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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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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2

그가 수석을 부정하자 세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궁금한 게 있어·”

“뭔데·”

“왜 수석 자리를 마다하는 거야? 모두가 그 자리에 올라가겠다고 죽어라 피땀 쏟아냈는데 정작 일등한 사람은 자리를 박차고 딴짓이나 하고 있잖아·”

“····”

“···입학식은 그냥 구경만 하려고 온 거니?”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실은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했다·

“그건 좀 마음에 안 드네·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해도···· 이터니아는 매년 학부별 수석들한테 반지를 주는 거 알아? 그거 하나만 있어도 어딜 가든 편하게 먹고 살 수 있어· 갖고 싶지 않아?”

“····”

“좋아· 율리시아 공국의 가이낙스 공녀님도 여기 참석한 건 알지? 이터니아에 방문한 이유를 대놓고 천명하지는 않았지만 뒤에선 가이낙스 공작가가 쓸 만한 사윗감을 찾으려 왔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 가이낙스 가문은 대대로 유전병이 있어서 신체적으로 강건한 씨앗이 절실하거든·”

그는 세실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지금 남자애들 다 공녀님 눈에 한 번 띄겠다고 옷도 멋지게 차려입고 어깨에 힘 꽉 주고 있더라·”

그는 세실의 말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공녀니 황자니 하는 건 마치 자신과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는 것처럼·

“너는 이런 이야기 들으면 사나이의 야망같은 게 안 끓어오르니? 네가 입학생 대표로 단상에 올라가면 어떤 엄청난 혜택을 받을지 생각해 봐· 제아무리 잘나가는 귀족이라도 이런 기회는 오지 않아· 공국은 물론 제국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을 거야· 조금만 구슬리면 막대한 후원금도 땡길 수 있겠지·”

“좋겠네·”

“넌 이터니아에 들어온 이유가 뭐야? 사람들한테 존경받고 돈도 벌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온 거 아니야?”

이터니아 학생 누구나 동의할 만한 물음에 그는 긍정하지 않았다·

“난 지금도 충분해·”

그의 속내를 짐작하기 힘들었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석 자리가 남에게 넘어간 것이 배아플만도 한데 이에 아무런 미련도 보이지 않는다· 

세실은 그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모든 걸 다 포기한 사람처럼 공허하고 염세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아니다·

마치 내면 안에 이미 응어리진 무언가가 이미 가득 차 있어서 출세욕이나 명예욕같은 게 차오르지 못 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세실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 응어리가 무엇인지는 세실로서는 알 방도가 없었다·

“그래· 혹시나 해서 그런 건데 저 멀리 고향에 약혼자라도 두고 왔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아니·”

그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본 세실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그럼 됐어· 이제 곧 입학식 시작해·”

세실이 떠나기 아쉬운 듯 머뭇거리자 그가 딱 잘라 말했다·

“가봐· 마도학부 수석이 이상한데 빠져 있으면 안 되지·”

“흥 그래· 간다·”

세실은 별다른 작별인사도 없이 휙 돌아섰다· 그렇게 몇 걸음 가다 다시 할 말이 떠올라 몸을 돌리고는 말했다·

“···우리 학교 안에서 또 볼 수 있는 거지?”

“응· 아주 가끔씩·”

혼자서 가면을 쓰고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상상했지만 어쩐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궁금한 게 많았지만 그에게서는 원하는 대답은 못 들지 못할 것이 뻔했다·

“그래 귀찮게 캐묻지는 않을게·”

***

손수건을 떨어뜨렸다는 것조차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헛것을 본 게 아니었다· 진짜 그 남자가 있었다·

그는 릴리트에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대화를 건넨 적이 없었다· 

헌데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냉대하던 것과는 달리 그 둘은 서로 오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송곳으로 가슴을 쿡쿡 찌르는 것 같았다· 

그 남자에게 미운 감정이 들 만큼 서운했고 그 감정은 점점 발전해 형언하기 힘든 설움이 되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쓰라림이었다·

릴리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그의 옆에 다가가 말을 걸 수도 없었고 여우같은 세실을 밀어낼 수도 없었다·

세실의 말처럼 릴리트는 그에게 받기만 할 뿐 도움을 줄 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녀는 충동적인 감정에 휘말려 지금의 자신을 만든 모든 과거를 저주했다· 무능하고 짐 덩어리 같은 자신이 끔찍하게 혐오스러웠다·

릴리트는 가만히 서서 흐르는 눈물을 계속 닦았다·

“나는···아무 쓸모도 없는 년이야·”

***

마티아스는 뒤늦게 릴리트를 찾아나섰다· 

그의 속은 복잡하게 꼬여 있었다· 릴리트가 그토록 애달프게 우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 적어도 친구의 입지는 차지했다고 생각했는데 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가면을 쓴 놈을 찾았다고 이야기하자 화살처럼 달려 나간 것도 마티아스의 속을 쓰리게 했다·

가면을 쓰고 다닌다는 괴짜를 왜 그렇게 찾아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릴리트에게 그 놈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신경이 거슬렸었다· 릴리트가 열과 성을 다해 남자를 쫒아다니는 건 굉장히 생소한 일이었다· 

마티아스와는 감정적 거리를 두면서 그놈에겐 온 신경을 쏟으니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를 도우면서 릴리트 또한 그 남자의 이름과 얼굴을 모른다는 걸 깨닫고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게 연정으로 엮인 것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굴도 이름도 신분도 모르는 인간에게 연심을 품는 건 불가능했다· 마티아스를 비롯해 그녀를 쫒아다니는 수많은 남자들의 지위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입학식장에서 릴리트를 찾아나서는 순간에도 그걸 믿고 있었다· 연정에 관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인파를 뚫고 마티아스는 마침내 릴리트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그녀는 사람들 한가운데 덩그러니 서서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릴리트 릴리트!”

마티아스가 목청껏 그녀를 불렀지만 무언가에 정신이 쏠려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가 다가가 릴리트의 한쪽 어깨를 잡았지만 마티아스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는 그녀가 아끼던 손수건이 인파들에 여러차례 짓밟혀 걸레짝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마티아스는 손수건을 챙기고 릴리트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녀는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애처롭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릴리트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마티아스도 눈을 고정했다·

멀찍이 떨어진 구석진 곳에 가면의 남자 그리고 마도학부에서 가장 유명한 세실 폰타르가 그의 옆에 바짝 붙어 있었다·

이 모든 정황은 단 하나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는 모든 걸 직감했다·

릴리트의 그 모든 행동들이 연정과 관련된 것이었음을· 그리고 그 연정은 가면의 남자에게 향해 있었음을·

마티아스가 그녀의 옆에 있었지만 릴리트는 애달프게 훌쩍거리며 가면의 남자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한편으로 마티아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지?

얼굴도 이름도 신분도 모르는 놈한테 연정을 품는 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릴리트는 그놈이 대단한 실력자인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정작 놈은 전투부 수석도 차석도 아닐 뿐더러 그 다음 다음 순위도 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릴리트의 마음을 어지럽힌 것이 뻔했다·

‘대체 저 놈이 뭐라고?’

릴리트에게 잘보이겠답시고 그토록 챙겨주고 도와주고 물심양면 아끼지 않았는데 뭐가 안 돼서 자신이 밀린건지 납득이 되질 않았다·

그 부조리를 곰씹을수록 마티아스의 내면엔 놈에 대한 질투심과 분노가 피어올랐다·

***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집사가 말한 검은 무언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입학식을 코앞에 두고도 일부 교수들은 회의실에 남아 다급하게 논의를 나누고 었다·

정령학 교수의 무기력한 한마디에 학장 듄켈이 눈살을 구겼다·

루나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집사가 직접 찾아와 그녀의 상태에 대해 상술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교수진 몇 명이 붙어도 루나를 괴롭히는 게 뭔지 알아낼 수 없었다·

듄켈이 물었다·

“정령이 아니라 사념체 문제일 수도 있다는 말인가?”

사념체에 관련된 문제는 당장에 해결할 수 없었다· 사념체를 감지할 수 있는 재능들이 극히 드물 뿐더러 이에 관한 이터니아의 인력은 전부 북부에 있기 때문이었다·

“정령을 넘어서 사념체까지 감응할 정도로 특별한 재능의 소녀이긴 합니다만 이터니아는 사념체들이 함부로 오고갈 만한 곳이 아니니 사념체의 문제도 아닐 겁니다·”

연금부 조교수가 말했다·

“포션 중독에 의한 환각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상태가 심각합니다· 뭘 한건지 모르겠지만 엄밀히 말해서 마약 중독자랑 몸상태가 다를 게 없습니다·”

끔찍한 일이었다· 재능이 넘치고 성실하고 어린 소녀가 대체 어떤 일을 겪었길래 마약성 포션에 손을 댄 건지 듄켈은 속이 몹시 쓰렸다·

“마냥 포션 중독이라 보기 어려운 특이점도 하나 있습니다·”

듄켈이 관자놀이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물었다·

“뭔가?”

“마력이 고갈되어 있습니다· 마력의 용적이 적은 것도 회복력이 안 좋은 것도 아닌데 무슨 수를 써도 마력이 회복되질 않습니다·”

듄켈이 침음을 흘렸다·

정령 결속의 우열이 뒤집어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정령은 계약자의 마력을 받고 세상에 현현하고 힘을 발산한다· 그리고 계약자가 결속의 우위를 차지해야 정령을 지배하고 다룰 수 있다· 극히 드물게 정령이 그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계약자의 의지를 무시하고 정령이 마력을 원하는대로 수탈하게 된다·

헌데 정령술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소녀가 이같은 실수를 범할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루나의 방대한 마력을 전부 빨아들일 정도면 분명 정령 폭주 현상이라도 벌어져야 하는데 이터니아 내에선 그 어떤 이상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조용한 복도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발소리는 회의실 앞까지 다가와 마침내 누군가 문을 덜컥 열었다·

문을 연 사람은 혼수상태에 있던 루나를 간호하던 메이드였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교수들에게 소리쳤다·

“루나가 루나가 없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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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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