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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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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짐은 얼마 없지만 입구에서 내 기숙사실까지 이동하는 동선이 길어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

짐을 나르며 방을 몇 번 오고 가는 동안 침대 속 실베린의 움직임은 잠잠해졌다·

침대 한 가운데가 봉분처럼 볼록 솟아올라 있다· 고른 호흡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걸 보니 그녀는 잠이 든 것 같았다·

나는 상자들을 침대에 떨어진 곳에 적재하고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짐을 풀었다·

원래는 상자만 놓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이리 된 거 짐 정리까지 마저 할 생각이었다·

서적들을 책장에 넣고 옷가지를 적당히 정리하고 나니 삼십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침대를 다시 확인했다· 실베린은 깊은 잠에 빠졌는지 그 모습 그대로다·

이렇게 느긋하게 있어도 되는 건가· 마스터스 클래스 관련 일정도 있는 것 같은데·

실베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침대에 천천히 다가갔다·

“선생님?”

아무런 응답이 없다·

나는 머리맡의 이불을 아주 천천히 들춰냈다· 그녀의 정수리가 드러나고 새근대는 숨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침대 밑에 있는 무언가가 내 시선에 걸린다·

몸을 숙여 물건의 정체를 확인했다· 실베린이 입고 있던 드레스가 뱀허물처럼 벗겨져서 침대 밑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모든 사고가 멈춰버렸다· 그냥 본인 침대에서 자는 것처럼 훌렁훌렁 벗어던지는 건가·

이럴 때 보면 내 또래 같고 어떨 땐 연륜과 경험이 가득한 교수 같고· 알다가도 모르겠다·

“·······”

나는 이불을 올려서 실베린을 도로 밀봉했다·

그런 뒤 눈을 감고 잠시 심호흡을 했다· 번뇌가 밀려와서 머리가 어지럽다·

나는 실베린을 그대로 두고 방에서 나와 1층 라운지로 내려왔다·

벽난로 앞에 찻집처럼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서 시간을 죽였다·

***

삼십분쯤 뒤에 방으로 다시 돌아오니 실베린이 이불을 몸에 돌돌 두르고 앉은 채로 나를 반겼다·

그녀는 살짝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 갔다 와····”

“마실 것 좀 가져왔어요·”

나는 라운지에서 받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허브티를 그녀에게 건넸다·

“···나 목마른 건 어떻게 알고· 기특해·”

“하루이틀 같이 지낸 것도 아닌데요·”

그녀는 허브티를 후후 불고 한 모금 홀짝인 뒤 말을 이었다·

“방 정리도 깔끔하게 잘 했네· 그 와중에 마실 것도 내가 좋아하는 거로 챙겨오고···· 넌 메이드를 했어도 크게 됐을 거야·”

“····”

시중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금속 세공 일을 배우기 전에는 귀족가에 시종으로 들어갈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메이드라니 무슨 의도로 한 말인지는 모르겠다·

실베린이 찻잔을 협탁에 두고 팔을 침대 밑으로 뻗어 옷을 집어 든다· 

이불 위로 맨살이 된 어깨라인과 겨드랑이가 보이자 나는 황급히 시선을 돌리고 통창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창밖 생활동 정원 풍경을 감상하는 동안 실베린이 옷을 마저 입고 내 옆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손에 찻잔을 들고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말했다·

“좋은 방으로 배정해 줬구나· 다른 기숙사는 옆 건물을 마주보는 구조라 이 그림이 안 나오거든· 제일 풍광이 좋은 위치야·”

“마음에 드세요?”

“응·”

“선생님도 기숙사에 들어오시는 건 어때요·”

내 실없는 소리에 그녀가 픽 웃으며 말했다·

“제자야 아쉽게도 나는 오래전에 기숙사 블랙리스트 딱지가 붙어서 안된단다·”

“···블랙리스트요? 그런 것치고는 점잖게 대우해주던데요·”

“그건 내가 교수라서 그렇고·”

“뭘 해야 블랙리스트가 되는 거죠?”

“나쁜 짓을 하면 돼· 아주아주 나쁜 짓·”

아주 나쁜 짓이라니· 도둑질이나 주먹다짐 정도의 수준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자연히 알게 될 거야·”

“····”

“선생님은···비밀이 많은 것 같아요·”

실베린이 차를 한 모금 들이켜고 화제를 바꿨다·

“이터니아 기숙사엔 신입생 신고식이랍시고 짓궂은 장난을 치는 전통이 있는 건 아니?”

“그런 게 있어요?”

“응·”

“무슨 장난을 치는데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 때는 속옷을 전부 가져다 불태우거나 악취가 나는 몬스터 진액을 방에 뿌리곤 했었지·”

“음···무단으로 침입하는 건가요?”

“응· 네 선배들은 노던 빌리지에서 2년을 채우고 서던 빌리지로 옮긴 거니까· 원래 살던 곳에 무단 침입하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거야·”

다른 건 몰라도 중요한 물건은 절대 이곳에 둬서는 안되겠다·

그나저나 실베린 벌인 ‘아주 나쁜 짓’과 신입생 신고식 사이에 묘한 연결고리가 있어 보이는데 기분 탓이겠지?

“이터니아는 좀 점잖은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원래 점잖은 놈들이 더해· 윗드러프관은 잘 안 건드리긴 하는데· 그래도 미리 알아는 두렴·”

“알겠습니다·”

실베린이 대화를 멈추고 바닥에 쪼그려 앉는다· 그러곤 무릎에 찻잔을 받치고 조금씩 홀짝거렸다·

그녀의 시선은 창밖 풍경에 머물러 있다· 아직 잠에서 덜 깬 것인지 아니면 옛 생각에 잠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일분여의 침묵 끝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오늘 할 일은 이제 다 끝난 건가요?”

“···아니 아직 하나 더 남았지·”

그녀가 손가락으로 창밖 한곳을 가리켰다·

“저거 보여?”

생활동과 맞닿아 있는 북쪽 숲 한곳에 잎사귀가 전부 새하얀 거목이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네· 마침 저게 뭘까 궁금해하고 있었어요·”

제법 멀리 떨어져 있긴 했지만 내 방에서 보이는 풍광에서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유독 시선이 쏠렸다·

“왜 널 이 방에 배정했는지 알겠구나· 여긴 캠퍼스를 통틀어 이터니아의 수호목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일 거야·”

“수호목이 저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너랑 직접적인 연결점은 없어· 그냥 이터니아가 너에게 전하는 암시 같은 거야·”

“암시요···?”

실베린이 찻잔을 옆에다 두고 내 쪽으로 두 팔을 내밀고는 말했다·

“응· 나 일으켜줘·”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쭉 잡아당겼다·

그녀가 내 힘을 받으며 몸을 일으키고는 말을 이었다·

“이제 네 진짜 기숙사로 갈 차례야·”

***

숲 한쪽 일대가 오직 수호목 하나만을 위해 평탄화되고 정리되어 있었다·

낙엽이 떨어질 때마다 마치 눈이 내리는 것 같다·

이터니아의 수호목은 수령이 이삼백년 쯤 되어보이는 거목이었다·

새하얀 나뭇잎에 햇빛을 받고 반짝거리는 모습이 잠시 넋을 놓을 정도로 아름답다·

실베린의 말에 따르면 이터니아에는 여러 겹의 보호 결계가 깔려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강력하고 위력적인 결계를 펼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수호목이라고 했다·

수호목이 펼치는 결계는 강력한 신성력을 기반으로 흑마법과 혼돈의 기운으로부터 이터니아를 지켰다·

“아름답네요·”

실베린이 수호목에 손을 살짝 올리곤 말했다·

“이터니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야· 이터니아의 역사를 함께 했으니까· 혹시 궁금한 게 있으면 나무한테 물어봐· 독특한 전설이 있거든·”

“나무가 말도 하나요? 마법이 담긴 건가요?”

“마법이 담기긴 했지· 아주 강력한 고대 마법이· 한 여사제가 재앙으로부터 이터니아를 지키고자 스스로 수호목이 변한 거라는 전설이 있어· 그래서 이 안에 담긴 사제님한테 무언가 간절히 빌면 가끔씩 응답해준다나봐·”

“선생님은 들은 적 있어요?”

“아니· 그런데 목소리를 들었다는 괴담이 해마다 돌더라구·”

“나중에···시험문제 정답이 안 떠오를 때 한 번 와서 빌어봐야겠네요·”

“검소한 요청이구나· 이 나무가 진짜 말을 할 줄 알면 학교가 발칵 뒤집힐 거야· 여기는 오랜 기간 동안 고해성사가 이루어진 곳이야· 이 나무 밑에는 수많은 비밀이 묻혀있는 셈이지·”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렇다면 이 나무도 선생님의 ‘나쁜 짓’을 알고 있을까요?”

실베린의 눈꼬리에 희미하게 웃음기가 감돈다·

“그것도 나중에 나무한테 직접 물어보렴·”

낌새를 보면 뭔가 있던 것 같단 말이지· 언제 한 번 찾아봐야겠다·

그러던 중 숲 쪽에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실베린이 기척이 나온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내게 말했다·

“잡담은 여기까지 해야겠구나·”

곧이어 숲 쪽에서 다섯 명의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전부 마스터스 클래스 심사관들과 비슷한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실베린에게 가볍게 몸을 숙여 예를 표하곤 말했다·

“이렇게 이터니아에서 다시 뵙게 되어 기쁩니다· 아이는 이제 저희가 인도하겠습니다·”

실베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쪽을 바라본다· 저들은 나를 데리러 왔다는 의미였다·

“원칙상 나는 따라갈 수 없어· 잘 다녀오렴·”

“···알겠습니다·”

“잠깐·”

실베린이 두 팔을 벌리고는 말했다·

“가기 전에 한 번 안아보자 제자야·”

나를 데리러 온 사람들이 물끄러미 쳐다본다· 시선들이 굉장히 부담스럽다·

“···다녀올게요·”

그러자 실베린이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는 발을 탁탁 구르며 불만을 표시했다·

나는 마지못해 그녀의 품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실베린이 만족스러운 듯 나를 안고 등을 툭툭 두드렸다·

“다녀올 동안 선생님은 어디 계실 건가요?”

“생활동 분수대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그리고 천천히 구속을 풀고 나를 가면을 쓴 이들 앞으로 살짝 밀어주었다·

***

데미안은 가면을 쓴 마스터스 클래스 수행원들을 따라 숲길로 걸어갔다·

실베린은 데미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았다·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제자를 보면서 그녀는 복합적인 감정에 사로잡혔다·

대견하면서 한편으론 불안하다·

데미안은 뭐든 혼자서도 곧잘 하는 아이였고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할 일도 많았다·

언제까지나 품고 다닐 수는 없었다·

실베린은 고요 속에서 잠시 욕심을 삭혔다·

그리고 잠시 뒤 그녀의 뒤쪽에서 둔탁한 발소리가 들렸다·

실베린은 뒤를 돌아보았다·

판금 갑옷으로 중무장을 한 성기사들이 묵직한 걸음걸이로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실베린이 부른 것이 아니었다·

실베린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

성기사들이 불쑥 찾아오는 것은 언제나 좋지 않았다·

항상 불길한 소식만 들고 오니까·

열 명의 성기사들이 실베린 앞에 다가와서는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성도에서의 명을 받고 대마법사 실베린 님을 찾아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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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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