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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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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이터니아의 영역을 벗어나니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실베린은 마차를 세웠다· 그 주위를 빙둘러 호위하던 성기사들도 잇달아 말을 세웠다· 눈 덮인 숲길 한가운데서 예고도 없이 갑자기 멈춰서니 다들 의아한 표정이었다·

실베린이 마차 문을 열고 기지개를 피며 나왔다· 

“끄응· 아 여기서 해산이야·”

성기사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본다·

파견대장이 의아해하며 그녀 앞에 다가왔다·

“실베린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말길 못알아 먹어? 너네들이랑 나는 여기서 갈라진다고·”

무슨 변덕을 부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또 뭐가 심기를 거스르는 걸까·

이터니아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실베린의 성미는 날카로워지고 변덕스러워졌다· 이 겨울날에 청포도를 대접하라질 않나 모피 이불이 아니면 잠이 안 온다질 않나· 요구사항도 끔찍할 정도로 까다로웠다· 성기사들은 실베린의 비위를 맞추기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갈수록 악화만 됐다·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파견대장은 난색을 표했다·

“그럼 성도에는····”

“내가 알아서 갈거야· 난 따로 들릴 곳이 있거든·”

“실베린님이 성도에 도착하실 때까지 호위하는 것이 저희 임무입니다· 어딜 가시든 저희가 동행하겠습니다·”

“말은 똑바로 해· 누가 누굴 지킨다는 거야? 지긋지긋해· 내가 너네들을 지키고 있는 거겠지·”

“그 그건····”

성기사들도 실베린에게 호위가 필요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호위는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다만 교단 입장에서도 대마법사에게 먼길 알아서 건너오라고 통보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마법사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동행하는 것인데 이런식으로 말하니 뭐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실베린이 팔짱을 끼고 파견대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뭐해? 안 가고?”

“····”

실베린의 눈빛에 노기가 깃들었다· 곧이어 그녀의 마력이 고삐가 풀린 것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저희도 받은 임무가····”

“하루 이틀 늦게 도착한다고 세상이 멸망해? 이 거머리같은 버러지들아· 꺼져 썩 꺼지라고· 니들이 입학식의 의미를 알기나 해? 그게 애들 잔치같아? 하나뿐인 제자 입학식도 못 지키는 심정을 니들이 알아? 지금 눈에 보이는 건 다 불태워버리고 싶으니까 개죽음 당하기 싫으면 다 꺼져·”

실베린의 머리카락이 조금씩 부유하기 시작했다· 마력에 반응해 대지에서 화기가 점점 올라왔다· 새하얗던 눈밭이 금새 녹아버리고 땅에선 증기가 피어올랐다·

기분 변화에 따라 한겨울의 얼어붙었던 대지가 순식간에 익어버릴 정도의 초월적인 마법력· 그들이 일생동안 마주했던 마법사들과 규모부터가 달랐다· 십수년간 생사를 넘나드는 수련을 해온 성기사들 마저도 공포에 숨이 턱턱 막혔다·

파견대장의 등에는 진땀이 줄줄 흘렀다· 이 이상 비위를 맞추고 동행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는 눈짓으로 부관에게 철수를 명령했다· 성기사들이 신속하게 대열을 재정렬했다· 

“여러모로 결례를 범해 죄송합니다· 저희는 먼서 나서서 성도로 이어진 눈길을 다져놓겠습니다·”

그제야 실베린의 마력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성기사들은 더는 지체하지 않고 실베린의 마차를 두고 앞서 떠났다· 

실베린은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가만 지켜보고는 이내 구두를 벗어서 마차에 휙 던져버렸다·

뒤이어 목걸이를 제외한 모든 악세서리를 벗어서 보석함에다 담았다·

후열 마차에서 그 모습을 본 시녀 한 명이 재빨리 실베린의 수건을 챙겨 그녀의 옆에 붙었다·

“···가자·”

실베린은 맨발로 길을 벗어나 숲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녀가 나아가는 숲길은 이윽고 협곡으로 접어들었다· 칼바람이 불었다· 맨발에 얇은 드레스 차림인데도 실베린은 그 어떤 한기도 느끼지 않았다·

협곡을 한참 걸어가자 버려진 유적지가 나타났다· 실베린은 유적지의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육각형의 커다란 욕탕이 있었다· 탕 안에 있는 물은 꽁꽁 얼어 있었다·

실베린은 이에 아랑곳 않고 드레스의 어깨끈을 풀었다· 곧이어 옷이 스르륵 내려가고 실오라기 없는 새하얗고 가녀린 몸이 드러났다·

그녀가 욕탕을 잠시 내려다보자 얼음이 쩍쩍 갈라지더니 곧이어 물 밑바닥에서 뜨거운 열기와 기포가 피어올랐다·

실베린은 한 손에 데미안의 피가 담긴 유리병을 쥐고 그 안에 곧장 몸을 담갔다·

오랜만에 목욕을 하니 그동안 쌓인 피로가 싹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정화의 욕탕· 

그리고 이 유적지 너머엔 별의 제단이 있었다·

수백년 전 맥이 끊겼다고 알려진 고대의 마법이 비밀스럽게 전승되는 곳· 교단의 눈은 피해야 했다· 같은 신을 섬기지만 그들의 방식은 교단과 완전히 달랐다·

바로 데미안의 신탁을 받기 위해 찾아온 곳이었다·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욕탕에서 몸을 깨끗이 정화해야 했다· 

실베린은 두 손으로 유리병을 들고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볍게 입을 맞춘 뒤 볼에다 대고 잠시 그 박동을 느꼈다·

“···너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

혼자서 심호흡을 하고 있는 루퍼트의 뒤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뭔지 모를 서늘한 기운에 그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엔 시온이 서 있었다· 검집에 손을 올린 채로·

“···뭐 뭐야?”

“나랑 할 이야기 있지 않아?”

“무슨 이야기?”

“전투부 대표 거기 네 자리 아니잖아?”

루퍼트가 눈을 좁히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이제 그만 인정해· 이 자리는 내가 쟁취한 거야· 그레이스산 정상에서 널 이기고 당당하게 얻어낸 거지·”

“지금 증명해볼래?”

시온이 엄지손가락으로 검을 밀어올렸다· 시퍼런 검날이 드러났다· 시온이라면 정말 입학식장 한 가운데서도 물불 안 가리고 칼을 휘두를 여자였다·

루퍼트가 깜짝 놀라서 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 아니 잠깐 알아 안다고· 진정해· 그냥 이상한 소문이 돌아서 떠본 거야·”

“····”

“게일 바리안느가 차석인데 자기가 수석이 아니면 대표로 서기 싫다고 거절했어· 그 다음인 빅터도 같은 이유로 거절했고· 그래서 내가 나온 거야· 걔들도 너랑 비슷해 자존심 더럽게 세고 성격 대쪽같은 애들이야· 너도 봤잖아?”

게일과 빅터는 일전에 시온과의 맞대결에서 패배한 이들이었다· 자존심 상 누군가의 아래에 있는 걸 납득하지 못할테니 단상에 서길 거부하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시온은 그들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인상을 쓰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패배자들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뭐? 패배자? 무슨 소리야? 수석은 너고 차석은 게일이고· 내가 들은 건 그것 뿐인데?”

시온의 말을 잠잠히 곰씹던 루퍼트의 눈이 점점 커졌다·

“아···설마 설마 그 소문이 진짜냐? 산 정상에서 너랑 경쟁한 놈이 있다는 게?”

“아는 거 다 말해·”

“야 야 진정해· 나는 그냥 소문만 들었는데· 아무것도 몰라· 니가 직접 봤으니 네가 더 잘 알거 아니야?”

루퍼트가 뭘 알고있을리 만무했다· 김이 다 빠진 시온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아니 그것보다 게일이 ‘패배자’라는 소리를 들으면 무지 열받겠는데·”

“내 알바 아니야·”

“왜 그렇게 서로 못 죽여서 안달이야? 동족혐오같은 거냐? 게일도 너랑 똑같은 독종이긴 해· 조만간 너한테 다시 도전한다는 소문도 돌던데·”

“언제든지 오라고 해·”

더이상 대화할 가치를 못 느낀 시온은 자리를 떴다·

***

세실은 입학식이 열리는 캠퍼스의 대연회장 맨 뒷줄로 걸어갔다· 뒤쪽은 아직도 인파가 어지러이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가 알려줬던 대로 제일 구석진 곳에서 가면을 쓴 ‘사탕이’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멀뚱히 서서 손바닥을 들고 눈처럼 떨어지는 빛의 가루를 받아내고 있었다·

신비한 광경에 넋을 놓고 있는 평범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세실은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찾아도 증발한 것처럼 그 어떤 실마리도 안 잡혔는데 이렇게 불쑥 태연히 모습을 드러내니 허탈하기까지 했다·

입학식의 주인공 행세를 해야 할 사람이 왜 제일 구석진 곳에서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처럼 서있는 걸까·

냅다 들이대면 혹여나 도망갈까 싶은 마음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사탕이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혼자 뭐해· 너 친구 없어?”

그가 천천히 세실에게 고개를 돌렸다·

“····”

세실이 잠시 눈을 마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직도 말 안해?”

“···오랜만이네·”

세실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거 알아? 저 뒤에 플랜테라들이 너 무섭게 노려보는거? 가면을 쓰고 있어서 널 입학생으로 안 보나봐· 빨리 벗어야 할 것 같은데·”

그는 무심하게 응수했다·

“날 사람이 아니라 플랜테라로 보더라· 그래서 그냥 통과했어·”

“에휴 그 촌스런 가면 언제까지 쓰고 있을 거야?”

“명품을 몰라보는구나·”

“명품? 누가 만든 건데? 장인 이름 대봐· 나 마도학부 ‘수석’이라 잘 알거든·”

세실은 수석이란 단어를 강조해서 말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면서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유명하다던데· 에르···제베트?”

“웃겨· 네에 그러시겠네요· 너 진짜 특이해· 그 가면이 그렇게 마음에 들어?”

“응· 이거 쓰면 잡상인이 안 꼬이거든·”

세실이 볼에 홍조를 띄우며 웃었다· 

“큭큭 그러네· 네가 제일 잡상인 같은데 누가 꼬이겠니·”

그는 목석같이 덤덤하게 받아쳤다·

“···마도학자는 꼬이네·”

“너 말 많이 하니까 진짜 다른 사람같아· 그 안에 사탕이 있는 거 맞아? 안 되겠어· 그거 줘봐· 그거·”

세실이 손을 불쑥 내밀었다·

“···?”

“신기한 사탕·”

“···상품 다 털어가면 나같은 잡상인은 뭐 먹고 사니·”

“빨리·”

그는 주머니를 한참 뒤적이다가 말했다·

“···다 팔려서 지금은 없네·”

세실은 자꾸만 기분이 들떠 올랐다·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고 만난다 한들 이처럼 평범하게 대화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헌데 모든 예상을 깨고 그와 태연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 없는 거 치고 말주변은 나쁘지 않네· 귀여우니까 사탕이로 인정해줄게·”

“····”

“그건 그렇고 내가 준 서리바람 폭탄은 어떻게 했어?”

“적당한 곳에 썼어·”

“써보니까 어때· 쓸만하지?”

“응·”

세실이 가자미눈을 뜨고 말했다·

“···너 ‘전체 수석’ 먹는데 내가 기여한 거 맞지?”

“····”

그가 세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고 있냐는 눈빛이었다·

세실의 정보력으론 진짜 수석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세실이 씩 웃고는 그에게 바짝 몸을 붙였다· 그러고는 가면의 코를 검지로 툭툭 두드렸다·

“발뺌하지마· ‘나 당황했어요’ 얼굴에 다 쓰여있어· 나한테 빚진 거다·”

“···수석 아니야·”

***

혼자서 앉아 훌쩍이고 있는 릴리트에게 누군가가 다가갔다·

그녀의 친구인 마티아스였다·

마티아스는 눈물자국에 화들짝 놀라 릴리트의 등을 쓸어냈다·

“릴리트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울고 있어?”

릴리트는 팔뚝으로 눈물을 쓱쓱 닦아내곤 등에 올린 마티아스의 손을 밀어냈다·

“별거 아니야· 무슨 일인데·”

“뭐가 별거 아니야· 나한테 말해줄 수는 없어?”

“너랑 상관 없는 일이야· 왜 왔는데?”

마티아스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네가 말한 그 가면 쓴 놈· 여기 온 것 같아서·”

“···뭐?”

“저기 연회장 뒤쪽에 있던데· 가면 쓴 놈은 걔 하나야· 혹시 걔 때문이야?”

릴리트는 손바닥으로 다시 눈물자국을 쓱쓱 닦아냈다· 그러곤 마티아스를 내버려두고 바로 연회장 뒤쪽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는 헤어진 연인을 찾는 것처럼 연회장을 열심히 살폈다·

그리고 분주히 이동하는 사람들 틈바구니로 정말로 그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검붉은 머리· 나무로 된 가면· 가짜가 아니다· 의심할 것 없이 그 남자였다·

릴리트는 인파를 힘겹게 비집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가까이 다가가서야 발견할 수 있었다·

가면을 쓴 남자· 

그리고 그 옆에는 세실이 바짝 붙어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릴리트는 손에 쥐고 있는 손수건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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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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