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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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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저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

시온의 스승은 그녀를 등지고 가만히 서서 창밖으로 펼쳐진 도시의 풍경을 감상했다· 

“시온 넌 내가 본 아이들 중 최고의 재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왜···!”

“하지만 넌 반쪽짜리야·”

“그렇다면 더더욱 이터니아에 가선 안되겠네요· 아직 스승님에게서 배워야 할게 산더미 같은데 굳이 이터니아 같은데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으니까요·”

시온은 이터니아 입학을 무의미하다 여겼다· 그녀 곁에는 소드마스터라는 더할나위 없는 최고의 스승이 있음에도 이터니아에서의 4년을 보낸다는 건 철저히 시간낭비엿다·

헌데 시온의 스승은 의견이 달랐다·

“아니 그렇기에 넌 더욱 이터니아에 가야 해·”

“또 그 말씀이시군요·”

“그 반쪽은 내가 채워줄 수 있는 게 아니란다·”

“그 반쪽이 뭔지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스승님 답지 않게 이 문제에 대해선 늘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말씀하시는군요· 뭐 상관없습니다· 일전의 내기를 기억하고 계시겠죠· 지원자들을 전부 꺾으면 이터니아 입학 포기를 허락해주신다고요·”

“물론이지·”

“게일 바리안느도 꺾은 이상 더는 절 상대할 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약속했던대로 입학시험까지 마치면 저는 이터니아 입학을 포기하겠습니다·”

그는 손에 든 와인잔을 여유롭게 흔들며 말했다·

“내가 늘 강조하지 않았더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이상했다· 입학 지원자들을 넘어 상급생마저 격파하는 상황에도 그는 내기에 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스승님은 절 이길만한 사람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마치 노련한 도박사 같았다·

“하하하하! 그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스승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억지를 부린다 비난했을 것이다·

그는 도리어 시온을 안타깝게 보고 있었다·

“나는 너를 데리고 전 대륙을 돌아다녔지만 너는 아직도 우물 속에 있구나·”

***

우물 안에 있다·

시온은 그레이스 산을 오르며 그 말을 계속 곱씹었다·

그녀의 실력은 스승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도 검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우물 안에 있다는 건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시온에게 이터니아는 또 다른 우물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스승님이 이터니아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면 누가 뭐라 하든 끝까지 밀어붙이라고 가르친 건 스승님이었다· 그 가르침에 따라 시온은 묵묵히 자신의 의견을 관철할 뿐이다·

어떠한 오점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시온은 아무도 거치지 않은 길을 찾아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그레이스 산을 돌파했다·

그렇게 시온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2거점에 도달했다·

이제 지도에 나온 루트를 따라가면 정상까지 반나절도 안 걸린다·

아무도 없는 거점을 보고 든 감정은 성취감이나 정복감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건 바로 회의감이었다·

자신이 무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헷갈렸다·

마음 한편으로는 스승과의 내기에서 이변이 나오길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험은 전부 예상대로 흘러갔고 완전히 시온에게 기울어 있었다·

그녀가 일부러 속도를 늦추지 않는 한 이변은 없을 것이다·

친절하게 기다리면서 도전자를 맞이할 생각은 없다· 설렁설렁해서 얻은 이변 따위에 의미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시온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곧장 A루트 진입로로 걸음을 옮겼다·

***

릴리트는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상대에게 원하는 것이 없으면 된다· 이것만 잘 지킨다면 최소한 상대에게 지고 들어가는 법이 없고 상대의 욕구를 알게 된다면 관계는 완벽하게 우열이 나뉜다·

남녀관계 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 통용되는 법칙이었다·

그 많은 귀족 영식들이 릴리트에게 매달리는 것도 그녀에게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릴리트의 미모를 탐했고 그녀는 넘쳐나는 관심 덕에 굳이 남자 하나에 매달릴 필요가 없었다· 상대가 무얼 원하는지 완벽하게 파악한 이상 관계는 릴리트가 지배했다·

하지만 그 원리를 알고 있다고 해도 모든 상황에서 뜻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릴리트는 가면의 남자에게 완벽하게 지고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거의 모든 걸 남자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릴리트는 원하는 게 많았지만 그는 원하는 게 단 하나도 없다·

남자는 앞장서면서 이따금 나타나는 플랜테라를 툭툭 쳐내며 분해했다·

그녀는 할 일이 없었다·

백년목 완드를 그가 되찾아 주었지만 웃기게도 백년목 완드를 쓸모없게 만든 것도 이 남자였다·

그간의 공로를 생각해 보면 그는 릴리트에게 거액의 보상을 요구해도 됐다· 이에 넉넉하게 보답해 줄 용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무엇도 요구하지 않는다·

“꺅!”

릴리트는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남자가 뒤를 슬쩍 돌아보고는 릴리트의 손목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묵묵히 그녀의 옷에 붙은 흙먼지들을 털어 주고는 다시 앞으로 나섰다·

“⋯·”

어린 여동생을 대하는 친오빠처럼 무관심한 듯하면서도 가끔씩 이렇게 챙겨주는 것도 릴리트를 속 터지게 했다·

‘하· 지도 결국엔 날 신경 쓰잖아· 개자식 근데 동료는 아니야? 동료 맞잖아···동료 맞잖아!’

“야!”

목구멍까지 그 말이 차올랐지만 꾹 참았다·

“같이 가····”

새벽 일찍 동굴에서 나와 정오가 되기도 전에 이들은 2거점에 도착했다·

1거점과는 달리 그곳엔 통나무로 된 2층짜리 낡은 산장 하나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거점을 둘러본 릴리트가 말했다·

“아무도 없어? 우리가 가장 먼저 온 거야?”

입학시험에 막 돌입하던 시점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게일 루나 세실보다도 더 앞서가다니·

가면의 남자를 따라가는 선택이 옳았음을 마침내 확인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A B 루트를 가면 해가 지기도 전에 시험을 마칠 수 있고 그러지 않더라도 합격 안정권이었다· 

물론 릴리트가  A B 루트를 따라가는 건 불가능했다·

그레이스 산 정상부에 가까워질수록 땅에서 나오는 마력이 강해진다· 그 덕에 플랜테라의 전투 능력도 월등히 좋아진다·

그 루트에선 공격성도 최고조에 달해 플랜테라가 사방에서 숨쉴 틈 없이 몰아친다·

거점에 도착하고서 릴리트의 머릿속에 차오른 의문은 단 하나였다·

‘이 남자는 AB 루트로 갈까?’

남자는 산장 문을 활짝 열고 가만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상함을 감지한 릴리트가 산장쪽으로 다가갔다·

“뭐야 무슨 일 있어?”

남자의 시선을 따라 그녀도 아래를 주시했다·

 진흙으로 된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물기가 채 마르지 않았다·

발의 크기나 신발 모양을 봐선 분명 여자의 것이었다·

“우리가 처음은 아니었네····”

릴리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모든 이들을 앞서갈 만한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다·

“시온···이겠지?”

남자는 산장에 들어가지 않고 가만 서 있더니 이내 가방에서 포션을 한 병 꺼냈다·

릴리트는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몰랐다·

다만 전투가 일어날 것 같은 징조가 보일 때마다 남자는 그걸 아주 조금씩 나눠서 마셨다는 건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뒤에는 남자의 눈이 옅게 빛이 났었다·

그는 가면을 살짝 들어 포션병을 입에 얹었다·

한모금 두모금 세모금· 

릴리트의 동공이 점차 커졌다·

그렇게 포션을 모조리 비워 버렸다· 

그와 동행하면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그건 아주 큰 전투를 준비한다는 걸 의미했다·

‘결국엔 떠나는구나·’

이제는 갈라져야 하는 걸까·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때를 맞이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내려앉았다·

이 이상 릴리트가 따라붙으면 두말할 것도 없이 짐이 될 것이다·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릴리트는 동료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태도가 조금은 이해가 갔다· 가장 중요한 때에 릴리트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테니까·

별다른 작별도 없이 그냥 떠날걸 생각하니 속이 쓰리고 기운이 빠졌다·

“···피곤하다· 나는 산장에서 쉴게·”

릴리트는 먼저 산장 내부로 들어갔다· 벽 한곳에 쌓인 장작 몇 개를 집어 벽난로에 던지고 불을 피웠다· 그리고 기다란 나무 벤치에 몸을 뉘웠다·

여기서 눈을 감았다 뜨면 남자는 사라져 있을 거라 확신할 수 있었다·

아쉬워해선 안 된다· 원래 이렇게 헤어질 관계였으니까·

***

간밤에 내렸던 비가 아직 덜 마른 탓에 산장 주변 흙길은 전부 질척해져 있었다·

나는 거기서 한 발자국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걸 조용히 따라가 보니 A루트로 이어져 있었다·

입학시험을 시작한 이후로 시온의 소식은 단 한 번도 들을 수 없었다· 

어디로 사라졌나 궁금했는데 이렇게 흔적으로 마주하게 될 줄이야·

발자국은 한 사람의 것만 있는거로 미루어 보아 동료도 없이 온 듯했다·

소문대로 무서운 실력이다·

나도 이제 전력을 쏟아부을 시간이 왔다·

다만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체력이 남아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다시 산장으로 돌아갔다· 

죽어가는 벽난로 불길에 장작을 던지고 릴리트를 확인했다·

그녀는 벤치에 쪼그려서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그냥 작고 어린 소녀일 뿐이다·

나는 릴리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그녀의 꼭 오므린 손가락을 펴서 사탕 세 개를 쥐어주었다·

그렇게 도움이 되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같이 온 덕에 심심하지는 않았다·

이정도까지 왔으니 나머지는 혼자 알아서 할 수 있겠지· 

다시 산장을 나와 지도를 펼쳤다· 실베린이 직접 골라준 라이벌인데 뒤꽁무니를 쫓아갈 순 없었다·

나는 B루트로 가는 방향을 확인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거점을 벗어나 B루트 진입로에 들어서려는 순간 누군가가 등 뒤에서 소리쳤다·

“잠깐만!”

언제 쫓아온 건지 뒤를 돌아보니 소리가 난 곳에 릴리트가 서 있었다·

그녀는 잔뜩 화가난 듯 도끼눈을 뜨고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그럴 줄 알았어·”

“····”

“자고있을 때 몰래 떠나려고? 사람이 어떻게 그래?”

릴리트는 내 앞에 다가오고는 내 손목을 휙 낚아챘다·

그리고는 내 손에 어느 포션을 쥐어주었다·

“내가 먹으려고 마지막까지 아껴뒀던 유메르 가문 특제 활력 포션이야· 지칠 때 마셔· 나는 이제 필요없어·”

“····”

이걸 전해주려고 따라붙은 건가·

나는 포션을 품안에 넣었다· 

그런데 호의적인 선물을 준 것 치고는 날 노려보는 릴리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 눈동자엔 분노와 원한이 가득 담겨 있었다·

무슨 말을 기다리는 것 같았지만 나는 거기 응해줄 생각은 없었다·

나는 말없이 돌아서서 그녀를 등지고 다시 길을 나아갔다·

그리폰 포션의 효력이 돌아 감각이 예민해진 덕에 릴리트가 혼자 중얼거리는 말을 엿듣을 수 있었다·

“···나쁜 새끼·”

***

거대한 폭발음이 산맥을 타고 길게 메아리쳤다·

“엄마야!”

트리샤가 깜짝 놀라 세실의 등 뒤로 숨었다·

세실은 소리의 진원지를 올려다보았다· 그레이스 산의 최상부 쯤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트리샤를 제외한 다른 동료들도 심상치 않은걸 감지한 듯 모두 산 상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세실은 망원경을 꺼내 그레이스산 상부에 촛점을 고정했다· 나무 틈으로 시퍼란 빛이 몇 차례 점멸했다·

그녀는 서둘러 지도를 꺼내서 빛이 나온 위치와 대조했다·

“A루트···인 것 같은데·” 

세실이 동료이자 사촌인 베르탕이 넋나간 듯이 말했다·

“말도 안 돼· 이렇게나 빨리?”

“확실해· 저 속도면 시온 말고는 없겠는데·”

“하 하하 소문대로 진짜 살벌하네·”

콰아아앙

그리고 또다시 폭발음이 울려퍼졌다·

“응? 폭발은 다른 곳인데?”

“저기 저기 봐!”

동료가 다른 한 곳을 지목했다·

시퍼런 빛이 난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따금씩 번개가 치는 것처럼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세실이 지도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뭐야· 저기는 B루트 방면이야· 한 명이 또 있는데?”

“뭐? 시온말고 저렇게 빨리 갈 사람이 또 있어?”

새하얀 빛은 맹렬한 속도로 산 정상부로 치고 올라가고 있었다·

B루트를 저 속도로 올라간다고? 강렬하게 터져나오는 빛들이나 폭발 소리로 미루어 보아 필시 예사로운 인물은 아닐 게 분명했다·

심지어 기세로 봐서는 시온보다도 더 빨리 도착할 것 같았다·

베르탕은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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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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