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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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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0

바람이 강하게 창문을 때린다· 마치 폭풍이라도 부는 것처럼· 

식탁 옆에 몇걸음 떨어진 곳에서 루나를 가만히 지켜보던 집사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하늘은 맑고 햇볕은 따사롭게 내리쬔다·

리그베드는 바람이 잔잔하게 머무는 곳이다· 창문을 때릴 정도로 바람이 부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집사는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알고 있었다·

루나의 감정이 동요할 때마다 정령이 반응해 바람이 불고 벽난로와 촛대의 불길이 격하게 요동쳤다·

그는 식탁에서 혼자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던 루나에게 물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루나의 상태는 조금씩 악화되고 있었다· 정령술과 마법에 아무련 견식이 없는 집사마저도 어렴풋이 직감할 수 있었다· 늪에 조금씩 빠져드는 것처럼 무언가가 느리면서도 집요하게 그녀를 잠식해갔다·

“···너무 시끄러워요·”

창문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제외하면 저택은 굉장히 고요했다·

“창문 말씀이십니까?”

루나는 초점이 없는 눈으로 힘없이 말했다·

“아뇨···· 노랫소리요·”

“····”

이곳은 언제나 수도원처럼 고요했다· 집사는 저택에 있으면서 노랫소리를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루나만이 감지할 수 있는 미지의 존재가 주변에서 그녀를 자극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녀는 음식을 절반이나 남기고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만 먹을게요· 자야겠어요· 제 침실로 약을 가져다주세요· 제일 강한 걸로요·”

“아가씨 너무 약에 의존하시면····”

루나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상관없어요· 그냥 가져다주세요·”

그녀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복도 쪽으로 벽을 짚어가며 이동했다·

“아가씨· 도움을 요청하시는 건 어떠신지요·”

루나가 돌연 신경질적으로 답했다·

“도움? 무슨 도움이요?”

“아가씨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녀가 요청한다면 도와줄 사람은 리그베드에 얼마든지 있었다·

“이것들은 죽일 수도 없고 쫒아낸다 해도 혼자가 되면 몇번이고 다시 돌아올 거예요· 이게 제 운명이에요·”

루나는 몸을 이끌고 다시 복도로 몸을 옮겼다·

집사는 그녀의 뒷모습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발밑에 있는 그림자가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졌다·

“···?”

집사는 잠시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루나는 이미 불이 들지 않는 복도로 들어가 그림자를 찾을 순 없었다·

***

실베린에게 정령술 수업을 받은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보이는 것도 느껴지는 것도 전혀 없다· 잠깐 수련했다고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이건 근육통 같은 수련의 증거도 남지 않아서 다소 혼란스러웠다·

정령술 수업을 받은지 8일째 되는 날· 실베린이 아침 일찍 날 불렀다·

그녀는 널찍한 홀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홀 중앙에는 직경 열 걸음 정도의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실베린은 바닥에 쪼그려서 마법진을 조금씩 손보고 있었다·

마법진 안에 담긴 뜻을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적혀 있었다· 그것들은 푸른 빛깔을 뿜었는데 빛이 약야졌다 강해졌다 맥동하는 것이 마치 호흡을 하는 생명체 같았다·

실베린은 기척만으로도 내가 온 걸 눈치채고는 말했다·

“왔어?”

“네· 선생님 이거···밟아도 되나요?”

“응 괜찮아· 이리 들어와·”

언제부터 작업하고 있었던 걸까·

혼자서 그리려면 족히 서너 시간은 쏟아야 할 정도의 작업물이다· 

나는 발끝을 세우고 마법진의 공백 부분만 밟아가며 조심조심 그녀에게 다가갔다·

실베린이 내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괜찮으니까 그냥 와·”

실베린이 일어서서 팔을 천장 쪽으로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이거 전부 선생님이 그리신 거예요?”

“응· 원래 금방 끝날 작업인데· 특별히 손볼 게 있어서 좀 길어졌네· 여기· 이리로 들어와·”

실베린은 마법진의 중앙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계약을 먼저 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마법진은 날 위한 것이었구나· 실베린 혼자 고생했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가 않다·

나는 중앙에 서서 마법진을 유심히 살펴보며 말했다· 

“그러면 이건····”

“아니야· 계약은 훨씬 간단해· 이건 네 능력을 시험하기 위한 마법진이야·”

“뭘 시험하는 거죠?”

“너랑 잘 맞는 속성을 찾는 거지·”

“제가 따로 준비할 건 있나요?”

“없어·”

실베린이 손짓을 하니 벽 쪽에서 가만히 서 있던 집사가 묵직해 보이는 가죽 주머니를 두 손에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집사가 앞에서 주머니를 열어 보였다· 

그녀는 그 안에 손을 넣고 무언가를 꺼낸 뒤 마법진의 모서리 부근으로 이동했다·

주머니 안에서 나온 건 돌이었다·

일반적인 돌과는 질감이 달랐다· 호박석처럼 투명하면서 저마다 각기 다른 빛깔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시계방향으로 돌며 일곱 개의 돌을 균일한 간격으로 배치하고선 말했다·

“바로 시작할 거야· 거기 가만히 있어· 넌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런 뒤 실베린은 마법진 밖으로 물러났다· 그녀가 주문을 외니 마법진 글자의 푸른빛이 더욱 강해졌다·

곧이어 마법진에 놓인 돌들이 진동했다· 

정확히 뭘 시험하려는 걸까· 

긴장한 탓에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홀을 밝히기 위해 걸어 둔 기름등이 마법진의 영향을 받아 일순 푸르게 활활 타올랐다·

규모가 큰 마법진이라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질 줄 알았는데 불빛이 더 밝아지는 것 말고는 다른 특별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1분 여가 지나자 마법진의 광채가 점차 사그라들었다·

실베린이 팔짱을 끼고 마법진 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전부인가요···?”

“응·”

실베린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녀는 마법진에 올려 두었던 돌들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모든 정령이 널 거부하는구나·”

“···네?”

“네 정령 친화력 말이야· 어느정도 예상은 했다만····”

뭐가 잘 안 풀린 모양이다·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이건 너와 잘 맞는 속성의 정령을 알아내기 위한 거야· 강제로 정령을 끌어들여 너에게 반응하도록 해서 말이야· 아무리 친화력이 없어도 이 정도는 아닌데· 너는···어떤 의미로 독보적인 수준이구나·”

“····”

실베린은 내 표정을 보고 달래듯 말했다·

“···안 좋게 받아들이진 마· 전에 말했지만 형질마다 각각 장단점이 다 있는 거니까·”

실베린은 마법진에 놓여 있던 붉은색의 돌을 집어 들고는 말했다·

“너는 거의 대부분의 정령이랑 상극이야· 유일하게 불의 정령하고 가깝네·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고 정말 티끌만큼·”

“불의 정령은 왜 차이가 있는 거죠?”

“글쎄· 하만에서 일할 때 불을 자주 다뤘니?”

“네·”

“그것도 한몫 했을 거고····”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친화력에 영향을 미치는 건가요?”

“맞아· 네가 어부였으면 그게 물의 정령이 됐을 거고· 농부였으면 그게 땅의 정령이 됐겠지”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실베린 말을 하려다가 이내 다시 입을 다물고는 내 시선을 슬쩍 피했다·

“···왜요?”

그녀가 돌연 휙 돌아서서 나를 등지고는 말했다·

“또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 아무튼 중요한 건 티끌같은 이점이라도 넌 이걸 이용해야 한다는 거야·”

정령술은 나한테는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라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 조금도 감이 안 온다· 

“전 뭘 하면 되나요?”

“따라와· 이제 바로 계약을 진행할 거야·”

***

내 손등에 주먹보다도 작은 크기의 붉은 새가 앉아 있었다· 

이것이 내 정령이다· 

정령 계약은 실베린의 말대로 너무 간단하게 끝났다·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실베린이 내 몸에 손을 올려 마법을 거는 것으로 계약은 완료되었다· 

동네 개한테도 계약을 시킬 수 있다는 말이 정말 과장이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정령이 생기다니 뭔가 떨떠름한 기분이다·

물론 계약이 전부는 아니었다· 나는 정령을 바로 운용할 수 있을 만한 그릇이 안 됐다·

정령사들에게는 기초 레벨에 불과한 최하급 정령조차도 나에게는 버거웠다·

그래서 내가 계약한 건 정령 유체였다·

탄생한지 채 1년도 넘지 못한 최하급보다 더 아래 등급의 정령이다·

더 높은 등급의 정령들과도 계약 자체는 가능했지만 그랬다간 제대로 운용도 못하고 내 몸에 감당하기 힘든 부하가 가해질 거라고 실베린이 첨언했다·

나와 계약한 유체 정령은 너무 어린 나머지 자의식도 발달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와 계약했다는 것조차도 인지하지 못한다고 했다·

의식을 가진 영체보다는 원시적인 자연물에 가까운 존재였다·

내 주위를 맴도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정령 친화력이 없는 나를 거부하지 않았다·

내 형질을 고려하면 유체 정령과 함께 차근차근 성장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자·”

실베린이 마법진에 올려놨었던 붉은 돌을 내게 건넸다·

“정령석이야· 계약을 했다고 한들 네 능력으로는 소환도 못하니까 이걸 이용해서 불러·”

재능만 있다면 정령 소환은 원숭이가 나무를 타는 것 만큼이나 쉬운 일이었지만 나는 그것조차도 혼자 힘으론 불가능했다·

“알겠습니다·”

“계약도 마쳤으니 이제 마저 수련하려 가자·”

나는 문득 생각이 들어 그녀에게 질문했다·

“선생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응 말해봐·”

“저 수련 잘 하고 있는 거 맞나요?”

“왜?”

“그동안 제가 한 거라곤 선생님 옆에 누워있던 거 말고는 없는걸요·”

실베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그녀는 허리를 살짝 숙여 나와 눈을 맞추고는 말했다·

“넌 잘하고 있어· 꼭 땀을 흘리고 몸을 혹사시켜야 성장하는 건 아니야· 네가 어디에 두 발을 딛고 무엇과 감응하는지도 중요해· 그것도 널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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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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