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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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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

다시 보니까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이 소녀의 머리칼은 약제로 모든 색소를 빼낸 것처럼 완벽하게 하얀색이다· 내 기억 속 은빛 머리칼과는 다르다·

“···저기요·”

“꺄악! 뭐야!”

트리샤가 화들짝 놀라서 식칼을 든 손 그대로 휙 돌아보았다·

“····”

그녀가 내 모습을 확인하고는 크게 당황했다·

“너 너는 노크도 안 해?”

나도 트리샤의 모습을 보고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기억하던 단발머리 소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으니까·

“노크···했어·”

트리샤가 내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괴한이라도 상대하는 듯이 칼끝을 세우고 말했다·

“···무슨 생각으로 다시 기어들어온 거야?”

“내 기숙사이기도 하잖아?”

생각해보니까 어이가 없네· 네가 내 기숙사 뺏었잖아·

“그러니까 왜 왔냐고 나랑 말도 섞기 싫어하는 것처럼 굴다가·”

“엘라 교수님이 너랑 잘 지내면 보상해준다 하셨거든·”

사실 생활동 풍경을 보고 트리샤가 조금 걱정되어서 온 거다·

그렇지만 어설프게 착한 척 하느니 그냥 속물에 나쁜놈이 되는 게 훨씬 편했다·

“····”

트리샤가 내 말을 잠시 곰씹더니 곧이어 경계태세를 조금 누그러트렸다·

“솔직한 건 마음에 드네·”

그러다 또 마음이 바뀌었는지 다시 칼끝을 내게 위협적으로 겨냥하고는 말했다·

“···근데 재수없어· 보상 받으면 나랑 반땅해·”

감정기복이 심하다· 기억해놔야지·

“너 하는 거 봐서·”

“웃기네·”

트리샤가 잠시 눈을 굴리다가 말했다·

“그러니까···이제 여기 기어들어와서 살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딱딱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게 네 뜻대로 될 줄 알았아? 잘들어 너는 아직 이 기숙사의 일원이 아니야·”

“···뭐?”

트리샤가 당당하게 소리쳤다·

“신고식을 안 했잖아 신고식!”

신고식···?

어떤 되도않는 억지를 부릴까 걱정했는데 굉장히 싱거운 사유를 들이밀었다·

“이래봬도 여기엔 전통이 있어·”

만들어진지 몇 개월도 안 된 기숙사에 전통이라니·

“굳이 해야하는 거야?”

“당연하지! 여기도 엄연히 기숙사야!”

하고 싶어서 한이 맺힌 것만 같다· 하기야 트리샤는 여기 갇혀 있으니 진짜는 신고식은 맛도 못볼 테니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신고식이 뭔데?”

“···내가 만든 쿠키를 먹어야 돼·”

“그래 먹지 뭐·”

내가 움직이려하자 그녀가 식칼을 흔들며 소리쳤다·

“가만있어!”

그녀의 모습이 한편으론 인질극을 벌이는 강도처럼 살벌했다·

트리샤는 내게 시선과 칼끝을 고정하고 등뒤로 한손을 휘적거렸다· 그렇게 키친 테이블에 놓인 은쟁반을 뒤적이며 쿠키 하나를 집어들었다·

“쿠키···만들고 있었던 거야?”

“어·”

“쿠키 만드는데 식칼이 왜 필요해?”

쿠키를 만드는데 식칼은 필요 없었다· 나도 만들어봐서 안다·

정곡을 찔렸는지 트리샤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시끄러워· 모양 만드려고 쓰던 거야·”

트리샤가 침을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러곤 내 얼굴에 있는 가면을 슥 밀어올렸다·

내 얼굴을 보곤 저혼자 화들짝 놀라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깜짝야·”

“····”

그녀는 내 얼굴을 유심히 뜯어보곤 말했다·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재수없게 생겼어· 내 본모습 들킨거 열받으니까 너도 여기선 가면 벗고다녀·”

“····”

“알았으면 당장 입벌려·”

트리샤는 기괴한 모양의 쿠키를 내 입에 구겨넣고는 가느다란 손으로 뱉지 못하게 틀어막았다·

“씹어·”

트리샤가 왜 입을 틀어막았는지 한 번 씹어보니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반죽은 덜 익어서 밀가루맛이 그대로 느껴졌고 심지어 설탕 덩어리도 그대로 씹혔다· 그리고 간간히 짠맛도 난다· 소금과 설탕을 착각한 건 아니겠지·

나는 잠시 오물거리다 삼키는 시늉을 했다· 트리샤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막았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러고는 소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맛이···어때···?”

그리고 나는 그 즉시 잔반통에 달려가 쿠키를 뱉어버렸다· 이게 내 대답이었다·

트리샤가 그 모습을 보고 빽 소리쳤다·

“야!!”

나는 앞니에 달라붙은 반죽 덩어리를 털어낸 뒤 키친 테이블에 있는 쿠키 레시피를 집어들었다·

트리샤가 크게 당황했다·

“너 너 뭐 보는 거야!”

분명 적힌 건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헌데 내 입에는 끔찍한 결과물이 들어온 걸로 미루어 보아 살면서 요리를 단 한 번도 안해본 게 틀림없었다·

“너 남의 말은 죽어도 안 듣는구나? 실베린 교수님한테도 그랬어?”

“아니 교수님은 몸에 안 좋은 걸 먹으라고 강요는 안 하셨거든·”

“뭐···· 내 쿠키가 몸에 안 좋다는 거야?”

“모르겠으면 직접 먹어보지 그래?”

트리샤도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잠시 머뭇거렸다·

“···내가 왜?”

“아니다· 내가 먹여줄게· 넌 신입생 아닌 줄 알아? 신고식은 신입생 전체가 치르는 거야·”

“무 무슨 헛소리야?”

트리샤가 조금씩 뒷걸음친다·

나는 목검을 뽑아서 그녀의 발 밑에 던졌다· 곧이어 목검이 묘목으로 변해서 트리샤의 몸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꺅! 이 미친 미친새끼야!”

트리샤가 앙칼진 비명을 지르며 힘껏 몸부림쳤지만 소용 없었다·

나는 쿠키를 집고 트리샤 앞에 다가갔다· 그녀는 먹지않으려고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그녀의 볼을 잡고 강제로 벌렸다· 그리고는 쿠키를 냅다 밀어넣었다·

트리샤의 입을 강제로 틀어막고는 말했다·

“삼켜·”

분하고 억울해 죽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그녀는 몇 번 오물거리다 괴로워하며 눈을 꾹 감고 쿠키를 삼켜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뒤 구속을 전부 풀어내자 트리샤가 말했다·

“···너 진짜 싫어·”

“나도 너 싫어·”

“너 진짜 짜증나· 짱 싫어·”

싫다는 말이 왜 이렇게 신경을 건드리는지 짜증이 확 솓구쳤다·

숨겨놓았던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울컥 튀어나왔다·

“나도 네가 싫어· 특히 네 물빠진 것 같은 머리카락이 끔찍하게 싫어·”

순간 주변 공기가 단번에 가라앉았다·

말을 끝내자 마자 크게 실수했단 걸 깨달았다·

트리샤의 말은 그저 말 뿐이었다· 거기엔 그 어떤 미움이나 증오같은 것이 담겨있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말에는 감정이 실려 있었다·

트리샤의 동공이 커졌다· 그녀의 예민한 감각은 내 감정을 정확하게 감지해냈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트리샤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좋게 다가가려 해도 왜 그렇게 적대적으로 구는 거야? 세실 언니한테는 안 그랬잖아···· 나한테는 왜 그러는 거야? 왜? 왜? 너 진짜 싫어·”

“····”

트리샤가 설움 가득한 얼굴로 나를 계속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 눈에 점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인정해야 했다· 평소답지 않게 날을 세웠다· 분명 트리샤랑 잘 지내려고 왔는데 왜 이러는 건지 나도 혼란스럽다·

아무리 특별한 태생이라 한들 그녀의 정서는 여느 열일곱 언저리의 소녀들과 똑같을 것이다· 나는 해선 안 될 말을 했고 결국 여린 마음에 상처를 주고 말았다·

트리샤는 말없이 문을 열고 주방을 떠나버렸다·

분명 다 깨끗하게 지워냈다 생각했는데·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추하게 일그러진 흉터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

 

나는 은쟁반을 들고 트리샤의 방 문을 노크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다시 노크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렇게 문 앞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결국엔 말을 꺼냈다·

“들어간다·”

심호흡을 한 뒤 나는 문을 열고 그녀의 방 안으로 들어섰다·

트리샤는 침대에 누워서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숨죽여 훌쩍이고 있었다·

“나가·”

“이야기좀 해·”

“필요없어·”

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은쟁반을 트리샤의 머리맡에 있는 협탁에 올려놓았다· 쟁반에는 내가 직접 빗고 구워낸 쿠키가 모락모락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쿠키 좀 구워왔는데 먹어볼래···?”

“나가·”

나는 의자를 침대 옆에 끌어와 앉았다·

“같이 이야기 할 때까지 여기 앉아서 기다릴 거야·”

“····”

“밤새도록·”

“가라고·”

“····”

“나가· 훌쩍 이제 곧 내 운명의 상대가 나타날 거랬어· 그 남자는 성검도 다루고 엄청 강하고 멋있고 잘생길 거랬어 훌쩍· 너랑 비교도 안 될 걸? 그 사람 나타나면 너 내쫓아달라고 할 거야· 그리고 네 몸에서 약초냄새 나서 엄청 싫어·”

“그래 알았으니까 이야기좀 해·”

“‘끔찍하게 싫은’ 사람이랑 훌쩍 무슨 이야기?”

“···마음에도 없던 말이야·” 

“웃기지마·”

“네 머리카락···정말 아름다워·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로· 이게 내 진심이야·”

토라진 여자를 달래기 위해선 무슨 말이든 가리지 않고 해야한다· 그것이 진심이든 지어낸 말이든·

“····”

“그리고 너랑 굉장히 잘 어울려· 너 스스로도 그걸 잘 알고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내가 헛소리로 깎아내려도 타격이 없을 거라 생각해서···그냥 뱉은 말이야·”

이러고 있자니 나도 감정이 이리저리 날뛴다· 나는 과거 리자를 달래기 위해 했던 짓거리를 트리샤에게 똑같이 하고 있었다· 

이불 속 트리샤는 한동안 미동도 없이 잠잠했다·

그리고 내 응급처치가 효력이 있었는지 그녀가 이불을 천천히 내리고 얼굴을 드러냈다·

“거짓말 아니지····”

“응·”

“솔직하니까 봐줄게·”

나는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트리샤는 아름다운 소녀다· 다만 관능으로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종류의 아름다움과는 결이 다른 너무 깨끗하고 맑아서 필사적으로 지켜내야 할 것 같은 종류의 아름다움이었다·

내가 트리샤를 보면서 속이 뒤틀리는 이유는 과거의 기억 속에서 나는 그 아름다움을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러운 가문에게서도 지켜내지 못했고 레이스에게서도 지켜내지 못하고 절벽 아래로 내던져졌다· 아무리 덮고 가려도 그때의 상흔은 영혼에 인두를 지진 것처럼 뚜렷하다·

아직도 무척이나 쓰라리지만 트리샤 덕에 이 상흔을 적어도 정면으로 마주할 수는 있게 되었다· 그래서 한편으론 트리샤에게 감사했다·

“···쿠키 줘봐· 얼마나 잘 만들었나 보자·”

다행히 노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 같다· 감정기복이 심한 게 이럴 땐 도움이 되는구나·

“네 옆에 있어·”

“먹여주는게 기숙사 전통이야·”

“····”

이럴 땐 내가 져주는 게 맞겠지·

나는 별모양 쿠키를 집어서 트리샤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녀는 쿠키를 물고 한동안 오물거리며 음미하고는 뾰루퉁하게 말했다·

“···어떻게 한 거야?”

다행히도 맛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거기 있던 레시피대로 했는데·”

“그래 내가 아무리 해도 안 되던데 너 엄청 잘났구나· 좋겠네· 모양은 어떻게 낸 건데·”

“철사를 꼬아서 반죽을 찍어내면 돼· 원한다면 틀을 만들어 줄게·”

“철사 철사가 있었네· 그래 제법이네·”

“응·”

“···나중에 쿠키 만드는 법 가르쳐 줘·”

“···그래·”

돌려서 해석하면 마음이 풀렸고 나랑 다시 잘 지내겠다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었다· 이제 진짜 한 숨 돌려도 되겠지·

“그리고···너 절대 안 내쫓을 거고 네 몸에서 나는 약초냄새 싫지 않아· 그냥 해본 말이야·”

“알아·”

나는 그녀의 입술에 쿠키를 하나 더 올렸다· 그녀는 강아지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물었다·

트리샤는 화해를 마친 직후의 상황이 어색하게 느껴지는지 내게서 시선을 돌리고 쿠키를 오물거리며 말했다·

“근데 네 몸에서 약초 향이 나는 건 맞아· 허브 같아서 싫지도 않고 향도 굉장히 미약한데 정말 예민한 사람이라면 알아챌 거야· 그냥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그래···고마워·”

이제 트리샤랑은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

 

시온은 해가 다 지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그 모습을 내내 지켜보았던 윗드러프관의 메이드가 시온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혹시 필요한 거나 찾으시는 게 있으신가요?”

하루종일 그 자리에 앉아만 있었으니 이상하게 보는 게 당연했다·

시온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아뇨 그것보다···제가 오기 전에 이 소파에 누가 계속 앉아있지 않았나요?”

“···네?”

시온은 가볍게 둘러대는 척하며 메이드에게 캐물었다·

“아마도 검붉은 머리에 음···· 남자였을 거예요· 그냥 자리를 뺏은 게 아닌가 싶어서요·”

메이드가 시온을 가만 바라보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뇨 근래에 그 자리에 앉아계셨던 건 오직 아가씨 뿐이었어요·”

“····”

“다른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아뇨· 가볼게요· 소파가 굉장히 포근하고 좋네요·”

시온은 기지개를 쭉 펴고 계단으로 향했다·

그녀는 올라가면서 이상하다는듯 혼자 중얼거렸다·

“분명 분명 향이 똑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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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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