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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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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리리아?”

그녀는 무언의 항의라도 하듯 날 주시할 뿐이다· 

때마침 극의 한 단원이 끝나고 다음 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무대 위에 막이 내린다· 

나는 그녀의 기분을 전환시키기 위해 잡담을 걸었다·

“리리아는 연극 본 적 있어요?”

리리아는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마지못해 말했다·

“···아뇨·”

“보니까 어때요· 꽤나 집중하던거 같던데·”

“재밌어요···· 많이·”

그녀의 표정이 복잡하다· 뭐랄까 많이 재밌어서 분하다는 얼굴이다· 트리샤가 데려온 곳이라 신경쓰이는 걸까·

무대 위에서 누군가가 손으로 장막을 슥슥 밀어낸다· 안경을 쓰고 긴 머리카락을 핀으로 대충꼽아서 고정시킨 칙칙한 안색의 여자가 무대 앞에 쪼그려 앉는다·

그러고는 우리쪽을 손으로 지목하고는 가까이 오라는 신호를 했다·

이에 트리샤가 몸을 일으키곤 말했다·

“연극부 선배가 부른다· 계속 보고 있어! 이따가 돌아올게·”

때마침 트리샤가 떠나고 리리아는 마음이 편안해진 얼굴을 했다· 리리아는 트리샤가 제법 불편한 눈치다·

다시 막이 열리고 리허설이 재개되었다·

그리고 트리샤는 극이 모두 마무리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

무대는 텅 비고 관객석도 서서히 비워진다·

나와 리리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한동안 트리샤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모습들 드러내지 않았다·

리리아는 기다리다 지쳐 졸음이 쏟아지는지 고개를 꾸벅거렸다·

“리리아·”

“앗 네!”

그녀는 반쯤 잠들었다가 내 부름에 화들짝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많이 피곤한 모양이다· 이제 그만 붙잡고 슬슬 떠나야겠지·

“마차는 어디에 있어요?”

“아 정문에 있어요· 저는 외부인이라 마차를 끌고 들어갈 순 없다 그래서요····”

“다음엔 평범한 마차 말고 이터니아의 인장이 그려진 걸 타고 와요·”

“···네!”

“그리고····”

나는 흑마법사를 감지하는 수정 목걸이를 풀고 리리아의 손에 얹어주었다·

“이거 제가 돌려달라 할 때까지 리리아가 차고 있어요·”

목걸이를 보고 당황한 리리아가 잠시 숨을 죽인다·

“데미안님 이건····”

“그냥 기억해놔요· 이 목걸이가 진동하면 교수님의 저택으로 피신하고 제게 스티치를 보내요· 어···그리고 앞으로 한동안은 교수님의 저택에서 나오지 마요· 식료품은 사용인들에게 맡기고요·”

리리아는 왜 그런지는 캐묻지 않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는 리리아와 하루종일 붙어서 그녀를 지킬 수 없었다· 그게 내 마음 한켠을 시리게 한다·

“지금 찰까요?”

“네·”

리리아는 바로 목걸이 줄을 잡고 뒷목에서 이어붙이려 손을 꼼지락댄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자꾸 고리에 걸리는 탓인지 어려워했다·

“저 데미안님····”

그러고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줘봐요·”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려다 꾹 참고 밝게 대답했다·

“네!”

목걸이를 다시 내 손에 돌려주고 그녀는 두 손으로 머리를 정돈하고 살짝 들어올린다·

그리고 나는 목걸이 줄을 잡고 리리아에게 팔을 뻗었다· 그녀도 슬쩍 몸을 틀고 내가 마치 끌어안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

이런 상황 전에도 겪어본 것 같은데·

목걸이 줄을 연결시켜주고 나니 무대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울렸다·

“너네들 뭐해?”

트리샤의 목소리다· 나는 괜한 오해라도 살까 싶어 재빨리 몸을 원위치 시켰다· 

무대 위에서 그녀가 쫄쫄 뛰어온다· 그러고는 무대 끝에 걸터 앉아서 우리를 내려다 본다· 다행히 그 모습은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태연하게 헛기침을 하곤 말했다·

“너 기다렸지· 근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슬슬 돌아가야겠다·”

“오래 기다렸어? 그럼 이제 메이드는 돌려보내야겠네·”

“아니 나는 리리아랑 같이 가려고·”

실베린의 저택에 돌아갈 계획이었다· 리리아를 그냥 혼자 돌려보내기에도 좀 찝찝했고 실베린의 저택에서 흑마법사의 재물이 되었던 즈베레프의 노트를 다시 살펴봐야 했다·

트리샤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의문을 표한다·

“메이드랑 어디를 가? 너는 나랑 같이 가야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난 기숙사가 아니라 교수님 저택에 돌아갈 거야· 개인적으로 볼일도 있고 해서·”

트리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녀는 티나지 않게 리리아를 살짝 째려보고는 말했다·

“나 빼고 둘이서 놀려고? 나 혼자 있으면 심심해·”

“세실이랑 다른 친구들 있었잖아· 윗드러프관에 걔들도 있을 거야·”

“세실 언니는 맨날 바쁘고 그 무리랑은 잠깐 떨어져 있기로 했어· 언니 사촌이 자꾸 집적대서· 난 혼자야· 연극부는 끝났고·”

“····”

“나도 갈래·”

“그게 무슨····”

“나도 갈래·”

“너는 기숙사에····”

“너 쓰러져 있을 때 나도 허락 받았어·  거기 실베린 교수님 저택 맞지· 원래 초대 교장이 살던 저택이라서 거기가 기숙사보다 더 안전하다고 들었어· 멀지도 않고· 통학할 때 너랑만 동행하면 된다고 했어·”

“····”

트리샤가 발을 교차하며 흔들고 날 보며 살짝 웃는다·

“그러니까 나도 갈래·”

얘 고집이 왜이리 세지·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안 될 것도 없다· 저 말이 거짓이 아니라 학교 측에서 정말 허락을 한 것이라면·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리리아가 내 어깻죽지를 꽉 잡고 잡아당긴다· 그러고는 날 바라보며 호소했다·

“데미안니이임····”

절대 데려가지 말라고·

***

해가 비스듬히 기울어져서 하늘을 물들인다· 마차는 황금빛 이터니아 강변을 지나가고 있었다·

리리아에겐 미안하지만 결국엔 트리샤도 저택에 동행하게 됐다· 그녀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결국 엘라 교수를 찾아갔고 거짓말이 아니라는 확답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지경까지 되니 차마 트리샤의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리리아는 한동안 표정이 어둡다가 이제는 모든 게 피곤한지 문쪽에 머리를 기대고 반수면 상태로 눈을 깜빡인다· 그리고 내 옆에 앉은 트리샤는 아랑곳 않고 창문 밖 풍경을 넋놓고 감상한다·

트리샤가 작게 감탄사를 뱉었다·

“진짜 이뻐····”

“꼭 처음 보는 사람같이 말한다·”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손에 꼽을 정도야· 여기는 늘 창문이 없는 마차로 지나쳤거든·”

창문이 없는 마차라· 대체 정체가 뭐길래 그런 취급을 받았던 걸까· 죄수를 호송할 때도 철창으로 바깥은 보게 해주는데·

“····”

“너나 다른 사람들은 저런 풍경을 원할 때마다 보고 소풍도 나들이도 마음껏 하겠지?”

그녀의 목소리에 희미하게 부러움과 쓸쓸함이 깃든다· 그 모습을 보니 같이 가겠다 고집을 피운 게 조금은 이해가 된다·

노을이 마차 안으로 들어와 내부를 온통 황금빛으로 밝힌다· 

노을은 사람을 감상에 물들인다· 트리샤도 그렇게 물들어 있었다·

“아무리 좋은 거라도 매일 보면 무뎌지지· 난 가끔 보는 게 좋아· 지금처럼·”

“···저런 풍경을 내가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날이 올까?”

새파랗게 어린데 앞으로 살 날이 얼마 안남은 시한부 인생처럼 말한다· 

나도 트리샤를 동정할 처지가 아니다· 실베린이 돌아오면 내 자유로운 시간은 끝이니까·

“걱정은 해가 다 지고나서 해도 늦지 않아· 그냥 지금은 즐겨야지·”

이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이기도 했다· 당장은 흑마법사도 즈베레프도 루나도 다 잊고 실베린은···그대로 남기고 마음을 놓기로 했다·

트리샤가 날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본다· 무슨 생각에 잠긴 걸까·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트리샤는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그녀는 무언가 이상한 걸 발견한 듯이 강변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말했다·

“저거···뭐지?”

그러고는 같이 보라는 듯이 내 팔뚝을 꼬집었다·

“···응?”

“저기 모래톱 위에···저 말 환수 아니야?”

나도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트리샤의 말대로 강변에 하얀 말 한마리가 서서 목을 축이고 있었다· 은빛 갈기가 노을에 반짝거리고 머리에 뿔이 솟아 있다·

일반적인 야생마와는 자태가 확연히 다르다·

그러고보니 실베린은 전에 그리폰이나 페가수스 유니콘이 여기 내려온다고 했었는데·

“확실히 평범한 말은 아닌 모양인데····”

“페가수스 아니야?”

트리샤가 마부석 쪽을 주먹으로 두드린다· 곧이어 마차가 멈춰서고 그녀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처럼 소리쳤다·

“가보자· 이터니아에 오는 환수는 다 착하댔어! 볼래· 볼래!”

그녀가 문을 열고 뛰쳐나가려 하자 나는 손목을 붙잡고 제지했다·

“혹시 모르니까 천천히···!”

그러자 트리샤는 역으로 내 손을 붙잡고 마차에서 끄집어냈다·

“너도 같이 가!”

가녀린 몸에 힘이 왜 이리 센지 나는 트리샤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밖으로 나왔다· 

“앗 데미안님!”

내가 끌려나오자 리리아도 마차에서 뛰쳐나왔다·

트리샤가 내 손을 잡고 앞에서 끌고 리리아는 내 옷 소매를 붙잡고 뒤따랐다· 그렇게 우리는 일렬로 황금빛 모래톱을 가로질렀다·

그녀의 천친한 모습은 희미하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그 덕에 나는 미처 저항할 수 없었다·

넓은 모래톱 끝에 다다르고 그 신비한 짐승과 열 걸음정도 남기고 트리샤가 멈춰섰다· 그녀는 그것을 찬찬히 관찰하고는 말했다·

“페가수스 맞지?”

“날개가 없으니까 페가수스는 아니고···뿔이 있으니까 유니콘이 맞아·”

“그래? 유니콘은 뭘 좋아해?”

“글쎄·”

환수에 관해선 아는 게 없다· 나는 리리아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리리아는 아는 거 있어요?”

“저도 잘 모르는데···유니콘을 연구한 사례에 대해선 들어본 적 있어요····“

“뭔데요?”

“유니콘이 젊은 여자를 선호한다는 속설이 있어요· 그것 때문에 연금술사들이 귀부인들의 후원을 받고 유니콘과 젊어지는 약의 연관성을 연구한 적 있었어요···· 그런데 결과가 나오니까 항의와 함께 후원이 끊기고 자료는 폐기되었대요·”

“···왜요?”

“잘은 모르겠지만···돈이 안되는 연구는 자주 그렇게 된다더라구요·”

이에 트리샤가 자신있게 말했다·

“남자는 싫어하나봐· 데미안 너는 여기 있어· 내가 가볼게·”

“····”

트리샤가 나와 맞잡은 손을 풀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곤 휘파람을 불어 유니콘의 주의를 끌었다· 

유니콘이 강물을 마시다 말고 트리샤를 슬쩍 돌아본다·

그녀가 손을 내밀고 한걸음 한걸음 간격을 좁혀나간다· 이에 유니콘도 트리샤에게 흥미를 보이고는 목을 쭉 뻗었다· 

그렇게 트리샤의 손 냄새를 맡고는 곧이어 경계심이 풀어진 것처럼 머리를 트리샤의 몸에 비비기 시작했다·

“이거 봐 됐어!”

트리샤도 유니콘의 목을 껴안고는 행복한 얼굴로 털을 쓰다듬었다·

“털도 완전 보들보들해· 아구 이뻐!”

사실 조금이라도 이상행동을 보이면 목을 베어내려고 했는데 다행히도 잘 풀린 것 같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리리아도 호기심이 동했는지 움츠린 자세로 천천히 유니콘에게 다가간다·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냈다·

“우와아····”

 리리아가 손바닥을 내밀자 유니콘이 경계하지 않고 손가락 사이를 낼름 핥았다·

“꺅!”

그녀는 깜짝 놀라서 도망치고는 내 등 뒤에 숨었다·

트리샤가 비명을 듣고 이쪽으로 머리를 돌리더니 리리아를 조금 못마땅한 얼굴로 처다본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올른 듯이 입을 열었다·

“아 맞다· 그거 알아? 우리 다다음 주에 첫번째 공통 수업이 환수에 관한 거래·”

“그래? 어디서 들은 게 있나본데·”

“응 마법 능력이 있는 동물을 환수라 부르는데 그런 동물이 엄청 오래 살면 토착신이나 고위 정령처럼 된대· 그것 때문에 정령 다룰 줄 알면 유리하다고 연극부 선배가 그랬어·”

잠깐 정령이라고? 트리샤의 말대로 정말 정령술과 연관된 거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나는 정령과의 상성 자체가 좋지 않으니까·

“그래서 정령사들만 신났지 뭐· 데미안 너는 정령 다룰 줄 알아?”

나는 반쯤 체념한 어투로 말했다·

“계약은 했는데 아직· 이럴 줄 알았으면 잔뜩 집중수련 했을 텐데·”

아니다· 내내 집중수련을 했어도 유의미한 성과는 없었을 거다·

“좋겠다· 나도 정령 다루고 싶은데· 정령술 수련은 어떻게 해?”

“교수님은 자연을 느끼고 즐기면 된다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워야지·”

트리샤도 이해가 안 가는지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

유니콘은 재미볼 건 다 봤는지 트리샤에게서 떨어져 물가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가!”

그녀는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재빨리 단화를 벗어던지고 유니콘을 따라 물가로 걸어 들어갔다·

유니콘은 작별인사하듯 트리샤 쪽으로 목을 숙이고는 이내 속도를 붙였다·

그리고는 마법처럼 물 위를 달려나갔다·

그렇게 유려한 몸짓으로 강물의 표면을 박차고 강 건너편 숲으로 사라졌다·

“····”

 예상치 못했던 신비한 능력에 우리 셋 다 놀라 그 모습을 넋놓고 바라볼 뿐이었다·

트리샤가 유니콘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 보통 동물은 아니네····”

그러고는 못내 아쉬운지 종아리까지 잠긴 강물을 첨벙거리며 하릴없이 차냈다·

“가자 이제· 늦겠다·”

“잠깐만·”

트리샤가 허리를 숙이고 강바닥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응? 여기 이리와봐· 걔가 뭘 두고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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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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