약간의 스크레치만 날 뿐 큰 타격은 입히지 않았다·

‘전혀 소용이 없어· 헛수고야·’

싸우는 방식이 너무도 무모했다· 이건 가망이 없는 싸움이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건가?’

그가 한편으론 멍청하게까지 느껴졌다·

갑자기 남자의 손에 들린 목검이 꾸물거리더니 줄기와 잎사귀가 무성한 묘목의 형태로 변했다·

릴리트는 그 모습을 보곤 경악했다·

“저 저게 뭐야·”

검으로 열심히 후드려 쳐도 모자랄 판에 저걸로 뭘 어쩌겠다는 거야?

플랜테라의 손바닥이 대지를 전부 뒤집어낼듯이 밑에서 위로 스윙했다· 이는 남자의 옆을 가까스로 스쳐지나갔다·

손바닥이 스쳐가는 순간 묘목이 거미줄처럼 손바닥에 붙었다·

남자는 마치 덩쿨을 타는 원숭이처럼 묘목을 붙잡고 손바닥을 따라 하늘로 붕 떠올랐다·

묘목은 다시 목검의 형태로 변하고 그는 손바닥을 박차고 플랜테라의 어깨로 점프했다·

모든 움직임이 물 흐르듯 매끄러웠다·

“무슨····”

릴리트는 멀찍이 떨어져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플랜테라의 어깻죽지에 서서 목검을 팔 관절부에 힘껏 찔러 넣었다·

플랜테라의 약점인 관절부를 끊어내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몸집이 거대한 탓에 관절부에는 아무런 균열이 가해지지 않았다· 검이라고 해봐야 플랜테라에겐 이쑤시개가 꽂힌 거나 다름 없었다·

그는 어깨 관절부에 몇차례 검을 찍어내길 반복했다· 아무 소용이 없어보이는 헛짓거리였다·

“왜 저리 무모하게 싸우는 거야?”

그리고 플랜테라의 주먹이 남자의 전신을 그대로 직격했다·

퍼억!

보통 사람이라면 단 한방에 빈사상태에 빠질 만큼의 강력한 타격이었다·

“꺄아악!”

릴리트는 마치 자신이 맞은 것처럼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경악했다·

그는 그대로 플랜테라의 등뒤로 멀리 날아가 협곡 깊은 곳으로 맥없이 추락했다·

전투는 어처구니 없이 끝나버렸다·

남자를 치워낸 플랜테라가 시선을 릴리트 쪽으로 고정했다·

“···!”

다음 대상은 그녀였다·

드르륵 쿵! 

플랜테라가 릴리트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릴리트는 조금씩 뒷걸음치다 이내 돌아서서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폭부터가 릴리트와 비교가 되지 않았던 탓에 플랜테라는 몇걸음만에 그녀를 따라잡았다·

릴리트는 돌부리에 걸려 그대로 넘어졌다·

“꺅!”

몸을 다시 일으키려 했지만 팔다리가 덜덜 떨려 몸을 지탱할 수 없었다· 

공포에 질려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압도적인 전력차 때문에 마법으로 저항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흐흑 엄마····”

그녀는 몸을 뒤로 돌려 플랜테라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릴리트를 추격한 플랜테라는 릴리트를 쳐내기 위해 팔과 허리를 꺾어 준비자세를 취했다·

“싫어· 흑 싫어·”

그녀는 겁에 질려 몸을 뒤로 밀어냈다·

그 순간 플랜테라의 어깨 관절부에서 시퍼런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위이이잉

플랜테라가 있는 힘껏 팔을 휘둘렀다·

릴리트는 눈을 꾹 감았다·

곧이어 폭발음이 터졌다·

퍼엉!

그 폭발음 뒤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적만이 흐를 뿐·

가만히 몸을 웅크리고 있던 릴리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천천히 눈을 떴다·

“···!”

플랜테라의 손바닥이 릴리트의 바로 앞에서 멈춰 있었다·

그녀의 얼굴엔 차가운 무언가 붙어있다· 릴리트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냈다· 

새하얀 서리들이었다·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어? 마 말도 안 돼·”

플랜테라의 오른쪽 상반신이 새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플랜테라는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릴리트는 기억을 더듬었다· 

‘서 설마 그 마법폭탄?’

남자는 어깨에 무작정 검을 쑤신 게 아니라 마법폭탄을 박아 넣었던 것이다·

멈춰있는 플랜테라의 손가락 사이로 무언가가 보였다· 협곡 깊은 곳에서 남자가 일으키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팔을 휘두르니 돌연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맹렬한 속도로 쇄도해 플랜테라를 강타했다·

콰앙!

“꺄악!”

강한 충격파에 놀란 릴리트는 몸을 웅크렸다·

플랜테라의 얼어붙은 상체가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렸다·

조각들이 사방에 흩뿌려지고 차가운 나무 부스러기가 릴리트를 덮쳤다·

플랜테라의 오른쪽 상반신이 모조리 사라지고 그나마 남은 왼팔은 너덜거리다가 이내 뚝 떨어졌다·

곧이어 플랜테라가 힘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쿠웅!

릴리트는 몸에 흩뿌려긴 플랜테라의 잔해들을 보곤 식겁하며 곧장 치워냈다·

“하아 하아 하아·”

눈 깜짝할 새에 모든 게 끝났다·

심장이 아직도 터질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대체 대체 어떻게····”

먼발치 떨어진 곳에서 가면의 남자가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새하얗게 빛나는 신비로운 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

세실은 능선 마루에 불룩 솟아난 바위를 낑낑대며 올라갔다·

트리샤가 밑에서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언니 괜찮아?”

세실은 옷에 붙은 흙먼지들을 털었다·

“응 망원경 좀 던져줄래?”

“자 받아!”

세실은 트리샤가 던진 망원경을 받고 바위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곳에 서니 그레이스 산의 전망이 훤히 보였다·

저녁노을이 숲을 붉게 물들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후····”

그녀는 이곳 전망을 마냥 감상하러 온 게 아니었다·

세실은 멀찍이 보이는 동굴 우회로 방면에 망원경을 대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울창한 숲 위로 불쑥 솟아나온 플랜테라 문지기의 상체가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루나의 것으로 보이는 은빛 늑대 정령들이 플랜테라의 어깨와 팔을 물어뜯고 있다·

그리고 그 동료 마법사들이 열심히 화염 마법을 퍼부어댔지만 큰 타격은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무려 세 시간째 전투가 지속되고 있다·

“루나 쪽은 아직도 고전하나 보네·”

곧이어 세실에게 스티치들이 날아들었다· 

그녀는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스티치가 물고온 서신들을 받아 들었다·

세실과 똑같이 정찰을 나갔던 동료들이 상황을 전한 것이었다·

“음···· 게일 쪽은 진전을 보이고 있고····”

그녀는 협곡 쪽에 정찰을 나간 동료의 서신을 읽고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놀라운 소식이 담겨 있었다·

거기엔 협곡 문지기가 산산조각이 나 있다고 쓰여 있었다·

바로 사탕이가 갔던 곳이다· 고작 동료 한 명만 데리고서·

세실은 멍하니 그 서신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사탕이 진짜 쎄구나·”

그는 전체 지원자를 통틀어 가장 빠른 속도로 문지기를 토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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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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