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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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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리리아는 루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리그베드에 있는 루나의 저택에 하룻밤 머무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헌데 그때 당시 보았던 리리아가 보았던 귀족스럽고 고고한 미모는 다소 색이 바랜 상태였다·

여전히 인형같이 아름답지만 새하얗던 피부가 이젠 창백하게 느껴졌고 비단처럼 부드럽던 금발 머릿결은 생기를 잃고 푸석푸석했다·

비단 얼굴만 달라진 게 아니었다·

맨발로 자갈밭을 뛰어다닌 것처럼 발에는 피딱지가 말라붙어 있고 왼팔 전체엔 붕대를 감았는데 출혈이 얼마나 심한지 군데군데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전쟁통에 피난을 떠나온 난민처럼 상태가 좋지 않았다·

곧 떠날 손님이라지만 그냥 허브티만 대접하고 돌려보낼 수가 없었다·

실베린의 저택 창고엔 약초와 포션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전부 데미안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지만 실베린의 손님을 치료한다고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이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리리아는 루나를 응접실에 앉히고 용건을 확인하기에 앞서 치유용 포션과 약초를 챙겨왔다·

그리고는 루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상처를 봐도 될까요?”

루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경계를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리리아가 루나의 팔에 묶어둔 붕대를 천천히 잘라냈다·

상처를 직접 확인한 리리아는 소리없이 안타까워했다·

칼로 난자한 것처럼 엉망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흉터를 지울 수는 있어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리리아와 나이 차이도 거의 없어 보였다· 그 나잇대 소녀라면 몸에 흉터 하나만 남아도 밤새 눈물로 베개를 적실만큼 속상해하기 마련이었다· 예쁜 옷을 입어도 맵시를 망칠 거고 시집을 갈 때도 걸림돌이 될까 신경쓰일 것이다·

헌데 루나는 다 놓아버린 것처럼 초연했다· 이 예쁜 몸에 흉터가 잔뜩 남을 걸 생각하니 도리어 리리아가 속이 쓰릴 지경이었다·

리리아는 루나의 상처를 소독하고 정성스럽게 포션을 도포했다·

루나는 침묵의 시간을 못 견디고 마지못해 말을 꺼냈다·

“실베린 교수님을 뵙고 싶어요·”

“그건 알고 있어요· 그런데···교수님은 여기 안 계세요·”

그 순간 루나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리리아가 우려하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저···괜찮으세요?”

“언제쯤 돌아오시는 거죠?”

“얼마 전에 성도로 떠나셨어요· 몇 달은 걸릴 거예요·”

“····”

지금 이 저택의 책임자는 데미안이었다· 하지만 데미안도 학업 때문에 자리를 비워야 할 때가 많았고 실베린은 손님들이 찾아올 때를 대비한 메뉴얼을 만들어 리리아에게 주었다·

“그래도 실베린 님은 손님이 찾아올 때를 대비해 저에게 지시하신 게 있어요· 실례지만 성함을 다시 여쭤봐도 될까요?”

“루나요· 루나 레일리스예요·”

리리아는 잠시 포션을 내려놓고 응접실 책장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빽빽하게 정돈된 책 몇개를 앞으로 눕혔다·

곧이어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리고 리리아는 책장을 옆으로 낑낑거리며 밀어냈다·

그리고 책장이 밀려나고 나타난 벽 속에는 작은 금고가 있었다·

리리아는 금고를 열어서 그 안에 있는 편지 뭉치를 부채꼴로 펼쳤다·

그리고 잠시 눈을 굴리다가 곧이어 편지 하나를 꺼내들고는 말했다·

“여기 있네요· 루나 레일리스· 실베린님이 남긴 편지예요·”

 

***

 

루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루나의 기억에 실베린의 저택은 가장 고요한 곳이었다· 인간계의 규칙을 무시하고 자유롭게 세상을 부유하는 정령들조차 감히 접근할 수 없는 곳· 언제나 강력한 고대의 마법으로 수호받는 요새였다·

헌데 그녀는 실베린의 저택 응접실에서도 검은 형체를 볼 수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기이한 무언가는 루나의 정신을 잠식해갔고 이따금 신체의 통제권마저 뺏어갔다·

실베린의 저택에서 나가는 길에서도 검은 형체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빛이 닿지 않는 그림자에 서서 루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 검은 실루엣의 형체는 루나와 닮아가고 있었다· 

어디를 가도 피할 수 없다·

루나는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실베린이라고 모든 걸 알 수는 없었다· 신성력이 강한 수호목에서도 고대 마법으로 보호받는 실베린의 저택에서도 검은 형체는 그 어떤 영향을 받지 못했다·

루나는 실베린의 편지를 펼쳐보았다· 거기엔 단 한줄의 메시지만 적혀 있을 뿐이다·

‘이터니아의 수호목에서 안식을 찾으렴·’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그 일을 겪고 이터니아 수호목에 남은 감정은 오직 공포 뿐이었다· 훗날 모든 것이 깨끗하게 해결된다 해도 수호목에는 다시 찾아가지 못할 지경인데 그곳에서 안식을 찾아야 한다니·

실베린은 무엇을 보고 있었던 걸까· 그녀는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루나의 마음 속 균열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 검은 형체는 루나에게 속삭였다·

[그 누구도 널 구원하지 못해·]

 

***

 

가시정원 기숙사는 거의 대부분의 방이 공실이었고 대부분 기본적인 가구조차도 구비되지 않았다· 나는 일층에서 대문과 가장 가까운 방 하나를 잡고 그곳에서 잠시 휴식했다· 내가 자리잡은 방은 책장이 하나 덩그러니 놓인 넓은 방이었다·

그 책장엔 열댓권 정도의 책이 꽂혀 있었는데 ‘제국의 아침밥’이니 ‘시골 청년 가가멜을 전설의 대용병으로 만든 식사들’ 따위의 요리책이 전부였다·

몇몇 책에는 검댕과 밀가루로 된 트리샤의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는 시간이 남으니 잠시 책을 뒤적거리며 나도 활용할 수 있을만한 요리 레시피를 추려내 필사했다· 겸사겸사 실베린에게 보낼 편지도 썼다·

윗드러프관에선 식사에 부식까지 제공되었지만 가시정원은 조금 달랐다· 식재료는 정원에 있는 플랜테라에게 말하면 원하는 걸 가져다 주지만 메이드가 없어서 직접 요리해 끼니를 때워야 했다·

이곳에서 지내려면 요리 실력을 키워야 했다· 트리샤랑 식사 당번을 번갈아 분담하기엔 그녀의 요리실력은 끔찍했다· 그 요리실력으로 여기서 뭘 먹으면서 버티고 있었나 걱정이 될 정도다·

귀한 태생이라고 하니 일평생 남이 주는 것만 받아 먹고 살아왔겠지·

또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 플랜테라가 재료는 다 가져다줄테니 요리도 나에겐 문제될 건 없고 가구도 내가 만들면 된다·

나는 방을 나섰다· 그렇게 기숙사 대문을 열고 떠나려 하니 이층에서 트리샤가 그 소리를 듣고 뛰쳐나왔다·

“어디가!”

“윗드러프관에 가려고·”

“이 밤중에? 내 이불 줄게!”

나는 맨바닥에서도 잘 잔다· 침구가 없어서 가는 게 아니었다· 스티치는 미궁에선 작동하지 않았기에 편지를 날리려면 밖으로 나가야했다·

“그것 때문이 아니야·”

“입학식 준비하려고? 내일 마스터스 클래스 입학식은 금지된 숲에서 치뤄지는 건 알고 있지?”

“···뭐?”

“윗드러프관에도 아마 편지가 가긴 했을건데 못 봤어? 미궁에 있는 금지된 숲 말이야·”

반가운 소식이다· 기숙사 입주하는 것도 그 난리였는데 입학식은 어떤 소동이 벌어질까 걱정이었다· 

“그래· 기억해 둘게· 내일 봐·”

트리샤가 떠나는 내 등에 대고 소리쳤다·

“나 심심하니까 빨리 돌아와!”

 

***

 

 

또 기억이 지워져 있었다·

루나는 주위를 살폈다· 그녀는 윗드러프관 복도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를 간신히 억눌렀다·

정황상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녀가 멈춰선 곳은 3층 복도 끝자락이었다·

복도 끝 창문에는 희미한 달빛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또다시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온몸의 힘이 풀려 단검이 스르르 떨어졌다·

“그만해· 제발···그만해·”

이제는 자기 자신이 무서워졌다· 이대로면 정말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다· 미지의 공포가 그녀를 짓눌렀다·

루나는 품안에서 실베린의 편지를 꺼내들었다· 헌데 편지는 피로 얼룩져 아무런 글자도 읽어낼 수 없었다·

더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온 힘을 쥐어짜 계단을 내려와 기숙사를 뛰쳐나왔다· 

그리고 이터니아의 수호목을 향해 달렸다· 숨이 턱밑에 차올라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수호목에 당도한 루나는 나무 밑동에 머리를 대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여전히 그곳에 안식은 없었다· 검은 형체는 수호목 주변을 둘러싸고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를 맞이했다·

그것들은 루나가 슬퍼하고 괴로워할 수록 힘을 얻고 즐거워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어떻게····”

[너에게 안식이 있을 것 같아?]

[유년시절을 떠올려 봐· 네 삶은 저주받았어·]

[교수조차도 널 포기하고 떠났어·]

[이게 네 운명이야· 받아들여]

검은 형체들이 루나를 비웃고 조롱하고 저주했다· 그녀의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을 끄집어내 좌절감과 무력감을 증폭시켰고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하라고 종용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녀의 정신은 이 모든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로 괴로웠다· 

루나는 그곳에 엎드려 한참을 흐느꼈다· 그리고 그녀는 수호목에게 간절히 빌었다·

“제발 제발 안식을 주세요·”

구름이 걷히고 달빛이 수호목을 비췄다· 루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주 잠깐동안 수호목이 그녀의 요청을 듣고 세상을 조용하게 만든 것 같았다·

잠시 착각을 한 것인가 자신을 의심했다· 헌데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검은 형체의 목소리가 하나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잔잔한 파도에 쓸려나가는 것처럼 무언가가 밀려와 그것들을 지워내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루나를 둘러싼 세상이 완전히 고요해졌다· 세상이 완전히 침묵하자 그동안 잠들어 있었던 감각이 깨어났다·

달빛에 비친 수호목이 아름답게 보였다· 나무들이 바람에 쓸리는 소리가 경쾌했다·

풀벌래의 소리· 차가우면서 맑은 밤의 공기· 흙냄새· 피부에 맞닿을 정도로 가까웠지만 오랜기간 잊고 있었던 것들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기분좋은 감각이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숲의 깊은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루나는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경계했다·

누군가가 루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 발소리의 주인 또한 루나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수호목으로 다가왔다· 

곧이어 달빛이 비추는 곳에 가면을 쓴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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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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