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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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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9

수련을 마치고 기숙사로 복귀할 시간이 되자 릴리트는 수련을 마치고 그루터기에서 일어났다· 

옷은 흙먼지로 얼룩지고 일부는 그녀가 쓴 마법의 여파로 불에 그을려져 있었다·

볼귀에 흐르는 땀을 슥슥 닦아내고는 비틀거리며 숲길을 걸어나갔다·

이 고된 수련은 내일도 모레도 이어질 것이다· 

이터니아의 천재들에 비하면 그녀가 가진 재능은 한줌에 가까웠다·

그러니 하루하루 거듭나야 한다· 

진실되지 못한 인간관계는 이제 하나씩 정리해나갈 것이다· 그것들은 시간을 잡아먹을 뿐이다·

남들의 시선과 관심으로 얻는 즐거움은 그저 잠깐이다· 나태한 쾌락에 정신을 팔게 되면 훗날 큰 대가를 치른다· 

이미 한 번 가슴시리게 경험을 해서 알고 있었다·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이 생겨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짐짝 취급을 받게 된다·

정말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기회도 잡지 못하고 남에게 뺏기게 된다· 

생각에 잠겨 걷던 중 무언가 걸려 바닥에 넘어졌다·

“아파····”

그녀는 힘겹게 일어서서 발치에 걸리는 플랜테라의 잔해 하나를 집어들었다· 누군가가 다녀간 흔적을 발견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스무 걸음 쯤 떨어진 곳에 발자국과 가루가 된 나무껍질들 그리고 산산조각이 난 플랜테라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집어든 것을 자세히 보니 마법은 아니다· 관절이 깔끔하게 분해되어 있었다·

그녀는 전투 현장에 가서 자세히 확인했다· 비단 하나만이 아니었다· 눈 앞에 널려있는 십수 개의 플랜테라들이 대부분 그러했다·

“이건····”

이런 독특한 방식의 검법을 사용하는 사람을 하나 알고 있었다·

릴리트는 흙바닥에 희미하게 남은 사람의 발자국을 역추적했다· 

아직 근처에 있을까·

마음이 급해진 그녀는 숨이 차도록 뛰기 시작했다· 곧이어 숲에 가려졌던 노을 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친다·

흔적을 따라 한참을 나아가니 숲은 사라지고 꽃이 가득한 작은 동산이 나타났다·

그녀는 숲의 경계에서 멈춰섰다·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일전에 미술부 학생들을 만났던 곳이었다·

***

저택으로 향하는 마차 안·

남들은 불편하게 느낄만한 그 덜컹거림도 트리샤에게는 은근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마차 한 곳에 단화를 벗어두었다· 양말도 벗어서 옆자리에 던져놨다· 마차가 흔들리던 탓에 구두가 한쪽 뒤집혀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트리샤는 머릿속에 무작위로 떠오르는 말들을 가지고 자기 멋대로 노래를 만들어 흥얼거렸다· 그러면서 맨발로 맞은 편에 앉은 데미안의 정강이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던지 말던지 데미안은 저녁 노을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사소한 자극같은 건 신경쓰지 않는다· 어쩔땐 사람이 아니라 한 자리에서 수십 년을 버텨온 나무를 보는 것 같다·

그 단단함 덕에 트리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데미안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데미안이 만약 자신처럼 변화무쌍한 인간이었으면 아마 서로 친구가 되긴 힘들었을 것이다·

가끔 주변에 너무 무심해서 본인이 한 말들을 잊는 게 단점이긴 했지만·

“데미데미안· 데미안은 본인이 한 말도 모르는 멍충이래요·”

당황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흔들려선 안 됐다· 꼭 트리샤 자신에게 흔들려야만 의미가 있었다·

“····”

데미안이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트리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트리샤·”

“응 응!”

“물어볼 게 있어·”

“나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게 있어?”

데미안의 눈이 미세하게 좁혀진다·

“너는···남자라는 존재 자체가 싫어질 때가 있어?”

트리샤는 질문의 의도를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당연히 있지!”

“어떨 때 그런데?”

“정말 알고싶어?”

“응·”

“자기가 예쁘다고 해놓고 하나도 기억 못 할때·”

“····”

“또또 밤에 몰래 변태같이 내 머리 쓰다듬으려 하고 아침에 재수없게 발뺌할 때·”

데미안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몇 초간 침묵하다가 말했다·

“싫어질 만하네·”

말 해놓고 나니 이상하게 또 서운해져서 그녀는 팔짱을 끼고 콧김을 뿜었다·

“흥·”

친절하게 이유를 설명해줘도 그게 끝인가? 지금의 뻔뻔한 태도도 은근 재수없었다·

트리샤는 몸을 꾸물거리며 데미안과 대각선 방향으로 자리를 옮기고는 말했다·

“너랑 말하기 싫어·”

데미안은 못 들었다는 것처럼 뻔뻔하게 말을 건넸다·

“하나 더 물어보자·”

“····”

“오늘 이야기 들었어· 미술부 과제 중에 ‘친구 그리기’라는 게 있대·” 

“····”

“부원들 각각 친구를 초대해야 하고···그래서 나한테는 네가 필요해· 와줄 수 있겠어?”

친구된 도리로서 차마 무시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녀는 눈을 한 번 질끈 감았다 뜨고 뾰루퉁하게 말했다·

“···내일 어디로 가면 되는데·”

“당장은 괜찮아· 합동 수업 끝나고 알려줄게·”

그러면 적어도 열흘은 더 기다려야 한다· 데미안에게 휘둘렸다는 걸 깨닫고는 그녀가 역정을 냈다·

“그럼 나중에 말해도 되잖아· 왜 지금 말해!”

그러고는 옆에 벗어두었던 양말을 집어다 데미안에게 던졌다· 

그는 몸에 걸린 양말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쳐내고는 말했다·

“불결하다· 치워·”

“잠깐 신은 거라 냄새 안 나거든!!”

트리샤는 기운이 빠져서 그대로 마차 좌석에 팔을 쭉 뻗고 누웠다·

“짜증나····”

데미안은 그녀의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다시 말을 걸었다·

“트리샤·”

“왜 왜!”

“그럼 ’카나리아와 광대’라는 책 읽어본 적 있어?”

“응·”

데미안의 목소리가 사뭇 진중해졌다·

“무슨 내용인지 말해줘· 중요한 거야·”

트리샤가 데미안의 얼굴을 살짝 흘겨보고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실어증에 걸린 공녀랑 광대가 같이 여행하는 이야기야· 더 듣고싶어?”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광대의 바보짓 덕에 공녀가 웃음을 되찾고 나중엔 결국 실어증을 치유하게 돼· 난 근데 그 이야기 싫어·”

“왜?”

“공녀가 치유되고선 광대는 방랑을 떠나고 공녀는 결국 왕자님이랑 결혼해· 그게 뭐야 광대랑 결혼해야지·”

트리샤는 다시 데미안을 슬쩍 흘겨보았다·

“근데 그건 갑자기 왜?”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

“오늘은 안 돼·”

저택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데미안은 은근 슬쩍 같이 방에 들어가려는 트리샤를 제지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왜?”

“혼자 해야 할 것이 있어·”

“방해 안 하고 누워만 있을 건데?”

그는 고개를 저었다·

혼자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데미안은 마차에서부터 종일 무언가에 매달리고 있었다· 

조르고 떼를 써도 들여보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뭔데? 내가 도와줄 수는 없는 거야?”

“응·”

단호하게 잘라내자 트리샤는 실망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나한테 뭘 감추는 거야? 나한테 공유할 수는 없어? 나는 친구잖아·”

아무말도 안 하고 혼자만 무언가에 열중하는 건 한편으론 서운했다·

데미안이 고개를 젓는다·

좀 전에 물어봤던 희곡에 관한 걸까· 설마 연극에 관심있나? 

그는 트리샤가 더 묻기도 전에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그녀는 어깨가 축처진 상태로 복도를 돌아갔다·

***

데미안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문에 잠시 기댄 상태에서 그가 생각한 건 루나였다·

마음의 문을 닫은 루나가 앞으로의 삶에서 잃어버릴 것들을 상상했다·

이터니아의 절반에 달하는 사람을 싫어하니 정상적인 만남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로 인해 이성과의 달콤한 추억 또한 얻지 못할 것이다· 

데미안은 이터니아의 활기가 좋았다· 캠퍼스를 걷고 있으면 어딘가에서 항상 웃음소리가 들린다· 거기엔 근심을 떨쳐내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밝은 생명력을 마주할수록 그림자 속에서 신음하는 루나의 모습이 대비되어 데미안의 가슴을 후벼들었다·

데미안은 그 웃음소리들 속에 루나의 것도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루나가 잠에서 깨어나면 읽는다는 바로 그 희곡· ‘카나리아와 광대’에 대해서 생각했다·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건 굉장히 고통스럽지만 거기서 벗어나길 원치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그 누가 와도 도와줄 수 없다·

그가 알고 싶었던 건 단순했다·

루나에게 변화의 의지가 있는지· 

손을 내밀어도 잡을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오늘 전해들은 것만으로도 답은 나왔다·

데미안은 기꺼이 광대가 되어줄 의향이 있었다·

그는 이제 무얼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남아있는 유일한 단서·

흑마법사에게 붙잡혀 구울이 되었던 연금술사·

흑마법사와 연관된 인물이 남긴 기록·

바로 즈베레프의 연구문을 해독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검은 정령’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길 간절히 바라면서·

데미안은 곧장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침대 밑에 있는 바닥 타일 하나를 들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숨겨져 있던 즈베레프의 연구기록문을 꺼냈다·

그런 뒤 책상에 앉아서 책을 펼쳤다· 총 4개의 레시피· 그리고 첫번째가 그리폰 포션이었다·

첫번째는 대륙 공용어로 저술되었기 때문에 해독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두번째는 단일 레시피라기보단 견문록 에세이 형식이었는데 일부는 공용어고 일부는 모르는 언어로 적혀 있었다·

3 4번째는 전부 모르는 언어와 상형문자로 이루어졌기에 해석하려면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다·

누군가에게 이 연구의 해석을 맡길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데미안은 두번째 레시피의 첫 단원에 적혀있는 경고문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 레시피들이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갈 시기엔 나는 아마 죽었을 것이다· 레시피는 연금술사의 모든 것이고 그걸 잃는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

[마법 학회의 조사관이 됐든 좀도둑이 됐든 간에 이 레시피의 다음 주인에게 권고하고 싶다· 이것들은 공익을 위한 게 아니다· 레시피를 공유할 땐 극도로 신중하라· 감당할 수 없다면 태워버려라· 태우길 권장하나 그럴 수 없다면 반드시 독점하라· 누군가의 욕망이 레시피 대신 당신을 산채로 불태울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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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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