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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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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0

얼추 보건데 두 번째 레시피는 대륙을 방랑하며 지역별 연금술 전통을 탐구하는 기록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았다·

단락에 적힌 날짜마다 사용한 언어가 다르다· 여행하면서 머무르는 지역의 현지 언어로 기록을 남긴 것 같았다·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해석하는 데에 제법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소수 부족의 전통 연금술 기록은 공용어로 저술했다는 정도다· 

데미안은 자신의 언어 능력으로 오류 없이 해석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심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동안 도서관에서 사전을 끼고 사는 수밖에·

한 두 줄의 문장에 한해서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도 위험할 건 없겠지만 믿을 만한 언어 전문가를 찾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

다음 날 아침 이터니아로 향하는 마차에서 나는 트리샤에게 물었다·

“너는 공용어 말고 할 줄 아는 언어가 있어?”

트리샤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니!”

“아니면 말고·”

트리샤가 해석할 줄 알았다면 최고의 시나리오가 됐을 텐데· 그럼 그렇지· 

“왜? 너 그거 배워서 뭐 하려고?”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모르는 언어로 되어 있거든· 혹시 선배나 동기 중에 언어에 능통한 사람 있어?”

미술부장 헤일리에게 한 번 사람을 구해달라 해볼까 생각했지만 이제 겨우 대면식을 마친 상황에서 부탁을 하는 건 좀 앞서가는 것 같았다·

교수를 찾아가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이 레시피는 가급적 내 능력으로 해석해야 한다· 교수에게 전문을 보여줄 수도 없고 막히는 문장 일부의 해석을 부탁하려고 시종일관 교수를 따라다닐 수는 없었다·

나에겐 리리아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깊게 관여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부분은 확실하게 가르쳐 줄 사람·

그리고 트리샤가 때마침 적당한 이름을 입에 올렸다·

“응 세실 언니가 제일 똑똑해· 언니는 혼혈족이라 가족이 이곳저곳에 다 있어·”

“···세실?”

“근데 요즘 엄청 바쁜 것 같아· 나도 얼굴 보기 힘들어· 너도 상대 안 해줄걸? 너랑은 별로 안 친하잖아·”

“···주로 어디에 머무르는데? 혹시 어떤 부에 속해 있는지는 알아?”

“···몰라·” 

“혹시 예상가는 장소라도 있어?”

“꼭 세실 언니를 봐야 하는 거야?”

세실이라면 꽤나 좋은 선택지다·

“응 나한테 가장 필요한 사람이야·”

“····”

트리샤의 표정이 미묘하게 어두워졌다·

“왜 그래· 혹시 세실이랑 싸웠어?”

그녀는 딱딱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러고 더는 말하기 싫다는 듯이 내게서 고개를 돌린다· 대놓고 표현은 안 하지만 기분이 다소 침체된 것 같았다·

평소 방식처럼 대놓고 기분이 상했다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말 못할 감정이라도 느끼는 것 같다· 

얘는 왜 이럴까·  아침만 되면 기분이 안 좋아지기라도 하는 걸까·

일단 다 제쳐두고 세실을 찾을 계획부터 머리에 세웠다·

우선···윗드러프관에 들러서 꽃잎 사탕부터 몇 개 챙기고· 가면을 쓸지 말지는 조금 고민해봐야겠다·

***

세실은 이터니아의 중앙 도서관 앞 마법 분수대에 걸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그녀는 어느 정도 자부하고 있었다· 이터니아 1학년 중에 자기만큼 바쁜 사람은 없을 거라고· 

그녀는 개인적인 연구를 위해 며칠간 도서관과 연구실을 들락날락하며 일과를 보냈다·

예술 특기에 대해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그냥 손 놓고 있다가 알아서 배정되는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인기 없는 부서가 제일 좋았다· 시간을 덜 잡아먹고 덜 귀찮은 인간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으니까·

멍한 얼굴로 연초를 피던 그녀는 주변을 지나치는 학생들의 시선이 잠시 그녀에게 머무르는 걸 감지하고는 눈살을 구겼다·

혼혈족 특유의 미형 때문에 눈길을 받는 일은 익숙했지만 근래에는 그 시선들이 은근히 신경을 건드렸다· 합동 수업이니 뭐니 하는 것 때문에 접근하는 자들이 최근따라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

세실의 예감은 바로 적중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시선을 두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밤을 새고 눈이 침침한 탓에 누군지는 자세히 확인하지 못했지만 당장에는 황자가 와도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이젠 지긋지긋했다· 대체 그 ‘보상’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애를 쓰는 걸까· 왜들 그렇게 간절하지?

그녀는 입으로 연기를 길게 내뱉고는 다 들으라는 듯이 크게 혼잣말을 했다·

“아 기분 잡치는데 다 꺼져줬으면 좋겠다아·”

남들이 안좋게 보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그 말을 들은 몇몇은 흠칫하고는 주변 눈치를 보다가 뒤돌아서 떠났다·

세실은 연초를 마저 태우고 다시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앞서 자리 잡은 열람실의 사각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다시 펼쳤다· 태가 동그란 연구용 안경을 쓰고 다시 독서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손가락 끝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

세실의 사촌· 연금부 1학년 베르탕이 그녀의 맞은편에 슬며시 자리를 잡았다·

세실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다시 책에 눈을 돌렸다·

이에 베르탕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러자 세실이 빈정대는 말투로 쏘아붙였다·

“연극부 면접은 잘 보셨나?”

이에 베르탕이 수치스러운 기억이 떠올랐는지 제법 당황했다·

“아니 3차 시험에서 떨어졌다고 말했잖아· 그 소리는 왜 또 하는데·”

세실이 연구용 안경을 벗고는 연한 웨이브가 들어간 긴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냈다·

“왜 왔어? 그래서 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야?”

“합동 수업이 뭔지 알아냈어· 그거 연금술 수업이야·”

세실이 잠깐 눈살을 구겼다·

“환수랑 관련된 건데 그게 왜 연금술 수업이야?”

“환수를 추적하는 데에 연금술 지식이 꼭 필요하다네· 그 수업에선 정령사랑 연금술사가 핵심이야·”

“····”

“그리고 환수의 뿔을 가져오면 보상으로 뭘 주는지도 알았어· 원래 그 포션을 받은 사람만 아는 건데 효력이 너무 대단해서 은밀하게 소문이 퍼진 모양인가 봐·”

“그게 뭔데·”

“너도 보면 놀랄 거다· 연구를 할 게 아니라 당장 합동 수업을 준비해야 돼·”

베르탕이 주변 눈치를 살피고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세실 쪽으로 슥 밀었다·

그녀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걸 받아들었다· 

그리고 쪽지에 적힌 걸 확인한 세실의 눈이 점점 커졌다·

***

세실은 베르탕의 말대로 개인 연구는 잠시 접어두었다· 그 보상의 정체를 알고 나니 절실함이 묻어나던 선배들의 태도가 충분히 이해됐다· 

그 포션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고조되었다· 

그녀 또한 욕심에 지배되어 합동 수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열람실에 길게 늘어진 책장 사이를 넘나들며 쓸만한 정보가 있을 것처럼 보이는 책들을 집어다 카트에 실었다·

“음···’대륙의 환수들’이랑 ‘칼라미티의 마수 조련사’에다···또····”

카트를 밀다 괜찮아 보이는 것을 발견해 멈춰서서 책장의 맨 위 칸에 손을 뻗었다·

책장이 높은 탓에 손이 닿질 않았다· 발받침까지 가져오긴 귀찮았던 그녀는 책장 아래 칸을 밟고 올라갔다· 

곧이어 책장이 스르르 기울어지고 책들 미끄러져 비처럼 우수수 쏟아졌다·

“꺅!”

쏟아지는 책들에 못 이겨 그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다행히 책장이 완전히 넘어지지는 않아서 대형 참사는 면했지만 주변이 난장판이 된 탓에 짜증이 확 밀고 올라왔다·

어지럽게 널브러진 책들을 정리하는 와중에 누군가가 요란한 소리를 들었는지 그녀의 옆에 다가와 책 정리를 거들었다·

세실과 그 낯선 사람 사이에 카트가 가로막고 있어서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틈새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핏대가 선 팔뚝이 보였다· 그녀는 손이 급한 상황이니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책을 뭉텅이로 집어서 서둘러 카트에 얹었다· 책 정렬은 도서관 플랜테라에게 맡기면 됐다·

대충 정리를 마치고 일어섰다· 옆에서 도와주던 사람도 일어서서 그녀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그건 바로 그녀가 꺼내려 했던 그 책이었다·

책을 받아 들고 고개를 들어 상대의 얼굴을 확인했다· 나무 가면을 쓴 검붉은 머리의 남자· 

사탕이였다·

갑작스러운 재회에 잠시 사고가 정지되었다·

“네가···왜 여기에 있어?”

“책 읽으러 왔지·”

사탕이를 멍하니 보다가 세실은 문득 자신이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 자각하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자 잠깐만·”

그리고 다가오지 말라는 듯이 한 손을 앞으로 뻗고 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갑자기 나타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이건 기습 공격이었다· 밤을 새운대다 머리는 부스스하고 아침 세안도 못 했다· 준비도 안 된 상태인지라 많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건· 갑자기 말도 없이·”

그는 능청스럽게 말장난을 던졌다·

“···너도 가면 필요해?”

“시 시끄러· 너 여기 가만히 있어· 금방 돌아올 테니까· 도망치면 얼음과자로 만들어버릴 거야·”

“그래· 다녀와·”

세실은 휙 돌아서서 빠른 걸음으로 열람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사탕이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묘한 수치심 때문에 책을 내릴 수가 없었다·

커다란 거울이 배치된 휴게실에 오고서야 경계를 풀었다·

거울을 보니 몰골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피로 탓인지 입술은 핏기가 빠져서 연분홍 빛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머리를 정돈하고는 입술을 칠했다·

그리고 하얀색 블라우스의 윗단추 하나를 풀어 쇄골이 보이게 만들었다· 

세실은 열람실로 향하려다 뭔가 부족한 것 같아 다시 거울 앞에 멈췄다·

한동안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다가 결국 단추 두 개를 더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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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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