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dont have javascript enabled! Please enable it! Doggone Academy Chapter 75 - English Novel
Switch Mode

Doggone Academy Chapter 75

To access the list of chapters and reading pages, click the link below.

EP.75

입학식 1부 행사가 마무리되고 2부까지 잠깐의 공백이 생겼다·

대부분 남학생들의 시선은 화려한 귀빈석에 앉아 있는 한 여성에게 쏠려 있었다·

“저 분이야?”

“잘 안 보이는데·”

바로 가이낙스 공녀였다·

 다리를 꼬고 허벅지 위에 단아하게 손을 올려둔 모습만으로도 귀족적인 우아함이 묻어나왔다·

그녀는 깃털과 꽃으로 장식된 검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챙이 깃 탓에 가뜩이나 작은 얼굴이 절반이 넘게 가려져 있었다·

그래서 이들이 확인할 수 있는 건 고운 턱선과 붉게 칠해진 매혹적인 입술 뿐이었다·

입학식 시작 직전 몇몇 이들이 용기를 내서 공녀에게 인사를 전하려 했지만 보좌관들에게 재지당하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이제 갓 성년을 맞이하고 혼기가 찬 덕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 상태였지만 그녀에 대한 정보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들을 수 있는 건 가이낙스 공녀를 둘러싼 소문 뿐이었다·

“혼사 때문이지·”

“남자 찾으러 온 거야?”

이터니아에 들어온 이들은 전부 한때 천재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그 부푼 자아 덕에 공녀가 자신의 재능을 한 번쯤은 눈여겨주지 않을까 싶은 기대를 품고 있었다·

“바리안느를 보러 왔다는데·”

“하아 하기야 어중간한 급으로는 성에도 안 차겠지·”

“바리안느 정도는 되어야 다가갈 수 있는 건가···벽이 너무 크다·”

멀찍이서 공녀를 바라보며 부푼 꿈과 망상에 젖어 있던 남학생들은 바리안느의 이름을 듣자 곧장 현실로 돌아왔다·

바리안느의 이름 앞에선 그 부푼 자아도 바로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동물로 치면 우두머리 개체였다·

가문 세력 재능 외형에서 풍겨오는 압도적인 남성성· 

거기다 대형 마수를 토벌한 차마 엄두도 못 낼 공적까지 있었다· 

난폭한 성격이라는 소문까지 돌아 그의 옆에 서있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주늑이 들었다·

그러니 공녀와 급이 맞는 남자는 바리안느 외엔 없단 걸 빠르게 받아들여야 했다·

현실 자각으로 기운이 빠진 학생들 무리에 돌연 공국의 견장을 걸친 한 사내가 다가왔다·

그는 학생들을 슥 둘러보며 목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저는 가이낙스 대공녀 님을 보좌하는 제럴드라 합니다· 다름 아니라 긴히 찾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데····”

공녀의 보좌관이 갑작스레 등장하자 다들 눈이 휘둥그래졌다·

“···?”

“데미안이란 학생은 어디에 있습니까?”

***

칙칙한 돌벽과 낡은 가구들· 창문이라곤 철창이 쳐진 손노트 크기의 구멍뿐이다· 

제단의 응접실은 투박해도 과하게 투박했다· 손님을 대접하는 장소라기보단 수용소의 느낌이 강했다·

제단에 연중 찾아오는 손님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으니 응접실이 이 모양인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실베린은 의자의 팔걸이에 턱을 괴고 이따금 그 작은 창문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더 좋은 공간에서 대기할 수 있었지만 그곳엔 창문이 없다는 이유로 실베린이 거절했다·

창문이 없으면 스티치가 날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상 와야 할 시간에 답장이 오지 않자 실베린의 기분은 다소 침전되었다·

누군가의 편지를 이토록 기다리는 건 그녀에겐 그리 익숙한 일이 아니었다·

늦어지는 이유를 추측하다보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다·

그러던 중 프라이스 사제가 응접실로 들어와 그녀에게 알렸다· 

“의식 준비가 끝났습니다·”

“응·”

“어서 가시죠·”

“그보다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여기는 원래 스티치도 못 오는 곳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저희도 스티치로 기별을 전하는 게 일상인지라 스티치를 위한 마법 통로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래···· 알았어·”

제자의 편지는 마음 한구석에 잠시 접어두고 실베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사제를 따라 대성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성전에 들어서고 실베린은 잠시 숨을 죽였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던 과거의 모습 그대로였다·

대성전의 천장은 별자리를 볼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방되어 있고 바닥은 수십만 자에 달하는 룬문자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그 룬문자 하나하나가 공허 속에서 부유하는 각각의 천체들과 대응했다·

대성전에서 신탁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사제들이 실베린을 보고 목례를 했다·

그녀는 품안에서 큐브가 담긴 병을 꺼냈다·

프라이스 사제가 그녀에게 말했다·

“제가 성물을 석단에 옮기겠습니다·”

그러자 실베린이 유리병을 방어적으로 가슴에 대고 말했다·

“아니야· 내가 할게·”

“아 알겠습니다·

큐브에 다른 사람의 온기가 닿는 건 용납이 안 됐다·

제자의 운명을 들춰내는 의식이지만 실베린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어쩐지 남의 손에 제자의 운명을 양도하는 기분이었다· 

적어도 옮기는 것까지는 자신의 손으로 하고 싶었다·

실베린이 성큼성큼 제단의 중앙 석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석단에 새겨진 마법진의 가운데에다가 유리병의 마개를 열고 조심스레 세워두었다·

그러곤 그녀는 뒤돌아서 대성전을 잠시 눈에 담았다· 옛 기억이 스쳐간다·

운명의 별자리를 점지하는 곳·

그녀도 과거 이곳에서 운명을 점지 받았다· 

‘단 하나의 별·’

저주인지 축복인지 모를 모호한 신탁· 실베린은 그 단어의 의미를 알기위해 오랫기간 고뇌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하면 ‘단 하나의 별’이 무얼 의미하는지 이제는 너무도 잘 알았다·

너무도 간단하고 단순한 해답이라 고뇌의 시간들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실베린은 착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석단에서 내려왔다·

성물을 확인한 사제들이 석단 주변에 놓인 마법 화로에 불을 붙였다·

그런 뒤 그들은 대형을 갖추고 대사제의 지시를 기다렸다·

프라이스가 실베린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팔짱을 끼고 프라이스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사제들이 일제히 마력의 장을 펼쳐냈다·

태양빛이 사라지고 세상이 온통 새벽처럼 어두워졌다·

곧이어 석단에 놓인 뢰젠탈 큐브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이는 하늘과 이어진 빛의 기둥이 되었다·

사제들이 합창하듯 동시에 같은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바닥에 새겨진 룬문자에 파도치듯 빛이 일렁거렸다·

의식이 시작되었다·

***

붉은 안개 속에서 사람의 실루엣이 천천히 다가온다·

검은 로브를 머리까지 깊게 눌러쓴 탓에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형체가 가까워질수록 목걸이는 강하게 진동했다·

부정할 것 없이 그 존재는 흑마법사였다·

두 손을 배꼽에 가지런히 모으고 느리고 차분하게 걸어온다· 

몸짓만 보면 마치 수도원에 지내는 사제와도 같았다·

로브의 인물은 데미안과 스무걸음 정도의 거리를 두고 멈춰섰다·

그리고 데미안을 잔잔히 주시했다·

이에 데미안은 사냥감을 탐색하는 고양잇과 맹수처럼 옆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상대방도 마치 거울을 마주한 것처럼 데미안과 같은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인간같지 않은 섬뜩한 기운에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마치 사신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서로 한참을 노려보다 데미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이 흑마법사군요·”

“····”

데미안의 말에 상대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터니아에 온 이유가 뭐죠?”

예상과는 다르게 굉장히 곱고 차분한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신의 뜻을 확인하기 위해서란다·”

데미안이 옆으로 한발짝 내딛자 흑마법사도 똑같이 옆으로 한걸음 움직였다·

그녀는 데미안과 발을 맞추고 있었다·

“왜죠· 그쪽은 신에게 사랑받을 것 같은 부류는 아닐텐데요·”

“본래 신은 모든 인간을 사랑하진 않는단다· 네 주변에 있는 시체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야·”

“···그래서 본 목적이 뭐죠? 이터니아를 망하게 하고 신의 뜻을 확인하려는 겁니까?”

“난 그저 신이 가장 아끼는 아이를 데리러 온 거란다· 다만 방해하는 이는 대가를 치르게 했을 뿐이지·”

데미안은 흑마법사와 대치하는 와중에 안개속을 부유하는 다른 존재를 감지했다· 

무언가가 데미안의 주변을 공전하듯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귀가 찢어질 것 같은 울음소리를 냈다·

레이스였다· 거뭇거뭇한 것이 까마귀 떼처럼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컹한 것이 밟혔다·

손가락 마디만한 검은 거머리 떼가 땅에서 솟아나왔다· 그리고는 그의 신발에 달라붙어서 스멀스멀 기어 올랐다·

죽음이 서서히 데미안을 감싸고 있었다·

“그래서···원하는 걸 얻었습니까?”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흑마법사는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데미안은 흑마법사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허리춤에 걸어둔 포션 주머니에 손을 옮겼다·

그는 이상 현상을 감지하고는 흠칫했다· 포션병들이 일제히 진동하고 있었다·

그가 그리폰 포션을 한병 꺼내자 레이스의 울음소리가 더욱 강하게 울렸다·

그리고 포션병이 이에 공명하더니 파열음을 내며 깨져버렸다·

뒤이어 주머니 속 남은 포션들도 모조리 터져서 액체가 줄줄 새어나왔다·

“익숙한 향이 나네·”

“····”

“즈베레프의 레시피로 만든 거구나·”

즈베레프?

흑마법사의 입에서 그 이름을 듣자 데미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바로 그리폰 포션의 조합법을 개발한 위젤의 미치광이 연금술사였다·

“····”

그리고 데미안이 레시피를 손에 넣은 것도 알고 있었다·

흑마법사는 데미안과 면식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적어도 어딘가에서 데미안을 지켜보고 있던 것만은 확실했다·

언제부터일까· 위젤 기사단의 사교회에서부터?

즈베레프의 저택 지하에서 구울과 싸웠을 때부터?

미개척지에서 실베린을 만났을 때부터?

어쩌면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