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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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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나는 캠퍼스를 잠시 거닐었다· 미궁에 가기엔 아직은 이른 시간이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축제이니 모처럼 기운 좀 내서 한동안 캠퍼스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난 입학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참석한다 해도 그곳에 내 자리는 없고 내 이름이 불릴 일도 없다· 개식이 진행되고 얼마 있다 나는 미궁으로 향해야 했다·

길을 걸어가다보면 두 세 걸음에 한 번씩 어깨에 사람이 치인다· 캠퍼스에 혼자인 건 나밖에 없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파를 가로지를 때마다 몇몇은 나를 신비한 동물을 보는 것처럼 눈을 흘긴다· 

나도 이터니아의 학생인데 왠지 외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저기! 저기요! 잠깐만요!”

인파를 비집고 누군가가 소리치며 가까이 다가온다· 내 손목이 잡히기 전까진 그것이 나를 찾는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두 소녀가 내 앞에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들 뒤에 다섯의 젊고 건장한 남자들이 따라붙었다· 

“데미안님 데미안님 맞죠?”

나는 두 소녀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았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머뭇거리자 한 소녀가 멋적은 듯 웃으며 자기 이름을 말했다·

“역시 데미안 님이 맞았네요· 저희 낸시랑 볼로냐예요· 몇 달 전에 위젤 기사단의 사교회에서 같이 있었잖아요· 기억하시죠?”

그 얼굴이 뇌리에 스쳐지나간다· 기사단의 포퍼 영감님이 나를 후원해주고 낸시와 볼로냐는 영감님의 조카딸과 친딸이었다· 이 소녀들이 춤을 가르쳐준다 했었는데 나는 도망쳤었다· 

나는 반갑게 인사했다· 

“어 네· 물론 기억납니다· 어쩌다 이 먼 곳까지 오신 거죠?”

낸시와 볼로냐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

“위젤 기사단에서 입학생이 두 명이나 나왔거든요· 데미안 님은 물론 합격할 걸 알고 있었고요· 이런 경사를 놓칠 수 없죠·”

“그럼 뒤에 있는 남자분들이····”

“아뇨· 쟤네들은 그냥 저희를 따라온 친구들이에요·”

다들 생김새가 군더더기 없고 멀끔하다· 낸시가 손으로 하나씩 가리키며 말했다·

“저 친구는 프란츠 황자님이랑 안면이 있고 저 친구는 소비뇽 대농장을 운영해요· 소비뇽 와인들어보셨죠? 다들 입학식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어요·”

입학식 한 번 보겠다고 한 달이 걸리는 길을 오다니 얘네도 한편으론 대단하다·

낸시가 웃으며 말했다·

“헤헤 뒷모습 보고 혹시나 해서 계속 졸졸 따라다녔는데 진짜 데미안님이었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볼로냐도 한마디 건넸다·

“근데 데미안님은 혼자세요? 가족 분들은요?”

이제 하나씩 떠오른다· 생각해보니 이 소녀들은 나를 검술 명문가의 자제 같은 걸로 알고 있었다· 나에 대해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딱 좋은 타이밍에 걸렸다· 오해가 커지기 전에 환상을 깨버리는 게 낫겠지·

나는 구태여 돌려서 말하지 않았다·

“저는 가족이 없습니다·”

두 소녀의 얼굴이 살짝 굳는다·

“아 그···영지가 멀어서 안 오신 건가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저는 고아원에서 자랐습니다·”

“앗 네에····”

볼로냐가 말꼬리를 흐렸다· 미간을 살짝 찡그리고 표정이 살짝 어두워진다· 뭘 기대하고 있던 건지는 몰라도 실망한 게 틀림 없었다·

“그럼···대마법사 님은요?”

“멀리 떠나셔서 몇 달은 못 오십니다·”

“아 아쉽네요····”

잘못 걸렸다는 얼굴로 낸시와 볼로냐가 슬쩍 눈빛 교환을 한다·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사회가 경직되고 계급주의가 뚜렷해지기 마련이었다· 위젤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가문도 계급도 없는 고아한테 존대하고 편지도 보내고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다는 걸 이제서야 깨달은 표정이다·

낸시가 아무렇지 않은 척 억지로 목소리 톤을 높이고 내게 물었다·

“데미안님! 데미안님은 입학식 때 단상에 올라가세요? 학부 대표로요! 데미안님은 대마법사님의 제자이시잖아요·”

그녀의 눈동자에는 계산적인 기대 그리고 허영이 깃들어 있었다· 

“그건···왜 물어보시죠?”

“아 그 소문 못 들으셨어요? 각 학부에서 수석하고 차석은 프란츠 황자님이 리그베드의 축하 무도회에 초대하신댔어요·”

볼로냐가 거들었다·

“친지랑 가족들도 전부 초대한대요·”

두 소녀의 목소리는 은근한 기대감에 젖어 있었다· 내가 단상에 올라가면 자기들도 곁들여 초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기야 나는 가족도 없고 이들은 내 후원자의 딸들이니 명분은 있긴 하다·

막연한 느낌이긴 한데 날 징검다리 내지 동아줄로 보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이해는 한다· 입학식 단 하나만 보고 한 달이나 들여 이터니아에 왔는데 평범한 입학생으로는 성에 안 찰 것이다· 욕심도 나겠지· 황자님 존안도 한 번 뵙고 싶고 제일 잘난 놈 하나 끼고 만인의 관심과 우월감도 느껴보고 싶을 거다·

“···저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네요· 저는 중간에 걸쳐있는 성적입니다·”

그 둘의 눈빛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마법사의 제자라는 기대치에는 충족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네에· 조이스랑 비슷하시네요· 그것도 엄청 대단한 거죠····”

“혹시 바리안느님이랑은 친분····”

그러자 볼로냐가 그만하라는 듯 낸시를 쿡쿡 찔렀다· 두 소녀는 잠시 조용해졌다·

여기서 버티고 있어봐야 서로 힘들어질 뿐이다· 나는 정중하게 작별을 건넸다·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두 분 정말 반가웠어요· 기사단의 두 친구한테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포퍼 단장님께는 조만간 직접 편지를 올리겠습니다·”

“아 네에····”

할 이야기가 더 있어보였지만 나는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그리고 인적이 없는 구석에 가서 벽에 몸을 기대고 잠시 숨을 돌렸다·

나는 품안에 손을 넣고 가면을 꺼내 얼굴에 썼다·

가면이 이렇게 편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다· 마치 내 본 모습을 찾은 것처럼·

***

한 남자가 특별 지정석으로 다가왔다· 빈 자리를 노려보던 세 여자의 시선이 그 남자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은 남자의 행상을 살피곤 실망한듯 한숨을 쉬었다· 

이터니아의 서기관이었다· 

“곧 있으면 입학식이 시작됩니다· 시간이 아직 남았으니 가족이나 친지 분들과 미리 인사 나누세요· 개식이 진행된 이후로 마음대로 자리를 이탈하는 건 안됩니다·”

세 여자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서기관을 노려본다· 당장에 멱살을 잡고 따질듯이 시온의 심기가 안 좋아지자 이리스가 서둘러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서기관이 떠나기 전에 세실이 그를 붙잡고 물었다·

“한 자리가 비었는데 왜 아직까지 안 오는 거죠?”

“곧 올 겁니다· 아 저기 오고 있네요·”

서기관이 가리킨 방향에 여자들이 전부 고개를 돌렸다·

멀끔하고 귀티가 나는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는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고는 자신을 소개했다·

“반갑다· 이번 입학식에 전투부 대표로 서게 될 루퍼트 로위라고 한다·”

그러고는 한명씩 돌아가며 악수를 건넸다· 

시온은 싸늘한 시선으로 악수를 무시했다· 세실 또한 마찬가지였다·

릴리트는 긴가민가한 시선으로 루퍼트를 훑고는 떨떠름하게 악수를 받았다·

이리스는 입은 활짝 웃었지만 눈은 울상인 상태로 인사를 받았다·

“정말 반가워!”

루퍼트가 지정석에 앉자 분위기는 더할나위 없이 싸늘해졌다· 이리스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어서 입술을 살짝 깨물고 주변 눈치만 살폈다·

시온은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이리스도 이상해진 분위기가 감당이 안 되는지 뒤이어 잠시 자리를 비웠다·

테이블엔 루퍼트와 릴리트 그리고 세실만이 남아 있었다·

릴리트가 루퍼트의 얼굴과 체형을 뚫어져라 살폈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 속 그 남자와 대조했다·

루퍼트가 그녀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허연 이를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릴리트라고 했지? 이야기 들었어· 듣던대로 엄청···예쁘네·”

“저기···· 우리···만난 적 있었나?”

“어···· 음? 글쎄 리그베트 사교회에서 몇 번 스치긴 했었지?”

“아니···· 입학시험에서····”

루퍼트가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만나진 않았을 걸?”

“진짜 확실해?”

세실을 무심하게 머리를 빗다가 그 둘의 대화를 듣고는 픽 웃었다· 그건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풋 푸흐흣·”

릴리트가 눈살을 구기고 세실을 바라보았다· 무례한 태도엔 확실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저기 마음에 안드는 게 있으면····”

세실이 릴리트의 말을 곧장 끊어버렸다·

“웃기네· 널 마법부 차석으로 앉게 해준 사람이 누구인지도 못 알아보니?”

“···뭐?”

“걔한테 온갖 도움은 다 받아놓고 이용할거 다 이용하고 걔가 누구인지조차 몰라서 엄한 사람 붙잡고 있냐고· 양심도 없는데 멍청하기까지 하구나?”

험악한 분위기에 루퍼트의 눈이 토끼눈처럼 커졌다· 그는 두 여자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말했다·

“어···음 나는 잠깐 가볼게· 마저 이야기 해·”

그러곤 둘만 남기고 슬며시 자리를 빠져나왔다·

릴리트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머리가 점점 하얘져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

“왜 그렇게 찾아? 아직 이용가치가 더 있어서? 차석 자리 유지하는데 걔가 더 필요해?”

“뭘 안다고 말을 그렇게····”

“그게 네가 늘상 하는 짓이잖아? 남자애들한테 꼬리쳐서 이용할 거 다 이용하고 단물 빠지면 버리는 거·”

무릎에 올려둔 릴리트의 두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런 거 아니야·”

“뭐가 아닌데? 정말 웃긴다· 넌 그동안 이용해먹은 남자애들 중에 단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교제한 적 있어?”

릴리트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작정하고 뒷조사를 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릴리트의 촛점이 점점 흐려졌다·

“···뭘 안다고 그래?”

세실이 경멸조로 말했다·

“뻔하지· 걔 가면 뒤에 화상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있으면 어쩔거야? 가문도 빽도 돈도 한 푼 없는 고아라면? 이것저것 재다가 더 좋은 장난감이 나오거나 같이다니기 쪽팔리겠다 싶으면 귀신같이 쳐내겠지· 그게 소위 ‘잘난 귀족’들이 늘상 하는 짓이잖아?”

“····”

릴리트가 아무런 응답 없이 있자 세실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난 너같은 애가 정말 싫어·”

릴리트는 특별석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녀는 생기없는 눈으로 허공을 주시했다· 최고의 날이 될 줄 알았는데 최악의 날이었다·

주머니에서 혈흔이 남은 손수건을 꺼냈다· 입학시험에서 그 남자의 상처를 닦아준 것이었다· 아끼던 손수건이지만 세탁하지 않았다·

그녀는 힘없이 손수건을 바라보았다·

세실의 말이 전부 맞았다· 외모를 이용해서 남자를 꼬셨고 이용하고 선을 넘고 접근하면 버렸다· 

그래서 ‘이번엔 다르다’는 말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었고 릴리트의 진심은 아무런 무게감이 없었다· 

그렇기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진지하게 따져본 적이 없었다· 가면 뒤에 뭐가 있을지· 어떤 신분을 가지고 있을지· 어떤 가문을 끼고 있을지· 릴리트에게 피어오른 감정은 속물적인 계산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그냥 생각이 났을 뿐이다· 

플랜테라에게서 구해주던 때가 생각났고 상처를 닦아주던 때가 생각났고 같이 야영하던 때가 생각났고 자는 척하고 있던 자신의 손에 사탕을 꼭 쥐어주던 게 생각났을 뿐이다·

밥을 먹을 때나 목욕을 할 때나 침대에 누워있을 때나 자꾸만 생각이 났다· 그래서 다시 보고싶었다· 그게 그녀의 진심이었다·

릴리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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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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