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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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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3

목욕재계를 마친 실베린은 물기를 닦고 다시 옷을 입었다· 시녀를 마차가 있는 곳으로 돌려보내곤 욕탕과 이어진 회랑을 걸어나섰다·

그리고 회랑의 끝에 다다르니 고대 문자가 새겨진 대형 석판이 앞을 가로막았다· 실베린은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녀의 손끝이 석판의 어느 한 지점에 닿자 공간이 물결처럼 일렁였다·

‘성운의 커튼’이라 불리는 대결계· 외부인은 침입이 완전히 불가능하게 공간을 왜곡시키는 마법이었다·

공간계 마법은 수백 년 전에 전승이 끊기고 기록이 말살되었다고 세간에 알려져 있지만 별의 제단은 세상의 눈을 피해 그 명맥을 보전했다· 

하지만 공간계 마법은 부차적인 것일 뿐이다· 별의 제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점성술이었다·

제단은 별을 통해 인간 삶의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성장과 쇠락 삶과 죽음 때때로 운명이 지어 준 연인에 대한 힌트도 캐낼 수 있었다·

미래를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삼라만상을 인간의 눈으로 헤아리는 건 그저 돋보기로 거대한 강의 흐름을 살피는 것과 같았다· 별의 제단에서 얻은 정보로 운명을 바꿀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했다·

그렇지만 실베린은 데미안에 관한 정보라면 무엇이든 많이 알고 싶었다· 인간사라는 게 항상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었으니 티끌만큼의 정보라도 절실했다·

그녀는 제단에 진입하기에 앞서 잠시 옛 생각에 잠겼다· 오 년 만에 다시 방문하는 것이지만 실베린에겐 그때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실베린의 과거는 예정된 운명을 바꾸기 위한 투쟁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투쟁은 결국 실패했고 그 종지부를 찍은 곳이 바로 별의 제단이었다·

그녀는 그 과정을 두 번이나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미래를 보는데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그리고 미래를 아는 걸 넘어 그 미래를 바꾸려면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리고 실베린은 그 대가를 치르길 포기했었다·

데미안에게 주어진 운명이 영웅적인 삶이 아니어도 좋다·

만인의 존경을 받는 삶이 아니어도 좋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않아도 좋다·

한낱 필부로 남아 간신히 연명을 해야 하는 운명이어도 좋았다·

실베린이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데미안에게 주어진 운명이 미래를 바꿔야 할 만큼 끔찍한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

모든 인파가 입학식장으로 몰리고 있었지만 데미안은 혼자서 흐름을 거슬러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사람들과 계속 어깨가 부딪치고 그럴 때마다 따가운 시선을 받았지만 데미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생활동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입학식장으로 빠져나간 탓에 발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다·

생활동 정원을 지나면서 세실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이따금 아른거렸다·

나는 뭘 이루려고 이터니아에 왔을까·

수석입학으로 시작해서 수석졸업으로 아카데미를 마치면 원하는 것을 이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수석으로 입학했으니 절반의 성공을 달성한 샘이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은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았다·

만인의 관심과 존경을 받으며 단상에 올라가 박수와 꽃다발을 세례를 마주한다 해도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

그는 그동안 이룩한 성과에 도취할 수 없었다· 지난 삶과 기억들이 매 순간 그를 몰아붙인 탓이었다·

데미안이 수호목 앞에 다다르자 뒤쪽에서 커다란 폭발 소리가 들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하얀 마법의 폭죽이 솟구쳐 올라 펑펑 터지며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입학식이 시작됐다·

데미안은 화려한 축제를 뒤로하고 미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

성운의 커튼을 열고 일렁이는 공간 안으로 들어가자 산뜻한 꽃내음이 실베린을 반겼다·

눈보라를 뿌리던 잿빛 구름은 사라지고 파랗고 맑은 하늘과 따사로운 바람이 불었다·

산뜻한 봄볕이다· 실베린은 그것만으로도 별의 제단의 명맥이 아직 끊기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계절 마법은 오랜기간 방치하면 마법 진식이 완전히 뒤틀려 해제하기 극도로 어려워지고 대지의 마력을 과흡수해 종국엔 천지를 사막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녀의 앞에는 커다란 사암 장벽이 있었다·

그리고 장벽의 중앙에는 고개를 하늘까지 꺾어야 할 정도로 거대한 석상이 근엄하게 관문을 지키고 있었다·

실베린은 관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참을 걸어가 어두운 통로를 벗어나니 수백년 전에 폐허가 된 도시의 전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도시의 정중앙에서 부유하는 거대한 하늘섬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섬은 햇빛을 가로막고 대지에 그늘을 드리웠다·

대지에 엮인 수천 가닥의 두터운 쇠사슬들이 구름을 뚫고 상승하려는 섬을 붙잡고 있었다· 오늘날의 마도학 지식을 총동원해도 재현이 불가능한 기이한 구조물이었다·

그리고 그 섬 위에 별의 제단이 위치해 있다· 

그 위로 올라가려면 섬까지 수직으로 이어진 수천에 달하는 원형계단을 거쳐야 했다·

계단을 본 실베린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에휴 아직도 그 구닥다리 전통을 따지려나·”

마법을 쓴다면 계단은 필요 없었지만 신탁을 받으려는 이는 계단을 거쳐야 한다는 율법 때문에 직접 두 다리를 써서 올라야 했다· 실베린의 회복력이라면 크게 문제될 건 없었지만 그래도 성가시고 지루한 과정인 건 어쩔 수 없었다·

실베린은 이터니아에 두고 온 제자를 떠올리며 조용히 읊조렸다·

“···돌아가면 다리 마사지 잔뜩 시켜야지·”

***

그레이스 산맥은 저혼자 불쑥 솟아 있거나 꺼진 것 없이 경사가 매끄럽고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예외인 곳이 있었다·

유려하게 뻗어 있는 산맥 한 곳에 기이하게 움푹 파인 분지가 있었다· 수백 년 전 기록엔 그 분지를 두고 거인이 발을 잘못 디뎌 생긴 것 같다 하여 ‘거인의 발자국’이라고 칭했다고 전해진다·

그 분지의 특이점은 이질적인 지형 뿐만이 아니었다· 그곳엔 힘의 출처를 알 수 없는 강력한 마력의 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 영역엔 마력의 압력이 너무도 강한 나머지 일반적인 식물들은 자랄 수 없었고 마력을 받고 자라는 고대종과 희귀종들로 식생이 형성되어 있었다·

평범한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마법사들마저 감당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진귀한 약초를 탐내고 거인의 발자국에 발을 들인 약초꾼들과 여행객들이 실신하여 마수의 먹이가 되거나 백치가 되어 돌아오는 사고가 연례행사처럼 벌어졌다· 그 덕에 거인의 발자국이란 이름은 거의 잊혀지고 시간이 지나  ‘금지된 숲’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터니아가 그곳에 자리잡고 극소수의 인원만 출입할 수 있도록 주변을 봉쇄해둔 이후로는 금지된 숲에 우연히 들어가 변을 당하는 방문객은 없어졌다·

독특한 이력 덕분에 금지된 숲은 아젤리스에게 굉장히 흥미로운 곳이었다· 

극소수의 허락된 인원 중 하나인 아젤리스는 금지된 숲을 거닐고 있었다· 내성이 좋은 사람도 마압의 영향을 줄이는 아티팩트를 갑옷처럼 둘러야 할 정도로 강력한 장이 형성되어 있지만 아젤리스에겐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도리어 그녀는 마력을 더 잘 음미하기 위해 모든 아티팩트를 빼고 심지어는 신발까지 벗은 상태로 숲을 거닐었다· 나무뿌리 밑에 수없이 많은 유골들이 묻혀 있다 한들 그녀에겐 그저 나들이하기 좋은 장소일 뿐이었다·

그녀는 잠시 데미안에 대해 생각했다· 이 정도의 마압을 데미안이 견딜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녀는 데미안이 견디지 못하길 바랬다· 아젤리스는 마압 적응에 지대한 도움을 줄 수 있었고 데미안이 자신의 도움을 받고 의존하길 바랐다·

데미안이 마압에 적응 못하고 빌빌거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아젤리스는 저혼자 킥킥 웃었다·

그러다 기분이 좋아진 아젤리스는 어린아이처럼 총총 뛰었다·

그렇게 한동안 나침반을 따라 나아가니 푸른 잔디들이 무성한 공터가 나왔다·

공터의 중앙에는 나무로 지어진 작은 신전이 덩그러니 솟아 있었다· 건물엔 세월의 흔적이 녹아 있었지만 잘 관리된 덕에 낡고 허름한 느낌은 없었다·

짙은 안개로 산란된 햇빛이 은은하게 내려와 신비한 기운이 감돌았다·

마스터스 클래스의 입학식이 진행되는 곳이었다·

아젤리스는 뒷짐을 지고 사뿐사뿐 신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신전 내부는 고요하고 단촐했다·

새하얀 아카테스 여신의 석상 그리고 예배용 기다란 나무 벤치가 몇 개 놓여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없어?”

입학식 시간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그곳에 온 사람은 오직 아젤리스 하나였다· 

“···치·”

어딜 가나 혼자가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그나마 동기라고 할 만한 데미안은 전날 밤 가시정원을 나간 뒤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마스터스 클래스를 내팽개치고 화려한 축제를 즐기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젤리스는 벤치에 힘없이 앉았다· 그러곤 몸을 반쯤 뒤로 돌려 등받이에 턱을 괴고는 신전 입구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활짝 열린 대문 너머로는 공허한 안개만이 일렁일 뿐이었다·

***

루나의 눈에는 초점이 사라져 있었다· 

그녀의 얼굴엔 핏기가 사라져 새하얀 원피스가 마치 수의를 연상케했다· 

신발도 없이 숲을 가로질렀다· 발에는 나무껍질과 자갈들이 박혀 피가 줄줄 흘렀지만 루나의 얼굴엔 아무런 고통의 흔적이 없었다· 미지의 존재에게 육신을 빼앗긴 그녀는  영혼이 빠져버린 것 같은 얼굴로 꼭두각시처럼 몸을 흐느적 거릴 뿐이었다·

그녀가 지나간 곳엔 타르를 칠한 것처럼 칠흑같은 발자국이 남았다·

그리고 손에는 이전과 똑같이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그렇게 루나가 당도한 곳은 이터니아의 수호목 앞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섬찟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수호목의 뿌리를 밟고 선 루나가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그러고는 왼손바닥에 중앙에 단검을 관통했다가 뽑았다·

선홍색 피가 콸콸 쏟아지며 머리와 옷 그리고 수호목의 뿌리를 적셨다·

“그림자야 그림자야· 피의 연회에 함께하자꾸나·”

곧이어 수호목 주변에서 검은 인간의 형체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전신이 피칠갑이 된 루나가 칼끝을 아래쪽으로 돌리고 두 손으로 꽉 쥐었다· 그리고는 주문을 외웠다·

“혼돈의 늪이여 어둠의 어머니시여· 사념체의 구원자시여· 피의 연회를 위해 제 순결한 몸을 바칩니다· 제 한몸 바쳐 혼돈의 피조물들에게 만찬을 대접하겠습니다· 제 살점은 구더기를 살찌우고 피는 거머리의 목을 축일 것입니다· 제 내장은 구울의 뼈가 될 것이며 영력은 레이스의 어둠을 키울 것입니다· 그리고 제 영혼은 지옥의 구덩이에서 사념체들과 하나가 될 것입니다·”

루나의 입이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천천히 벌어졌다· 그리곤 망설임 없이 칼을 자신의 명치에 밀어넣었다· 

검은 형체들의 형체가 일렁이더니 복제된 것처럼 루나와 똑같은 형상으로 변했다· 그것들의 손에는 그녀와 같은 단검이 들려 있었다·

검은 형체들은 수호목을 완전히 에워싸고선 일제히 나무기둥에 검을 박아넣었다·

독이 퍼지는 것처럼 단검이 박힌 곳은 시커멓게 물들었다·

그리고 수호목의 찬란한 은빛 나뭇잎은 서서히 시들어갔다· 곧이어 검게 죽어버린 잎사귀들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루나는 몸에 칼이 박힌 채로 힘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

데미안은 미궁 한복판에서 잠시 멈춰서서 나침반을 손바닥으로 툭툭 쳐냈다· 그러고 다시 확인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나침반의 바늘이 멈춰있지 않고 좌우로 기이하게 흔들렸다· 

“벌써 고장이 났을 리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몇 초마다 한 번씩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는가 하면 어쩔땐 팽이처럼 빙빙 회전했다· 

나침반은 언제나 흔들림 없이 목적지만을 가리켰다· 이런적은 처음이었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분이 들어 데미안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금지된 숲· 금지된 숲·”

데미안이 나침반을 몇 번 흔드니 바늘이 다시 제대로 방향을 가리켰다· 나침반이 굉장히 미심쩍었지만 일단 어디든 헤매지 않고 도착을 해야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입학식까지만 버텨줘라···”

데미안은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동안 나아가니 안개 깊은 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형상이 나타났다· 바닥에 무언가가 이리저리 널려 있었다· 그리고 코끝에 희미한 비린내가 스쳐갔다·

데미안은 걸음을 재촉했다· 그것들에 가까워질수록 냄새는 더욱 진해졌다·

그제야 그는 제대로 감지할 수 있었다· 피비린내였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에서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다· 처음 겪는 기이한 현상이다· 미궁은 언제나 무풍지대였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붉은 안개가 밀려들어와 미궁을 잠식해냈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단 걸 직감한 재빨리 데미안은 붉은 안개 속으로 몸을 던졌다· 

서둘러 달려가 바닥에 깔려있는 형체들을 가까이서 확인했다·

충격적인 광경을 마주한 데미안의 호흡이 잠시 멎어버렸다·

가면을 쓴 미궁의 사서 십수명이 바닥에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데미안은 황급히 달려가 가까이 있는 사서 한명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미 주검이 된지 오래였다·

전신이 끈적한 피로 범벅이 되어있고 송곳으로 난도질 한 것처럼 피부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곧이어 왼쪽 팔목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팔찌를 차고 있던 부위였다· 데미안은 왼팔을 들어 소매를 들춰올렸다·

운철 팔찌의 룬 문자들이 무언가에 반응하여 강렬히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데미안의 머릿속에 팔찌를 인챈트하며 남겼던 에르제베트의 말들이 스쳐갔다·

심장이 터질듯이 뛰기 시작했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 굴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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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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