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dont have javascript enabled! Please enable it! Doggone Academy Chapter 61 - English Novel
Switch Mode

Doggone Academy Chapter 61

To access the list of chapters and reading pages, click the link below.

EP.61

똑똑

이른 아침부터 나는 실베린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와·”

안에 들어서니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고 있던 실베린이 나를 반겼다·

“선생님 오늘····”

내가 뭐라 이야기하기 전에 그녀가 먼저 끊어버렸다·

“알아 알아· 오늘이라고?”

“···네·”

바로 이터니아 기숙사 입주일이었다·

“짐은 어제 마차에 실었고···일이 많은 것도 아니니 저 혼자 다녀와도 괜찮습니다·”

멀리 이동하는 것도 아니었고 입주한다고 그대로 기숙사에 머무르는 것도 아니었다· 나 혼자 잠깐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헌데 실베린은 동행해서 그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할 모양이다· 왜 그러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으음 아니야· 나도 갈래·”

실베린이 같이 가면 이목이 과하게 쏠리지 않을까 싶은데·

함께하는 건 좋지만 그녀의 위명을 등에 업고 같이 생활하게 될 동기들에게 위화감을 주고싶지는 않았다·

···모르겠다· 무슨 생각이 다 있겠지·

“그럼 준비는 다 끝난 거야?”

“네· 마차만 타고 이동하면 됩니다·”

“나 옷 갈아입게 나가서 기다릴래?”

“알겠습니다·”

나는 저택에서 나와 마차 옆에 서서 실베린을 기다렸다·

몇 분 뒤 그녀가 가벼운 드레스 차림으로 밖으로 나왔다·

나는 그녀와 함께 마차에 올랐다·

그리고 저택에서 떠나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터니아에 도착했다·

마차가 정문 안으로 들어선다· 

이터니아에 온 건 두 번째였다· 입학시험을 치르고 대략 보름 만이다·

그리고 입학시험 때와는 달리 그 어떤 사람도 없이 적막하다·

실베린은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숙사 입주일 치고는 너무 사람이 없네요·”

당연히 내 동기가 될 애들도 같이 입주할테니 적어도 몇명은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모두가 너처럼 일찍 고지받은 게 아닐거야· 기숙사 입주는 성적순으로 통보하거든·”

“입주를 굳이 성적순으로 할 필요가 있나요···?”

“그럼· 이터니아에 입학하면 모두가 동등한 학생 신분이지만 이런 교칙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애들은 매년 나와· 신입생 중에는 아직 평민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지내는 게 낯선 애들이 있을 거야· 그런 애들한테 확실한 메시지를 보여줘야 하거든·”

“어떤 메시지요?”

“이곳에선 태생과 신분이 어떻든 간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이들을 우선시 한다는 걸 말이야·”

“····”

“입주 뿐만 아니야· 성적에 따라 기숙사 건물도 다르게 배정받을 거고 이용 가능한 시설도 달라질 거야·”

“그렇게까지 차별할 필요가 있을까요?”

“물론이지· 성적 때문에 학생들 간의 경쟁이 과열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차등을 두지 않으면 지들끼리 계급사회를 만들어내서 더 큰 문제가 생겨·”

“계급사회를 만든다니요···?”

“말 그대로야· 계급주의에 절여져서 모두가 평등하게 대우받는 걸 못 견디는 애들이 있어· 그런 애들을 그냥 두면 지들끼리 신분을 내세워서 파벌을 만들고 학교 분위기를 흐리거든·”

실베린은 그런 경우를 몇차례 겪어본 듯한 어조였다·

“일이년 있으면 적당히 길들여지기는 하는데 신입생인 너는 아직 계급주의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거야· 트러블도 제법 있을 거고·”

“알겠습니다·”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일평생 특별대우를 받다가 한순간에 평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걸 용납하기 힘든 귀족들이 있겠지· 나조차도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게 다소 부담스러을 정도인데·

때때로 멸시도 받을 거고 시비도 걸릴 거다· 

“물론 너는 성적을 떠나서 다른 이유 때문에 일찍 부른 거겠지만·”

다른 이유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마스터스 클래스 때문일 것이다·

“일단 여기서 내리자·”

이터니아 정문을 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베린이 마차를 멈춰세웠다·

실베린이 먼저 내리고 나도 그녀를 따라 내렸다· 

그녀는 마차를 먼저 기숙사 쪽으로 떠나 보냈다·

실베린이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마차는 이제 지긋지긋해· 좀 걷자·”

날이 좋고 시간이 남을 떄면 실베린은 산책을 하거나 나들이를 나간다· 나는 그런 것들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그녀에게 감화되고 있었다·

“좋아요·”

실베린은 뒷짐을 지고 사뿐사뿐 걸어나갔다·

이전에는 입학시험에 신경이 쏠린 것도 있었고 빽빽할 정도로 사람이 많아 이터니아 캠퍼스를 구경할만한 심적 여유가 없었다·

지금 새삼 느끼는 거지만 정말 넓다· 당장 육안으로 보이는 것만 따져도 커다란 성채처럼 보이는 게 서너개 쯤 되고 거기에 딸린 부속 건물만 십수개에 달한다·

이터니아의 캠퍼스는 군더더기라고 할만한 게 없다· 정원수 산책로 울타리 건물 뭐하나 빠지는 것 없이 장인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깎아낸 것처럼 세밀하고 고풍스럽다·

웅장하고 아름답긴 한데 너무 과해서 한편으론 비현실적이고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실베린이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휙 돌아서서 말했다·

“아 그나저나 너 예술 특기도 정해야 되니까 미리 생각해놔·”

“···예술 특기라뇨?”

“네 주전공 이외에도 예술 과목 한가지를 정해서 필수로 이수해야 돼·”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나는 예술이고 뭐고 아는 거라곤 거의 없다· 기껏 해봐야 아카테스 신전에 지낼 때 찬트를 조금 배운 게 전부다·

“과목이 뭐가 있나요···?”

“음····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작문 그리고···공예도 있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 많아·”

오래 고민할 것도 없었다·

“공예를 하는게 맞겠죠?”

실베린은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꼭 잘하는 걸 고를 필요는 없어· 이건 성적과는 무관한 거야· 이수만 하면 되니까 자유롭게 골라도 돼·”

“선생님이 보기엔 전 뭘 하는 게 좋아보여요?”

“글쎄· 다른 건 몰라도 첫째로 즐길 수 있는 걸 골라· 예술 특기 시간까지 이 악물고 달려들면 학교 생활이 많이 고달파질거야·”

“···어렵네요·”

즐길 수 있는 거라니· 차라리 돈이 되거나 인맥 관리에 도움 되는 걸 고르라고 하면 더 쉽게 느껴졌을 텐데·

“····”

실베린이 날 물끄러미 바라보다 휙 돌아서 내게 등을 보이고는 가볍게 한숨을 쉰다·

“즐기는 걸 제일 어려워하니···참 걱정이구나·”

그러곤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

이터니아의 기숙사가 모여있는 생활동은 중앙 대정원을 기점으로 두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나뉜 부분의 북쪽 12학년이 생활하는 곳을 노던 빌리지라고 불렀고 34학년이 생활하는 남쪽은 서던 빌리지라고 불렀다·

노던 빌리지는 메리골드관 칼루나관 베토니관 윗드러프 특수관까지 이렇게 총 4개의 기숙사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냥 다들 편의상 1234관이라 부른다고 했다·

성적 순으로 메리골드관은 상위권 칼루나관은 중위권 베토니관은 하위권 학생들이 입주했다·

마지막 윗드러프 특수관은 성적과 무관하게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학생들을 수용했다·

그리고 4개의 기숙사 중 내가 입주하는 곳은····

실베린이 기숙사 설명을 끝내고 내 입주 고지서를 보며 말했다·

“4관이네· 윗드러프 특수관·”

“····”

실베린이 내 반응을 보고는 되물었다·

“반응이 왜 그래?”

상위권 학생을 위한 기숙사가 1관 메리골드관인 것을 보면 3관보다 더 뒤에 있는 4관 특수관은 꼴지나 문제아들을 위한 수용시설처럼 느껴진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는 내 반응이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기울였다·

“추천서 받은 애들은 윗드러프관에 배정받는 게 일반적이야· 메리골드관보다 시설도 좋고 생활 지원도 좋아·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걱정할 건 없어·”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는 건 뭘 의미하는 거죠?”

“정말 특수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말하는 거야· 왕족 혹은 그에 준하는 신분이거나 이터니아에 큰 공로를 한 이들의 친족 그리고···따로 간병이 필요한 경우에도 윗드러프관에 입주해·”

윗드러프 특수관은 성적으로 단순 분류가 불가능한 가치나 특질을 지닌 이들을 수용한다는 말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거와는 정반대긴 한데· 한편으론 왕족 혹은 그에 준하는 인물과 한 건물에서 지내야 하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그러던 중 생활동 정원 분수대에 걸처앉아 있던 실베린이 자신의 다리를 주먹으로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나 다리아파· 어서 기숙사로 들어가자·”

“선생님은 쉬고 계셔도 괜찮아요· 저 혼자 다녀올게요·”

옮길 짐이랄 거라고 해봐야 상자 서너 개 옮기면 되는 정도라 구태여 실베린까지 오고갈 필요는 없었다·

“아니 나도 갈거야·”

***

윗드러프관의 라운지는 안락한 분위기였다·

따뜻한 색감의 카펫과 쇼파· 원목 테이블· 한 구석에는 벽난로와 노란 마석등이 라운지를 은은하게 밝히고 있다·

한 메이드가 우리 앞으로 걸어들어왔다· 그녀는 나와 실베린을 보며 가볍게 숙였다·

그런 뒤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는 듯 별다른 신분 확인이나 수속 절차 없이 우릴 안내했다· 

“이쪽입니다·”

우리는 메이드를 따라 원형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기숙사 내부는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계단과 복도를 지나도 그 어떤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메이드가 복도를 나아가다 멈춰서고는 문 앞에서 내게 키를 건넸다·

31F호실

내가 배정된 호실은 3층 왼쪽 복도 끝방이었다·

가장 높은 층 가장 구석진 곳이다·

별다른 추가 설명같은 건 없이 메이드는 자리를 떠났다·

우리는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통창과 침대· 중앙에 깔린 회색 러그 책상과 옷장· 혼자 지내기엔 다소 넓어보이는 공간이 우릴 맞이했다·

실베린은 둘러보지도 않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침대에 다가가 몸을 던졌다·

“내꺼야·”

“····”

그러고는 몸을 꾸물거리며 두터운 이불 속으로 슬금슬금 파고들었다· 어째 피곤해서 누운 것 같지는 않았다· 

그 모습은 마치 주인이 자리를 비운 영토를 강제로 점거하는 침략자 같다·

“선생님···?”

그녀는 몸을 전부 덮고 새하얀 침구 속에서 머리만 쏙 내밀었다· 그덕에 부채꼴로 펼쳐진 검붉은 머리칼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왜·”

누가보면 여기가 실베린 방인줄 알겠다·

“그···어···· 짐 마저 가져올게요·”

실베린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는 팔만 슬쩍 꺼내 가보라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응· 할거 마저 해·”

“····”

“나도 바빠·”

그러곤 이불 안에서 무얼 하는 건지 계속 조금씩 꼼지락댄다·

하고픈 말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지만 잠깐의 고민 끝에 입을 다물었다·

그나저나 몸에 열도 많으시다는 분이 덥지도 않으신가·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