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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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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나는 실베린에게 보낼 편지를 엘라 교수에게 맡기고 미궁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학생 광장을 거니며 미술부 수업이 올 때까지 시간을 떼웠다·

이터니아에서의 첫 수업을 앞두고 있지만 기대와 설렘은없고 머릿속엔 루나에 대한 의문뿐이었다·

실베린이 언젠가 이야기하길 루나는 남자를 싫어한다고 했었다·

나는 루나와 마주했을 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건 혐오보다는 공포에 가까웠다·

그건 단순히 호불호를 넘어선 병적인 수준이다·

그 기저에는 무엇이 깔려 있는 걸까· 

한 학기를 통으로 날리는 것도 문제긴 하지만 ‘검은 정령’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고 해도 순탄한 일상을 누리긴 힘들 것이다· 이터니아의 학생 절반을 기피하면서 살아야 하니까·

나는 루나의 백마탄 왕자가 되어줄 수 없다·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복잡한 이유로 불행해진다· 그리고 그 복잡하게 꼬인 인생에 개입해 트라우마를 치유해주고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오만이다· 

나 또한 아직 마음 속에 구멍이 많은 놈이니까·

잠시 루나에 대한 생각은 잠시 묻어두고 미술부 수업 장소인 연금부 온실로 향했다·

***

“마법학부 차석?”

“그래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릴리트는 나랑 절친한 사이니까 충분히 데려올 수 있어·”

릴리트라는 말을 꺼내자 모리스라는 소년은 이제야 구미가 당긴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티아스는 그 표정의 변화가 묘하게 불쾌했다· 릴리트의 외모를 두고 떠도는 소문 때문일까· 그가 ‘협력 관계’를 넘어선 다른 꿍꿍이가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모리스는 넌지시 떠보는 듯한 질문을 던졌다·

“릴리트 걔 좀 유명하더라?”

“뭔 잡소리가 하고싶은 거야?”

“에이 너도 다 알잖아·”

“그냥 똑바로 말 해·”

“아니 뭐 걔 따라다니는 남자애들 드럽게 많다고· 남자 선배들도 입학 전부터 서로 알고 있었다면서?”

“그래서 싫다는 거야 좋다는 거야?”

모리스는 미심쩍다는 듯이 눈썹에 힘을 주었다·

“나야 좋지· 예쁘고 실력 좋은 애랑 같이 할 수 있는데 왜 거절하겠어? 근데 정말 알고 싶은 건 네가 정말 릴리트를 데려올 수 있냐는 거지·”

경쟁자가 많을 텐데 그게 가능하겠나· 마법학부 차석이면 영입 경쟁이 치열할 테니까·

마티아스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다· 안 되더라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릴리트랑은 고향도 같고 떨어져 있으면 편지도 주고 받을 정도로 친하다· 그건 걱정마라· 원한다면 증거도 보여주겠어·”

모리스는 마티아스의 말에 잠잠히 수긍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좋아· 이번 합동 수업은 너네 그룹에 들어갈게·”

성공이다· 정령사 포섭에 성공한 마티아스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좋아· 그럼 그때 다시 연락할게· 아 기숙사가 어디라 그랬지?”

“칼루나 2관”

마티아스는 수첩을 꺼내 메모했다·

“그래· 일단 여기서 마무리하지·”

메리골드관 중앙 홀에서 대화를 마치고 모리스를 다시 돌려 보냈다·

마티아스는 다시 수첩을 꺼내 기록했던 것들을 다시 점검했다·

모리스· 마법학부· 하급 정령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음· 17살· 

중위권 기숙사인 칼루나관에 속해 있는 게 다소 아쉽지만 ‘정령사’라는 특수한 포지션 덕에 모리스는 팀원으로서 활용 가치는 충분했다·

그는 선배들로부터 얻어낸 정보를 다시 취합해가며 앞으로의 계획을 다시 점검했다·

전학부 합동 수업· 

일주일 기한을 두고 조별 과업이 주어지며 팀원은 최대 네 명까지 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업은 ‘환수’와도 연관이 깊은지라 정령 친화력이 좋은 팀원이 있으면 굉장히 수월해진다고 했다·

정령술에 능숙한 인원은 소수이니 미리 포섭해 놓아야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그는 수첩에 적어둔 정령사 리스트를 보며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모리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는 그저 보험일 뿐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실력 좋은 정령사를 포섭할 차례였다·

상위권인 메리골드관과 윗드러프관에도 정령사가 있었다·

나이아스 마르타 브리셀·

나이아스는 정령술과 더불어 1학년 중 유일하게 기상 마법을 전공한다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마르타는 마도학부 수석인 세실과 한 무리이니 이미 결정이 났을 가능성이 컸다·

그나마 그룹으로 들어올 만한 가능성이 있는 건 브리셀과 나이아스다·

정령술에서 상급생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압도적인 건 ‘루나 레일리스’이지만 그에겐 언감생심이었다·

한 학부의 수석과 차석이 같은 그룹을 맺는 일은 없다· 릴리트를 계획에 둔 이상 루나가 이쪽으로 올 가능성은 없었다·

더군다나 루나는 이미 쟁쟁한 경쟁 상대들이 그룹으로 들이기 위해 물밑 작업을 해댔을 것이 분명했다·

빅터 게일 시온 이리스 같은 수석 경쟁에 매달리는 애들이 말이다·

마티아스는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기숙사의 계단을 올라갔다· 

그는 반쯤 뛸듯한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 릴리트의 호실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릴리트 거기 있어?”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입학식 이후 릴리트는 독기가 차 있다는 말도 부족하다 느껴질 정도로··· 어딘가 필사적이었다·

그녀는 일과 중 대부분을 수련장에서 마법을 피터지게 수련하고 기숙사에 돌아오면 방에 박혀서 잠적했다· 심지어 아직까지 특기 활동도 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티아스에겐 냉담해졌다· 둘의 관계가 몇년 전 서먹하던 때로 회귀한 것 같았다·

입학식 때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것이 남자에게 데인 상처 때문이라는 걸 마티아스는 알고 있었다·

사람에게 당한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하면 된다· 마티아스는 자신이라면 릴리트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릴리트 할 이야기가 있어· 당장은 아니어도 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찾아와줘·”

***

최근 들어 캠퍼스를 거닐 때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 늘었다· 

다가올 합동 수업에서 그룹 제안·

그리고 부활동 가입 제안· 

몇 번은 적당히 쳐냈으나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이제는 그녀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 상급생까지 앞을 가로막자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반갑다· 네가 그 유명한 시온이구나· 난 3학년 연금부 드이모프다· 혹시 갈리하르 포션이라고 들어봤나? 우리 조부님께서 레시피를 제작하셨는데·”

두꺼비 같은 인상의 드이모프는 시온 앞에 당당하게 서서 말했다·

“····”

“크흠 모르나보네· 음···합동 수업 그룹원 모집은 다 했나?”

시온은 화를 억누르고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그쪽이 상관할 바 아닙니다·”

“빨리 구하는 게 좋을 걸· 전체 수석이라고 해도 만능은 아니니까·”

시온이 역정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용건이 뭡니까?”

시온에 대한 소문은 이미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상급생이라한들 기세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특히 연금부같은 싸움과는 거리가 먼 학부생들은 더욱 그랬다·

드이모프는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 

“듣던대로 한 성격 하네· 전투부 애들이 널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헬하운드래· 한 번 노린 사냥감은 기여코 모가지를 잡아 뜯어낸다고·”

시온의 표정이 점점 험악해졌다· 드이모프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음 그래 시덥잖은 이야기는 치우자고· 널 이렇게 찾아온 것도 그 별명 때문이야· 헬하운드 네가 노린 건 안 놓칠 것 같으니까·“

“····”

“내 감으론 네가 합동 수업에서 최고 성적을 거둘 거라 말해준단 말이지·”

그게 그랑 무슨 상관이던가· 

“왜 3학년이 빌어먹을 1학년의 일에 신경쓰시죠?”

드이모프는 눈썹을 찡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니들 일에 신경쓰는 게 아니야· 합동 수업에서 주어진 과업을 완수한 학생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목적이지·”

“····”

“거두절미하고 말하지· 그걸 받게 되면 나한테 넘겨· 값은 남들의 배로 쳐줄게·”

다들 똑같은 이야기였다· 시온을 찾아온 상급생들은 하나같이 목적이 같았다·

그 ‘보상’을 넘겨라· 값을 두둑히 쳐주겠다·

하지만 그 ‘보상’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물건의 정체를 알려주면 그들을 사로잡은 탐욕이 시온에게도 옮을까 우려하는 것처럼·

왜들 이렇게 하나같이 욕망에 굶주린 얼굴로 찾아오는 걸까· 대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이길래·

시온이 그 ‘보상’에 대해 아는 건 얼마 없었다·

환수의 뿔을 가져오면 수여한다는 것·

그리고 그 ‘보상’은 연금술의 정수가 담긴 희귀한 포션이라는 것 정도·

그 수업이 개설된 이래로 환수의 뿔을 가져온 사람은 지금껏 단 두 명 뿐이라고 했다· 개설된지 6년이 채 안됐다고 해도 이는 극도로 적은 수였다·

시온에겐 특별한 전략은 없었다· 빠르게 돌파해서 환수의 목을 베어버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마수를 추적하는 일은 스승에게 철저히 교육받은 만큼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었다·

속도전에선 시온과 비빌 사람은 한 명 말고는 없다·

심지어 그녀에겐 환수 그 자체도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입학 시험 때와 비슷한 구도로 간다면 마지막 관문에서 다시 ‘그 자식’을 만날 수도 있다는 게 가장 중요했다·

보상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시온이 신경쓰는 건 오직 그 자식과의 재회였다·

“관심 없습니다· 용건 끝났으면 가보겠습니다·”

시온은 드이모프의 어깨를 밀쳐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

수업 장소에 다다르자 낯익은 인물을 마주쳤다·

미술부 고문인 조르지아 교수는 온실 앞에서 서성거리다 나를 보고는 아는 척을 했다·

“아 데미안· 이리 오렴·”

조르지아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내 한쪽 어깨를 격려하듯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다· 네 선배들은 안에 있어· 오랜만에 들어오는 남···아니 신입이라 다들 좋아할 거야·”

“···예?”

···무슨 기대? 신입한테 뭐 대단한 미적 감각이라도 기대하는 건가·

“애들이 쪼오금 짓궂게 대할 수도 있어· 그냥 신입 입부식 같은 거니까 겁먹을 건 없고· 어서 들어가자·”

“아 저 교수님· 다른 준비물 같은 건 필요 없는 겁니까? 물감이나 붓이라던가····”

조르지아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다 필요없어· 우리는 필요한 재료는 직접 만들거든· 자 어서 들어가·”

그녀는 내 등을 떠밀어 앞장세우고는 함께 온실 안으로 들어갔다·

화초로 빽빽한 통로를 지나니 원형의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났다·

마흔이 조금 못 넘는 인원이 각자 이젤을 하나씩 끼고 모여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남자는 고작 다섯 명· 나머지는 전부 여학생들이었다·

우리가 들어서자 각자 붓질을 멈추고 내가 서 있는 곳을 바라본다·

눈썹을 치켜올리고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모습이 굉장히 부담스럽다·

조르지아가 박수를 짝짝 치고는 말했다·

“자자 하던 거 멈춰· 여기 우리 미술부에 새로 들어온 친구가 있어· 너희들이 그렇게 찾던 신입이야·”

그러고는 다시 내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아직 미술 활동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야· 붓질이나 목탄 사용법도 모르니까 너네들이 잘 지도해서 흥미 좀 안 잃게 해줘· 자 인사해·”

나는 고개를 한번 꾸벅이고는 말했다·

“전투부 1학년 데미안이라고 합니다· 출신지는 위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 인사를 받아도 그저 멀뚱히 내 얼굴만 바라본다· 이따금 가만 앉아서 귓속말로 수근거릴 뿐· 환영의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조르지아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했다·

“크흠 데미안에게 기본기를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한데 지원자 있니?”

부원들은 동그랗게 뜬 눈을 깜빡일 뿐·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건가 싶을 정도로 정적이 흐른다·

뭐지 이게 맞는 건가?

조르지아는 한숨을 쉬고는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귀족들이라 자존심이 다 쎄서 그래· 얘들은 숙녀가 먼저 다가가는 걸 죄악인 줄 알아· 네가 먼저 친근하게 대해야겠다·”

“····”

다른 이유 없이 정말 그런 것이길 빈다·

조르지아는 몸을 돌려서 맨 앞쪽에 앉아 있는 학생에게 물었다·

“오늘 출석 안 한 사람 있니? ”

“···아뇨?”

“그래? 근데 저 빈자리는 뭐야? 이젤이랑 의자는 누가 챙겨왔어· 마침 잘 됐네· 데미안 너는 저 자리에 가면 되겠다· 파벨라! 네가 옆자리니까 데미안은 네가 좀 챙겨줘·”

조르지아는 대각선 끝쪽에 있는 빈 자리를 가리켰다·

내가 학생들을 가로지르며 자리로 향하는 동안 부담스러운 시선들은 여전히 거둬지지 않았다·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이다·

그리고 내 옆자리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이터니아에서 길을 잃은 리리아를 찾게 도와줬던 희푸른 머리카락의 여선배였다·

내가 착석하자 그 선배가 내게 시선도 안 주고 붓질에 열중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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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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