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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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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시온은 거처로 돌아왔다· 

불이 꺼진 어두운 거실· 가구라고는 식탁과 의자 하나뿐· 나가기 전 켜 놓았던 촛불은 죽은 지 오래였다· 

리그베드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고급스런 저택이지만 그녀를 반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스승은 입학시험을 치르고 있던 때에 급한일이 생겨 편지 하나만 남기고 성녀가 있는 성도로 떠났다·

스승이 자리를 비우면 늘 혼자가 됐다· 적막함은 익숙해진지 오래다· 그녀를 반겨줄 가족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고 사교성 자체도 없는 탓에 편지를 주고받을 친구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외로움을 홀로 삼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유년시절부터 혼자 자라왔으니까·

빈민가에서 밥을 구걸하고 살던 시절에 단련하고 또 단련했다·

시온은 벽난로 앞에 앉아 불을 피웠다· 그리고는 오늘 길에 사왔던 호밀빵을 꺼냈다· 

종이를 둘둘 말아서 포장했지만 빗물이 안까지 스며들어 눅눅해져 있었다· 

어차피 맛을 즐기기 위해 가져온 것도 아니니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시온은 벽난로 속 불길을 감상하며 빵을 베어물었다·

검을 수련하고 남는 시간은 이렇게 앉아 침묵과 고독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의미 없는 자극과 교감보다는 차라리 이게 나았다·

그러니 일상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입학식 때까지는·

***

사용인들이 짐들을 더 가져다 싣는다·

마차 한구석에 짐들이 차곡차곡 올라간다· 좌석 한쪽에 약초들이 수북이 쌓인 탓에 돌아가는 내내 풀 내음만 잔뜩 맡게 생겼다·

리스트에 적어놓았던 것들은 비로소 모두 채워졌다· 엘라가 비싸거나 희귀한 물건들을 따로 넉넉히 챙겨 준 덕이다·

리리아가 마차 앞에서 부스스한 머리로 눈을 비비고 하품을 했다·

준비를 마치고 대문을 바라보았다·

엘라는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우릴 마중나왔다· 

나는 작별 인사를 하러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여러모로 신세 많이 졌습니다·”

“그래·  네 스승은 이제 한동안 바빠질 거야· 도움이 필요한데 그 여자가 없을 때엔 날 찾아와·”

“꼭 기억해 두겠습니다·”

“실베린한테는 제발 편지 답장 좀 꼬박꼬박 해달라고 전해 줘·”

“···알겠습니다·”

나는 엘라에게 고개를 숙이고 마차에 올랐다·

마차가 짐들로 가득 차서 나는 리리아와 어깨를 맞대고 낑겨 앉아야 했다· 마차는 노면이 젖어있는 탓에 느린 속도로 리그베드를 빠져나갔다·

리리아는 한 시간 정도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다가 결국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정오가 되어서야 마차는 저택에 도착했다· 

리리아가 마차에서 내리고 기지개를 쭉 폈다·

저택은 평소에도 고요했는데 오늘따라 더욱 고요하게만 느껴진다· 

안 좋은 일 때문에 온다던 손님들은 이미 다 떠나간 것 같은데 가라앉은 분위기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사용인들과 함께 짐들을 제조실로 옮기고 바로 제작에 돌입할 수 있게 분류까지 마쳤다·

대강 정돈을 마치고 나는 실베린을 보러 마스터 룸으로 향했다·

그녀의 문 앞에서 노크를 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들리지 않았다· 집사에게 물어보니 실베린은 잠시 외출했고 저녁 쯤에야 돌아올 거라고 전했다·

남는 시간에 나는 리리아를 데리고 제조실로 와 바로 포션 개조 작업을 개시했다· 리리아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하루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즈베레프의 레시피에서 내가 필요한 부분만 필사해서 리리아에게 건넸다·

이번 작업은 리리아조차도 처음 보는 재료와 제조 방식이라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처음 보는 연금술 부호와 정제 기법 때문에 연금술 서적을 붙들고 한동안 진땀을 뺐다·

그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 저녁 시간이 되었다· 

그때쯤이면 실베린을 만날 수 있을거로 생각했는데 그녀는 식사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집사에게 물었다·

“선생님은요?”

“생각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방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말라고 하명하셨습니다·”

언제 저택에 돌아왔던 거지· 이상하다· 평소의 실베린같지가 않다· 

“저도 찾아가선 안 되는 겁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따로 말씀하시진 않으셨습니다·”

아무도 오지 말라고 했으니 나도 거기 포함되어 있겠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실베린에게 이런 감정 변화가 생긴 걸까·

그래도 어디 다녀오면 항상 마중 나와주고 잘 다녀왔냐는 인사는 항상 해줬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는 다시 포션 제조와 연금술 공부에 매진했다· 

리리아는 일찍 돌려보내고 혼자서 달이 뜰 때까지 제조실에 남아 있었다· 내내 실베린이 신경쓰여 집중하기 힘들었다·

자정이 되고서 나는 잠시 몸을 풀러 중정으로 나왔다·

나는 고개를 들어 마스터 룸이 위치한 곳을 올려다 보았다·

희미한 불빛이 창문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실베린도 아직 깨어 있는 걸까·

나는 창문을 한참 바라보다 이내 크게 마음먹고 성큼성큼 저택을 들어갔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 실베린의 방문 앞에 섰다·

심호흡을 하고 문에 노크했다·

똑똑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선생님 저예요·”

잠시 후 실베린의 목소리가 들린다·

“···들어와·”

문을 열고 방에 들어서자 속이 비치는 잠옷 차림으로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있는 실베린이 보였다·

“어쩐 일이야?”

“다녀와서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린 것 같아서요·”

실베린이 힘없이 웃는다·

“이제서야 오는 거야?”

“···선생님 무슨 일 있었나요?”

“왜 내가 자꾸 신경 쓰여? 그래서 찾아온 거야?”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걸까· 

어쩌면 내 존재는 도움이 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제가 거슬리십니까···?”

“아니····”

실베린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기특해·”

“····”

“난 이제 잘거야· 피곤해·”

실베린이 장식장 서랍을 열어 반지와 귀걸이를 벗고 전부 집어 넣는다·

목걸이만은 그대로 목에 남아 있었다·

“저도 이만 들어가볼게요·”

내가 인사를 하고 뒤돌아 나가려 하자 갑자기 문이 저절로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아니 너도 여기 있어·”

실베린이 마법으로 닫아버린 것이었다·

잠깐동안 내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간다·

그녀가 비틀거리며 침대로 걸어가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옆을 바라보며 눕고는 모서리를 손으로 툭툭 친다·

“이리 와·”

나는 천천히 실베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침대 옆쪽 바닥에 주저앉아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녀의 숨결이 닿을 듯 얼굴이 가깝다· 이렇게 보니 볼이 살짝 붉어져 있고 날숨에서 포도주의 향이 느껴진다·

실베린의 눈에 미약한 취기가 돌고 있었다·

세상에 실베린이 술을 마시다니·

“그래 그렇게 앉아 있어·”

“네·”

“오늘 뭐 했어?”

“포션 제조 했어요·”

“엘라가 괴롭히지는 않았어?”

괴롭힘 당하긴 했지만 기분도 안 좋아 보이는데 괜히 이상한 소리를 해서 들쑤셔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굉장히 잘 대해주셨어요· 비싼 재료도 따로 챙겨 주셨고요·”

“···다행이네·”

이렇게 기운이 없어보이는 모습은 처음 본다· 가만 지켜만 보자니 나도 마음이 편치가 않다·

실베린이 힘없는 눈으로 내 얼굴을 빤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제자야····”

“네· 말씀하세요·”

실베린의 한 손이 애벌레가 기어오는 것처럼 천천히 다가온다·

“잠이 안 와서 그러는데···나 잠들 때까지 여기 있어 줘·”

실베린의 눈이 천천히 깜빡이고 있다· 말은 그렇게 해도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은 얼굴이었다·

“네 여기 있을게요·”

침대 모서리에 올려둔 내 왼손에 실베린의 오른손이 천천히 비집고 들어온다·

느리면서도 강하게 그녀의 손가락들이 내 손가락 사이로 밀려왔다·

“····”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진다· 그녀는 그렇게 깍지를 끼고 말했다·

“약속해· 내가 먼저 잠들기 전엔 떠나지 않겠다고····”

“네·”

“네 입으로 말해·”

“···선생님이 먼저 잠들기 전엔 떠나지 않을 거예요·”

“다시····”

“선생님이 먼저 잠들기 전엔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래···잘했어···제자야····”

실베린의 목소리에 점점 기운이 빠져갔다·

“안 그러면···안 그러면···내가···위젤로 데려가서···지하 감옥에····”

“네?”

실베린은 말끝을 흐리고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평온하고 고른 숨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실베린은 옅은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서 잠에서 깼다·

정신이 들고 처음 느껴지는 건 손가락 사이로 전해지는 저린 감각이었다·

“····”

데미안은 침대 모서리에 엎드려서 잠들어 있었다· 지난밤 그녀가 잡았던 손을 풀지 않은 채로·

실베린은 전날 밤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술에 조금 취했었지만 대부분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 말했다고 이렇게 밤새 그녀를 지키고 있을 줄은····

데미안이 무모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도 발현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진짜 바보구나····”

확실히 난놈이긴 하다· 실베린을 이토록 당황케 하는 사람은 세상에 몇 없었거늘·

그녀는 서둘러 데미안의 양팔을 잡고 침대 위로 끌어올렸다·

그를 자신의 옆에 눕히고는 이불 안에서 꼭 끌어안았다·

실베린은 자신의 체온으로 밤사이 차가워진 데미안의 몸을 녹였다·

바보같아서 더욱 귀엽게 느껴진다·

몇 분간 데미안의 몸을 녹이고 그녀는 침대에서 먼저 빠져나왔다·

그녀는 화장대 앞에 서서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손으로 가볍게 정돈했다·

그러곤 멍하니 거울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불현듯 무언가 떠오른 듯이 붉은 색조 화장품이 담긴 상자를 열었다·

그런 뒤 새끼손가락으로 툭툭 찍어서 자신의 입술에 진하게 발랐다·

거울 앞에서 입을 몇 번 오므렸다 피고는 침대를 돌아보았다·

데미안은 세상 모르고 깊게 잠들어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실베린의 얼굴에 웃음기가 조금씩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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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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